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05. 5. 24. 선고 2004구합37369 판결

판결요지

행형법 제1조의2, 제18조의3, 제68조의 규정을 종합하면 경찰관서의 유치장에 수용된 미결수용자는 원칙적으로 외부와의 전화통화가 금지되며 이런 법리는 경찰관서에 유치된 피의자가 호송 중에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므로 원고가 영장실질 심사를 위해 법원으로 호송중이던 피의자에게 적법한 허가 없이 임의로 외부와 전화통화 하게 한 것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

* 사 건 / 2005.5.24. 서울행정법원 제13부 2004구합37369. 정직처분취소

* 원 고 / A

* 피 고 / 서울특별시지방경찰청장

* 변론종결 / 2005.4.12.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호증, 을 제1, 2, 3호증, 을 제4호증의 1, 2, 3, 을 제5 내지 15호증, 을 제16호증의 1, 2의 각 기재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원고는 1994.8.20. 순경으로 경찰공무원에 임용되어, 2004.3.1.부터 서울서초경찰서 형사과에서 긴급체포된 피의자의 유치 및 영장실질심사법정에의 호송업무 등을 담당하고 있었다.

나.

피고는 2004.5.25. 서울서초경찰서 경찰공무원 보통징계위원회의 2004.5.19. 징계의결에 따라 원고에게 다음과 같은 징계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징계사유의 요지]원고는,

1.

2004.3.26. 폐기물관리법위반으로 같은 달 23. 긴급체포된 D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영장실질심사를 위하여 호송하던 중 자신의 휴대전화를 빌려주어 전화를 걸게 하고,

2.

2004.3.26.14:54경 위 전화통화 내용으로 포천시 공무원 C에 대한 뇌물수수 사건이 검찰에서 조사 중임을 알고 C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상황을 알려준 것을 비롯하여, 그 후 같은 날 18:21경 및 2004.4.3.11:00경 C에게 3차례 전화를 걸어 수사상황을 알려 줌으로써 C를 도피하게 하고,

3.

2004.4.3.10:30경 C에게 뇌물을 전달하여 같은 달 1. 긴급체포된 (주)X환경개발 사장 B를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실질심사를 위하여 호송하던 중 B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빌려 주어 전화를 걸게 하고,

4.

2004.4.20.10:30경 서초경찰서장에게 보고하지 않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하여 범인도피 혐의로 조사받고, 같은 날 긴급체포되어 이러한 사실이 2004.5.6. 문화일보 및 연합뉴스에 보도됨으로써 경찰공무원의 위신을 실추시키고 품위를 손상하게 하였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에 불복하여 2004.6.21.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위 위원회는 2004.9.3. 원고의 소청심사를 기각하였다.

2.

이 사건 징계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원고가 호송 중에 있는 피의자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주어 외부로 통화를 하게 한 것은 잘못이나 이는 인간적인 정에 이끌려 편의를 제공하였던 것이므로 정상에 참작할 여지가 있고, C에게 전화를 한 것도 우연히 D의 통화 내용을 듣고 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의 동생으로 착각하여 이를 확인하기 위하였던 것에 불과하고 C에게 의도적으로 수사상황을 알려주어 도피를 권유하려고 하였던 것은 아니다.

또한 원고는 피의자 호송을 위해서는 하루에도 몇 차례씩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장을 다녔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원고가 근무하던 서초경찰서와 가까운 거리에 있어 검찰의 소환에도 사전보고를 하지 아니한 채 위 검찰청에 출석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일부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고, 설령 원고에게 일부 징계사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 행위에 비하여 과도한 징계를 함으로써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 있다.

나.

관계법령

별지 관계법령 기재와 같다. (생 략)

다.

인정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2, 3호증, 을 제18호증의 1, 2, 을 제19 내지 24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1)

원고는 폐기물관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2004.3.23. 긴급체포되어 서초경찰서에 유치된 (주)X환경개발의 관리이사 D 등을 영장실질심사를 위하여 같은 달 26.10:30경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18호 법정으로 호송하게 되었는데, 그들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끝나고 법정 밖 복도에서 다른 피의자들을 기다리던 중 D로부터 전화 한 통화만 쓸 수 있느냐는 부탁을 받고, D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어 D가 ‘포천에서 왔다’고 하자, 원고는 자신도 포천경찰서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고 하면서, 다시 ‘무슨 죄명이냐’고 물었고, 이에 D가 ‘폐기물관리법이다’라고 하면서 ‘포천시청에 근무하고 있는 C를 알고 있느냐’고 묻자 원고는 ‘잘 알고 있다. 그 형도 알고 있다’고 대답하였고, 그 무렵 D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빌려주어 D가 (주)X환경개발 사무실로 전화하도록 해 주었다.

(2)

원고는 2004.3.23.14:54경 서초경찰서 자신의 사무실에서 114 안내전화로 포천시청 환경보호과 전화번호를 확인한 다음 전화를 걸어 C를 바꾸어 달라고 하였으나 자리에 없다고 하자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달라고 한 후, 자신의 휴대전화로 C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어 C와 통화하면서 자신의 신분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채 ‘○○중기를 운영하던 이×섭의 동생이냐’고 물어, C가 ‘E는 알고 있으나, 동생은 아니다‘라고 대답했고, 이어 원고가 ‘X환경개발에서 당신에게 돈을 주었다는 말이 나오는데 한번 알아보았느냐. 휴대전화 통화내역도 검찰에서 다 조사하고 있다’라고 말였다.

(3)

원고는 2004.3.23.18:21경 서초경찰서 휴게실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로 다시 C의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어 누구냐는 C의 질문에 대하여 ‘이전에 포천경찰서와 내촌파출소에 근무하였고, 지금은 서초경찰서에 근무하고 있는 A 형사인데 올 기회가 있으면 한번 들리라’고 말하였다.

(4)

원고는 2004.4.3.10:30경 검거된 B를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법정으로 호송한 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B가 아는 척 하면서 전화를 빌려달라고 하였는데, 원고도 포천경찰서에 근무하면서 (주)X환경개발 근처에 간 일이 있어 안면이 있자 자신의 휴대전화를 빌려주어 (주)X환경개발 사무실에 전화를 걸도록 도와주는 한편, 그 과정에서 B로부터 ‘포천경찰서의 F와 포천시청의 C를 알고 있다. F, C도 뇌물 건으로 조사를 받을 것 같다’는 등의 말을 들은 후, 같은 날 11:00경 서초경찰서 자신의 사무실에서 C가 근무하는 포천시청 환경보호과로 전화를 걸어 “전에 전화한 A 형사다. B 사장이 서울중앙지검 812호실에서 조사받고 있는데 당신에게 뇌물을 준 혐의에 대하여 추궁받고 있는 것 같다. 조사하는 계장이‘B사장과 당신이 서로 짜고 고스톱을 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추궁한 것 같다“고 전화 통화하였다.

(5)

원고는 2004.4.20. C를 도피하게 한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긴급체포 되었다가 다음날 석방되었는데, 2004.7.2.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범인도피죄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나, 서울고등법원은 2004.11.19.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원고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고, 위 판결은 대법원의 2005.2.17.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6)

한편, 원고는 2004.4.20. 범인도피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함에 있어 별도로 소속기관장의 허가를 받지 않았다.

(7)

원고는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부터 2차례 표창을 받은 것을 비롯하여 10회에 걸쳐 각급 기관장으로부터 표창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

라.

판 단

(1)

피의자 호송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게 한 부분

보건대, 행형법 제1조의2, 제18조의3, 제68조의 규정을 종합하면, 경찰관서의 유치장에 수용된 미결수용자는 원칙적으로 외부와의 전화통화가 금지되고 다만 수용목적의 달성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서장의 허가를 받아 전화통화를 할 수 있도록 되어 있고, 이러한 법리는 경찰관서에 유치된 피의자가 호송중에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라 할 것이므로, 원고는 영장실질심사를 위하여 법원으로 호송중인 피의자 D, B에게 적법한 허가 없이 임의로 외부와의 전화통화를 하게 할 수 없음에도 위 피의자들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빌려주어 외부와의 전화통화를 하게 한 잘못이 있다 할 것인데, 이러한 잘못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를 위반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2)

범인도피 부분

보건대,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원고가 고의로 뇌물수수 혐의를 받고 있던 C를 도피하게 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는 반면, 원고가 C에게 전화를 건 것은 영장실질심사를 위하여 호송중인 D로부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이를 빌려주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 원고가 포천시청에 근무하는 C를 알고 있는지에 관하여서까지 이야기가 미치게 되었던 것이 발단이 되었고, 그 후 원고가 2004.3.26. C에게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에도 단순히 인적사항을 묻는 정도에 그친 것으로 보아 원고는 D와 대화를 나누다가 우연히 알게 된 C가 자신이 포천경찰서에서 근무할 당시 알고 있던 E의 동생인지 여부를 확인할 생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와 C은 개인적으로나 업무적으로 아무런 관계가 없어 원고가 C를 도피하게 하거나 또는 도피를 도우려고 할 만한 동기를 찾을 수 없는 점 등 원고가 C에게 전화를 걸게 된 경위와 그 전화 통화의 내용, 그 후의 진행경과 및 기타 제반 상황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C에게 3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수사상황을 일부 알려 준 것만으로 원고에게 C를 직접 도피하게 하거나 도피를 직접적으로 용이하게 하려는 의사 또는 인식이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원고가 C를 도피하게 하였다는 부분은 징계사유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원고가 뇌물수수의 혐의가 있는 C에게 3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어 수사의 진행상황을 알려준 부분은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공무원으로서 엄정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여야 함에도 자신의 신분을 망각하여 공무원으로서 성실의무를 크게 위배하고 품위를 손상시킨 잘못이라 할 것이고, 이러한 잘못은 국가공무원 법 제56조, 제63조를 위반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만, 원고가 C에 대한 범인도피혐의로 긴급체포 되고 이러한 사실이 언론기관에 보도되었다고 하더라도 언론보도는 기본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을 국민에게 전달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것이고, 그 후 원고가 형사재판 과정에서 범인도피 부분에 대하여 무죄판결을 선고받은 사정을 감안하면 위와 같은 언론보도가 있었다는 사유만으로 경찰공무원으로서의 위신과 품위를 손상시키는 독자적인 징계사유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할 것이다.

(3)

타기관 출석보고 부분

원고는 공무원근무사항에관한규칙에 의하여 외출과 출장을 가기 위해서는 근무상황부 또는 근무상황카드에 의하여 소속기관장의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음에도, 범인도피 혐의로 검찰청의 소환을 받고 출석함에 있어 사전에 보고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잘못은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제57조를 위반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4)

징계양정 부분

원고의 징계사유에 대하여 어떠한 징계처분을 선택할 것인지 여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진 것이고, 다만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한 것이라고 할 것이며,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다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그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

다만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인정되는 나머지 징계사유만을 보건대, 원고는 경찰공무원으로서 법령을 준수하고, 엄정한 법집행으로 국민의 신뢰를 공고히 하고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모범이 되어야 할 것임에도 이러한 직분을 망각하고 호송 중에 있는 피의자에게 자신의 휴대전화를 빌려주어 외부로 연락하도록 함으로써 엄격한 법집행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고, 나아가 구체적인 혐의로 수사의 대상이 되어 있는 피의자에게 수사상황을 알려줌으로써 수사기관의 공정한 업무집행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손상시킨 점은 그 잘못이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는 점, 위와 같은 징계사유에 대하여 엄정한 징계를 함으로써 공직사회의 기강을 확립할 필요성도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비록 원고가 경찰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여러 차례 표창을 수상한 경력이 있다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이 사건 징계처분은 인정된 나머지 징계사유만으로도 적정한 징계양정이라고 보이고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5)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그 징계사유의 일부가 인정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인정되는 나머지 징계사유만으로도 원고를 정직 1월에 처하는 것은 정당한 징계라고 할 것이므로 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이태종, 기우종, 신상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