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정보
사직 권고를 받자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직금까지 수령한 행위는 비진의 의사 표시로서 무효라는 주장은 이유 없다 ( 2007.09.11, 서울행법 2006구합45555 )
[요 지]
원고 회사는 경영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돼 곧 구조 조정이 있을 것이란 점을 근로자 대부분이 인식하고 있었던 점, 각 부서 관리자가 개별적으로 회사 사정 등을 충분히 알리고 사직을 권유했는데 원고들은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이를 받아들인 점, 원고들은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기 전 회사에 직접 나와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퇴직금 등을 수령한 점 등을 볼 때, 원고들의 사직서 제출이 비진의 의사표시거나 강요에 의한 행위로서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
♣ 사 건 / 2007.9.11 선고, 서울행법 제13부 2006구합45555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서○○ 외 5인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기호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
소송수행자 김평수
♣ 피고보조참가인(선정 당사자) / 주식회사 ○○○○
대표이사 고○○
♣ 변론종결 / 2007.8.14
[주 문]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소송 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중앙노동위원회가 2006.11.20 원고들과 피고보조 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사이의 2006부해322 부당해고구제 재심 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 판정을 취소한다.
[이 유]
기초 사실
다음 각 사실은 당사자들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1, 2호증, 을 제2호증의 1 내지 6, 을 제3호증의 각 기재에 증인 김○○, 김△△의 각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참가인은 ○○ ○○ ○○동에 본점 주소지를 두고 상시 근로자 280여 명을 사용하여 ○○석유화학공업단지 내에 입주한 회사들에게 전기·증기 및 용수(유틸리티)를 공급하는 사업과 제염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이다.
원고 서○라는 2000.9.1, 원고 정○○은 2001.9.1, 원고 김××은 2002.4.1, 원고 우○○은 2002.11.1, 원고 진○○는 2002.11.1, 원고 박○○은 1999.2.1에 각 참가인에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2005.12.5 의원 면직(이하 ‘이 사건 의원 면직’이라 한다)된 사람들이다.
원고들은 2006.1.6 등에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2006부해4, 2006부해26호로 참가인이 의원 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사실상 원고들을 해고했다고 주장하면서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였고, 위 지방노동위원회는 2006.3.13 원고들의 신청을 인용하여 참가인에 대하여 원고들을 즉시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로했다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하라는 구제 명령을 발하였다.
참가인은 이에 불복하여 2006.4.6 중앙노동위원회에 2006부해322호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 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06.11.20 참가인의 위 재심 신청을 받아들여 초심 지노위 구제명령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 판정’이라 한다).
이 사건 재심 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들의 주장
참가인은 2005.10월 말경부터 같은 해 11월 초경까지 원고들을 비롯한 상용직 여직원 12명에게 강압적으로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게 한 다음 이를 근거로 2005.12.5 원고들을 의원 면직 처리했으므로 이는 실질적으로 원고들을 부당하게 해고한 것으로 볼 수 있고, 가사 위와 같은 사직서 제출의 강요 행위가 민법상의 강박의 정도에까지 이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원고들이 당시 상황에서 사직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할 아무런 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의 강요 내지 종용에 의하여 원고들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사직서를 제출했다면 이러한 원고들의 사직서 제출 행위는 비진의 의사 표시로서 무효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가 이와 달리 보고 한 이 사건 재심 판정은 위법하다.
인정 사실
위에서 든 각 증거에 갑 제5호증, 을 제1호증의 1 내지 3, 을 제4호증의 1 내지 12, 을 제5호증의 1 내지 6, 을 제6, 7호증의 각 1 내지 5, 을 제8호증의 1, 2, 을 제9 내지 1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다음 각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참가인은 무리한 사업 확장 및 방만한 차입 경영과 전 대표이사인 고○○의 횡령 사건 등으로 인하여 당기 순이익이 2003년에는 약 168억 원, 2004년에는 약 100억 원의 적자를 보았고 2005년 초에는 유동 자금의 부족으로 부도 직전까지 가는 등 경영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었으며, 이에 따라 주식회사 ○○○○은행 등 참가인의 거래 은행들은 2005.3월경 참가인에게 재무 구조 개선 계획 등을 작성하여 제출하라는 요구와 함께 경영 개선을 하지 않을 경우 신용 등급을 하향 조정하고 금리 인상 및 대출금 조기 상환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통보를 하였다.
참가인 회사는 전임 대표이사인 고○○이 직원들의 불만을 무마시키기 위하여 방만하게 조직을 운영한 결과 과장·부장급 간부 사원이 50여 명에 이르고 무직책 과장도 16명에 이르렀으며 단순 사무 보조인 여직원의 경우에도 공개 채용이 아닌 밀실 채용으로 잉여 인력이 과도한 탓에 회사 경영에 부담이 되었다.
참가인의 전 대표이사인 고○○이 회사자금 33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었다가 보석으로 석방된 후 잠적함에 따라 2005.3.16 박○이 참가인의 새 대표이사로 선임되었고, 박○의 취임과 함께 참가인 회사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에 대한 위기감과 함께 회사의 방만한 인력 구조를 개편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었다.
한편 참가인 회사는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하여 각 파트별, 팀별로 원감 절감 등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도록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대부분의 부서가 참가인 회사에 단순 업무를 수행하는 여직원의 수가 ○○공단 내의 동급의 다른 회사의 3, 4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과 그 여직원들이 전임 대표이사 시절 밀실 채용되었다는 점에 공감하고 그들에 대한 구조 조정의 필요성이 있음을 인정했다.
참가인은 2005.10.26 이사회를 개최하여 인력의 적정 운영과 조직의 활성화를 위하여 유틸리티사업 본부와 제염 사업 본부를 생산 본부로 통합하는 등 기존 3본부 1소 1실 8팀 23파트의 조직 체계를 3본부 1실 8팀 20파트로 축소하는 기구 개편안을 승인하고 2006.1.1부터 이를 시행하도록 하였으며, 또한 여유 인력에 대한 구조 조정과 관련하여 우선 불필요한 인력에 대하여 정리 해고를 단행하기에 앞서 가능한 사직을 권고하여 사직서를 제출받기로 의견을 정하였다.
이에 따라 각 부서 관리자들은 자신의 부서에 소속된 여직원들에 대하여 개별적으로 회사의 어려운 사정, 제반 사정상 인력 조정의 불가피성, 업무 환경의 변화 등을 설명하고 사직을 권유하였는데, 사직을 권유받은 원고들을 비롯한 12명의 여직원들은 사직을 권유받은 당일 또는 그 익일에 회사의 사직서 양식을 출력하여 자필로 완성한 다음 이를 부서 관리자를 통하여 참가인에게 제출하였다.
원고들은 아래와 같이 2005.10.19부터 같은 해 11.4 사이에 참가인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였는데, 원고들은 사직서를 제출한 이후 업무 인수 인계 절차를 수행하고 일부는 각 부서마다 마련된 송별 회식에도 참석하였다. 또한 원고들은 아래와 같이 사직서를 제출한 때로부터 1개월 이상 경과한 무렵 회사에 직접 나와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퇴직금 등을 수령하였고, 사직서를 제출한 때로부터 2달이 경과한 무렵에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기 전까지 의원 면직(해고)의 효력을 다투거나 그 사직의 의사를 철회하는 등 참가인 회사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한 바는 없다.
한편 참가인 회사로부터 사직을 권유받은 여직원 중 2명은 자신들의 가정 사정을 이유로 참가인의 사직 권유를 거절하였고 현재까지 참가인 회사에 그대로 근무하고 있다.
판 단
살피건대, 진의 아닌 의사 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 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표의자가 의사 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 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 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 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 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4.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은 전임 대표이사의 방만한 회사 경영과 회사 자금 횡령 등으로 인하여 2005년 초 부도의 위기에 처하는 등 경영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었고 이에 따라 거래 은행들로부터 재무 구조 개선 등을 강력하게 요구받았던 점, 참가인의 근로자들은 이러한 회사의 어려운 사정을 잘 알고 있어 방만한 인력에 대한 구조 조정이 곧 있을 것이란 점을 대부분 인식하고 있었고 회사의 각 파트별 회의에서 참가인의 단순 업무 보조 사원인 여직원의 수가 동급 회사의 3, 4명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고 그 대부분이 밀실 채용이어서 인력에 대한 구조 조정이 있으면 이들이 우선적으로 그 대상자가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넓게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던 점, 이사회에서 정리 해고를 하기에 앞서 우선 사직 권고를 하여 사직서를 제출받기로 함에 따라 각 부서의 관리자가 개별적으로 자신의 부서에 소속된 여직원들에 대하여 회사의 사정 등을 충분히 알리고 사직을 권유하였는데 원고들은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사직을 권유받은 당일 또는 그 익일에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점, 참가인으로부터 사직을 권유받은 여직원 중 2명은 가정사정 등을 이유로 회사의 사직 권유를 거절하여 현재 참가인 회사에 그대로 근무하고 있는 점, 사직 이후 원고들 중 일부는 송별 회식에 참석하였는데 의원면직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직 후 2개월쯤 후에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 신청을 하기 전까지 회사에 직접 나와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퇴직금 등을 수령하는 등 의원 면직의 효력을 다투거나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없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당시 원고들의 사직서의 제출이 사직 의사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인 회사측의 강박에 의하여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진의 아닌 의사 표시라고는 보기 어렵고, 오히려 원고들이 당시 참가인 회사의 사직 권고를 선선히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고 할지라도 그 당시의 참가인 회사의 경제 상황, 구조 조정 계획, 만약 정리 해고를 시행할 경우 정리 기준에 따라 정리 해고 대상자에 포함될 가능성, 회사 내부의 여직원의 구조 조정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 등을 고려하여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계속근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과 계속근무자로 남기 위한 과정에서 겪어야 할 과정이 순탄치 아니할 것이라는 막연한 불안감 등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직서를 제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원고들과 참가인 회사 사이의 근로계약은 원고들이 참가인 회사에 대하여 사직서를 제출하고 참가인 회사가 이를 수리하여 원고들을 면직함으로써 합의 해지에 의하여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원고들의 사직서 제출이 비진의 의사 표시거나 강요에 의한 행위로서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고 같은 취지의 이 사건 재심 판정은 적법하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형식(재판장), 김선희, 장 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