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사용자가 근로관계에서 사고나 비위행위 등을 저지른 근로자에게 시말서 제출을 요구하거나 또는 취업규칙 등에 징계처분을 당한 근로자로 하여금 시말서를 제출하도록 규정되어 있는 경우, 시말서를 제출하지 않는 행위는 그 자체가 사용자의 업무상 정당한 명령을 거부한 것으로서 징계사유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의 시말서 제출 명령은, 근로자에게 근로계약의 신의칙상 의무로서 근로관계와 관련한 사고 등이 발생한 경우 사용자의 조사에 협조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고려할 때, 사고나 비위행위에 연루된 근로자에게 그 일의 경위ㆍ전말을 자세히 적은 경위서를 제출하라는 것을 의미한다 할 것이다.
만약 이것이 단순히 사건의 경위를 보고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근로관계에서 발생한 사고 등에 관하여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사죄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사죄문 또는 반성문을 제출하라는 것이라면, 이는 우리 헌법상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 즉, 양심에 반하는 행동을 하지 않을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반성과 사죄의 내용이 포함된 시말서를 제출한 경우 이를 개전의 정이 있다고 보아 징계의 감경사유로 삼을 수 있음은 물론이지만, 근로자에게 반성문 또는 사죄문을 의미하는 시말서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다음 근로자가 이러한 제출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하여 시말서 미제출 행위를 독립한 징계사유 또는 징계양정의 가중사유로 판단함은 허용되지 않는다. 다만, 구체적인 사안에서 시말서가 단순한 경위서를 의미하는지 또는 사죄문ㆍ반성문의 의미가 포함되는지 여부는 시말서 제출명령의 원인이 된 사고나 비위사실의 구체적인 내용ㆍ정도, 당해 근로자에게 시말서를 제출하도록 명한 경위 및 당시 있었던 다른 업무명령이나 제재처분의 내용 등 제반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참가인이 원고들에 대하여 한 시말서 제출명령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각 교통사고에 관하여 자신의 과오를 반성ㆍ사죄한다는 내용의 일종의 반성문을 제출하라는 것으로서,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법한 업무 명령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고들이 참가인의 위와 같은 시말서 제출명령에 불응하였다는 것을 징계사유로 삼아 한 참가인의 이 사건 징계는 위법하다.
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08.7.24. 원고들과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2008부해358, 부해359 부당징계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그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당사자의 지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만 한다)은 부산 수영구에서 상시근로자 320여명을 고용하여 택시운송업을 경영하는 사용자이고, 원고 허×군은 1994.11.10., 원고 허×준은 1999.1.1. 각 참가인 회사에 입사하여 택시기사로 근무하는 근로자들이다.
이 사건 징계의 경위
원고 허×군은 2008.2.4. 참가인 회사의 택시를 골목길에서 큰길로 후진하여 나오던 중 큰길을 통행하고 있는 다른 차량의 앞 범퍼 부분을 참가인 회사의 택시 뒷범퍼 부분으로 충격하는 교통사고를, 원고 허×준은 2008.1.11. 참가인 회사의 택시를 운행하던 중 빗길에 미끄러져 선행하던 차량의 뒷범퍼 부분을 참가인 회사의 택시 앞 범퍼 부분으로 충격하는 교통사고(이하 ‘이 사건 각 교통사고’라 한다)를 각 야기하였다.
참가인은 원고들에게 시말서를 제출하도록 지시하였으나, 원고들은 사고의 경위를 기재한 ‘운전자 사고발생 보고서’를 제출한 후 별도의 시말서의 제출은 이를 거부하였다. 참가인 회사의 시말서 양식은 사고발생일시, 사고발생지역 등 사고의 경위를 구성하는 항목 아래 부동문자로 아래와 같이 기재되어 있다.
아래 -
상기 본인은 영남택시(주)에 입사하여 교통법규를 준수하고 승객을 안전하게 모시는 서비스 운전 종사원으로 성실하게 운행하여야 하나, 상기 내용과 같은 사실로 인하여 본 시말서를 제출함에, 그에 따른 처벌을 감수하겠으며, 본 건을 계기로 상기와 같은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으며, 지금보다 더욱더 성숙한 자세로 근무에 임하겠습니다. 차후로도 유사한 일이 발생할 시 회사의 방침에 따라 처벌함에 이의가 없음을 확인합니다.
그 후 피고는 2008.2.26.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들이 이 사건 각 교통사고 에 관한 참가인의 시말서 제출 요구를 고의로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2008.3.1. 원고들에 대하여 2008.3.6.부터 30일간의 각 직위해제처분(이하 ‘이 사건 징계’라 한다)을 하였다.
초심판정 및 재심판정
원고들은 2008.3.4.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08.4.25. 원고들의 위 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불복하여, 원고들은 2008.5.13., 2008.5.14. 각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구제 재심신청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08.7.24. 이 사건 징계가 취업규칙인 상벌규정 제17조제나항제9호에 따른 것으로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신청을 모두 기각하였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