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09. 10. 1. 선고 2009구합19700 판결

판결요지

1.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2.

원고는 병원내에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그 사실이 병원 원장에게까지 보고됨으로 인하여 신상에 불이익을 입을 것을 내심 걱정하고 있던 중 간호과장과 수간호사로부터 한달간 병가 후에 복직시켜줄테니 잠시 쉬라는 말을 듣게 되자 안도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더구나 간호과장이 총무과에 제출하지 않고 본인이 보관하고 있겠다는 조건으로 2차 경위서 및 사직서를 요구하였을 뿐 아니라 2차 경위서에 ‘재차 이러한 일이 있을 경우 본인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없이 2차 경위서와 함께 제시된 이 사건 사직서에 연달아 서명, 날인하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고,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참가인 병원이 위와 같이 원고의 진의 아님을 알고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리하여 퇴직처리한 것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위 해고가 단체협약 등 관련 규정에 정하여진 제반 절차에 근거하여 이루어졌음을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그 하자가 중대하여 부당해고라 할 것이다.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09.4.30.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2009부해207호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병원’이라 한다)은 남원시에서 상시근로자 300여명을 고용하여 의료업을 경영하는 병원이고, 원고는 1987년경 위 병원에 입사하여 간호사로 근무해오다가 2009.1.7. 퇴직처리(이하 ‘이 사건 퇴직’이라 한다)된 사람이다.

나.

원고는 이 사건 퇴직처리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09.1.19.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고(2009부해11), 전북지방노동위원회는 ‘비록 이 사건 사용자가 이 사건 근로자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강요나 압박을 가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직의 의사가 없는 이 사건 근로자에게 상급자가 다소 과장된 언행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회유 또는 권유를 하였다고 볼 정황이 상당하여, 이 사건 근로자가 내심으로 사직의 의사가 없이 2009.1.7.자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퇴직을 부당해고로 판단하여 원고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

이에 참가인 병원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고(2009부해207), 중앙노동위원회는 2009.4.30. ‘이 사건 근로자가 사직서 제출 당시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사직을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간호과장으로부터 징계가 논의 중이라는 말을 들은 상황에서 징계처분을 받는 것보다는 스스로 사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사실관계가 이러하다면 이를 사직의 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는 없다’라는 이유로 이 사건 퇴직처리를 정당한 것으로 판단하여,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 갑 1호증, 갑 2호증의 1, 2, 갑 3호증, 갑 4호증, 갑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1)

원고의 주장

원고는 2009.1.3. 대중목욕탕에 갔다가 자신에 관한 헛소문이 퍼져 있는 것을 알게 되어 속이 상한 나머지 집에 도착하여 술을 마시고 잠이 들었는데, 동료 간호사인 민×진, 박×선 등이 전화연락이 되지 않는 원고가 걱정이 되어 원고에 집에 찾아왔다가 술에 덜 깬 원고를 보고 원고가 향정신성 의약품류인 아티반, 도미컴 등 약물을 주사한 것으로 오해하여 이를 참가인 병원측에 알렸다. 간호과장은 원고에게 한달간 병가를 줄테니 쉬다 오라고 하면서 외부투서 무마용으로 본인이 보관만 하고 있을테니 사직서를 써달라고 하였고, 이에 원고는 한달의 병가 후 다시 복직될 것으로 믿고, 사직서에 서명ㆍ날인을 하였다. 그런데, 원고가 사직서를 제출한 후 2시간도 채 되지 않아 사직서가 수리되어 퇴직발령문이 게시되었는바, 이는 사직의 의사가 없는 원고를 기망하여 사직서를 제출하도록 한 것으로서 원고의 사직의 의사표시는 비진의 의사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이고, 이 사건 퇴직처리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2)

참가인 병원의 주장

원고는 2009.1.3. 참가인 병원에서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도미컴, 아티반 등을 무단반출하여 이를 투약하는 등 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간호사의 본분에 반하는 중대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에, 원고 스스로 중징계 사안임을 인지하고 파면이나 해임의 불상사를 피하기 위하여 2009.1.7. 간호과장, 수간호사를 만난 자리에서 스스로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고 사직서를 제출하였을 뿐, 간호과장 등으로부터 기망을 당하여 사직을 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퇴직처리는 정당하다.

나.

인정사실

(1)

참가인 병원의 간호사 민×진, 박×선 등은 2009.1.3. 저녁 근무 중 원고로부터 ‘내게 오지마. 나 그만 살거야. 죽는게 편해’라는 휴대폰 문자메세지와 횡설수설하는 전화를 받게 되자 걱정이 되어 원고의 집을 직접 찾아갔는데(원고는 당시 야간 근무였던 터라 집에 있었다), 원고는 자신의 집 안방에서 팔과 발목에 주사기 흔적이 있는 채로 비몽사몽인 상태에서 발견되었고, 주변에는 술병, 피묻은 화장지, 주사기, 뚜껑이 열려진 도미컴, 아티반 앰플 등이 흩어져 있었다(이하 ‘이 사건’이라 한다).

(2)

간호과장 양×순은 위 간호사들로부터 이 사건을 전해듣고 참가인 병원에 이를 보고하였고, 수간호사 박×임에게 원고로부터 이 사건에 관한 자필 경위서를 제출받을 것을 지시하였다.

(3)

수간호사 박×임은 2009.1.5. 야간 근무를 마치고 집에서 쉬고 있는 원고에게 찾아가 ‘이 사건이 병원 원장님께도 보고되었다. 한달 정도 병가신청해서 쉬어라’고 하면서 이 사건에 대한 자필경위서를 요구하여 이를 제출받았다(이하 ‘1차 자필경위서’라 한다).

(4)

간호과장 양×순은 위 1차 자필경위서에는 의약품의 반출 경위 등만 서술되어 있을 뿐 의약품 투약여부에 관한 내용이 생략되어 있음을 이유로 박×임에게 다시 제출받을 것을 지시하였는데, 박×임은 원고에게 재작성을 요구하지 않고 1차 자필경위서의 내용 및 목격 간호사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개인적인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여, 환자에게 주사하고 남은 아티반과 도미컴을 본인에게 주사하게 되었고, 차후 이런 실수를 반복한다면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는 내용의 경위서(이하 ‘2차 경위서’라 한다)를 본인이 작성하였다.

(5)

원고는 2009.1.7. 병가신청을 위한 진단서 발급을 위하여 참가인 병원에 들렀다가 간호과장 양×순, 수간호사 박×임을 만났는데, 이들은 원고에게 ‘마침 잘 만났다. 병원장님에게까지 이 사건이 다 보고되어서 징계절차가 열릴지도 모른다. 한달 정도 쉬면 모든 것이 잠잠해지지 않겠는가. 2월 1일부터 복직할 수 있도록 힘써보겠다’고 하면서 총무과에 제출하지 않고 간호과장이 보관만 하고 있겠다는 조건으로 미리 작성해 놓은 2차 경위서와 사직서(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에 서명, 날인해줄 것을 요구하였고, 원고는 위 2차 경위서의 내용을 읽어본 후 2차 경위서와 이 사건 사직서에 서명, 날인을 마쳤다. 양×순과 박×임은 엘리베이터까지 원고를 배웅하면서 ‘더 좋은 모습으로 만나자’라는 인사를 건네기도 하였다.

(6)

한편, 원고가 위와 같이 사직서와 경위서에 서명, 날인을 마친 후 약 1시간 반 정도 경과되었을 무렵, 참가인 병원 내부 게시판에 원고의 퇴직인사 발령문이 게시되었다.

(7)

원고는 집에 있다가 ‘병가를 낸다고 하더니 사직을 한거냐’라는 동료 간호사의 전화를 받고 나서야 이 사건 사직서가 수리되었음을 알게 되었고, 이에 당일 오후 6시 경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참가인 병원의 노조지부장과 여러차례 통화를 시도하였으며, 1.8. 수간호사인 박×임을 만나 퇴직처리의 부당함을 항변하면서 그 대화내용을 녹취 하였고, 1.19.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기에 이르렀다.

[인정근거 : 갑 1호증, 갑 2호증의 1, 2, 갑 3호증, 갑 6호증, 갑 7호증, 갑 10호증, 갑13호증, 을 1호증, 을 2호증, 을 3호증, 을 5호증, 을 12호증, 을 13호증, 을 19호증의1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판단

(1)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다 할지라도,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 제출하게 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02.6.14. 선고 2001두11076 판결 참조).

위 각 인정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으로 병원내에 물의를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그 사실이 병원 원장에게까지 보고됨으로 인하여 신상에 불이익을 입을 것을 내심 걱정하고 있던 중 간호과장과 수간호사로부터 한달간 병가 후에 복직시켜줄테니 잠시 쉬라는 말을 듣게 되자 안도감을 느꼈을 것으로 보이고, 더구나 간호과장이 총무과에 제출하지 않고 본인이 보관하고 있겠다는 조건으로 2차 경위서 및 사직서를 요구하였을 뿐 아니라 2차 경위서에 ‘재차 이러한 일이 있을 경우 본인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의심없이 2차 경위서와 함께 제시된 이 사건 사직서에 연달아 서명, 날인하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이고, 사실관계가 이와 같다면 참가인 병원이 위와 같이 원고의 진의 아님을 알고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리하여 퇴직처리한 것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하고, 위 해고가 단체협약 등 관련 규정에 정하여진 제반 절차에 근거하여 이루어졌음을 볼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는 이상 그 하자가 중대하여 부당해고라 할 것이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라.

소결

따라서, 이와 달리 본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정형식

판사 이예슬

판사 허이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