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나,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맺어진 것이라고 봄이 원칙이다.
기간제보호법 제4조는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와의 사이에 2년의 범위 내에서 자유로이 그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음이 원칙이고, 다만 2년을 초과할 경우에는 기간제 근로자의 신분의 안정적 보장을 위하여 무기근로자로 본다는 취지일 뿐이므로, 참가인 법인이 기간제 근로자인 원고와 사이에 6개월의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계약이 기간제보호법을 잠탈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계약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재임용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재임용거부결정 등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당연퇴직되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나, 임용의 근거가 된 법령 등의 규정이나 계약 등에서 임용권자에게 임용기간이 만료된 근로자를 재임용할 의무를 지우거나 재임용 절차 및 요건 등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있어 근로자에게 소정의 절차에 따라 재임용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그 절차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자를 재임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 서울행정법원 제◇○○○○○○○ 판결
* 사 건 : 2009구합49152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정□■
* 피 고 :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
* 변론종결 : 2010.06.08.
* 판결선고 : 2010.07.22.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비용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1999.9.1. □△대학교 일반조교로 임용된 이래 2008.8.31.까지 1년 단위로 재임용 계약을 체결하여 총 9년 동안 일반조교로 근무해왔고, 2008.9.1. 근무기간을 6개월로 하는 재임용 계약을 체결한 후 2009.2.28. 일반조교 임기만료로 면직(이하 ‘이 사건 면직처분’이라 한다)된 사람이다.
참가인 법인은 □△대학교, ♥◈대학교, ♥▦▦▦대학 등 교육시설을 운영하는 학교법인이다.
원고는 이 사건 면직처분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위 지방노동위원회는 2009.7.8. 원고와 참가인 법인 사이의 근로계약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라 할 것이고,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된 이상 이 사건 면직 처분은 적법하다는 취지로 위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서울 2009부해1084). 이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 역시 2009.10.6. 같은 취지로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2009부해694,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 갑 2호증, 갑 4호증의 1, 2, 갑 5호증, 갑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원고와 참가인 법인 사이에 근로계약 기간이 약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내지 비진의 의사표시로 효력이 없다. 또한, 단기의 근로계약이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하여 갱신되어 온 것으로서 계약기간이 정해져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 따라서 원고가 근로계약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근로자에 해당하는 이상, 참가인 법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갱신계약의 체결을 거절하고 원고를 면직시킨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가사, 근로계약 기간의 정함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고에게는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있기 때문에,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이유 없이 원고를 면직시킨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관련 법령
■ 정관
제43조(임면) ⑤ 조교는 그 근무기간을 1년으로 하여 학교의 장이 임용하고 이사장에게 보고한다.
■ 조교인사규정(2003.3.1.)
제6조(임무) ① 일반조교는 교육, 연구 및 학사에 관한 사무를 보조한다.
제8조(임기) ① 일반조교의 임기는 1년으로 한다. 교육조교 Ⅰ,Ⅱ의 임기는 학기단위로 한다. 다만, 근무성적이 우수하고 재계약의 필요가 있을 때는 연장할 수 있다.
임용기간이 만료된 자가 재계약되지 않을 때는 당연 퇴직된다.
■ 조교인사규정(2008.9.1.개정)
제8조(임기) ① 일반조교의 임기는 1년으로 한다. 교육조교 Ⅰ,Ⅱ의 임기는 학기단위로 한다. 다만, 근무성적이 우수하고 재계약의 필요가 있을 때는 1회에 한하여 연장할 수 있다.
인정사실
참가인 법인 소속 □△대학교는 매학기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하여 일반조교를 임용하였고, 재임용 대상자에 대하여는 해당 학부 및 부서장의 추천을 거쳐 □△대학교총장의 위임에 따라 대학교육지원처장이 매번 각 부서로 발령통보를 하는 절차를 거쳐 1년 단위로 재임용계약을 체결하여 왔는데, 최근 3년간 재임용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일반조교의 수는 146명에 이른다.
참가인 법인은 2007.7.31.부터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보호법’이라 한다)이 시행됨에 따라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경우 무기▶◇◇로 전환해야 할 상황에 직면하게 되자, 일반조교직제를 폐지하고 행정보조원제를 신설하기로 하였고, 2008.8.20.경 2008.8.31.자로 계약기간 1년이 만료되는 □△대학교 소속 일반조교 40명에게 ① 5개월 분 임금 상당의 위로금을 수령하고 그 즉시 퇴직하는 방안과 ② 6개월간 계약기간을 연장한 후 2009.2.28.자로 퇴직하는 방안을 제시하였고, 연장신청 기간 내에 신청이 없을 경우 연장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
원고는 2008.8.22. 참가인 법인에 일반조교 6개월 연장임용 신청서(을 1호증)를 제출하였는데, 위 신청서에는 ‘2009.2.28.까지 근무한 후 당연 퇴직함에 일절 이의없이 동의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참가인 법인은 2009.2.27. 원고를 포함한 일반조교 140명에게 2009.2.28.자로 근로계약 기간만료로 면직됨을 통보하였고, 기존 일반조교 23명에 대하여는 행정보조원으로 직종을 전환하여 주었다.
[인정근거 : 갑 8호증의 1 내지 5, 을 1호증, 을 3호증, 을 4호증의 1 내지 8, 을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이 사건 근로계약 기간에 대하여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내지 비진의 의사표시인지 여부
살피건대, 참가인 법인은 기간제보호법의 시행에 대비하여 2008.8.31.자로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일반조교에 대하여 5개월 분 임금 상당의 위로금을 수령하고 그 즉시 퇴직하는 방안과 6개월간 계약기간을 연장한 후 2009.2.28.자로 퇴직하는 방안을 제시한 사실, 이에 원고는 후자의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참가인 법인에게 스스로 연장임용신청서를 제출하였고, 위 신청서에는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퇴직하겠다는 취지의 기재가 되어 있었던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가 근로계약기간이 정하여져 있는 연장임용신청서를 제출한 행위가 강압에 의하여 의사결정의 자유를 박탈당한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거나 비진의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고, 달리 이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기간의 정함이 형식에 불과한지 여부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나,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맺어진 것이라고 봄이 원칙이라 할 것이다(대법원 2006.2.24. 선고 2005두5673 판결, 대법원 2007.7.12. 선고 2005두224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참가인 법인은 원고에 대하여 총 9년 6개월간 1년 기간(마지막 임용계약은 6개월)을 단위로 임용계약을 체결하여 왔음은 앞서 본 바와 같으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참가인 법인은 정관 및 조교관리규정에 일반조교의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고 있고,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조교에 대하여는 소속 부서장의 추천을 거쳐 □△대학교 총장의 위임에 따라 대학교육지원처장이 매번 각 부서로 발령통보를 하는 등 재임용 절차를 거쳐왔으며, 재계약되지 못하는 조교는 당연퇴직처리하였던 점, 참가인 법인은 최근 3년간 146명의 일반 조교에 대하여 재계약 체결을 거절하고, 당연퇴직처리한 바 있는 점, 참가인 법인은 2008.8.31.자로 임용기간이 만료되는 일반조교들에 대하여는 1년을 근무기간으로 정하였던 기존 재임용 계약과는 달리 6개월 연장 임용 신청서를 제출받았고, 신청기한내에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신청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퇴직처리할 것임을 분명히 한 점, 원고가 2008.8.22. 참가인 법인에게 제출한 일반조교 6개월 연장임용신청서(을 1호증)에는 ‘2009.2.28.까지 근무한 후 당연 퇴직함에 일절 이의없이 동의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계약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고, 원고와 참가인 법인은 계약서에 기재된 대로 2008.2.28.까지를 근로계약기간으로 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할 것이다.
한편, 이에 대하여 원고는 참가인 법인은 기간제보호법의 적용을 잠탈하기 위하여 이 사건과 같이 6개월의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므로, 이러한 내용의 근로계약체결은 강행법규에 위반되는 것으로서 무효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기간제보호법 제4조는 사용자는 기간제 근로자와의 사이에 2년의 범위 내에서 자유로이 그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음이 원칙이고, 다만 2년을 초과할 경우에는 기간제 근로자의 신분의 안정적 보장을 위하여 무기근로자로 본다는 취지일 뿐이므로, 참가인 법인이 기간제 근로자인 원고와 사이에 6개월의 단기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하여,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 계약이 기간제보호법을 잠탈하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볼 수는 없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정당한 기대권이 존재하는지 여부
계약기간을 정하여 임용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재임용계약을 체결하지 못하면 재임용거부결정 등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당연퇴직되는 것이 원칙이기는 하나, 임용의 근거가 된 법령 등의 규정이나 계약 등에서 임용권자에게 임용기간이 만료된 근로자를 재임용할 의무를 지우거나 재임용 절차 및 요건 등에 관한 근거규정을 두고 있어 근로자에게 소정의 절차에 따라 재임용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그 절차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자를 재임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대법원 2005.7.8. 선고 2002두8640 판결, 대법원 2007.10.11. 선고 2007두11566 판결 참조).
이 사건에 관하여 보건대, 을 2호증, 을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참가인 법인은 정관에 조교의 근무기간을 1년으로 명시하고 있고(제43조), 조교인사규정(2003.3.1.)에 근무성적이 우수하고 재계약의 필요가 있을 때는 연장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을 뿐이며(제8조), 특히 2008.9.1. 위 조교인사규정 제8조를 개정하여 재계약을 연장한다고 하더라도 단 1회에 한하여서만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계약기간이 만료된 일반조교와 계약을 갱신할 의무를 지우거나 계약 갱신의 절차 및 요건에 관하여 따로 근거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그 밖에 원고에게 계약갱신에 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 이 부분 원고의 주장 역시 이유 없다.
소결
따라서 참가인 법인의 이 사건 면직처분이 부당해고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펴볼 필요없이 이유 없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박정화
판사 이예슬
판사 이승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