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요지
근로자에 대한 전보는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근로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에서 근로내용 또는 근로장소 등을 특정한 경우 이를 변경하는 내용의 전보는 근로자의 노무제공의무 및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 사용자의 지시.감독권.인사권 및 근로자의 복종의무를 포함하는 근로관계의 발생 근거가 되는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시키는 경우에 해당하므로(근로계약의 내용에 배치되는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를 정당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근로자 역시 이러한 인사권 행사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고, 설령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에 대한 전보처분을 함에 있어 적어도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사건 전보는 참가인들의 동의를 받거나 신의칙상 요구되는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고, 업무상 필요성이 이 사건 전보에 의한 참가인들의 생활상 불이익보다 크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며, 전보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도 불합리한 측면이 있으므로, 인사권 행사에 있어 사용자에게 부여된 재량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 서울행정법원 제13부 판결
* 사 건 : 2012구합42915 부당인사(전보)구제재심판정취소
* 원 고 : A 주식회사
* 피 고 : B
* 피고보조참가인 : 1. C, 2. D
* 변론종결 : 2013.06.20.
* 판결선고 : 2013.08.22.
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피고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여수시 F에 본사를 두고 상시근로자 70여 명을 고용하여 의약품 원료 및 중간체, 농생명제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2005년 4월경 G(이하 ‘G’이라 한다)로부터 H 주식회사로 분할된 후 2008.9.1. 현재와 같이 사명(社名)을 변경하였고, 여수시 I에 J공장을, 서울 마포구 K에 L사무소를 두고 있다. 참가인들은 1982.4.1. G의 시험연구원으로 입사하여 원고 회사로 고용이 승계되어 원고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다.
원고는 2012.5.22. 참가인들에 대하여 같은 해 6.1.자로 각 혁신팀 과장으로 전보하면서 참가인 C은 서울사무소로 파견하는 내용의 전보명령(이하 ‘이 사건 전보’라 한다)을 하였다.
참가인들은 2012.5.31.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전보가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2.7.19. 참가인들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였다. 원고는 2012.8.6.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부당전보구제 재심신청을 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전보는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임원진을 개편하였음에도 실적이 개선되지 않아 최후 수단으로 근무성적 등이 불량한 간부직원들을 상대로 행해진 것으로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 반면 참가인 C의 경우 이 사건 전보로 근무지가 변경되었으나 원고로부터 이전비를 지급받아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참가인 D의 경우 근무지의 변동이 없으며, 참가인들 모두 임금 등 주요 근로조건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생활상 불이익이 거의 없다. 전보에 있어 사전 협의는 전보의 효력을 좌우하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고 부정기 인사의 경우 사전 협의 없이 전보명령이 발령되는 관행이 있었기 때문에 협의절차가 없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전보가 위법하다고 볼 수도 없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관계 규정
■ 취업규칙
제21조(전보) 전보는 정기전보와 부정기(수시)전보로 구분한다.
제23조(부정기전보) 정기전보 이외에 긴급을 요할 때는 전보원칙에 의거하여 해당 부서장이 인사담당 주관부서에 전보요청한다.
■ 인사평가규정
제17조(평가등급 결정) ① 주관부서는 개인별 최종점수에 따라 간부직과 일반직으로 구분한 종합인사평가표(별지서식 제6호)를 작성하고 아래<생략>와 같이 평가등급을 부여한다.
“S'와 ”D”등급은 인사위원회에서 심의하여 조정한다
제19조(평가결과 활용) ① 인사평가결과는 연봉조정, 성과급지급, 승진, 승급, 교육훈련, 전환배치 등에 활용한다.
인사평가결과 평가성적이 3회 이상 “D”등급인 자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사직을 권고할 수 있다.
제20조(평가결과의 통보) 1차 평가자(직속상사)는 확정된 인사평가결과를 피평가자별로 면담 등을 통해 인사평가결과통보서(별지 서식 제5호)에 의하여 개별 통보한다.
제21조(재검토 요청) ① 피평가자는 인사평가결과에 대하여 이의가 있을 경우 인사평가결과를 통보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
주관부서는 피평가자로부터 재검토 요청이 접수되면 이를 즉시 사장에게 보고하고, 14일 이내에 재검토하여 그 결과를 반영한다.
■ 출장여비규정
제23조(국내 부임여비) 전보(계열사 전출입 포함) 등으로 인하여 거주이전을 요하는 경우에는 이에 소요되는 일수에 따라 <별지서식 제4호> 출장여비 지급기준표에 의한 본인의 국내 출장여비 및 이전비를 부임여비로 지급한다.
제25조(이전비)
국내부임 시에 단신 부임하는 경우의 이전비는 1개월 기본급의 반액을 지급하고, 부양가족을 동반할 경우의 이전비는 1개월 기본급의 전액을 지급한다. 다만, 회사에서 가재도구운송, 사택 등의 편의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위 지급액의 반액까지 감액 지급할 수 있다.
인정사실
참가인들은 1982.4.1. G 시험연구원으로 입사한 뒤 이 사건 전보가 있기 전까지 30년가량 동안 여수시에 있는 원고 산하 시험연구실, 부설연구소에서 근무하면서 유기합성화합물 연구.분석 업무를 수행하였다. 참가인들은 G에서 원고 회사가 분할되는 과정에서 2005.4.1. 원고 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각 근로계약서에는 참가인들의 소속을 부설연구소로 하고, 참가인들의 업무는 부설연구소 분장업무에 의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원고의 2009년부터 2012년 1분기까지의 매출액, 영업이익, 영업이익률은 다음<생략>과 같다.
원고가 대리 이상의 간부직원에 대하여 실시한 2010년/2011년도 종합인사 평가결과에 의하면, 2010년에는 평가직원 21명 중 참가인 C이 19위(C등급), 참가인 D이 21위(C등급)였고, 2011년에는 평가직원 22명 중 참가인 C이 17위(B등급), 참가인 D이 19위(C등급)였다. 2010년 및 2011년의 평가점수를 종합할 경우 평가직원 22명 중 참가인 C은 17위(B등급), 참가인 D은 19위(C등급)로 하위 30% 이내에 해당한다. 그런데 참가인들은 원고로부터 2010년/2011년 종합인사 평가결과를 통지받지 못하였다. 참가인 C은 2009년, 2010년에 감봉 1개월, 근신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고, 참가인 D은 2008년 근신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고 2012년경 안전사고를 유발하였다.
원고는 2012.4.25. 이사회에서 영업실적 개선을 위하여 임원진을 대폭 개편하였음에도 영업실적이 호전되지 않아, 조직운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경영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혁신팀을 신설하고 2급 이상의 간부직원 중에서 종합인사 평가결과 하위 30% 이내 또는 업무(성과)부진자 등을 혁신팀으로 전보하여, 업무개선의 기회를 부여하고 생산성 향상을 도모한다는 내용의 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켰다.
원고 산하 부설연구소장 L은 2012.5.21. 부서의 인력구조조정 필요성을 이유로 참가인들에 대한 전출을 요청하는 내용의 직원인사발령(전출) 요청서를 원고에게 제출하였다[원고가 이 법원에 제출한 전보의견서(갑 제6호증)는 이 사건 전보가 있은 뒤 3개월가량 지난 2012.8.14.경 작성된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전보에 관하여 참가인들로부터 동의를 받거나 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 원고가 신설한 혁신팀에는 참가인들만 소속되어 있고 별도의 업무공간이 없어 참가인들은 소회의실 등에서 대기하고 있다. 원고는 참가인들에게 업무를 부여하지 아니하였다.
참가인 C은 2012.6.29. 원고의 출장여비규정에 따라 원고로부터 이전비로 1개월분의 기본급을 지급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 7, 8, 10, 11호증, 을 제1 내지 3, 5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전보는 참가인들의 동의를 받거나 신의칙상 요구되는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고, 원고가 주장하는 업무상 필요성이 이 사건 전보에 의한 참가인들의 생활상 불이익보다 크다고 보이지도 아니하며, 전보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도 불합리한 측면이 있으므로, 인사권 행사에 있어 사용자에게 부여된 재량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근로자에 대한 전보는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상당한 재량이 인정된다고 할 것이나, 근로자와 체결한 근로계약에서 근로내용 또는 근로장소 등을 특정한 경우 이를 변경하는 내용의 전보는 근로자의 노무제공의무 및 사용자의 임금지급의무, 사용자의 지시.감독권.인사권 및 근로자의 복종의무를 포함하는 근로관계의 발생 근거가 되는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시키는 경우에 해당하므로(근로계약의 내용에 배치되는 사용자의 인사권 행사를 정당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근로자 역시 이러한 인사권 행사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러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고, 설령 근로자의 동의를 받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해당 근로자에 대한 전보처분을 함에 있어 적어도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원고는 2005.4.1. G에서 분할되는 과정에서 참가인들과 사이에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참가인들의 소속과 업무를 부설연구소에 관한 것으로 특정하였고, 참가인들은 시험연구원으로 원고 회사에 입사한 후 30년 동안 부설연구소 등에서 연구.분석 업무만 수행하였다. 이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볼 때, 원고와 참가인들 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참가인들의 소속 및 업무를 특정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원고는 참가인들에 대하여 부설연구소 소속에서 혁신팀으로 전보함에 있어 참가인들로부터 동의를 받지 아니하였고 참가인들에게 이 사건 전보의 업무상 필요성 등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하는 등의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치지도 아니하였다. 기업이 경영상황 개선 등을 위해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수급을 조절하는 인사명령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고 경영상황에 따라 불가피하게 직제를 폐지하는 등의 사정이 있을 경우 업무 등이 특정된 근로자의 동의를 얻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러한 경우에도 신의칙상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고, 이 사건 전보의 경우 아래에서 보는 바와 같이 참가인들의 동의 또는 협의절차를 거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거나 긴급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다고 보이지도 않는다.
원고의 영업이익, 영업이익율이 2009년 이후 감소하기는 하였으나, 2012년 1분기까지 지속적으로 흑자경영을 유지하고 있었고, 2011년도 전체 매출액은 2009년보다 증가하였다. 참가인들이 소속되어 있던 생산.연구본부 산하 부설연구소의 정원이 감소되거나 직제가 폐지되는 등의 사정이 없었다. 혁신팀을 신설하기는 하였으나 혁신팀의 업무공간도 마련되지 아니하였고 업무가 부여되지도 아니하였다. 2010년/2011년도 종합인사 평가에서 간부직원 22명 중 참가인들은 각 17위, 19위로 평가되었는데, 참가인들보다 하위의 평가를 받은 직원들에 대하여는 전보가 행해지지 아니하였다. 이 사건 전보는 업무성과가 부진한 직원들에 대하여 업무개선의 기회를 부여하여 자기계발과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려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참가인들의 경우 이 사건 전보 당시 정년이 1년가량밖에 남지 아니하였기 때문에 이 사건 전보로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취업규칙 제23조는 긴급을 요하는 경우 부정기전보를 실시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기록을 살펴보아도 이 사건 전보에 정기인사를 기다리지 못할 만한 긴급한 경영상 필요가 있었음을 인정할만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 이와 같은 여러 사정들을 고려해 볼 때 원고가 참가인들에 대한 이 사건 전보를 단행할만한 업무상 필요가 현저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반면, 이 사건 전보로 참가인 C은 상당히 오랫동안 생활한 여수를 떠나 서울로 생활근거지를 옮기게 되었다. 비록 출장여비규정에 의해 1개월 기본급에 해당하는 이전비가 지급되었으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참가인 C이 입게 될 생활상 불이익이 보상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참가인들은 30년가량 부설연구소 등에서 연구직으로 종사하였고, 2007년경 과장으로 승진하여 계속 근무하였는데, 정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별도의 업무공간도 없이 일정한 업무를 부여하지도 아니한 채 소회의실 등에서 대기하도록 하는 것은 참가인들로 하여금 감당하기 어려운 정신적.심리적 고통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들이 이 사건 전보 대상자로 선정된 데에는 이들에 대한 종합인사 평가결과가 주된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인사평가규정 제19조 내지 제21조에 의하면 인사평가결과가 연봉조정, 성과급지급, 승진, 전환배치 등에 활용되는 중요한 자료이기 때문에 인사평가결과를 피평가자들에게 개별적으로 통보하여 피평가자들이 인사평가결과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원고는 2010년/2011년도 종합인사 평가결과를 참가인들에게 통지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들에 비하여 낮은 평가를 받은 직원들에 대하여는 전보가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참가인들이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고 안전사고를 유발한 적이 있다는 등의 사정만으로 이와 같은 전보대상자 선정이 정당화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해 볼 때 이 사건 전보의 대상자 선정에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반정우
판사 김진하
판사 김정환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