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13. 9. 4.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13부해554 부당해고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1971. 1. 16. 설립되어 C에서 상시근로자 181명을 사용하여 고등교육 및 신학교육 실시를 목적으로 하는 학교법인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0. 4. 19. 원고 법인에 입사하여 원목으로 근무하다가 2013. 4. 18. 계약기간이 만료된 자이다.
참가인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되었음에도 원고가 2013. 4. 18. 계약기간의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의 종료를 통보한 것은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면서 2013. 4. 19.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하였는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3. 6. 11. '참가인의 경우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5호,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1호의 사유가 있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아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2013. 4. 18. 기간만료로 종료되었고, 설령 그와 같이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참가인이 원고에게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위하여 계속적 근로관계를 일시적으로 유지해 줄 것을 적극적으로 요청하여 원고가 이를 신뢰하고 근로계약을 연장해 준 것이므로 참가인이 원고에게 제공한 신뢰에 반하여 2013. 4. 18.자 근로계약 종료의 효력을 다투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비추어 허용될 수 없고, 이러한 결론이 기간제법의 취지에도 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서울2013부해1128).
이에 참가인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13. 9. 4. '참가인의 경우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5호,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1호의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되고, 위 규정은 기간제근로자의 보호를 위한 강행규정이며, 따라서 참가인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음에도 원고가 2013. 4. 18. 근로계약의 종료를 통지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에게 참가인의 원직복직 및 참가인에 대한 해고기간 동안의 임금상당액의 지급을 명하였다(중앙2013부해554).
[인정 근거] 갑 제7,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참가인은 경건훈련원 원목으로서 경건훈련과목 학점관리 및 특강, 예배인도, 채플관리, 학생상담 등의 업무를 담당하였는데, 참가인은 원고와 근로계약 체결 후 4개월만에 신학(설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이는 참가인이 담당하는 업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분야이다. 따라서 참가인에게는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5호,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1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간제근로자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사유가 존재하고, 따라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으므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2013. 4. 18. 기간만료로 종료된 것이지,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다.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입법취지는 사용자에게 근로자를 계속 사용할 필요성이 있음에도 편법적으로 근로계약을 하는 것을 방지하여 근로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원고 입장에서는 참가인을 계속 근무하게 할 필요성이 없었고, 이에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하였는데, 참가인이 다른 일자리를 구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근로계약을 해달라고 하면서 '1년의 재계약 기간 안에 목회지를 찾아서 이동할 것을 약속한다'는 각서를 제출하였기에 목사의 양심을 믿고 참가인의 편의를 배려하여 1년 기간으로 근로계약을 한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참가인은 태도를 바꾸어 근로기간이 2년을 넘었으니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는바, 이러한 참가인의 주장은 기간제법의 입법취지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 언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할 것이므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이 무기계약직 근로자가 되었다고 볼 수 없고, 따라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2013. 4. 18. 기간만료로 종료된 것이지,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다.
관계 법령
인정사실
참가인은 2010. 4. 19. 원고 법인에 입사하여 D캠퍼스 경건훈련원 원목으로 근무하였는데, 당시 입사를 위한 공고에서는 박사 학위를 자격요건으로 요구하지 않았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작성한 근로계약서의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참가인은 입사 후 경건훈련원 원목으로서 '개강수련회 전체 진행 관리 업무, 경건예배 관리 업무, 신입생 경건훈련 전반에 관한 업무, 기타 학생 상담 및 영성지도 업무' 등을 수행하였고, 2010년 8월경 원고가 운영하는 E대학교에서 신학(설교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원고는 참가인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고 2012. 3. 16. 참가인에게 2012. 4. 18.자로 계약기간이 만료됨을 통지하였다.
참가인은 원고로부터 위와 같이 계약기간만료를 통지받은 후 원고가 재계약을해 주지 않자, 각서라도 써서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해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서 2012. 4. 19. 각서를 작성하여 원고에게 제출하였는데, 각서의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고는 2012. 4. 19. 참가인과 1년의 계약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는데, 당시 작성된 근로계약서의 주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고는 2013. 3. 25. 참가인에게 2013. 4. 18.자로 근로계약이 만료된다고 통지하였고, 2013. 4. 19. 참가인에게 2013. 4. 18.자로 이미 임용계약기간이 종료되었음을 통지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6, 7,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해당 여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5호는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와 정부의 복지정책·실업대책 등에 따라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를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로 규정하고 있고,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1호는 '박사 학위(외국에서 수여받은 박사 학위를 포함한다)를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를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5호에서 규정하는 사유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으며,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사용자가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서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의 의미는 문언상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해당 전문지식을 근로자의 직무에 활용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고, 위와 같은 전문직 특례를 인정한 이유는 ① 2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기업이 그 전문성이 계속 필요한지 여부나 그 전문성을 근로자가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의 판단이 쉽지 않을 수 있어 2년 후 무기근로계약으로 간주하기보다는 고용을 유연하게 할 필요가 있고, ② 그렇게 해도 이러한 전문직종은 사용자를 상대로 충분한 교섭력을 가지기 때문에 기간제한을 통해 보호할 필요성과 당위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기간제 사용의 남용이 우려되지 않는다는 점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위 규정이 오로지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근로자들에 비해 차별을 받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해당 전문지식을 근로자의 직무에 활용하는 경우'이기만 하면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에 해당되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보게 되는 경우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라도 박사 학위 소지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아무런 근거 없이 차별하는 것이 되어 형평에 반하는 해석이 된다. 따라서 기간제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1호는 앞서 본 요건 외에도 '직무 내용, 전문성 및 업무 난이도 등을 고려하여 그 필요성이 있다고 보아 해당 분야 박사 학위 소지를 근로계약 체결의 조건으로 삼았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예를 들면 박사 학위 소지를 근로계약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삼지는 않았지만 근로계약 체결에 있어 박사 학위 소지에 상당한 가점을 부여하는 등으로 사실상 박사 학위 소지자가 아닌 한 근로계약이 체결될 수 없는 경우)'라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 적용될 수 있다고 좁게 해석해야 할 것이다(또한 이와 같이 박사 학위 소지를 근로계약 체결 단계에서 요구되는 경우로 좁혀서 해석하지 않으면 근로계약 체결 후 박사 학위를 취득하게 된 경우 원래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될 수 있던 기간제 근로관계가 사후적으로 그 적용이 배제되도록 바뀔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도 불합리하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이 원고법인에 입사할 당시 해당 분야 박사 학위 소지는 근로계약 체결의 조건이 아니었고, 사실상 박사 학위 소지자가 아닌 한 근로계약이 체결될 수 없었던 것도 아니었으므로 참가인의 경우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에 해당하여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신의성실의 원칙 위배 여부
민법상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하여서는 아니된다는 추상적 규범으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그 권리의 행사를 부정하기 위하여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공여하였다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어야 하고, 이러한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한편, 강행법규에 위반한 자가 스스로 그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한다면, 이는 오히려 강행법규에 의하여 배제하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셈이 되어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하게 되므로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와 같은 주장은 신의칙에 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8. 22. 선고 2003다19961 판결, 대법원 2004. 10. 28. 선고 2004다5556 판결 등 참조).
그런데 기간제법 제4조는 제1항 본문에서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는 한편, 단서에서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 예외를 규정하고 있고, 제2항에서 '제1항 단서의 사유가 없거나 소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들의 입법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 지위의 안정화라는 목표와 사용자가 경기 변동에 따라 고용량을 조절할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라는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함이고, 이러한 입법취지 등에 비추어 볼 때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은 강행규정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을 적용하여 참가인이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기하여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라고 주장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는지가 문제인바, 앞서 든 사실 및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원고는 참가인과의 2년의 계약기간이 종료되자 재계약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 점, ② 이에 참가인은 원고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스스로 '목사의 신분과 양심을 걸고 재계약 기간 안에 목회지로 찾아서 이동할 것을 약속드리며, 또한 어떠한 법적인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확약드립니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원고에게 제출하면서 재계약을 요청한 점, ③ 원고는 참가인의 사정을 배려하고자 위와 같은 각서의 내용을 믿으면서 참가인과 1년간 재계약하기로 하고, 앞서 본 각서의 내용을 근로계약서에 명기한 점, ④ 위와 같이 원고가 참가인을 배려하였음에도 참가인은 계약기간 종료 후 앞서의 약속과 달리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주장하면서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되었다고 주장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면, 참가인은 원고에게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주장하지 않을 것에 대한 신의를 공여하였고, 목사의 신분과 양심까지 운운한 참가인의 약속에 대해 원고가 신의를 가졌음은 당연하며, 이에 원고가 재계약을 통해 참가인에게 다른 목회지를 찾아서 이동할 수 시간을 부여하는 배려를 해 주었음에도 참가인이 계약기간이 종료되자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을 주장하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한 요건은 모두 갖추어졌다고 보아야 하고, 한편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을 강행규정이기는 하나, 이는 기간제근로자의 불안정한 고용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사용자로 하여금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도록 함과 동시에 위 규정에 의해 2년을 초과한 기간제근로자의 경우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본다는 것이므로 앞서 본 바와 같이 해석한다고 하여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입법취지를 완전히 몰각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인 데다가 앞서 본 사정을 고려하여 볼 때 강행법규에 위반한 자가 스스로 약정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반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그 주장을 배척하기 위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참가인은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의 적용을 주장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고, 이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따라서 이와 결론을 달리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승택(재판장) 이병희 김태훈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