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15. 4. 23. 원고와 피고 보조참가인 사이의 중앙2015부해203/부노30 병합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 중 부당 대기발령에 관한 부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 보조참가인이 부담하고, 나머지 부분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와 내용
원고는 1980. 1. 4. 설립되어 버스 여객자동차운송사업 등을 하는 회사이다.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2. 7. 24. 원고에 입사하여 버스기사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14. 10. 3.부터 2014. 11. 11.까지 참가인에 대하여 대기발령을 명하였다(이하 '이 사건 대기발령'이라 한다).
참가인은 2014. 12. 2.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대기발령에 대한 구제신청을 하였고,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5. 1. 26.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참가인은 그에 불복하여 2015. 3. 4.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5. 4. 23. "이 사건 대기발령은 징벌적 징계의 성격이 내재된 것으로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 반면에 생활상 불이익은 작지 않는 등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지 않으므로 부당하다"는 이유로 부당 대기발령임을 인정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요지
참가인은 원고의 통상적인 업무 지시를 거부하고 고의적으로 지연 출발 및 운행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이로 인한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대기발령은 원고의 인사권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인사명령이어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판단
관련 법리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 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 권한에 속한다.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대기발령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과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 교량, 근로자와의 협의 등 대기발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등 참조).
인정 사실
원고는「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11-5번 시내버스 노선 등의 여객자동차운송사업 면허를 받고 2014. 7.경부터 아래 표 기재와 같이 버스를 운행하였다. 원고의 B은 매일 배차 순번과 간격, 휴게시간 등을 고려하여 해당 버스기사에게 출발을 지시하고 그 출발 시간을 배차일보에 기재하였다.
참가인은 2014. 7.경부터 2014. 9.경까지 여러 차례 배차 시각보다 늦게 출발하거나 지연 운행을 하였다. 이에 따라 참가인의 뒤 순번에 배차된 버스기사가 참가인보다 먼저 운행을 나가게 되거나(총 22일), 막차 시간이 경과하여 참가인이 정해진 운행횟수(1일 6회)를 모두 채우지 못하기도 하였으며(총 7회), 다른 버스들까지 결행되기도 하였다. 구체적인 예로 2014. 10. 1. 참가인과 다른 버스기사들의 운행 시간과 횟수는 아래 표 기재와 같다.
원고 소속 버스기사들은 노선을 1회 운행한 후 약 30~40분 간격을 두고 다시 다음 회차 운행을 하였다. 그 구체적인 예로 2014. 7. 3. 첫 번째 순번으로 배차된 버스기사의 운행 간격은 아래 표 기재와 같다.
한편 참가인은 2014. 8. 1. 원고로부터 무단결근을 이유로 '승무정지 20일'의 징계를 받아 2014. 8. 1.부터 2014. 8. 20.까지 버스를 운행하지 않았다.
원고는 2014. 10. 2. 참가인에게 구두로 대기발령을 명하였다. 그 과정에서 원고의 L이 참가인에게 면담을 요청하기는 하였으나 대기발령의 사유나 기간을 별도로 고지하지는 않았다. 참가인은 이 사건 대기발령 기간 동안 격일로 오전 9시에 사무실에 출근한 후 버스를 운행하지 않은 채 오후 6시까지 대기하다가 퇴근하였다.
원고는 2014. 11. 20. 참가인에게 이 사건 대기발령 기간 동안의 통상임금 합계 950,019원을 지급하였다(10월분: 시급 6250.07 × 8시간 × 15일 = 750,015원 상당, 11월분: 시급 6250.07 × 8시간 × 4일 = 200,004원 상당).
참가인의 단체협약과 취업규정 중 관련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5~12호증(각 가지번호 포함), 을나 1, 3,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대기발령이 적법한지 여부
이 사건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지 여부
앞서 인정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를 통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원고가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할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버스는 일반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정기적이고 계속적인 운행계획이 확정되어 있어야 하고, 버스운송사업 관련 종사자들은 일반 시민의 편리하고 안전한 버스 이용을 위해 정해진 시간에 예정된 운행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
사용자의 배차 지시는 그 목적 수행을 위하여 근로계약 등에 따라 내리는 통상적인 업무명령에 속하는데, 운전기사가 특별한 사정없이 이를 거부하는 것은 근로계약 등에 따른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의무인 근로 제공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것과 다름없다(대법원 1994. 9. 13. 선고 94누576 판결 등 참조).
참가인이 여러 차례 의도적으로 배차 시각보다 늦게 출발하거나 지연 운행함으로써 원고가 원래 지시한 배차 순번이 자주 뒤바뀌게 되고 대외적으로 예정된 버스 운행이 종종 결행되기도 하였다. 참가인의 이와 같은 행위로 원고의 배차 질서에 혼란이 생겨 업무 장애가 발생하고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운송 수익 상실, 대외적인 신용 저하 등 추가적인 손실도 발생하게 하였다.
버스기사의 안전 운행을 위하여 충분한 휴게시간이 보장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① 버스운송사업의 특수성 및 공익성, 그리고 버스기사들 사이의 배차 간격, 운행 시간과 휴게시간이 서로 밀접하게 관련된 사정을 감안하면 버스기사의 휴게시간은 어느 정도 탄력적·유동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는 점, ② 원고의 취업규칙 제10조에서도 "운전직 사원의 경우는 각 노선별 배차 시간표에 의거 분할 휴식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③ 앞서 본 운행 간격을 감안하면 원고가 소속 버스기사들에게 노선을 1회 운행한 후 평균 25~30분 정도의 휴게시간을 보장해 준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④ 회사가 휴게시간을 보장해주지 않는 등의 문제는 행정 제재 등이 이루어지도록 함으로써 해결함이 더 효율적인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가 자신의 고정적인 휴게시간 확보만을 이유로 지연 출발하거나 운행한 행위를 정당화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참가인의 근무일이 아닌 날(2014. 11. 13.)에도 다른 버스기사에 의해 지연운행이 이루어진 것은 맞다. 하지만 교통사고 발생, 출퇴근 시간 등 시간이나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버스 운행이 불가피하게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참가인의 의도적인 지연 운행의 경우와 달리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그런 단 하루의 상황만을 가지고, 참가인의 지연 운행으로 원고의 배차 질서에 혼란이 생긴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과의 비교형량
이 사건 대기발령이 원고의 버스 배차·운행 질서가 교란되어 원고의 업무에 장애가 생기고 나아가 일반 시민인 승객들에게 불편을 주어 공익을 해한 점 등에 비추어 이루어졌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반면 그로 인한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에 관하여,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2014. 10. 3.부터 2014. 11. 11.까지 이 사건 대기발령을 하였는데 격일제 근무였던 것을 고려하면 실제 대기발령 기간은 약 19일인 점, 이 사건 대기발령 기간 동안 원고가 참가인에게 시급에 따른 임금 합계 약 95만 원을 지급한 점 등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이 사건 대기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을 그로 인한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과 비교하여 따져볼 때 업무상 필요성이 생활상 불이익을 능가할 정도로 중대하고 크다고 본다.
이 사건 대기발령의 절차상 위법 유무
원고가 참가인에게 구두로 이 사건 대기발령을 명하면서 그 사유나 기간을 별도로 고지하지는 않았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그러나 ① 대기발령을 명하기 전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대기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는 없는 점(대법원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② 원고가 B을 통해 하루 전에 참가인에게 이 사건 대기발령 사실을 알렸고 이에 참가인이 특별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던 점(갑 1호증의 기재), ③ 그간의 상항에 비추어 참가인이 이 사건 대기발령의 사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고 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대기발령을 위법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의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소결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대기발령이 적법하다고 보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고 판단한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인용한다.
판사 홍진호(재판장) 박광민 김노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