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모두 한의사이다.
참가인은 2014. 4. 10. 서울 강남구 소재 'C한의원'(이하 '이 사건 한의원')을 개설하고 상시 근로자 약 20명을 고용하여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원고는 종전 약 15년간 한의원을 개설하여 한방진료행위에 종사하다가 2015. 12. 15. 참가인과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 그 무렵부터 2016. 5.경까지 이 사건 한의원에서 한방진료행위를 하였다.
원고는 2016. 5.경 왼쪽 발에 입은 상처가 악화되어 2016. 5. 23. D병원에서 입 원·치료를 받고 2016. 7. 30.경 퇴원하였으나, 퇴원 후에도 약 20일이 지나도록 이 사건 한의원에 출근하지 못하였다.
이에 참가인은 2016. 8. 19. 원고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근로계약 해지통지서'를 보냄으로써 원고를 해고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
원고는 이 사건 해고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16. 9. 1.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를 신청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6. 10. 31. '참가인이 원고를 다른 한의사 월급의 2~3배 정도인 1,500만 원에 고용하였고 원고가 2016. 5. 23.부터 2016. 8. 17.까지 질병으로 출근하지 못하였으며 향후에도 기존 수준의 근로 제공이 어려워 이 사건 한의원의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이므로 해고사유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 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7. 3. 2. 초심 판정과 같은 취지로 이 사건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하여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11, 14호증, 을가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이 사건 해고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무효임에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이와 달리 판단하였으므로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원고는 2016. 5. 19. 이 사건 한의원에서 환자에게 교정시술을 시행하다가 왼쪽 발이 미끄러지며 침상 다리에 왼쪽 발바닥 부위를 부딪쳐 상처를 입었는데(이하 '이 사건 사고'), 증세가 악화되어 2016. 5. 23. 당뇨병성 족부병변(이하 '이 사건 상병')의 진단을 받고 입원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부상으로 인한 질병이다. 가사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한의원에서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원고는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이 요구되는 교정시술 전문으로 이 사건 한의원에 고용되어 과로하였고 업무상 누적된 과로와 스트레스가 족부의 단순한 상처를 당뇨병성 병변으로 악화되는 데 영향을 미쳤으므로, 이 사건 상병은 업무상 질병에 해당한다. 사용자는 업무상 질병으로 치료 중인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음에도, 참가인이 이를 어기고 이 사건 해고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무효이다.
더욱이 원고는 참가인에게 입원치료를 포함하여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 참가인의 동의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원고가 퇴원 후 참가인에게 주 3일 근무와 이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겠다고 제안하기도 하였으나 참가인이 이에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아니하여 근로 제공을 할 수 없었다. 따라서 장기간 근로를 제공하지 못하는 사정을 이유로 한 이 사건 해고는 그 사유가 정당하지 못하여 무효이다.
관련 법령 및 계약 내용
판단
인정사실
참가인은 원고가 턱관절 장애 치료, 비수술 척추·관절 치료에 관해 다양한치료 케이스와 임상 경험, 노하우를 갖추었다고 판단하여, 원고에게 상대적으로 고액의 보수를 지급하기로 약정하고 그 분야 진료에 전문적으로 종사하도록 하기 위하여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한의원의 수진자들은 대부분 교정치료를 희망하는데, 교정 부위가 적은 환자는 한의사 1명이 담당하고, 전신교정 대상인 환자는 한의사 2명이 담당하였다. 후자의 경우 먼저 한의사 1명이 약 20분~25분 정도 교정 시술을 한 뒤, 다른 한의사 1명이 5분~10분 정도 교정 시술을 마무리한다. 이 사건 한의원에서는 편의상 교정 순서의 앞뒤에 따라 먼저 시행하는 교정치료를 '앞 교정', 이후에 시행하는 교정치료를 '뒷 교정'이라고 부른다. 원고는 대체로 뒷 교정을 맡아 주로 목과 턱관절 등 신체 상부의 교정시술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한의원에서 진료를 시작한 지 약 5개월이 지난 2016. 5. 23.경 D병원 정형외과에서 '당뇨병성 족부병변'으로 진단받은 뒤, 2016. 5. 24. 절개배농수술 등을 받고 2016. 7. 30.까지 입원하였다. 위 병원 의료진이 2016. 5. 23. 작성한 원고의 외래초기평가지에는 '3일 전에 악화됨, 당뇨 없음, 고열 동반, 5번 중족골두 부위 깊은 궤양 상처, 주위로 감염됨, 입원하여 내일 절개배농수술, 4주 전부터 특이외상 없 이 하지부종 있었으나 5일 전 침대에 부딪히면서 왼쪽 발바닥 쪽 상처'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참가인은 2016. 6. 19. 이 사건 한의원에서 일하는 한의사 E과 함께 입원 중인 원고에게 병문안을 갔다. 원고는 그 자리에서 참가인에게 '앞으로 2~3개월가량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다. 진단받은 질환이 과로 때문이므로 산업재해 보상 급여를 신청하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E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당시 상황에 관하여 아래와 같이 진술하였다.
원고는 2016. 7. 7.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요양급여 및 휴업급여를 신청하기 위하여 사업주인 참가인에게 업무상 재해의 발생원인에 관하여 '원고가 이 사건 한의원에서 다쳤다'는 점에 관해 확인을 요청하며 이메일로 그 내용이 담긴 산재 신청서를 송부하였다. 참가인은 그 신청서의 사업주 서명란에 서명하지 않았다.
원고는 퇴원 이후인 2016. 8. 8. 참가인에게 '2016. 8. 20. 이후 출근을 할 수 있고 주 5일 근무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주 3일 정도(격일로) 출근한다면 충분히 환자를 시술할 수 있을 것 같다. 연봉은 주 5일 기준에서 주 3일 기준으로 적용한 비율로 환산하여 받겠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으나 참가인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참가인이 앞서 본 것처럼 2016. 8. 19.경 원고에게 이 사건 해고 통지를 하자, 원고는 2016. 8. 24. 참가인을 만나 근로관계 종료의 위로금 명목으로 3개월분의 임금을 요청하였다. 참가인은 2016. 8. 31. 원고의 계좌로 해고예고수당 13,293,860원을 송금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은 무렵부터 업무상 재해 또는 산재신청에 관하여 원고와 참가인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원고는 이 사건 상병을 진단받기 직전 2016. 5. 20.과 2016. 5. 21.에도 이 사건 한의원에 출근하였다. 원고의 이 사건 한의원에서 근무시간은 11:00부터 21:00까지이다. 원고는 산재 요양급여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원고는 2016. 5. 19. 과로한 상황에서 초과 근무로 교정시술을 하다가 발바닥 상처를 입었고, 슬리퍼를 신고 서서 일하는 직업'이라고 기재하였다.
F협회장은 이 법원의 감정촉탁에 응하여 '당뇨족은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족부에 혈행 및 신경장해가 발생하여 상처의 치유가 되지 않는 등의 여러 증상을 일컫는다. 이 사건 상병의 경우 당뇨로 인한 족부의 혈행 신경장해 상태에서 상처를 입은 후 치유되지 않아 여러 증상이 발현되고 수술을 시행하였다. 사고 당시의 상처가 어느 정도인지 확인이 되지 않으나 즉시 치료받기 위해 병원에 가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아주 심한 손상은 아닌 것으로 보이고 그럴 경우 당뇨족이 아닌 일반적 상태라면 궤양 및 전신 감염으로까지 진행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다. 외상의 기여도는 50% 정도로 사료된다. 과료 및 스트레스가 당뇨족에 미치는 영향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현재 기록으로는 판단이 어렵고, 당시 절개배농술이 필요한 정도의 중등도 상처를 입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6, 7, 8, 12 내지 18호증, 을가 제3, 4, 5호증, 을나 제1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F협회장에 대한 감정촉탁 결과, 변론 전체의 취지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해고제한 기간 내 해고로서 위법한지 여부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법 제23조 제2항). 앞서 본 것처럼 원고는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해 이 사건 한의원에 이 사건 근로계약상의 근로를 장기간 제공하지 못하였으나, 위 조항에 따르면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 등에는 해고가 제한되므로, 먼저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앞서 본 사실관계와 그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주장 및 제출 증거만으로는 원고가 업무 중 이 사건 사고를 당했다고 보기 부족할 뿐만 아니라 원고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기존 질병인 당뇨와 업무 외적인 상처를 자연적인 진행 경과 이상으로 급격하게 악화시켜 이 사건 상병을 유발하였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원고의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 질병에 해당함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가 2016. 5. 23. 이 사건 상병으로 처음 병원에 가며 참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는 '업무가 고되고 능력 이상의 노동을 하였다는 것' 외에 이 사건 한의원에서 외상을 입게 되었다는 취지의 언급은 없다. 원고가 내원한 병원에서 원고의 진술 등을 기초로 같은 날 작성된 외래초기평가지에 '침대에 부딪혔다'는 기재가 있기는 하나 이 사건 한의원에서 다쳤음을 나타내는 내용은 없다. 원고는 2016. 7. 23.경 참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도 '업무 과로로 입원치료 중'이라는 취지로 주장하였다. 증인 E은 원고의 병문안 자리에서 원고로부터 '집에서 이 사건 사고가 발생하였다'는 말을 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고 전후 사정과 경위 등을 종합하여 보면 그 진술을 믿을 수 있다. 이러한 제반 사정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가 이 사건 한의원에서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당뇨족은 통상 당뇨로 인한 합병증으로 설명된다. F협회장은 이 사건 상병에 관하여 '당뇨로 인한 족부의 혈행 신경장해 상태에서 상처를 입은 후 치유되지 않아 여러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원고가 이 사건 사고 후 바로 치료를 받지 않은 점, 이 사건 사고 다음날과 2일 후에도 근무한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상처는 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적인 경우 그 정도의 상처로 배농치료술 및 약 2개월 이상의 입원치료를 요하는 이 사건 상병과 같은 증세가 진행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당뇨족은 외상을 입으면 상처의 치유가 되지 않는 등 여러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므로 지속적으로 발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리할 필요가 있는데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생 이전 당뇨병과 관련하여 진료, 치료를 받았다는 기록은 없고, 외래초기평가지 기재에 비추어 원고는 자신에게 당뇨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즉,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기존 질환인 당뇨와 그에 대한 관리나 처치가 충분하지 못하였다는 사정으로 유발된 것으로 보인다.
원고가 이 사건 한의원에서 주로 담당하였던 뒷 교정의 내용이나 시술시간, 원고의 관련 시술의 전문성이나 경력 등에 비추어,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과중하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가사 원고가 이 사건 한의원에서 약 5개월 근무하는 동안 다소 과로하였음을 인정하더라도, 업무상 과로나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당뇨 질환자의 가벼운 외상을 이 사건 상병으로 급격히 악화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증거가 없다.
참가인이 원고의 장기간 근로 미제공을 양해하거나 동의하였는지 여부
해고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행하여져야 그 정당성이 인정되는 것이고, 사회통념상 당해 근로자와의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의 여부는 당해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당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등 회사 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2. 5. 28. 선고 2001두10455 판결, 대법원 2003. 7. 8. 선고 2001두8018 판결 등 참조).
앞서 본 사실관계와 그로부터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상병으로 이 사건 근로계약상 약정한 근로제공을 할 수 없는 상태에 있고, 참가인이 이를 양해하거나 동의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므로 사회 통념상 고용 관계를 계속할 수 없는 사유가 인정된다. 이 사건 해고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
참가인이 원고가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하여 입원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원고에게 '다른 신경 쓰지 마시고 쾌차하시는 데만 전념하세요', '산재보험 처리하는 방향으로 할게요'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병문안을 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같이 일하는 동료 한의사의 쾌유를 빌고 가능한 한 도와주겠다는 취지의 도의적인 배려를 넘어, 원고가 장기간 근로를 제공할 수 없다는 사정을 참가인이 승인하거나 양해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참가인은 '비수술 척추관절 치료 전문' 한의원을 표방하는 이 사건 한의원의 전문성 제고와 매출 증대를 위하여 관련 분야에 임상 경험을 지닌 원고를 영입하였고 그 과정에서 동료 한의사들보다 2~3배가량 높은 월급을 약정하였다. 참가인은 원고가 이 사건 한의원에서 교정치료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여 주 5일 교대 근무를 수행해 줄 것을 기대하였고 그러한 내용을 이 사건 근로계약을 통해 약정하였다.
그런데 원고는 2016. 5. 23.부터 2016. 8. 19.경까지 개인 질환으로 볼 수 있는 이 사건 상병으로 인하여 이 사건 한의원에 출근하지 못하였고, 위 기간은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약정한 연차 휴가 기간을 훨씬 초과한다. 더구나 원고는 이 사건 해고 무렵까지 이 사건 상병이 완치되지 않았고 여전히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약정한 내용의 근로를 제공하기는 어려운 건강 상태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으로 약정한 것과 다른 근로조건에 관한 원고의 제안을 수용할 의무가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중(재판장) 이강호 김효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