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와 내용
학교법인 B(이하 '이 사건 법인')는 C대학교 등 교육기관을 설치·경영하는 법인이다. A병원은 이 사건 법인이 설치한 C대학교의 산하기관으로서, 상시 근로자 약 6,100명을 사용하여 C대학교의 보건·의료교육기관 및 부속병원의 운영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A병원은 이 사건 법인과는 별도의 교섭단위로서 노동조합과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한다.
원고는 1963. 2. 9. A병원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직된 기업 단위 노동조합으로서, A병원 소속 근로자 약 3,660명이 원고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피고 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2017. 3. 16. A병원 소속 근로자를 대상으로 조직된 기업 단위노동조합으로서, A병원 소속 근로자 약 270명이 참가인에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A병원, 원고 및 참가인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 제29조의2에 따라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2017. 5. 29. 원고를 교섭대표노동조합으로 정하였다.
A병원과 교섭대표노동조합인 원고는 2017. 8. 31. 유효기간을 2017. 8. 31.부터 2019. 2. 28.까지로 한 2017년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는데(이하 '이 사건 단체협약'), 그 중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각주1>
원고는 참가인이 설립되기 이전부터 조합원 규모에 따른 법령상 근로시간 면제 한도인 연간 14,000시간을 전부 사용하였다. 원고는 2017. 3. 31. A병원에 위원장 D 등 새로운 임원 7명을 풀타임 근로시간 면제자(각 2,000시간)로 통보하였고, 현재까지도 14,000시간 전부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원고는 A병원으로부터 근로시간 면제자와는 별도로 무급 노동조합 전임자 2명을 부여받고 있다.
참가인은 2017. 9. 18. A병원과 원고에게 참가인의 근로시간 면제 인정을 위한 협의를 조속히 진행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참가인과 원고는 2017. 10. 10. 부터 2017. 11. 29.까지 4차례에 걸쳐 협의하였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참가인은 '이 사건 법인, A병원 및 원고가 참가인에게 근로시간 면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공정 대표의무 위반이다.'라고 주장하면서 2017. 11. 29.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1. 29. '이 사건 법인과 원고가 참가인에게 근로시간 면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라는 이유로 참가인의 이 사건 법인 및 원고에 대한 시정신청을 인용하고, 참가인의 A병원에 대한 시정신청은 피신청인적격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8. 5. 4. 초심 판정과 동일한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참가인 측의 책임 있는 사유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근로시간 면제에 관한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점, ② 공정대표의무 위반 여부 판단 시에는 소수노동조합의 권익뿐만 아니라 사용자에 대한 전체적인 교섭력도 고려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참가인에게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공정대표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 면제되는 근로시간은 참가인이 주장하는 것처럼 반드시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배분할 것이 아니라, 조합원의 지역별 분산, 노동조합에 부여된 업무량 등에 따른 가중치 등을 반영하여 배분하여야 한다.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 규정에 의하면, 근로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고(제5조), 노동조합은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으나(제29조 제1항),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에서 노동조합이 그 조직형태와 관계없이 2개 이상 병존하는 경우 각 노동조합은 원칙적으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따라 교섭대표노동조합을 정하여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여야 한다(제29조의2 제1항 본문). 노동조합법이 이처럼 복수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도입하여 단체교섭 절차를 일원화하도록 한 것은, 복수 노동조합이 독자적인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노동조합 간 혹은 노동조합과 사용자 간 반목·갈등, 단체교섭의 효율성 저하 및 비용 증가 등의 문제점을 효과적으로 해결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단체교섭 체계를 구축하는 데에 그 주된 취지 내지 목적이 있다.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 하에서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은 독자적으로 단체교섭권을 행사할 수 없으므로, 노동조합법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 되지 못한 노동조합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자와 교섭대표노동조합에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하지 못하도록 공정대표의무를 부과하고 있다(제29조의4 제1항), 공정대표의무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교섭권의 본질적 내용이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기능하고, 교섭대표노동조합과 사용자가 체결한 단체협약의 효력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에게도 미치는 것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러한 공정대표의무의 취지와 기능 등에 비추어 보면, 공정대표의무는 단체교섭의 과정이나 그 결과물인 단체협약의 내용뿐만 아니라 단체협약의 이행과정에서도 준수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또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다른 노동조합 또는 그 조합원을 차별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그와 같은 차별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은 교섭대표노동조합이나 사용자에게 그 주장·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18. 3. 30. 선고 2017다218642 판결).
판단
원고는 이 사건 단체협약 제12조에 규정된 근로시간 면제 한도인 연간 14,000시간을 전부 사용하면서 참가인에게 근로시간 면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원고가 참가인에게 근로시간 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원고는 노동조합법 제29조의4 제1항에서 정한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된다.
노동조합법 제29조의4에 따른 공정대표의무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한 노동조합 사이에 절대적인 평등이나 단순비례의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불합리하거나 자의적인 차별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복수 노동조합인 사업장에서 각각의 노동조합이 노동조합법 제24조 제4항에 따라 면제받을 근로시간은 조합원 수에 비례하여 배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① 노동조합 활동을 위한 시간의 확보는 노동조합의 설립과 유지·존속에 있어 중요한 요소인 점, ② 근로시간 면제 제도로 노동조합의 실무자에게 보장되는 노동조합 활동 시간은 사용자와의 협의·교섭, 조합원들의 고충 처리, 산업 안전의 확보, 노동조합의 유지·관리, 건전한 노사관계의 발전 등을 위해 사용되는데, 이러한 활동은 조합원의 다소와 상관없이 최소한의 범위에서나마 모든 노동조합에게 보장될 필요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수노동조합의 근로시간 면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합리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참가인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하였고, 조합원 수가 약 270명으로 그 수가 적지 않은 점에 비추어, 14,000시간 전부를 교섭대표노동조합인 원고에게만 부여할 특별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원고는 참가인이 노동위원회에 시정신청을 하기 전까지 4차례에 걸쳐 참가인과 근로시간 면제에 관한 협의를 하였으나, 그때까지 참가인에게 구체적인 배분안을 제시한 적이 없다. 또한, 참가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근로시간 면제에 관한 협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볼 만한 자료는 찾아볼 수 없다.
원고는, 노동조합에 부여된 업무량 등에 따른 가중치를 반영하여 면제되는 근로시간을 배분하여야 하는데도 참가인이 조합원 수에 비례한 면제 시간 배분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로써 원고가 참가인에게 근로시간 면제를 전혀 인정하지 않는 것이 정당화된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는 참가인과의 종국적인 합의에 이르기 이전 참가인에게 잠정적으로 근로시간 면제를 일부 인정하여 주는 등의 방법을 강구할 수 있다.
소결론
원고가 공정대표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순욱(재판장) 김영일 이원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