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참가인은 상시 근로자 약 1,000여명을 사용하여 공동주택 관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서울 강서구에 있는 D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 한다)의 입주자대표회의와 이 사건 아파트공동주택관리업무에 관한 위·수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수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한 바 있다. 원고는 2018. 1. 12. 참가인에 입사하여 이 사건 위·수탁계약의 이행을 위해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던 자이다.
원고는 2018. 7. 25.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이 2018. 5. 31.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하였다.'라고 주장하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이하 '이 사건 구제신청'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러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8. 9. 18. '원고와 참가인 간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사직서 제출로 종료된 것일 뿐 해고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이유로 이 사건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E,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참가인이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고 다른 일자리를 소개시켜주겠다고 하였으나 그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사직서는 참가인이 내부적으로 필요하니 써달라고 부탁하여 형식적으로 작성한 것이므로,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해당한다. 더욱이 그 이후 사직서 제출을 철회하기도 하였다.'라고 주장하며 재심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1. 23. 원고의 위와 같은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초심 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의 관리소장을 교체하라는 요구와 관련하여, 참가인 대표이사에게 2018. 4. 12. 소명자료를 통해 보고하였고 그 결과 관리소장(원고)에게는 잘못이 없으니 계속 근무하라고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는 점, ② 참가인이 2018. 5. 1.자로 원고의 4대 사회보험 상실신고를 한 점, ③ 참가인이 원고의 4월 이후의 임금과 연차수당을 결산하지 않은 점, ④ 원고가 2018. 6. 1. 참가인 본사로 출근했을 때, 참가인 대표이사가 원고에게 집에 가 있으면 최우선적으로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고 한 점, ⑤ 원고가 제출한 사직서가 철회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원고를 부당해고 하였다고 보아야 하고,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원고의 위 각 주장을 그 숫자에 맞춰 이하 '이 사건 제○주장'이라고 한다).
인정사실
이 사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F는 2018. 3. 30. 참가인에게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인 원고의 부적합한 근무 태도 등을 이유로 2018. 4. 30.자로 이 사건 위·수탁계약을 해지하겠다.'라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
참가인 인사위원회는 2018. 5. 17. 원고를 해고하기로 의결하였고, 원고는 그 무렵 사직서를 작성<각주1>하여 제출하였다(위 사직서를 이하 '이 사건 사직서'라 한다).
이 사건 사직서에는 원고 자필로 "아파트관리단지 사정으로 인해 퇴사코자 하오니 조치하여 주시길 바랍니다."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위 사직서에 기재된 퇴사예정일은 2018. 6. 30.이다.
참가인 측은 이 사건 초심 판정 사건 내지 이 사건 재심판정 사건의 각 심문회의에서 '2018. 5. 17.자 인사위원회 의결 이후, 원고가 6월말까지만 근무하고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겠다고 하여 원고에게 인사위원회 결과 통보를 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관련 법리
사용자가 근로자로부터 사직서를 제출받고 이를 수리하는 의원면직의 형식을 취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킨 경우, 사직의 의사 없는 근로자로 하여금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게 하였다면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일방적인 의사에 의하여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이어서 해고에 해당한다 할 것이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사용자가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를 수락함으로써 사용자와 근로자의 근로계약관계는 해지되어 종료되는 것이므로 사용자의 의원면직처분을 해고라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3. 4. 11. 선고 2002다60528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2015다211630 판결의 취지 등 참조).
진의 아닌 의사표시에 있어서의 '진의'란 특정한 내용의 의사표시를 하고자 하는 표의자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표의자가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는 사항을 뜻하는 것은 아니므로 표의자가 의사표시의 내용을 진정으로 마음속에서 바라지는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당시의 상황에서는 그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그 의사표시를 하였을 경우에는 이를 내심의 효과의사가 결여된 진의 아닌 의사표시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2다11458 판결,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5다211630 판결 등 참조).
통정허위표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의사표시의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하고 그 불일치에 관하여 상대방과 사이에 합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6다53290 판결 등 참조).
한편 사직의 의사표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로 볼 것인 바, 사직 의사표시가 해약의 고지라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그 의사표시가 사용자에게 도달한 이상 근로자로서는 사용자의 동의 없이 이를 철회할 수 없다. 그러나 근로자가 사직원을 제출하여 근로계약관계의 합의해지를 청약하는 경우에는 그에 대한 사용자의 승낙의사가 형성되어 그 승낙의 의사표시가 근로자에게 도달하기 이전에는 그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고, 다만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가 사용자에게 예측할 수 없는 손해를 주는 등 신의칙에 반한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철회가 허용되지 않는다.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가 당하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인지 아니면 사용자에 대한 근로계약관계 합의해지의 청약인지 여부는 그 의사표시가 기재된 사직서의 구체적인 내용,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사직서 제출 이후의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판단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0. 9. 5. 선고 99두8657 판결, 대법원 2007. 10. 11. 선고 2007다11668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각 증거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사직의 의사 없는 원고가 어쩔 수 없이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제출하였다기보다는 이 사건 사직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 것이 당시 상황에서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볼 여지가 상당하며, 이 사건 사직서 제출은 해약의 고지에 해당하므로 원고가 이를 유효하게 철회하였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과 같이 이 사건 사직서에 의한 근로계약관계의 종료가 법률상 효력이 없다거나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2018. 4. 30.자로 이 사건 위·수탁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소장이었던 원고는 더 이상 담당할 보직이 없었다. 더욱이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면서 발생한 문제로 인해 원고는 참가인 인사위원회에까지 회부되어 해고의 징계를 받을 상황에 직면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근무하기 이전에도 두 군데 업체에서 관리소장으로 근무한 경력이 있었던 점<각주2>, 일반적으로 징계해고보다는 자진 사직이 재취업에 있어 더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점을 더하여 보면, 원고로서는 사직서를 제출할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득실 등을 고려하여 당시 상황에 비추어 징계해고를 당하기보다는 스스로 사직하여 타 아파트 관리소장으로 재취업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하여 본인의 의지로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 사건 제1 내지 3주장과 같은 사정은 위 사실을 인정하는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아니 한다(그리고 이 사건 재심판정에서의 원고 주장을 살펴보면, 참가인이 원고에게 미지급 임금을 지급하고 다른 일자리를 소개시켜주겠다는 약속<각주3>을 하고도 이를 지키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원고는 이 사건 구제신청에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이 사건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는 내심의 효과의사에 따라 표시된 것이므로, 진의와 표시가 일치하지 아니함을 전제로 한 '진의 아닌 의사표시'나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지도 않는다.
또한 위와 같은 이 사건 사직서 작성·제출의 동기 및 경위, 퇴사예정일을 2018. 6. 30.로 특정하고 있는 점, 그 밖에 합의해지의 청약으로 볼 특별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사직서 제출에 따른 사직의 의사표시는 당해 근로계약을 종료시키는 취지의 해약고지로 봄이 상당하고, 따라서 참가인의 동의 없는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참가인 대표이사가 2018. 6. 1. 원고에게 집에 가 있으면 최우선적으로 자리를 마련해 주겠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원고와 참가인 간의 근로계약관계가 종료되었음을 전제로 새로운 관리소장 자리가 생기면 다시 고용하겠다는 의미에 불과하고, 원고의 사직 의사표시 철회에 동의한 것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소결론
결국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은 원고의 해약고지로 인해 종료되었을 뿐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근로기준법상의 부당해고가 성립할 여지가 없으므로, 이와 같은 전제에 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성규(재판장) 강지성 지선경
각주1) 이 사건 사직서의 실제 작성·제출일자에 관해서는 당사자 간에 다툼이 있고, 이 사건 사직서에 기재된 작성일자는 2018. 5. 28.이다.
각주2) 이 사건 재심판정서 8면 참고
각주3)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위 약속을 한 시기가 이 사건 사직서 제출 전후인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