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19. 12. 12. 선고 2019구합61021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C(이하 '망인'이라 한다)이 속하였던 사단법인 D(이하 'D'라 한다)의 성격 등

1)

D는 도로교통법 제5조의2에 따라 모범운전자들의 상호협력을 증진하고 교통안전 봉사활동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하여 설립된 비영리법인으로, 경찰청 산하에 있다. D의 회원 자격을 보면, 도로교통법 제146조에 따른 무사고 운전자 등이 경찰청장이정한 바에 따라 선발되어 경찰서 모범운전자회에 가입해 교통안전 봉사활동에 종사하는 등 요건을 갖춰야 한다(을 제3호증).

2)

망인(E생 남자)은 D 서울중부지회 소속 회원이었다(회원 가입 이후 택시 운전을 그만두었지만, 회원 지위는 유지되고 있었다)(을 제2호증).

나.

F 보행녹지 조성공사의 시행, D에 대한 교통신호수 배치 요청

1)

G 주식회사(이하 'G'이라 한다)는 2018. 1. 8.부터 서울 중구 H에서 F 보행녹지 조성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시공하게 되었는데, I 주식회사(이하 'I'이라 한다)가 위 공사 중 토목공사를 하청받아 시공하게 되었다[갑 제2호증 제6쪽(전자소송기록 기준 쪽수, 이하 같다)].

2)

I은 공사를 진행하던 도중 도로 통행을 일부 제한하여야 할 필요성을 느껴 경찰서에 협조를 요청하였고, '모범운전자도 교통정리를 할 수 있으니 D에 연락하여 보라'는 취지의 안내를 받게 되었다. 이에 I은 D 서울중부지회에 연락을 취하여 '시간당 2만 원을 지급하고 교통신호수를 배치받는 내용'의 구두 계약을 체결하였다. 위 구두계약에 따른 금원지급방식은, I이 '교통정리 업무를 수행한 D 서울중부지회 소속 회원들의 숫자 및 업무 수행 시간'을 확인해 시간당 2만 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D 서울중부지회 회장 명의의 계좌로 일괄 입금하고, 위 회장이 입금된 돈을 업무 수행 회원의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이었다(을 제2호증).

이와 같은 계약 체결·금원 지급은 D에 있어 통상적인 일이었다(다만 금원 지급 방식에 관하여서는, 교통정리 업무 협조 요청을 하여 온 회사· 단체에서 해당 업무를 수행한 D 회원에게 직접 사례비를 입금하는 것이 좀 더 일반적이기는 하였다)(갑 제8호증 제9쪽, 을 제2호증).

3)

D 서울중부지회는 회원들에게 위와 같이 교통정리 업무 수행 요청이 들어왔다고 알렸고, 망인 등이 자원하여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로 하였다. D 측에서 참여를 강제한 것은 없었다(을 제2호증).

4)

D 회원은 앞서 본 바와 같은 계약에 따라 교통정리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 교통정리를 하기도 한다. 출퇴근 시간에 교통정리를 할 경우에는 경찰청, 구청 등으로부터 옷·신호봉을 제공받을 뿐이고 봉사료를 지급받지는 못한다(갑 제2호증 제8쪽, 을 제2호증).

그에 반해 D 회원이 이 사건과 같이 회사·단체로부터 요청을 받아 교통정리업무를 수행할 때에는 보통 시간당 2만 원의 사례비를 지급받아 왔다. 시간당 2만 원이라는 금액은, D 본부가 각 지회에 전달하여 정하여진 금액이다(을 제2호증).

5)

D의 회원이 앞서 본 바와 같이 별도의 봉사료 없이 교통정리 업무를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게 될 경우, 구청에서 가입한 보험이 적용되어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회사·단체로부터 요청을 받아 교통정리 업무를 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하게 될 경우에는 구청에서 가입한 보험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갑 제2호증 제8, 9쪽).

6)

D 회원이 교통정리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이를 기록하거나 경찰청 등에 신고를 하지는 아니한다(갑 제2호증 제8쪽).

다.

망인의 이 사건 공사 관련 교통정리 업무 수행 중 사망

1)

망인은 2018. 4. 7.부터 이 사건 공사의 공사현장에서 교통정리 업무를 수행하기 시작하였다(갑 제8호증).

2)

망인은 2018. 4. 21.에도 이 사건 공사의 공사현장에서 교통정리 업무를 수행하였다. 당시 서울 중구 J 앞 도로는 이 사건 공사의 공사 구간에 속하였는데, 'K 교차로'와 'L 사거리' 사이 L 사거리 방향 3차선 도로 중 3차로에 가림막 펜스를 설치하여 공사장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다음 페이지 그림 참조).

당시에는 위 공사장에서 발생한 도로 폐기물을 3대의 덤프트럭이 실어 나르는 작업이 이루어졌는데, 망인은 공사장 인접 차로에서 교통정리 업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망인은 2018. 4. 21. 11:07 1차로에서 교통정리를 하고 있었는데, 다가오는 차들을 1차로로 유도하기 위하여 2차로로 이동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같은 시각 대기 중이던 덤프트럭 1대가 2차로에서 후진하면서 망인을 치었고, 결국 망인은 사망에 이르렀다. 당시 상황을 그림으로 보면 다음과 같다(#1이 덤프트럭이고, #2가 망인이다)(갑 제3호증, 을 제1호증).

라.

I과 D 서울중부지회 사이의 사후 계약서 작성

I과 D 서울중부지회는, 망인이 사망한 이후 앞서 본 구두계약의 내용을 서면화하였다. 계약서 내용을 보면, 용역내용은 'F 보행녹지조성공사 교통신호수 배치'이고, 계약기간은 '2018. 4. 7.~2018. 11. 30.(합의로 변경 가능)'이며, 계약금액은 '시간당 2만원', 지급방법은 '익월 15일'이다(갑 제2호증, 을 제2호증).

마.

기타 사정

1)

I이 작성한 '월별노무비 지급명세서'에 기재된 망인의 직종은 '교통신호수'이고, 2018. 4. 중 총 8일간(① 7일, ② 9일, ③ 11일, ④ 16일, ⑤ 17일, ⑥ 18일, ⑦ 20일, ⑧ 21일) 근무하여 총 '128만 원(단가 16만 원)'을 지급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제세공과금에 대한 원천징수 내역은 없다(갑 제2호증 제9, 10쪽, 갑 제8호증).

[이에 대하여 I은, '금액 정산을 위해 기존에 사용하던 일용노무비명세서 양식에 따라 업무일수·금액을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한다(갑 제2호증 제9, 10쪽)]

2)

망인은 택시 운행을 그만둔 뒤로부터 앞서 본 바와 같은 교통정리 업무에 적극적으로 자원하여 참여하였는데, 이로써 받게 되는 돈 이외에는 별다른 수입이 없었다(2017년, 2018년 지방세 과세 내역이 없다)(갑 제5, 6, 10호증, 을 제2호증).

3)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망인의 사망에 대하여 다음 글상자 기재 취지와 같은 이유를 들어 중대재해조사를 생략하였다(을 제1호증).

4)

D 서울중부지회 회장은 다음 글상자 기재와 같이 진술하였다(을 제2호증).

5)

D의 정관 중 일부는 다음 글상자 기재와 같다(을 제3호증).

바.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 및 이에 대한 부지급 결정 등

1)

망인의 아들인 원고들은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18. 7. 4. 원고들에 대하여 '망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이유로 부지급 결정(청구취지 기재 처분, 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위 이유의 구체적 내용은 다음 글상자 기재 취지와 같다(갑 제1, 4호증).

2)

원고들은 피고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위 심사청구는 2019. 1. 8. 기각되었다(갑 제2, 4호증).

[인정근거] 갑 제1, 2,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요지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에 해당하는바,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①

망인은 경찰보조자로서 업무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공사현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호수 업무를 수행하였다. 건설회사는 이 사건 사고 후 망인이 근로자임을 전제로 중대재해 발생신고를 하기도 하였다.

②

망인은 공사현장 등에서 신호수로 일하면서 시간당 2만 원의 보수를 받아 왔다. 하루 근무시간은 8시간 정도였기에 일당 16만 원 정도를 받아온 셈인데, 이는 봉사활동의 통상적인 사례비를 훨씬 넘어선 액수인바, 근로제공의 대가인 임금에 해당한다. 더구나 위 보수는 망인의 유일한 수입원이었고, D의 다른 회원도 이에 대하여 '노무비'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으며, 건설회사는 망인에게 지급한 돈을 노무비로 회계처리하였고, 망인에게 '노무비 명세서'를 제공하였다.

나.

관련 법령

별지 관련 법령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등 참조).

2)

위 인정 사실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①

법령에 따라 인정되는 모범운전자의 '신호 또는 지시' 권한 및 그 성질

구 도로교통법(2018. 3. 27. 법률 제15530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5조 제1항은,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와 차마의 운전자에게 ① 교통안전시설이 표시하는 신호 또는 지시, ② 교통정리를 하는 국가경찰공무원(의무경찰을 포함한다, 이하 같다)·제주특별자치도의 자치경찰공무원(이하 '자치경찰공무원'이라 한다)의 신호 또는 지시, ③ 국가 경찰공무원 및 자치경찰공무원(이하 '경찰공무원'이라 한다)을 보조하는 사람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이하 '경찰보조자'라 한다)의 신호 또는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시행령 제6조는 경찰보조자의 범위를 ① 모범운전자, ② 군사훈련 및 작전에 동원되는 부대의 이동을 유도하는 헌병, ③ 본래의 긴급한 용도로 운행하는 소방차·구급차를 유도하는 소방공무원으로 구체화하였다.

즉, 모범운전자는 군인이나 공무원이 아님에도 도로를 통행하는 보행자와 차마의 운전자에게 신호 또는 지시를 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것이다.

특히 도로교통법 제5조의3은, 국가가 모범운전자에게 교통정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복장 및 장비를 지원할 수 있고(제1항), 모범운전자가 교통정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도중 부상을 입거나 사망한 경우에는 이를 보상할 수 있도록 보험에 가입할 수 있으며(제2항), 지방자치단체가 D의 사업에 필요한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는바(제3항), 모범운전자의 신호 또는 지시 업무는 상당한 공공성을 지닌 업무라고 봄이 타당하다.

②

망인이 수행하던 업무의 성격

먼저 망인이 이 사건 공사에 참여하여 교통정리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경위를 살펴본다.

이 사건 공사의 내용 중에는 ① 도로 중 3차로에 가림막 펜스를 설치하여 공사장을 만들고 ② 위 공사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덤프트럭으로 반출하는 공정이 포함되어 있었다. I은 위와 같은 공정 등으로 인하여 도로 통행에 불편이 발생하고, 덤프트럭 진출입 과정에서 교통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처음에는 경찰서에 협조를 구하였다. 교통정리를 위해 경찰공무원의 신호 또는 지시 권한이 필요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I에 '경찰공무원과 마찬가지의 신호 또는 지시 권한을 지닌 모범운전자의 도움을 받으라'는 취지로 안내를 하였고, 결국 모범운전자인 망인이 이 사건 공사를 위한 교통정리 업무를 수행하게 된 것이다.

망인은 공사현장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신호수 업무와는 달리, 도로교통법에 의하여 부여된 신호 및 지시 권한을 이용하여 교통정리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인다. 망인의 사망 당시 상황을 보더라도, 망인은 도로 위에 서서 자신을 향해 진행해 오는 차량에 대하여 다른 차로를 이용하라는 신호 또는 지시를 하고 있었다.

나아가 망인이 이 사건 공사의 공사현장에서 위 교통정리 업무 외의 업무를 별도로 수행하였다는 사정은 보이지 아니한다.

결국, 망인은 이 사건 공사의 공사현장에서 경찰공무원이 수행할 교통정리 업무를 경찰보조자로서 수행하였다고 볼 수 있을 뿐, I의 근로자로서 그 지휘·감독을 받아 업무수행을 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위와 같은 결론은 망인이 수행한 업무의 성격에서 도출된 것이므로, 망인이 2018. 4. 7.부터 이 사건 공사의 공사현장에서 사망일까지 총 8일간 업무수행을 하였다거나, 시간당 2만 원으로 책정한 금원을 지급받았다거나, 망인이 사실상 위 금원을 생 활비로 삼아왔다거나, D의 다른 회원이 '노무비'라는 표현을 사용하였다거나, I이 '월별 노무비 지급명세서'를 작성하였다거나 하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판단을 달리할 것은 아니다.

3)

그렇다면 망인은 이 사건 공사에서 경찰보조자로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에 대한 사례비로 금원을 지급받은 것에 불과할 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라.

소결론

망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이와 다른 전제에 서 있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박중휘 박종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