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0. 1. 23. 선고 2019구합6609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미합중국 시카고 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D'사의 대한한국 법인으로 상시 약 40명의 근로자를 고용하여 금속 가공 및 단조용 화학제품 등의 마케팅, 판매, 수출, 수입 등의 사업을 한다. 원고는 1999. 2. 18. 참가인에 입사하여 2006. 9. 13.부터 2018. 8. 10.까지 사장 직함으로 근무하였다.

나.

원고와 참가인은 2018. 8. 10. '사직합의서(SEPARATION AGREEMENT)'라는 제목의 문서를 작성하였다(이하 '이 사건 합의서'라 하고, 이에 따른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합의를 '이 사건 합의'라 한다). 이 사건 합의서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이 사건 합의서에는 매 쪽 원고의 서명과 함께 참가인의 인장이 날인되어 있고, 마지막 쪽에는 추가로 원고의 서명과 참가인의 기명날인이 되어 있다. 원고는 이 사건 합의서를 작성한 후 참가인 회사에서 근무를 중단하였다.

다.

원고는 2018. 11. 5.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참가인을 피신청인으로 하여 '참가인이 2018. 8. 10.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하였다'고 주장하며 부당해고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 3.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나, 원고는 참가인과 이 사건 합의를 통해 근로관계의 종료에 합의하고 퇴사하였기 때문에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

라.

원고는 2019. 2. 8. 중앙노동위원회에 위 초심판정의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4. 8. 위 초심판정과 같은 취지의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나 제2,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당사자의 주장 요지

1)

원고

가)

원고는 참가인의 법인등기부상 감사로 등재되어 있었으나, 이사회에 출석한 사실이 없고, 실제 감사업무를 한 사실도 없다. 원고는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는 한국인으로서 대관 업무를 담당하고, 한국인 직원들을 관리하기 위해 '사장'이라는 직책을 부여받았을 뿐이고, 실제로는 참가인의 대표이사인 미합중국인 E와 직속 상관인 사내이사인 싱가포르 공화국인 F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의 대가로 임금을 받으면서 중간관리자로 근무하였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나)

참가인은 2017. 10.경 산업안전보건법위반 등으로 3건의 형사고발을 당하였는데, F은 참가인에게 대표이사 E를 대신하여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을 것을 지시하면서 이후 형사 절차에서 면책시켜주겠다고 제안하였고, 이에 원고는 수사기관에 참가인의 실질적 대표자임을 인정하면서 조사를 받았다. F은 2018. 8. 8. 원고에게 참가인의 외상 매출, 비용집행 등과 관련한 문제를 추궁하면서 이 사건 합의서에 서명할 것을 강요하였고, 2018. 8. 10.에도 원고를 상대로 사직을 강요하면서 "원고의 자금집행 등이 배임·횡령에 해당한다. 이 사건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원고를 형사고소 할 것이다. 서명하면 추후 3건의 형사사건에서 면책시켜 줄 것이고 미지급 임금 등도 해결해 주겠다"고 말하였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합의서에 서명하였으나, 이후 이 사건 합의서 작성의 전제가 된 원고의 배임·횡령죄 성립, 형사면책 등이 사실과 다름을 알게 되었다. 이에 원고는 이 사건 합의를 참가인의 기망 또는 강요를 이유로 취소하였다.

2)

피고

원고는 참가인의 근로자에 해당하나, 이 사건 합의를 통해 참가인과의 근로관계를 합의해지 하였기 때문에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볼 수 없다.

3)

참가인

가)

원고는 참가인의 사장으로 근무하면서 감사로 등기되어 있었고, 대외적으로 참가인의 대표 또는 지사장으로 활동하였다. 원고는 참가인의 사장이자 실질적인 대표로서 약 40명의 직원을 관리·감독하고, 참가인의 자금지출, 인사관리 등과 관련한 승인·결재의 전권을 보유·행사하는 등 참가인의 경영 및 회계를 총괄하였다. 원고는 출퇴근 시간 및 휴가 사용에 있어 승인·확인·제한을 받지 않았고, 사장으로서 고액의 연봉을 지급받았다. 따라서 원고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나)

설령 원고가 참가인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자신의 배임·횡령 등 행위로 형사처벌을 받는 것보다는 스스로 사임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판단하여 자발적으로 이 사건 합의를 하였고, 참가인은 이 사건 합의서의 작성 과정에서 원고를 기망하거나 강요한 사실이 없다.

나.

관련 법령

다.

인정사실

1)

참가인의 거래처 소속으로 참가인의 사업장에서 파견 근무한 G는 2017. 10.경 참가인의 대표이사 E를 수사기관에 산업안전보건법위반,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 화학물질관리법위반 등으로 고발하였다(이하 '관련 형사사건'), 이후 원고는 한강유역환경청 등에서 관련 형사사건으로 조사를 받으면서, E의 위임장, '참가인의 한국법인장으로서 모든 업무를 총괄·관리하고 있다'는 내용의 확인서 등을 제출하며 '원고가 참가인의 실질적 대표이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이에 관련 형사사건의 수사기관은 원고를 참가인의 실질적 대표로 판단하여 피의자로 특정하였다.

2)

참가인은 2018. 7.경 원고가 참가인의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였는지 등을 조사하였다. 이를 통해 참가인은 '원고가 2014. 6. 1. 참가인으로부터 1억 원을 대출받고, 2013. 1.부터 2018. 8.까지 원고가 운행하는 자동차 리스계약에 따른 리스료 139,129,550원 및 원고의 2018. 2.경 가족 여행경비 8,011,745원을 참가인의 자금으로 납부한 사실' 등을 확인하고, 위와 같은 자금 운용이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3)

참가인의 사내이사 F, 미합중국 소재 본사의 인사담당 임원, 참가인 측 변호사 등은 2018. 8. 8. 원고에게 원고의 참가인 자금 운용 등을 문제 삼으면서, 이 사건 합의서 초안을 제시하고 검토를 요청하였다. F은 2018. 8. 10. 오전 무렵부터 원고와 이 사건 합의서의 작성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하였다. 원고는 그 자리에서 F에게 '원고가 참가인의 실질적 대표로 조사받은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를 면책시켜달라'고 요청하였고, F은 이에 대하여 검토해보겠다는 취지로 답변하였다. 원고는 위 협의 과정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공인노무사로부터 이 사건 합의서의 작성과 관련한 자문을 받았다. 원고는 같은 날 정오가 지난 무렵 앞서 본 이 사건 합의서에 서명하였다.

4)

원고는 2018. 8. 17. 및 2018. 8. 31. F에게 '참가인이 관련 형사사건에서 원고를 면책시켜주지 않으면 이 사건 합의서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통지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4, 5, 8, 15, 17 내지 19, 22호증, 을나 제10호증(각 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앞서 본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참가인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합의가 참가인의 사기 또는 강박에 의하여 이루어졌음을 인정할 수 없고, 원고는 이 사건 합의에 따라 스스로 사직하였거나 위임계약을 해지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의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한 초심판정을 유지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F이 2018. 8. 10. 원고에게 '이 사건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원고를 형사 고소하겠다'라거나 '원고가 이 사건 합의서에 서명하면 원고를 관련 형사사건에서 면책시켜주겠다'고 말한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오히려 다음과 같은 사정에 비추어 원고는 참가인의 사직 권유를 받아들여 이 사건 합의서에 서명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원고는 2018. 8. 8. 이 사건 합의서 초안을 수령하여 2018. 8. 10. 전까지 검토하는 시간을 가졌고, 나아가 2018. 8. 10. 오전 무렵부터 정오 직후 이 사건 합의서에 서명하기 전까지 참가인과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에 관하여 협상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다. 특히 원고는 2018. 8. 10. 협상 중에 공인노무사로부터 자문을 받기도 하였다. 이후 원고는 이 사건 합의서의 내용을 확인하면서 모든 페이지에 직접 서명하였고, 그 내용에 대하여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았다.

나)

이 사건 합의서에는 원고의 사직일, 원고가 담당하던 업무의 인수인계 및 감사 사임등기 등과 관련 협력 의무, 원고가 참가인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돈과 참가인이 원고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는 돈의 항목과 금액 등 원고의 사직과 관련한 원고와 참가인의 권리·의무에 관하여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원고가 이 사건 합의의 전제 또는 주요 내용이 되었다고 주장하는 원고의 횡령·배임과 관련한 합의 내용, 관련 형사사건에서의 면책 등과 관련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다)

원고가 주장하는 '관련 형사사건에서의 면책'은 참가인에게 그 권한이 없어 합의에 포함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원고의 연령, 경력, 참가인 회사에서의 지위 등을 고려하면, 원고도 그러한 사정을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

3.

결론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중(재판장) 이강호 김효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