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0. 9. 4. 선고 2019구합6964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7. 12. 26.부터 2018. 10. 4.까지 경찰청 외사국 B과장으로 재직한 경찰공무원이다.

나.

경찰청 경찰공무원 중앙징계위원회는 2019. 1. 22. 원고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및 제63조(품위 유지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감봉 2월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고, 피고는 2019. 3. 1. 원고에게 감봉 2월의 징계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그 구체적인 징계사유는 다음과 같다(이하 각 징계사유는 순번으로 특정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1, 2호증의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조사과정에서의 절차적 하자의 존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에 대한 징계에 관한 조사는 원고가 성희롱을 하였다는 것을 전제로 유죄의 심증을 가지고 조사가 이루어져 사실관계가 인정되었고, 원고에 대하여 유리한 자료나 참고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

2)

판단

살피건대, 갑 1, 2호증, 을 1 내지 15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피고는 이 사건에 대한 조사 절차에서 원고의 진술을 충분히 청취하였을 뿐만 아니라 피해 경찰공무원 3명 및 당시 원고 및 피해 경찰관들과 함께 동행 또는 동석하여 직접 현장을 목격한 4명의 참고인, 그 외에 원고와 함께 근무하고 있는 2명의 참고인 등 총 6명의 참고인을 대상으로 진술조사를 하였고, 징계위원회는 원고에 대한 정상자료 등을 참작하여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최종적으로 의결한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처분사유의 존부

1)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두6461 판결 등 참조).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0. 10. 28. 선고 2008다6755 판결 등 참조).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2)

1-1, 1-2, 1-3 징계사유 및 2-2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경감 E은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하여 그 진술을 믿을 수 없고, 행사 당시의 사진 및 외국인 행사참석자들이 원고에게 보낸 서신의 내용을 보면, 원고가 E에게 러브샷을 강요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1-1 징계사유)

(2)

원고가 당시 이혼율에 관한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나, 이는 화제를 전환하기 위하여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혼율은 객관적인 사실에 불과할뿐더러 일회적 발언에 불과하므로 성적인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1-2 징계사유).

(3)

원고는 대만 경찰 측 인사에게 E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인 반어법으로 E의 외모가 평균 이하라고 말한 것으로서 성적인 의도가 전혀 없는 일시적인 발언이었다. E는 만찬 내내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본인도 평균 이상의 외모임을 알고 있을 것이므로, 이와 같은 원고의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1-3 징계사유). 원고의 E의 남편 외모에 대한 발언 역시 유쾌한 분위기에서 외교적으로 이루어진 언행이다(2-2 징계사유).

나)

인정사실

을 1 내지 6, 2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이 부분 비위사실을 진정한 경찰공무원 E은 2018. 1. 23. 경찰청 외사국 B과로 업무지원 발령받아 근무하였고, 원고와는 약 8개월 간 같이 근무한 사이로 원고가 E의 업무상 직속 상관에 해당하였다.

②

원고와 E은 O부터 P까지 대만 타이베이에서 개최된 D 국제회의에 한국경찰 대표단으로 참석하였는데, E은 출장 전반에 대한 일정 확인과 중국어, 영어 통역을 담당하였다.

③

C 19:00경 대만 타이베이 소재 식당에서 원고와 E 및 한국 경찰청 소속 3명의 경찰공무원과 대만경찰 5명, 주한주재관 1명 등 총 11명이 저녁식사를 하였다. 위 참석자 중 여성 참석자는 E 뿐이었다.

④

그런데 대만 경찰 중 한 경찰관이 만취하여 E에게 수차례 술을 권하며 만나서 반갑다는 이유로 두 손으로 E의 두 손을 잡은 채 놓아주지 아니하였고 손 등에 뽀뽀를 하거나 술잔을 들고 여러 차례 포옹하는 등 수 차례 신체접촉을 시도하였다.

⑤

이후 위 대만 측 경찰관은 E을 직접 지칭하면서 러브 샷을 해도 되는지를 E의 옆자리에 앉아 있던 원고에게 물었고, 이에 원고가 "Possible! Not Impossible"이라고 대답하였다.

⑥

E은 조사 과정에서 당시 원고에게 "왜 과장님이 제가 러브샷을 하는 것이 가능한지 아닌지를 판단하시냐"라고 하며 불편함을 표현했지만 원고가 팔꿈치를 몸에 붙이고 양 손바닥을 밖으로 펼치는 몸짓을 하여 어쩔 수 없이 러브샷 요청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술하였다. E은 외국 경찰관이 신체접촉을 하려 할 때 화장실과 식당 주변으로 나가 시간을 보내다 들어오는 등 최대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였다고도 진술하였다.

⑦

이후 술자리가 계속되었고, 대만 경찰관이 E에게 "결혼했냐"고 물어 "그렇다"고 대답하자 대만 경찰관이 "아! E 경감이 결혼한 걸 알았으면 이렇게 술을 마시지 않았을 텐데 아쉽다"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하였다. 그러자 원고는 "한국은 이혼률이 50%가 넘는다. 매우 높다. 당신에게 아직 기회가 있다"고 말하였다. E은 당시 원고와 대만 경찰관이 박장대소를 하며 크게 웃었고, 극도의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였다.

⑧

대만 경찰관은 "E의 남편은 어떤 사람이냐. 아마 N보다 잘 생겼을 것 같다"고 하였고, 원고는 "그렇지 않다. 그리 잘생기지 않았다"는 외모 평가를 하였다. 대만 경찰관 측이 "미모의 한국 여경과 함께 하게 되어 기쁘다, Beautiful"이라는 발언을 하자 원고가 자리에서 일어나 "E 경감의 외모가 아름답다는 평가를 듣는 것은 이 자리에 있어서 가능한 일이다. 한국에서 E의 외모는 평균 이하로 하위급에 속한다"는 발언을 3차례나 하였다.

⑨

E은 당시 자신이 느낀 감정에 대해 '너무 무서웠고, 불쾌하였으며, 외국 경찰관이 위와 같이 원치 않는 러브샷 등 신체접촉을 거듭하는데 자신을 지켜줘야 하는 상급자인 원고가 오히려 러브샷에 응할 것을 권하고 여성비하 발언이나 성희롱 발언을 지속적으로 하여 너무 기분 나쁘고 여성으로서 수치스러웠다', '제가 기분 나쁜 표현을 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고 그러면 모든 것이 제 탓으로 돌아올까 봐 참고 있는 제 모습에 비애감 또한 느꼈다'라고 진술하였다.

⑩

E과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Q은, 원고가 다음날 아침 항의하는 E에게 전날 만취해서 본인의 행동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E경감 어제 고생 좀 했겠는데, 기분 나쁘면 대만경찰을 미투해"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진술하였다.

⑪

E은 사건 발생 바로 다음 날 숙소 내선 전화를 통해 원고와 면담을 요청하였고, 전화로 원고에게 전날 상황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후 사과를 요구하였다. 또한 E은 원고를 포함한 경찰공무원들의 채팅창인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이 부분 비위사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고 원고의 언행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사과를 요청하였다.

다)

판단

살피건대, 갑 3, 4호증(당시의 만찬 사진이나 당시 만찬장에 동행하였던 대만 경찰 측 인사의 서신)의 기재와 영상 및 이 법원의 원고 당사자 본인신문 결과에 의하면, 당시 만찬장의 분위기는 식사와 음주 등으로 화기애애하였고, E은 즉각적으로 대만 경찰에게 직접 이의를 제기하지는 아니한 채 대만 경찰 측 인사의 러브샷 요청에 응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원고와 E과 의 관계, 그 언행이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E의 반응, 행위의 내용 및 정도, 이후의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이 부분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원고의 언행들은 관련 법령이 정한 성희롱 행위에 해당하거나 부적절한 것으로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의 의무에 어긋난다고 보인다.

①

외국 경찰이 우리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였다고 볼 수 없고, 당시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거나 E이 즉각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고 러브샷에 응하거나 원고의 언행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E이 공무를 수행하는 국제적인 만찬 자리에서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아 그와 같이 행동하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②

오히려 E의 당시 상황 묘사에 의하면, 이 부분 비위사실이 발생하기 전대만 경찰 측 인사는 이 사건 회식 자리에서 지속적으로 E에게 신체접촉을 시도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비록 위 사건이 공식 석상이 아닌 회식 자리에서 발생하기는 하였으나, E과 원고가 출장 중으로서 한국의 경찰공무원을 대표하여 공무 수행 중이었던 점, 원고가 E의 직속 상관이었던 점 등을 감안하여 볼 때, 원고는 외국 경찰의 언어·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면서도 자리에 동석한 유일한 여성 경찰관인 E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충분한 고려를 하였어야 한다.

③

그럼에도 원고는 자신의 하급자이자 당시 유일한 여성 경찰관이었던 E에 대한 외국 경찰의 성희롱 행위를 적극적으로 막아주기는커녕 외국 경찰에게 러브샷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적극적으로 발언함으로써 결과적으로 E에게 러브샷에 응할 것을 종용하는 결과가 되었다. 이러한 원고의 언행은 그 앞뒤의 맥락을 살펴볼 때 E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언행에 해당한다.

④

이혼율을 언급한 원고의 언행은 술에 취한 대만 경찰이 E에 대해 호감을 느끼고 기혼인 사실이 아쉽다는 발언을 하자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50%가 넘으므로 기회가 있다고 발언한 것이다. 이는 E에게 현재 배우자가 있더라도 앞으로 이혼할 가능성이 존재하고, E과 교제할 기회가 있다는 취지로써, 앞서 살핀 바와 같이 대만경찰이 E에게 신체적 접촉이나 러브샷을 지속적으로 시도하였던 맥락을 더하여 볼 때 다분히 성적 언동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이고, E 역시 위와 같은 발언으로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원고의 언행 역시 E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된다.

⑤

원고는 E의 외모가 평균 이하라는 부정적인 발언을 E이 있는 자리에서 세 차례 반복했고, 이로 인해 E은 불쾌감과 공포심, 수치심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성희롱의 전제인 성적 언동은 남성 혹은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 정의되는바, 원고가 E의 외모가 평균 이하라고 발언한 것은 신체적인 특징에 관한 언어적 행위로서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

⑥

원고는 조사 과정에서 대만 경찰이 E에게 그의 남편의 외모가 배우 N보다 잘 생겼냐고 묻자 E이 답변을 머뭇거렸고, 이에 원고가 부정적인 답변을 한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였다. 대만 경찰의 위와 같은 질문은 원고의 후배 경찰관 남편의 외모를 묻는 것으로, 개인적이고도 사적인 것으로서 반드시 응하여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럼에도 원고는 E의 남편 외모에 대한 부정적인 언행을 하여 상황을 악화시켰고, 이로 인하여 E에게 불쾌감을 주었다. 원고의 이러한 언행 역시 당시 상황과 맥락에 비추어 볼 때 부적절한 언행에 해당한다.

라)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1-4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I과 통역을 담당한 여경(이하 '통역 여경'이라 합니다)에게 세네갈 대표를 상대로 "한국 여자는 흑인을 사귀면 다른 국적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는데 사실이냐?"라는 말을 통역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

나)

판단

을 7 내지 9, 25 내지 27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언행은 성희롱적인 언행으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하므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원고는 경찰대학교에서 개최한 'G' 행사에서 외국경찰관들이 약 200여 명 정도 모여 인터폴 회원국 간 현안 회의를 하고난 뒤 개최된 만찬에 참석하였다.

②

원고는 만찬에 참석한 세네갈 경찰관을 보자 원고 옆에서 통역을 하던 여자 순경에게 "한국여자는 흑인을 사귀면 다른 국적 남자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는데 사실이냐"고 물었고, 통역을 하던 여자 순경이 대답을 못하자 다시 물었으며, 또 다시 대답을 하지 아니하자 당시 동석한 여성 경찰공무원 I에게 같은 질문을 하였다.

③

원고는 조사 과정에서 자신이 흑인인 세네갈 대표가 쓸쓸히 있는 것 같아 친교를 위해 그에게 스포츠 등을 주제로 흑인의 신체적 능력에 관한 대화는 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 위 신체적 능력에는 성적인 능력도 포함될 수 있다고 진술하였다.

④

당시 만찬에 동석하였던 경찰관들은 원고의 위 발언이 '한국 여자가 흑인남자와 성관계를 하고 나면 그 흑인 남자가 준 성적 만족을 시켜줄 만한 남자를 찾을 수 없다'는 취지로 들었고, 원고의 위와 같은 발언으로 통역여경이 매우 당황하였으며 분위기가 어색해졌다고 진술하였다. 위 질문을 직접 들은 I 역시 위 질문을 듣고 민망하였고 성적 수치심을 느꼈으며,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만 보는 것 같은 발언이라고 생각하였다고 진술하였다.

⑤

위 질문이 유일한 흑인인 세네갈 경찰관의 면전에서 이루어진 점, 질문의 상대방이 통역을 담당한 여자 순경 및 당시 동석하였던 여성 경찰공무원이었는데 당시 만찬장에 참석한 여성 경찰공무원은 위 두 경찰관이 유일하였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언동은 성적인 언동으로서 관련 법령이 규정한 언어적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4)

1-5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과거 갑질로 좌천된 경험이 있는 I가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순경 L의 음식을 덜어먹는 것을 보고 이를 질책하는 차원에서 '그루밍'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이고, 위 용어 자체로는 성적인 의미가 없으며, 이들에게 R 검색을 통해 '그루밍'의 사전적 의미가 '심리적 지배를 통한 길들이기'임을 알려주었으므로 위와 같은 언행에 성적 의도가 있다거나 위 피해 경찰관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려워 성희롱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판단

을 8 내지 10, 17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또는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언행은 성희롱적인 언행으로서 징계사유에 해당하므로, 이 부분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①

이 부분 비위사실은 J 12:30분경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개최된 국제회의 중 오찬장소인 식당에서 발생하였다.

②

당시 오찬 식당은 뷔페식이었고, 참가자들은 각자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와 먹는 중이었다. L 순경은 접시에 빵과 생선을 담아왔는데, I는 L의 양해를 구하고 빵 조금과 생선 한 입 정도를 잘라서 가져와 먹었다.

③

그러자 원고는 I에게 "너는 너무 독재적이야, L에게 양해를 구했어도 나는 기분이 안 좋을 것 같다"고 말하였다.

④

이에 L은 "계장님이 저에게 양해를 구했으니 괜찮습니다"라고 말을 하였다.

⑤

그러자 원고는 L에게 "야 이건 마치 그루밍 성범죄같다. 그거 안 들어봤어? 그루밍, 그루밍이 맞나"라고 말하며 휴대폰으로 R 검색창에 직접 검색을 하여 그 뜻을 I과 L에게 읽어주었는데, 당시 원고가 읽어준 '그루밍 성범죄'의 R 검색 결과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들어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는 것이었다. 이후 원고는 "네가 성폭행범이라는 것은 아닌데, 네가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순진한 순경을 잘해주어서 이용하려고 한다, 그게 바로 그루밍 성범죄같다"고 말하였다.

⑥

원고의 언동으로 I는 자신을 성폭행 가해자 취급을 하는 것 같이 느껴졌고, L은 자신과 한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인데 그 신뢰관계를 훼손당하는 느낌이 들어 매우 화가 났다고 진술하였다. L 역시 단지 직장동료의 음식을 가져간 것뿐인데 원고가 모든 것을 성적으로 생각하고 R에서 검색까지 해 가며 그루밍을 언급한 것에 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으며, 너무 화가 나 상을 엎고 싶을 심정이었다고 진술하였다.

⑦

비록 원고는 성희롱이나 성적 굴욕감과는 무관하게 I의 L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을 질책하기 위해 '그루밍'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려는 의도였다고 하나, '그루밍 성범죄'라는 의미 자체가 심리적으로 지배한 후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여 그 자체로 성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고, 원고 또한 그러한 의미를 R 검색을 통해 I과 L에게 읽어주기까지 한 점, I과 L이 그와 같은 원고의 언행으로 인하여 성적 굴욕감, 혐오감 등을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설령 원고의 의도가 성희롱이나 성적 굴욕감과는 무관한 것이었다고 하더라도 원고의 언행은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5)

2-1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징계사유와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한 사실은 있으나, 이는 대만 경찰 측과의 친교과정에서 서로의 호칭을 약속하는 과정에서 행하여진 것으로 성희롱이 아니고, 진정인인 통역 경찰관이 통역을 잘못한 것이며, 위 통역 경찰관은 발언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아님에도 원고에 대하여 악감정을 표출한 것이다.

나)

인정사실

을 5, 23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①

원고는 오찬 당일 한국발령이 내정되어 있던 대만 여경에게 "나를 오빠라고 불러, 오빠라고 부르면 한국에 와서 근무할 때 밥도 사주고 여러 가지 업무를 도와주겠다, 나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으면 한국에서 어떤 업무도 도와주지 않겠다"라고 말하였다.

②

대만 여경은 통역인인 E에게 그 뜻을 물어보았고, E은 원고의 말을 통역하는 대신 "원고를 오빠라고 부르는 것은 일반적인 호칭이 아니다, 나라면 그렇게 부르지 않을 호칭이다"라고 말하였다.

③

그러자 대만 여경은 원고를 오빠라고 부르지 않았고, 이에 원고는 통역을 담당한 E에게 화를 내었다.

④

이후 대만 여경은 우월적 직위에 있는 원고의 요구를 따르지 아니한 것에 대해 자책하며 향후 업무상 불이익이 있을까 걱정하였다.

다)

구체적인 판단

위 인정사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원고와 대만 여경은 처음 보는 사이로 별다른 혈연관계나 친밀한 관계가 없었고, 대만 여경이 원고를 '오빠'라고 부를 아무런 이유가 없었던 점, 원고는 대만 여경에게 단순히 오빠라고 부르라는 언동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오빠라고 부르지 않을 경우 어떠한 업무도 도와주지 않겠다는 불이익을 고지함으로써 대만 여경이 스스로 업무상 불이익이 발생할 것을 걱정하기에 이른 점 등을 종합하면, 원고의 위와 같은 언행은 명백히 부적절한 것으로써 외사업무를 담당하는 경찰공무원의 성실의무 및 품위유지의 의무에 어긋나는 것이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6)

2-3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한국 여자는 고마움을 모른다"는 말을 한 적이 없고, "한국 여자보다 탄자니아 여자가 낫다"거나 "한국 남자가 제일 불쌍하다"는 언행은 타국 경찰 관계자들과 친해지는 과정에서 한 발언에 불과하므로, 한국 여성을 비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나)

판단

을 5, 12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당시 자리에 동석하였던 여경인 E과 S은 원고가 "한국 여자는 고마움을 모른다", 한국여자 만나지 마라. 한국여자보다 아프리카 탄자니아 여자가 낫다", "불쌍한 한국남성을 위하여" 등으로 말하면서 그러한 발언을 외국인들에게 통역하도록 지시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 위 여경들이 원고가 하지도 않은 말을 꾸며내었을 만한 별다른 동기를 찾기 어렵고, 위와 같은 발언은 한국 여성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평가 및 성급한 일반화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관하여 원고는 타국 경찰 관계자들과 친해지는 과정에서 한 발언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나, 이는 대만에서 개최된 D에서 대만 대표단에게 이루어진 발언으로서, 공무 수행 중 이루어진 발언으로 적절치 아니할 뿐더러 한국 경찰공무원 및 국가의 위신을 저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는 부적절한 언행에 해당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

1)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상대국과의 우호적인 협력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처분사유와 같은 언행을 한 것이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사유 외에 국내에서 근무하거나 경찰청에서 근무하여 오면서 성희롱이나 여성비하 발언, 행동을 한 바 없다. 원고는 B과장으로 발령받은 후 적극적으로 B 업무를 추진하는 업적을 세웠고, 39년 동안 경찰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단 한 건의 비위행위도 저지르지 아니하였으며 경찰대학교에서 윤리강의를 하면서 경찰윤리 정립에도 기여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2)

관련 법리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그러므로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두47472 판결).

3)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 을 10 내지 13, 27 내지 30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이유들을 고려하여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여 비례원칙에 위반된다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것으로서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①

이 사건 징계사유의 피해 경찰관들 및 진정인들은 원고의 직접적인 지시와 감독을 받는 경찰관들이고, 원고는 이들의 상급자로서 총경의 지위에 있는 관리자이다. 그런데 원고는 B과장으로서 상대국과의 우호적인 협력분위기를 만들기 위한다는 목적을 빙자하여 공적인 자리에서 피해 경찰관들에게 성희롱에 해당하거나 부적절한 언행을 하고, 원하지 않는 상황을 강요함으로써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였다. 특히 이 사건 징계사유의 대다수는 국외에서 개최된 국제포럼 등에서 외국의 경찰관 또는 대표단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발생한 것으로서,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될 경우 국민과 국가의 위신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었다고 보인다.

②

원고가 뚜렷한 성적 의도를 가지고 발언을 하지 아니하였다거나 원고가 주장하는 목적을 충분히 감안하더라도, 원고가 업무수행에 있어 반드시 이 사건 비위사실과 같은 언행을 하였어야 할 아무런 특별한 이유를 찾기 어려울뿐더러 위와 같은 원고의 비위사실로 인해 원고는 원고의 하급자들인 경찰관들에게 커다란 성적 수치심을 주었고, 경찰 조직의 신뢰관계와 단결을 저해한 것으로 보인다.

③

이 사건 징계사유는 반복·상습적이고 원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 및 그에 이르지 아니하더라도 자신의 지위를 이용한 부적절한 언행에 해당하고, 그 의무위반행위의 정도가 약하더라도 고의성이 있다고 보인다.

④

구 경찰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2019. 5. 23. 경찰청예규 제54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규칙'이라 한다) 제4조 제1항 [별표 1]은 품위유지 의무 위반(나. 반복·상습적이거나 피해자가 다수인 성희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희롱)의 경우 최소한 정직 이상의 징계처분을 정하고 있는데, 경찰공무원의 직무특성상 높은 준법성과 윤리의식이 요구되는 사정 등에 비추어 위 징계양정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과 법률에 합치되지 않거나 합리성이 없다고 보이지 않는다. 또한 이 사건 규칙 제9조 제3항 제2호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하는 징계사유에 대하여는 징계를 감경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런데 원고가 받은 징계처분은 감봉 2월에 불과하여 이 사건 규칙에서 정한 징계 양정보다 경하다. 이는 원고의 언행 중 주요 부분이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직접적으로 이루어졌다기보다는 외국 경찰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고 상대국과의 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과정에서 해당 인사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당시 만찬에 참석한 외국 경찰들이 원고에게 우호적인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써, 원고가 주장하는 유리한 정상이 이미 이 사건 처분에 있어 충분히 반영되었다.

⑤

원고는 이 사건 징계사유 외에도 해외 출장 시 백야기간 중 출산율 증가를 언급하거나 우간다에서 비서들에게 왕의 배우자 수와 성형수술에 관한 발언을 하는 등 친분을 이유로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례가 있고, 평소 한국 여성들은 남편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줄 모른다는 등 상습적으로 이성(異性)에 대한 과도한 일반화 및 혐오 발언을 한 사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라.

소결론

이 사건 처분은 그 처분사유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 수 없어 적법하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조미연(재판장) 한현희 박영순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