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 9. 23.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A기관 부당해고 구제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주문 기재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의 경위
원고는 학술, 연구를 행하는 특수목적법인이고, C대학을 운영하고 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4. 2. 3. 원고와 사이에 기간제 근로계약(계약기간: 2014. 2. 1.~2015. 1. 31.)을 체결하고 C대학의 실험조교로 근무<1>하기 시작하였다. 실험조교 채용은 박사학위를 전제로 이루어진 것이었고, 참가인은 박사학위를 가지고 있었다.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은 1년 단위로 네 차례 갱신<2>되었는데, 그 사이 공백기는 없었고, 담당업무도 동일<3>했다. 마지막으로 갱신된 근로계약의 계약기간 종기는 2019. 1. 31.이다(갑 제8, 10, 12, 14, 15, 17, 18, 20호증, 을가 제1, 4, 5호증).
원고는 2019. 1. 31.이 도래하자 근로계약을 더 이상 갱신하지 아니하였다.
참가인은 2019. 4. 22.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근로계약 종료가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하였으나,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6. 14. 이를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하였다(갑 제1호증).
이에 참가인은 2019. 7. 22.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고,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9. 23. '갱신기대권이 인정되고,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없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는 재심판정(이 사건 재심판정)을 하였다(갑 제2호증).
[인정 근거] 갑 제1, 2, 8, 10, 12, 14, 15, 17, 18, 20호증, 을가 제1, 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없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할만한 정당한 이유가 존재한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관련 법령 등
별지 관련 법령 등 기재와 같다(을가 제3호증).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인정 사실
채용공고의 내용(을나 제2호증의 1, 2<4>)
원고는 2014. 1. 6. 및 2014. 8. 7. '화학 관련 전 분야의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하여 'C대학에서 실험조교로 일할 사람을 모집한다'는 취지의 채용공고를 내었다. 위 채용공고에는 '계약기간: 채용일로부터 1년(근무실적에 따라 재계약 가능)'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었다.
근로계약서의 내용(갑 제8, 10, 14, 17, 20호증, 을가 제1호증)
근로계약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근로계약서와 동시에 작성된 '고용계약 세부내역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계약갱신 평가자료 수집(갑 제9, 12, 13, 15, 16, 18, 19호증, 을가 제4, 5호증, 을나 제8호증)
원고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1월 무렵 기초교육학부 학부장, 책임교수로부터 참가인에 관한 실험조교 평가서를 받았으나, 2019년에는 받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12월 무렵 참가인에게 '자기업적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이메일을 보냈고, 그에 따라 참가인은 자신의 업무수행내역을 정리해 '자기업적보고서'를 제출하였다.
실험조교 제도 관련 인정 사실
원고는 2010년부터 C대학을 운영하였다.
C대학 기초교육학부는 2010년부터 A기관 대학원 재학생을 대상으로 실험조교를 모집하였는데, 지원요건에는 '대학원 지도교수의 승인'이 포함되었다[갑 제4, 5, 27, 28호증, 을나 제1호증(가지번호 포함, 이하 다른 서증에서도 가지번호를 특정하지 아니하는 한 같다)].
다)「학자금 및 조교수당 지급지침」<5>이 2013. 3. 18. 개정되면서, 박사과정 장학생 및 박사과정 인정학기에 도달한 통합과정 장학생에게 재학 중 1학기 이상 소속부서나 C대학의 조교로 근무할 의무를 부과하는 조항이 신설되었고(제3조), 이러한 개정 내용은 2013학년도 신입생부터 적용되었다(갑 제4호증, 을나 제4호증).
원고 소속 대학원장, 대학장, 교수 등은 2015. 4. 9. 간담회를 개최하여 다음 사안을 논의하였다(갑 제11호증).
재학생 실험조교<9>의 급여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다음과 같이 변경되었다(다툼 없는 사실<10>, 갑 제27, 28호증, 을나 제1호증의 3, 4).
원고는 2018. 2.경 개최된 '교원과의 간담회'에서 '실험조교(박사학위 소지) 연봉 및 계약기간 현실화 필요'라는 건의사항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하였다(실험강사와 실험조교는 그 지위가 다르다)(갑 제21호증).
실험조교 D은 2018. 4. 25. 학사지원팀장 E과 사이에 다음과 같은 취지<12>의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갑 제22호증).
참가인, D, E은 2018. 4. 27. 다음과 같은 취지<13>의 대화를 나누었다(갑 제23호증, 을나 제6호증).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자기업적보고서 작성 요청(을나 제8호증)
원고 소속 직원 F은 2018. 12. 5. 참가인에게 다음과 같이 '자기업적보고서'를 제출하여 달라는 이메일을 보냈다[위 3)의 나)항 참조].
실험조교 기간제인력 운영 종료(을가 제2호증의 2)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은 문서가 2018. 12. 15. 원고 내부에서 부총장을 최종결재자로 하여 결재되었다(결재자의 순서는, ① 담당 F, ② 학사지원팀장 E, ③ 학부장 G, ④ 학장 H, ⑤ 부총장 I이었다).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근로계약기간 만료 통보(을가 제2호증의 1)
원고는 2018. 12. 19. 참가인에게 '근로계약이 계약기간 만료로 종료된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5, 8 내지 23, 27, 28호증, 을가 제1, 4, 5호증, 을나 제1호증, 을나 제2호증의 1, 2, 을나 제4, 6,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성격 등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은 기간제 근로계약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한다) 제4조는,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하여 갱신된 경우, 사용자로 하여금 기간제근로자를 그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사용할 수 있게 하고(제1항 본문),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한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보도록 하였다(제2항).
다만, 기간제법은 그와 동시에 예외적으로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제1호 내지 제5호에 준하는 합리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간주하지 않도록 정하였다(제1항 단서 제5호, 제6호).
그 위임에 따라 기간제법 시행령은 위 각 경우를 '박사 학위를 소지하고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경우' 와 '「고등교육법」제14조에 따른 조교의 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등으로 구체화하였다(제3조 제1항 제1호, 제3항 제4호 가목).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참가인은 원고와 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을 통해 박사 학위 소지자로서 해당 분야에서 종사함과 동시에 고등교육법 제14조에 따른 조교의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체결된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하여 갱신됨에 따라 참가인이 계속 근로한 총 기간이 2년을 초과하였음에도, 참가인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되지는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참가인은 여전히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기간 내에서 효력을 가지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라고 보아야 한다.
참가인에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한 판단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을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앞서 본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먼저, '기간만료에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지 살펴본다.
채용공고에 '근무실적에 따라 재계약 가능'이라는 문구가 포함되어 있고, 근로계약서에 '근무성적, 근무태도, 계속 고용의 필요성 등 제반사항 고려하여 재계약의 필요성이 존재할 경우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으며,「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제13조 제1항에 '관리책임자는 계약만료 시점에서 기간제근로자의 근무성적, 근무태도, 업무역량, 향후 지속 고용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재계약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내용들이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이라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채용공고의 내용은 그와 같은 의미로 읽힐 여지가 다소 존재하지만, 문구가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의미가 제한적이고, 근로계약서,「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의 내용은 '원고가 재계약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재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정도의 내용으로 보일 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면 근로계약서,「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은 오히려 '참가인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없다'는 취지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든 근로계약서에는 '최장 고용계약기간은 총사업기간<14>을 넘을 수 없으며, 사업의 종료시 본 근로계약은 당연해지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제1조).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작성된 근로계약서 및 고용계약 세부내역서에는 총 사업기간의 종기가 2018. 12. 31.로 명시되었고, '총 사업기간까지 고용을 보장하지 아니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되었다(제1조 제7호). 마지막으로 갱신된 근로계약의 계약기간 종기가 2019. 1. 31.인바, 위 2018. 12. 31.과 가까운 시기임을 알 수 있다(제1조 제7호).
모든 근로계약서에는 '고용계약은 당초 계약 종료일에 당연히 종료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제2조).
특히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단순히 고용계약이 반복 갱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속적 계약갱신에 대한 기대권을 부여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포함되었다(제2조 제1항). '참가인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없다'는 취지가 명시된 것이다.
모든 근로계약서에는 '재계약의 필요성이 존재할 경우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제2조 제1항). 원고에게 계약 갱신에 관한 재량권을 부여한 것이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작성된 근로계약서에는 2014년에 작성된 근로계약서와 달리 '재계약의 필요성'을 보다 구체화하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나, 그중에는 '계속 고용의 필요성'이라는 내용이 있어, '원고에게 계약 갱신에 관한 재량권이 부여되었다'는 점 자체에는 영향이 없다.
「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은 2017. 12. 20. 개정되어 '관리책임자의 제반 평가 및 판단에 근거한 명시적 근로계약의 갱신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근로계약은 자동으로 갱신되지 아니하며 갱신에 대한 일체의 기대권을 부여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이 신설되었다(제13조 제5항). '참가인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없다'는 취지가 명시된 것이다.
위 개정으로써 도입된 규정 중에는 '관리책임자는 계약만료 시점에서 기간제근로자의 근무성적, 근무태도, 업무역량, 향후 지속 고용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하여 재계약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A기관 및 관리책임자는 총 사업기간의 종료 시까지 재계약을 반복 갱신할 의무를 부담하지 아니한다'는 규정도 있다(제13조 제1항, 제3항).
달리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찾아볼 수 없다.
다음으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찾아볼 수 없더라도,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할 때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면 참가인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면,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근로계약서,「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은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단순히 두지 아니한 것에 그친 게 아니라, '참가인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권이 없다'는 취지를 명확히 하였다. 이를 뒤집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 위해서는 보다 특별한 사정이 필요하다.
원고가 매년 참가인으로부터 자기업적보고서를 제출받아 계약 갱신의 기초자료로 활용한 점, 마지막으로 갱신된 근로계약의 계약기간 종기(2019. 1. 31.)가 가까워왔을 무렵인 2018. 12. 5.에도 원고 소속 직원 F이 참가인에게 자기업적보고서를 제출하여 달라는 이메일을 보낸 점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이러한 사정을 보면, 참가인이 위와 같은 이메일을 받고 '이번에도 자기업적 보고서를 기초로 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긴하다.
그러나 참가인이 F으로부터 위와 같은 자기업적보고서 제출 요청 메일을 받은 날로부터 불과 열흘 뒤인 2018. 12. 15. 원고 내부에서는 기초교육학부 실험조교 고용계약을 종료하기로 하는 내부결재가 있었고, 원고는 그로부터 나흘 뒤인 2018. 12. 19. 참가인에게 '근로계약이 계약기간 만료로 종료된다'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자기업적보고서를 제출하여달라는 요청'과 '실험조교 고용계약을 종료한다는 원고 내부 결재' 및 '참가인에 대한 근로계약 종료 통지'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매우 짧은 점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이 자기업적보고서 제출 요청으로써 가지게 된 신뢰의 의미는 제한적이라 할 것이다.
원고는 실험조교에 대한 계약 갱신 여부를 검토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자기업적보고서', '기초교육학부 학부장, 책임교수의 평가의견'을 활용하였다.
그러나 오로지 위와 같은 자료에만 근거하여 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하였다고 보이지는 아니한다. 앞서 보았듯 근로계약서,「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은 근무성적, 근무태도뿐만 아니라 '계속 고용의 필요성(향후 지속 고용의 필요성)'도 함께 고려한다고 정하였고, '재계약의 필요성이 존재할 때' 계약을 갱신할 수 있다고 정하였으며, 특히「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은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고도 정하였기 때문이다.
결국, 계약갱신기준이 사전에 제시되었다든가, 반복된 관행으로써 어느 정도 구체화되었다는 사정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상태에서, 그저 '계약 갱신을 위한 평가절차가 있었다'는 사정 자체만으로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가 인정될 수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참가인은 학사지원팀장 E과 사이에 2018. 4. 27. 실험조교의 처우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E은 그 자리에서 참가인에게 '참가인을 포함한 실험조교 세 명의 자리는 없애지 않고 계속 갈 것 같다', '기존에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던 것을 2년 단위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어떤 신분변동이 있을 것 같지는 않으니 그냥 하는 일을 열심히 하시라'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이는 참가인으로 하여금 '적어도 이번 근로계약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갱신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신뢰를 하게 할만한 일 일 수 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함께 고려해 본다면, E의 위와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먼저 E이 원고를 대표하여 참가인에게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공신력 있는 약속 또는 발언을 할 만한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 '실험조교 기간 제인력 운영 종료'에 관한 내부문건을 2018. 12. 15. 최종결재자로서 결재한 자는 '부총장'이었고, E은 '담당-팀장-학부장-학장-부총장'으로 이어지는 결재라인의 두 번째 결재자인 팀장에 불과하였다.
나아가 E의 실제 발언을 보면, '없애지 않고 계속 갈 것 같아요, 세 분은', '계속 유지를 하는 게 (학사지원팀) 기본 입장', '당장 어떤 신분변동이 있지는 않을 것 같으니까'와 같은 추측성 발언을 하였던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추측성 발언을 하게 된 계기, 즉 'E이 참가인과 위와 같은 대화를 나누게 된 계기'를 고려하지 아니할 수 없다. 위 대화 자리는 실험조교 D이 '교원과의 간담회'에서 '실험조교'에 대한 처우개선대책이 제대로 논의되지 아니한 것에 대해 불만을 제기함에 따라 마련된 자리였다. E이 참가인에게 실험조교 계약 갱신에 관한 공식적인 원고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는 아니었던 것이다.
이상과 같은 E의 지위, E이 한 발언의 구체적인 내용, E의 발언이 이루어진 자리의 성격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E의 위와 같은 발언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특히 원고의 실험조교제도에 대한 시각을 고려하여 본다면, E이 확정적인 계약 갱신을 언급하지 못한 이유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기도 하다.
원고 소속 대학원장, 대학장, 교수들은 2015. 4. 9. 개최된 간담회에서 '실험조교제도에 한계가 있고, 대학원 재학생을 활용한 실험조교제도가 정착되어야 한다'는데 뜻을 모았고, 이후 수당 현실화, 대학원 교수들에 대한 적극적인 협조 요청 등 방안을 활용함으로써 재학생 실험조교제도를 활성화하고자 노력한 바 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시도가 성공함<15>에 따라 결국에는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달리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찾아볼 수 없다.
소결론
참가인은 기간제근로자이고,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그렇다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계약기간 종기의 도래로써 정당하게 종료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루어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박중휘 박종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