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무조정실 산하에 설치된 정부출연연구기관으로서 고등학교 이하 각급 학교의 교육과정 및 각종 교육평가를 연구·개발·시행하는 공공기관이다.
원고의 직원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나뉘고, 비정규직은 전문연구원(위촉, 이하 ‘전문연구원’이라고 한다)과 연구조원 그리고 행정조원(위촉, 이하 ‘행정조원’이라고 한다) 등으로 구분된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들은 원고에 각 입사한 이래로 1개월에서 8개월 단위로 기간제 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하며 전문연구원과 연구조원 등으로 근무하였고, 그리하여 2019. 4. 30. 무렵 참가인 D은 연구조원으로, 나머지 참가인들은 각 전문연구원으로 계속 근로한 기간이 모두 2년을 초과하게 되었다.
원고는 2019. 4. 30. 참가인들의 계약기간이 모두 만료하였음을 이유로 재계약 체결을 거부하면서 참가인들에게 사직원 제출을 요구하였다.
이에 참가인들은 원고가 참가인들을 부당하게 해고하였다고 주장하며 2019. 6. 4.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였으나(G), 충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7. 30. “① 참가인들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항 단서에 정한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에 해당하므로 근로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지 않았고, ② 참가인들이 원고와 사이에 오랜 기간 근로계약을 반복하여 갱신하였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참가인들에게 정당한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참가인들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참가인들은 이에 불복하여 2019. 9. 9.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고(F),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11. 11. “참가인들은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에 정한 사용기간 제한의 예외에 해당하지 아니하므로, 계속 근로 기간이 2년을 초과한 시점에서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전환되었다”라는 이유로 초심판정을 취소하고 원고의 부당해고를 인정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6 내지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참가인들은 원고의 전문연구원이나 연구조원으로서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3항 제8호에 정한 ‘연구업무에 직접 관여하여 지원하는 업무’에 종사하였으므로, 2년을 초과하여 계속 근무하였더라도 근로계약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지 않았다.<1>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갑 제6, 12, 13, 15, 21 내지 32, 37, 47, 80호증의 각 기재, 증인 H의 증언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원고의 ‘비정규직원에 관한 규칙’ 제3조 제3항에서 전문연구원과 연구조원을 ‘개별 연구 과제 수행을 위하여 임용되어 연구업무 관련 자료 수집, 조사, 통계 및 분석, 정규직 연구직원의 연구 업무 지원 및 보조 업무를 수행하는 자’로 정의하는 한편, 제3조 제5항에서 행정조원은 ‘연구업무를 직접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일반행정업무의 수행을 보조하기 위하여 임용하는 자’로 정의하여 서로 역할을 구분하고 있는 점, ② ‘비정규직원에 관한 규칙’ 제5조에 따르면, 고등학교 이상 졸업자로서 채용 예정 분야의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으면 임용이 가능한 행정조원에 비하여, 전문연구원과 연구조원은 ‘해당 연구과제에 필요한 전공 분야 석·학사 학위 및 연구수행능력’을 갖추어야 하므로 자격기준이 더욱 엄격한 점, ③ 전문연구원은 행정조원에 비하여 보수도 높게 책정되어 있던 점, ④ 원고가 전문연구원 및 연구조원의 업무에 관하여 작성한 직무분석서에는 “연구와 관련된 매뉴얼, 자료집, 보고서 등 각종 서류의 작성 능력 및 연구자료 요약·분석 능력을 비롯하여 숙련된 연구능력 또는 전문적 역량이 요구된다”라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는 점, ⑤ 참가인들은 설문조사 응답을 분류하여 정리하고, 연구보고서의 수정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는가 하면, 연구진들이 참석한 전문가 협의회 및 공청회의 회의록을 작성하는 등 연구과제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한 업무들을 수행한 점, ⑥ 나아가 원고는 참가인들에게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분석기준 및 분석 계획 수립, 연구보고서의 일부 작성 등도 지시한 점, ⑦ 연구보고서 표지에 참가인들이 참여 연구원으로 등재되기도 한 점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들이 맡은 전문연구원이나 연구조원의 업무가 정규직 연구원의 연구를 지원하는 업무에 해당함은 분명하고, 일반행정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조원과 비교하여 보았을 때 연구에 대한 관여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볼 수는 있다.
그런데 기간제법 제4조에서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2년의 기간 내에서만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고, 기간제근로자의 총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할 경우 기간제근로자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간주하도록 규정한 취지가 기본적으로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데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다255910 판결 참조), 위와 같은 간주의 예외를 정한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각 호의 사유는 더욱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
그중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6호 및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3항 제8호는 ‘실험·조사 등을 수행하는 등 연구업무에 직접 관여하여 지원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경우’를 예외사유로 정하고 있는바, 그 문언에 비추어 볼 때, 위 예외사유에 해당하려면 연구를 단순히 지원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연구에 직접 관여하여야 하며, 연구에 직접 관여하였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실험·조사 등과 같이 연구의 기초자료를 수집하는 절차를 수행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실험·조사를 수행하였는지 아니면 그 수행을 보조하였는지 여부를 판별하는 중요한 척도는, 실험·조사의 구체적인 목표, 범위, 대상, 방법, 절차 등을 선택하여 해당 실험·조사의 실질적인 내용을 형성할 재량이 있는지 및 그러한 재량권 행사의 주체로서 일정한 책임을 부담하는지 여부라 할 것이고, 위와 같은 재량이나 책임이 없는 사람은 실험·조사를 보조한 것에 불과하므로 연구에 직접 관여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으로 돌아와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을나 제7 내지 11, 14, 24, 28, 30, 3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설문조사 문항의 구성, 설문조사 대상자의 섭외, 공청회 진행 등 조사의 실체를 좌우하는 사항들은 전적으로 정규직 연구원들이 결정한 점, ② 반면 참가인들은 전문연구원 또는 연구조원으로 근무하는 동안에 장소 예약, 준비물 구비, 비용 지출과 같은 일반행정업무를 비롯하여 설문조사지 등 조사 자료의 취합, 보관, 전달, 오·탈자 교정 등 대체로 연구과제에 관한 지식이 불필요한 수준의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③ 그 밖에 참가인들이 설문조사 결과를 요약하거나 항목별로 분류하고, 앞뒤 문장의 문맥에 맞추어 문구를 수정하며, 전산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데이터를 표 또는 그래프의 형태로 정리하고, 연구진들의 발언을 회의록에 기재하는 등의 업무까지 수행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정규직 연구원들에게 시각적 편의를 제공하는 범위 내에서 조사 자료를 편집·가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이는 점, ④ 원고는 참가인들이 전문적 지식을 활용하여 조사 결과를 ‘분석’하였다고 설명하나, 이러한 ‘분석’ 역시 조사 결과를 해석하여 연구과제의 결론을 도출해 내는 작업이 아니라, 단지 조사 자료의 편집·가공에 필요한 만큼 해당 내용을 파악하는 과정을 일컫는 것으로 보이고, 여기에 연구과제에 관하여 배경지식을 넘어서는 수준의 전문적 지식까지 요구된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는 점, ⑤ 참가인들은 본인의 책임 하에 연구보고서 등의 연구 자료를 수정할 수는 없었고, 정규직 연구원들에게 수정사항을 보고하거나 건의할 수 있었을 뿐인 점, ⑥ 전문연구원과 달리 연구조원은 행정조원과 동일한 급여를 받고 있었던 점, ⑦ 원고가 2018. 5.경 수립하였던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계획안’의 기재에 의하면, 그동안 전문연구원은 보고서를 집필하기 위하여 채용된 것이 아니었고<2>, 실제로는 연구 및 사업 관련 각종 자료 조사 및 수집, 정규직 연구원의 업무 지원 및 보조 정도의 업무를 수행하였음을 이유로, 전문연구원을 연구조원으로 통합하기로 결정한 점(을나 제14호증 제13쪽) 등을 종합하면, 참가인들은 연구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다만 정규직 연구원들이 수행하는 조사를 보조하는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판단되므로, 기간제법 제4조 제1항 단서 제6호에 정한 예외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참가인들은 원고의 기간제근로자로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함으로써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계약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다 할 것이므로, 이에 반하여 원고가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참가인들에게 사직원 제출을 요구하며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