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 2. 17. 원고들과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D 부당전보 구제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내린 판정 중 2019. 6. 1.자 인사발령에 관한 구제신청을 기각한다는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회사’라고 한다)은 1958. 1. 10. 설립되어 상시 2,100여 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빙과, 유지, 식품, 유가공, 육가공 제품 등을 제조 및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참가인 회사는 사업본부와 생산본부 등으로 구성되고, 그중 사업본부는 푸드서비스 사업본부, E 사업본부, F 사업본부로 나뉘어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원고 A은 1993. 12. 9., 원고 B은 1989. 7. 20. 각 참가인 회사에 입사하여 F 사업본부에서 근무하던 사람이다.
참가인 회사는 2019. 6. 1.자로 F KAM팀 MD담당 매니저인 원고 A을 본사 총무팀으로 보직변경하고, F 영업팀 수원지점에서 파견 근무 중이던 원고 B을 본사 총무팀으로 파견해제 및 부서변경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이하 ‘1차 전보’라고 한다)을 하였다.
그 후 참가인 회사는 2019. 6. 12. 원고 A을 천안 소재 생산공장으로, 2019. 6. 14. 원고 B을 김천 소재 생산공장으로 각 전보하는 인사발령(이하 ‘2차 전보’라고 한다)을 하였다.
원고들은 1차 및 2차 전보가 모두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신청을 하였고(G), 이에 대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0. 15. ‘2차 전보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고 그로 인한 원고들의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므로 부당하다. 1차 전보는 2차 전보를 위한 예비적ㆍ부속적 인사에 불과하므로, 2차 전보가 부당한 이상 1차 전보의 정당성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초심판정을 하였다.
참가인 회사는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D),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2. 17. ‘2차 전보는 업무상 필요성은 인정되더라도 그로 인해 원고들이 받는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하고 전보처분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여 부당하다. 그러나 1차 전보는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될 뿐 아니라 그 대기발령 기간 또한 적정하므로 정당하다’는 이유로 위 초심판정 중 1차 전보에 관한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초심 구제신청 중 1차 전보에 관한 부분을 기각하며, 참가인 회사의 나머지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위 재심판정 중 1차 전보에 관한 부분을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가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들의 주장
1차 전보는 2차 전보의 선행 단계에 불과하므로, 1차 전보의 목적이 되는 2차 전보가 부당하다면, 1차 전보 역시 부당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사건 재심판정은 2차 전보의 부당함을 인정하면서도, 2차 전보의 목적과는 구분되는 1차 전보 고유의 목적이 있다는 그릇된 전제에서 1차 전보가 정당하다고 잘못 판단한 위법이 있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1차 전보의 성격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3 내지 5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1차 전보의 목적은 참가인 회사가 원고들의 직위를 사실상 해제한 상태에서 그들로부터 사전에 2차 전보에 대한 동의를 얻으려는 데 있었다고 보이므로, 1차 전보는 실질적으로는 독자적인 전보 처분이 아니라 2차 전보의 준비를 위한 대기발령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
1차 전보로 인하여 원고들의 보직은 본사 총무팀으로 변경되었으나, 정작 원고들에게 해당 부서에 관한 업무는 주어진 바 없고, 2차 전보 전까지 원고들은 3~4차례 출근하여 총무팀장 및 총무팀 매니저와 면담을 하였을 뿐이다.
참가인 회사의 주장(갑 제3호증 제14쪽)에 의하더라도, 위 면담 과정에서 참가인 회사는 원고들에게 “생산공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어렵다면 위로금을 받고 퇴사하는 것도 선택할 수 있다”라고 하여 2차 전보를 피할 수 있는 대안으로 오로지 퇴직만을 안내하였을 뿐이고, 그 밖에 생산공장이 아닌 다른 보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제3의 가능성에 관하여는 아무런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들이 각자 마지막 면담에서 2차 전보에 자발적으로 응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히자, 참가인 회사는 1차 전보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고 곧바로 다음날 원고들에게 2차 전보를 하였다.
1차 전보의 적법성
관련 법리
기업이 그 활동을 계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서는 노동력을 재배치하거나 그 수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불가결하므로, 대기발령과 전보처분을 포함한 인사명령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고유권한에 속한다 할 것이고, 따라서 이러한 인사명령에 대하여는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 사용자에게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며, 이것이 근로기준법 등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대기발령이나 전보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 여부는 ① 해당 인사명령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② 그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과의 비교교량, ③ 근로자와의 협의 등 인사명령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 등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며,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인사명령이 권리남용에 해당되어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4. 11. 선고 99두2963 판결, 2005. 2. 18. 선고 2003다63029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할 때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
판 단
업무상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
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1차 전보는 2차 전보를 목적으로 하는 대기발령 조치이므로, 2차 전보가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면 그에 앞서 1차 전보를 실시하여야 할 정당한 업무상 필요가 있다고 할 수 없다.
그런데 갑 제3 내지 5, 10, 15호증, 을가 제3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2차 전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를 벗어난 부당전보에 해당한다 할 것이므로, 결국 1차 전보는 업무상의 필요성이 없어 위법하다.
참가인 회사의 생산공장은 상시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이에 대응하여 참가인 회사가 생산직 인력을 증원할 필요가 있었던 점은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원고들은 참가인 회사에 입사한 이래로 약 30년 동안 관리직으로만 근무하여 1차 전보 무렵에는 만 50세가 넘었는바, 이들이 생산직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정도의 육체노동능력을 갖추었다고 볼만한 근거가 없다. 설령 원고들이 다른 관리직 직원들에 비하여 인사고과가 저조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관리직보다 생산직에 더욱 적합한 사람들이었다거나, 이들을 생산직에 투입함으로써 업무능률이 한층 증진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2차 전보의 업무상 필요는 상대적으로 크다고 보이지 않는다.
반면 2차 전보로 인하여 ① 원고들은 수십 년간 지속하여 온 업무에서 강제로 이탈된 데에 따른 심리적인 박탈감이 클 것으로 보이는 점, ② 더구나 원고들은 기존의 관리직 업무와는 별다른 연관성이 없는 생산직 업무를 맡게 됨에 따라, 기존의 업무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 등을 활용할 기회조차 상실한 점, ③ 생산공장이 원고들의 생활근거지와 멀리 떨어져 있는 탓에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교통비까지 모두 증가된 점, ④ 원고들이 출퇴근 시간과 교통비를 절약하려면 가족들과 떨어져 사택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게 된 점 등을 감안하면, 2차 전보에 따른 원고들의 생활상 불이익은 상당히 크다고 보인다.
한편 참가인 회사는 2차 전보에 앞서 원고들과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 원고들에게 ‘생산공장 이동’ 또는 ‘퇴직’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요구하였을 뿐, 생산공장 외의 다른 보직으로 이동하는 방안은 언급한 바 없고, 부득이하게 원고들이 생산공장으로 전보될 경우에 구체적으로 어느 위치의 공장에서 어떤 조건으로 근무하게 될 것인지 여부에 관하여도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참가인 회사가 2차 전보에 관하여 원고들과 사이에 협의절차를 성실하게 이행하였다고 볼 수 없다.
성실한 협의절차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참가인 회사는 원고들에게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1차 전보를 하였다고 보이므로, 1차 전보에 앞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도 없다. 이 점에서도 1차 전보는 위법하다.
소결론
그렇다면 1차 전보는 구제의 대상이 되는 부당전보에 해당하므로, 이와 결론을 달리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결 론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각주1) Key Account Management, 주요고객 관리
각주2) Merchandiser, 영업상품 관리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