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8. 12. 선고 2020구합169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2019. 11. 27.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내린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홍채인식 시스템 개발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2019. 1. 28. 근로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여 원고의 성남 지점에 입사한 근로자이다.

나.

참가인은 2019. 4. 8. 원고의 사내이사 D 및 원고 소속의 연구소장 E와 사이에 면담(이하 ‘이 사건 면담’이라고 한다)을 하다가 E로부터 “그만둬”라는 말을 들은 후 사무실 내의 비품을 챙겨서 퇴거하였고, 그 뒤로 원고 지점에 출근하지 않았다.

다.

참가인은 원고가 2019. 4. 8. 참가인을 부당하게 해고한 것이라 주장하며 2019. 5. 24.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F),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8. 13. “E가 이 사건 면담 중에 참가인에게 ‘그만둬’라고 말한 것은 참가인과 사이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서 해고에 해당하는데, 위와 같이 원고가 참가인을 해고하면서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위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절차상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인용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라.

그러자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19. 9. 24.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19. 11. 27.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E가 2019. 4. 8. 참가인에게 “그만둬”라고 말한 것은 이 사건 면담을 중단하자는 발언이었을 뿐, 참가인과 사이의 근로관계를 종료하겠다는 취지가 전혀 아니었다.

설령 E의 위 발언을 근로관계 종료의 의사표시로 해석하더라도, 참가인이 위 발언을 듣고는 기다렸다는 듯이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선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일방적 의사가 아니라 양 당사자의 합치된 의사에 따라 종료되었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나.

관련 법리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무엇인지에 관하여 근로자는 ‘해고’를, 사용자는 ‘근로자의 사직 의사표시’ 또는 ‘근로계약의 합의해지’를 각 주장하는 경우, 사용자가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이 해고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여야 한다(서울고등법원 2018. 5. 4. 선고 2017누84329 판결 참조).

다.

판 단

1)

근로관계의 종료 원인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1, 2, 8호증, 을가 제1호증의 각 기재, 증인 B, E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이 원고에게 근로계약 합의해지의 청약 또는 승낙을 하였다거나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는 점이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위 법리에 비추어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원고의 일방적인 해고로 말미암아 종료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원고는 이 사건 면담에서 ① 참가인이 이미 2019. 3.경 3일간의 휴가를 사용하였음에도 2019. 4.경 원고에게 일방적인 통보만을 하고는 3일간 무단결근한 점, ② 2019. 3. 7.경 특허청장이 방문하는 중요한 행사가 있었음에도 참가인이 정시 퇴근을 고집하면서 행사 도중에 퇴근을 강행한 점, ③ 참가인이 그동안 별다른 실적을 쌓은 바 없음에도 도리어 원고에게 4대 보험료 과납금 반환 및 급여 정산을 요구하고 있는 점 등 참가인의 근무 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을가 제1호증).

이러한 지적들은 참가인이 원고에 대항하여 사직을 결심할 이유가 될 수 있으나, 한편으로 원고의 입장에서 참가인을 해고할 동기가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

참가인은 “이 사건 면담을 하던 도중 ① 원고가 참가인에게 ‘앞으로 정시 퇴근은 안 되고, 연장 근무 및 주말 초과 근무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였고, ② 이에 참가인이 ‘제가 그렇게 안 한다면 저는 더 이상 일을 하지 말라는 말씀입니까?’라며 원고의 의중을 물어보았는데, ③ 원고는 ‘그렇다 우리는 같이 갈 수 없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뒤에 참가인이 휴대폰의 녹음 기능을 켰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해당 증인신문 녹취록 제4 내지 7쪽).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참가인은 원고에게 “이것 봐라. 이제는 부려먹을 만큼 일을 시켜 먹고, 필요 없으니 자른다”라고 말하더니 그 무렵부터 이 사건 면담 내용을 녹음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2020. 2. 2.자 보정서 제11쪽).

참가인의 증언과 원고의 주장을 종합하면, 참가인이 이 사건 면담을 녹음하기 전부터 이미 원고가 참가인에게 ‘자를 수 있다(해고할 수 있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였다고 보인다.

다)

이 사건 면담의 녹음을 시작한 후 참가인은 원고에게 “저는 4월 10일까지 이거 돌려주시고 저 이거 해 주세요”라는 등으로 말하며 4대 보험료 과납금 반환을 비롯한 급여 정산을 요구하였다(갑 제2호증 제10쪽, 을가 제1호증 제4쪽). 이는 참가인이 근로관계가 종료될 것에 대비하여 금전 문제를 정리하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런데 원고는 참가인이 돌연 급여 정산을 요구하는 이유에 대하여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너(참가인)는 우리 회사(원고)에게 뭘 해줬는데?”라며 참가인의 기여도를 따져 물었을 뿐이다(을가 제1호증 제4쪽).

이러한 원고의 태도를 볼 때, 이 사건 면담이 녹음되기 전부터 해고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는 참가인의 증언은 한층 설득력이 있다.

라)

이어서 참가인은 원고에게 “저 여태까지 숨도 안 쉬고 일했어요. 자료만 만 들어드리고. 이제 단물 빨리니까 저 이제 결국 쳐내시는 거잖아요”라고 말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원고는 참가인에게 “자료요? 무슨 자료를 했는데요? 무슨 자료를 만들었나고요?”라며 참가인의 업무량에 관하여만 반문하고 있을 뿐, 정작 ‘원고가 참가인을 쳐내려고(해고하려고) 하는 것이 맞는지’에 관하여는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고 있다(을가 제1호증 제4쪽). 이 점에서도 참가인을 해고하려는 원고의 의중이 엿보인다.

마)

그 후 E가 참가인에게 “그만둬”라고 말할 무렵에는 이 사건 면담이 길어지고 있던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한편으로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참가인에 대하여 누적되어 있던 불만을 제기하면서 근로관계의 종료 가능성을 암시하던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E가 “그만둬”라고 말한 경위에 비추어 볼 때, 위 발언을 원고의 주장처럼 이 사건 면담을 중단하자는 의미로 해석할 여지도 없지 않으나, 참가인의 주장처럼 해고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더라도 무리가 없다.

바)

참가인에게 “그만둬”라고 말한 사람은 원고의 대표자인 사내이사 D이 아니라 연구소장인 E이기는 하나, E는 D과 사이에 오랜 기간 동업 관계를 유지하여 오면서 원고의 직원에 대한 인사권한을 보유하고 있었고(갑 제1호증 제11쪽, 제2호증 제10쪽), D 역시 이 사건 면담이 이루어지는 내내 동석하고 있었다. 따라서 위 발언을 한 E의 공식적인 직함만을 문제 삼아서 위 발언의 의미나 무게를 달리 보기는 어렵다.

사)

참가인이 E로부터 이 사건 면담 당일 “그만둬”라는 말을 듣기 전에 먼저 사직의 의사를 표시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

설령 앞서 본 참가인의 급여 정산 요구를 원고에 대한 사직의 의사표시로 본다고 하더라도, 당시 참가인의 의사가 급여 정산 완료를 조건으로 사직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급여 정산 완료에 앞서 일단 사직부터 하겠다는 것이었다고 해석할 근거는 없다.

아)

E가 참가인에게 “그만둬”라고 말을 한 뒤부터는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어떠한 대화가 오갔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도 전혀 없다.

이는 참가인의 녹음이 공교롭게도 E가 “그만둬”라고 발언한 시점에서 중단되었기 때문이기는 하나, 이러한 사정만을 들어서 참가인이 녹음을 중단한 이후에 원고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거나, 추후에 자신의 사직 의사표시가 녹음된 부분을 삭제한 것이라 추단하기는 어렵다.

자)

이에 관하여 원고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에서 “E 연구소장은 참가인에게 ‘그만둬’라고 말한 이후에도 참가인에게 ‘잘 합의해서 같이 가자’라고 말하는 등 오랜 시간 동안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하였다”고 진술하였다(갑 제2호증 제11쪽). 위 진술은 “E가 참가인에게 ‘그만둬’라고 말한 뒤에도 그 자리에서 참가인의 퇴사를 막고자 오랜 시간을 들여 다각도로 설득하려는 시도를 하였으므로, 위 발언을 해고라고 해석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라는 취지로 보인다.

그런데 원고는 현재 “참가인은 E로부터 ‘그만둬’라는 말을 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짐을 챙겨서 일어나 사무실을 나가버리고는 그 뒤로 연락을 중단하고 복귀하지 않았다”라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2020. 5. 18. 준비서면 제4 내지 6쪽). 위 주장에 의하면, E가 참가인에게 “그만둬”라고 말한 뒤부터 참가인이 사무실을 나가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고, 그 사이에 E가 참가인을 상대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많이 할 정도의 여유는 없었다고 보인다.

한편 E는 “참가인이 ‘그만둬’라는 말을 듣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회의실을 나가려고 한 것은 맞지만, E가 참가인을 못나가게 막으면서 ‘너 왜 그러느냐’라고 말하는 등 이야기를 조금 더 계속하였다”라며 원고의 심문회의 진술과 위 주장을 절충하는 내용의 증언을 하고 있다(해당 증인신문 녹취록 제6쪽).

이렇듯 “그만둬”라는 발언 이후의 정황에 관한 원고 측의 주장과 진술은 일치되지 아니하여 선뜻 믿기 어렵다.

차)

E가 참가인에게 “그만둬”라는 발언을 한 것은 그 문구와 어조에 비추어 일방적인 명령으로 볼 수 있을 뿐, 이를 상대방의 승낙을 구하는 제안을 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설령 참가인이 E의 위 발언을 듣자마자 아무런 반론 없이 즉각 사무실을 떠난 것이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로써 위 발언이 근로계약의 합의해지에 관한 청약으로 변경되고 여기에 대응하여 참가인이 승낙의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 해석할 수는 없다.

더구나 위 발언이 해고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는 이상, 참가인이 위 발언을 들은 후에 사무실에서 퇴거한 행위도 단지 원고의 해고를 거스르지 않았던 것이라고 볼 여지가 크다.

카)

만일 원고가 참가인이 사무실을 떠난 이후에 참가인에게 ‘사직 의사를 번복하라’라는 취지로 촉구하는 조치를 취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참가인이 불응하였다면, 이는 원고의 해고가 아닌 참가인의 사직으로 근로관계가 종료되었다고 볼만한 하나의 정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고가 위와 같은 조치를 취하였다는 점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고, 오히려 원고는 2019. 4. 30. 참가인에 대한 산재보험 상실신고를 함으로써(갑 제8호증) 근로관계의 종료 사실을 거듭 확인하였을 뿐이다.

2)

이 사건 해고의 적법성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근로자에 대한 해고는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 그러나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원고는 참가인을 해고하면서 참가인에게 “그만둬”라고 말한 것 외에 달리 서면으로 해고 사실을 통지한 바 없다.

따라서 원고의 참가인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하여 효력이 없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라.

소결론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어떠한 위법이 없다.

3.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각주1) 대법원 2018. 8. 16. 선고 2018두43941 판결로 상고가 기각됨에 따라 그대로 확정되었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