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8. 12. 23. 서울특별시교육감의 인가를 받아 대안학교인 E고등학교(이하 'E고'라고 한다)를 설립하여 경영하는 비법인사단이다.
원고는 E고의 학생 연습실이 부족해지자 E고 인근의 건물을 임차하여 연습실로 사용하였는데,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12년경 E고에 대한 운영 실태 점검을 마친 후 원고에게 ' 「대안학교의 설립 · 운영에 관한 규정」 제3조의2에 따라 사립 대안학교의 교사 및 교지는 해당 대안학교를 설립 · 경영하는 자의 소유이어야 하므로, 원고가 연습실 용도로 임차하고 있는 건물의 소유주체를 위 규정에 부합하도록 변경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원고는 당장 건물을 매수할 재정적인 여력이 없었으므로, 이에 E고의 교감 F<1>은 그 숙모인 G을 대표이사로 하여 2012. 5. 22. 주식회사 H(이하 'H'이라고 한다)을 설립한 다음, F은 2억 7,451만 원을, I<2>은 3억 1,500만 원을 각 H에 출자하였고, H은 위 자금으로 E고 인근의 건물을 임차하여 이를 원고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한편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아래와 같이 E고와 H을 오가며 기간제근로자로 근무한 사람이다.
참가인은 2019. 2. 28.경 원고와 사이에 계약기간을 2019. 3. 1. ~ 2020. 2. 29.로 정한 기간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E고에서 근무하던 중, 2019. 8. 27. 서울특별시교육청에 E고의 전 교장 J, 교감 F, 전 행정실장 K의 횡령 · 배임 사실을 부패행위로 신고하였다.
이어서 참가인은 2019. 11. 25. 피고에게「구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2019. 4. 16. 법률 제1632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 부패방지권익위법'이라고 한다)」 제62조 제2항에 따른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하였다.
E고의 이사장 L는 2019. 12. 11. 참가인에게 근무성적 불량을 이유로 면직(해임)처분을 통보하였으나, 피고는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제62조의2에 근거하여 원고에게 참가인에 대한 불이익처분을 일시정지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에 원고는 2019. 12. 26. 위면직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고 참가인의 복직을 허가하였다.
E고의 교장 M은 2020. 1. 22. 참가인에게 "이 사건 계약의 기간연장은 불가하므로 이 사건 계약은 기간의 만료로 해지된다"라는 취지의 통보(이하 '이 사건 만료통보'라고 한다)를 하였다.
그러자 참가인은 2020. 3. 17. 피고에게 재차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하였고, 피고는 2020. 6. 22. 원고에게 "① 이 사건 만료통보를 취소하고, 참가인을 E고로 복직시킬 것, ② 참가인에게 이 사건 계약의 만료일 다음날인 2020. 3. 1.부터 복직 전날까지의 임금 상당액을 지급할 것"을 각 요구하는 처분(의안번호 D, 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8, 9, 14, 16, 21, 22호증, 을가 제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원고의 주장 요지
불이익처분의 부재
피고는 E고와 H이 모두 원고의 동일한 사업장이라는 전제에서, 참가인이 2017. 3. 1.부터 3년 연속으로 원고의 사업장에서 기간제근로자로 근무하여「구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2020. 5. 6. 법률 제1732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구기간제법'이라고 한다)」 제4조 제1항에 정한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하 계속근로기간'이라고 한다)이 2년을 초과하였으므로, 구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E고와 H은 경영진, 인력, 회계가 엄연히 구분되는 별개의 사업장이므로, 참가인이 E고에서 근무한 기간과 H에서 근무한 기간을 합산하여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참가인이 2018. 3. 1. 이래로 E고와 H 중 어느 곳에서도 2년 넘게 근무한 사실이 없는 이상, 참가인은 여전히 기간제근로자로 남게 되므로, 이 사건 계약기간의 만료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는 자연히 종료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만료통보는 참가인에게 근로관계가 종료된다는 사실을 알려준 것일 뿐이고 나아가 어떠한 불이익을 가하는 조치가 아니므로, 구 부패방지권익위법에 정한 불이익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3><4>
불이익처분과 부패행위 신고 사이의 인과관계 부재
원고로서는 참가인의 부패행위 신고와는 별개로 참가인과 사이의 근로관계를 유지할 수 없는 객관적인 사정들이 있었으므로 이 사건 만료통보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설령 이 사건 만료통보가 불이익처분에 해당하더라도, 참가인의 부패행위 신고를 문제 삼아 불이익을 가한 것이라 볼 수는 없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불이익처분의 존부에 대하여
계속근로기간의 산정 기준
관련 법리
어떤 법인이 외형상으로는 법인의 형식을 갖추고 있으나 실제로는 법인의 형태를 빌리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아니하고 그 실질에 있어서는 완전히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다른 법인의 도구에 불과하거나, 배후에 있는 법인에 대한 법률 적용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함부로 쓰이는 경우에는, 비록 외견상으로는 그 해당 법인의 행위라 할지라도 그 법인과 배후에 있는 법인이 별개의 인격체임을 내세워 해당 법인에게만 그로 인한 법적 효과가 귀속됨을 주장하면서 배후에 있는 법인의 책임을 부정하는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는 법인격의 남용으로서 심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여 허용될 수 없고, 따라서 해당 법인은 물론, 그 배후에 있는 법인에 대하여도 해당 법인의 행위에 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 해당 법인이 그 법인격의 배후에 있는 법인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보려면, 원칙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법률행위나 사실행위를 한 시점을 기준으로 하여 두 법인 사이에 재산과 업무가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혼용되었는지 여부, 법률이나 정관에 규정된 의사결정절차를 밟지 않았는지 여부, 재산 · 업무의 규모 및 직원의 수 등에 비추어 볼 때 그 해당 법인은 이름뿐이고 실질적으로는 배후에 있는 법인을 위한 조직에 지나지 않을 정도로 형해화되어야 한다(대법원 2013. 2. 15. 선고 2011다103984 판결의 취지 참조)<5>.
구 기간제법의 규정 내용과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근로자의 지위를 보장하려는 입법 취지 등을 고려할 때, 기간제 근로계약이 반복하여 체결되거나 갱신되어 일정한 공백기 없이 기간제근로자가 계속적으로 근로한 경우라면, 도중에 근로관계가 단절되었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최초 기간제 근로계약에서부터 최종 기간제 근로계약에 이르기까지 기간 전체가 구 기간제법 제4조에서 말하는 기간제근로자의 사용 기간으로서 계속근로기간에 포함되어야 한다(대법원 2020. 8. 20. 선고 2018두51201 판결의 취지 참조).
판 단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2, 22 내지 24호증, 을가 제5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H은 그 배후에서 E고를 운영하는 원고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할 것인바, 원고는 H이 참가인과 사이에 체결한 근로계약의 법적 효과가 원고가 아닌 H에만 귀속된다고 주장할 수 없고, 한편으로 참가인이 E고 및 H과 사이에 체결한 각 근로계약 사이에 근로관계를 단절시킬 만한 특별한 사정을 찾아볼 수도 없으므로, 참가인이 E고에서 근무한 기간과 H에서 근무한 기간을 모두 합산하여 계속근로기간을 산정함이 상당하다.
H의 경영진은 원고의 대표자인 J의 부인, 아들, 며느리 등 친 · 인척들로 구성되어 내려왔고, 특히 J의 아들인 F은 E고의 교감으로 재직하면서 H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기도 하였다(갑 제22호증).
원고는 E고 운영에 필요한 연습실 건물(이하 '연습실 건물'이라고 한다)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임차하여 사용하다가, 그것이 「대안학교의 설립 · 운영에 관한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서울특별시교육청의 지적을 받자, 위 규정의 적용을 피할 목적으로 H을 설립하였다.
H은 연습실 건물을 임차하여 곧바로 원고에게 무상으로 제공하였고, 이에 따라 원고가 H의 주요 자산인 연습실 건물을 별다른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용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연습실 건물을 임차하기 위한 자금마저도 J의 부인과 아들이 마련하였다.
원고와 H 사이에 작성한 교육협정서(갑 제23호증)의 기재만으로는 H이 원고에게 연습실 건물을 임차하여 제공하는 것 외에 독자적인 기능을 수행하였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연습실 건물은 H의 명의로 임차한 것이나, 이를 관리하는 직원은 H이 아니라 원고가 채용하였다(을가 제5호증 제3쪽).
참가인은 수년간 E고와 H에서 번갈아 가며 근무하여 왔고, E고에서 근무하는 동안에도 H 관련 업무를 수행한 점(을가 제5호증 제23쪽)에 비추어 보면, E고와 H 사이의 직원 이동에 특별한 제약이 없었고, E고 직원과 H 직원의 업무분장도 명확히 구분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이 근무지를 변경할 때 원고 또는 H로부터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가 있었으나(갑 제2, 24호증), 이는 원고가 당시 급전이 필요하였던 참가인을 배려한 조치라고 보이므로(원고의 2021. 9. 13.자 준비서면 제6, 7쪽), 이렇듯 원고와 참가인이 중간에 퇴직금을 수수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서로 근로관계를 단절하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
이 사건 만료통보가 불이익처분에 해당하는지 여부
참가인은 2017. 3. 1.부터 2020. 2. 29. 사이에 공백기가 없이 3년 연속으로 E고와 H에서 근무함으로써 계속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하였으므로, 구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전환되었다.
그렇다면 이 사건 만료통보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가 된 참가인에게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를 통지한 것으로서 해고에 해당하므로(대법원 2007. 9. 7. 선고 2005두16901 판결의 취지 참조), 이는 참가인의 근로자 지위를 박탈하여 신분상의 불이익을 가하는 불이익처분으로 봄이 상당하다.
불이익처분과 부패행위 신고 사이의 인과관계에 대하여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참가인은 2019. 8. 27. 부패행위 신고를 한 후 2020. 3. 17. 피고에게 이 사건 만료통보에 대한 신분보장조치를 요구하였으므로,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제63조에 따라 이 사건 만료통보는 부패행위 신고와 관련된 불이익처분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참가인은 부패행위 신고를 한 것에 그치지 않고, 2개월간 병가를 사용하더니 연달아 질병휴직을 함으로써 그동안 중요 업무에 해당하는 감사 준비를 소홀히 하였을 뿐 아니라, 위 휴직기간 도중에 돌연 복직신청을 하기는 하였으나 그 진정성에도 의심의 여지가 많았으므로 이 사건 만료통보를 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① 참가인은 정신과 의사로부터 '혼합형 불안 및 우울장애' 진단을 받은 진단서를 구비하여 요건과 절차에 따라 병가 및 휴직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점(갑 제6호증), ② 참가인이 한 복직신청의 진정성을 의심할 구체적인 정황이나 근거는 제시된 바 없는 점, ③ 그렇다면 참가인의 병가 및 휴직으로 인하여 업무에 지장이 초래되었다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 참가인을 해고할 만한 사유가 된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④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2019. 12. 11. 참가인에 대한 면직 처분을 단행한 점, ⑤ 그 후 원고가 2020. 2. 10.경 위 면직 처분을 스스로 취소한 이유는, 당시 이 사건 계약의 만료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므로 위 면직 처분을 유지할 실익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바(원고의 2021. 9. 13.자 준비서면 제10쪽), 결국 이 사건 만료통보는 위 면직 처분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앞서 본 인과관계에 대한 법률상 추정을 뒤집기에 부족하고, 달리 증거가 없다.
따라서 불이익처분인 이 사건 만료통보와 참가인의 부패행위 신고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된다.
소결론
이 사건 만료통보는 참가인의 부패행위 신고를 이유로 하여 참가인에게 신분상의 불이익을 가한 것으로서, 구 부패방지권익위법 제62조에서 금지하는 불이익처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이와 같은 전제에서 내린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