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1. 14. 선고 2020구합60086 판결

주문

1.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 2. 21.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한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은 2018. 6. 21. 설립되어 상시근로자 약 20여명을 사용하여 호텔숙박업, 호텔운영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원고는 2019. 5. 14. 참가인이 운영하는 D 호텔(이하 ‘이 사건 호텔’)에 프론트 팀장으로 입사하여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원고는 참가인이 2019. 10. 11. 원고를 부당해고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9. 10. 25.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2. 17.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관계 종료가 해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19. 12. 30.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2. 21. 위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요지

참가인은 사내에서 성폭력을 당한 피해근로자에 대하여 유급휴가 명령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가해근로자에 대하여 징계, 근무장소의 변경 등의 조치를 취하여야 함에도 그러한 조치 없이 원고를 팀장에서 사원으로 강등하였다. 이에 원고는 부당한 보직이동명령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하고 연차휴가를 쓰겠다고 보고한 후 참가인의 조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참가인이 원고에게 출근 여부를 확인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원고는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없고, 참가인은 원고를 해고하면서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참가인이 원고를 해고한 것은 위법하다.

나.

인정사실

1)

원고는 이 사건 호텔의 프론트 팀장으로 직원들의 스케줄 관리, 고객 관리, 인터넷 예약사이트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다.

2)

원고는 ‘이 사건 호텔의 사장인 E이 2019. 8. 15. 17:00경 원고에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을 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9. 8. 19. 제주서귀포경찰서에 E을 강제추행죄로 신고하였다.

3)

원고는 ‘E은 원고가 강제추행과 부당한 업무지시에 대하여 문제를 제기하자 업무적인 부분을 트집 잡아 2019. 8. 19. 원고를 부당하게 해고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9. 8. 26.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F).

4)

원고는 참가인과 협의 후 2019. 8. 30.경 이 사건 호텔에 복직하였고, 2019. 9. 25. 제주지방노동위원회에 취하서를 제출하여 위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은 종결되었다. 참가인은 E의 근무장소를 지하 사무실로 변경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5)

E은 ‘2019. 8. 15. 17:55경 이 사건 호텔 프런트 데스크 뒤편 책상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있는 원고에게 다가가 양손으로 원고의 무릎과 허벅지 부위를 만져 원고를 강제로 추행하였다.’는 강제추행죄 공소사실로 기소되었고, 2020. 1. 17. 제주지방법원(2019고단1876)에서 유죄판결을 선고받아 확정되었다.

6)

E은 프론트 직원의 실수로 오버부킹(숙박시설에서 보유한 객실 수 이상으로 예약을 받는 일) 문제가 발생하자 2019. 10. 9. 원고 등이 참석한 팀장회의를 열어 문제를 논의하였고, E은 팀장회의에서 원고와 아래와 같이 말하였다.

7)

원고는 위 팀장회의가 끝난 후 E으로부터 부당한 인사명령을 받았다고 하면서 G 대리에게 이후 출근하지 않을 것이므로 근무스케줄을 조정할 것을 지시하였다.

8)

이 사건 호텔에서 근무하고 있는 H은 ‘E 사장이 원고가 팀장으로 근무 중임에도 불구하고 팀장급의 이력서를 회사메일로 받고 있는 사실을 확인하였다. I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이력서가 들어왔다. E은 본인이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사람이라고 팀장으로 근무시키겠다는 말을 수시로 하였다.’는 내용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하였다.

9)

참가인의 대표이사 J은 2019. 10. 9. 당일 있었던 팀장회의 내용과 원고가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겠다고 하였다는 보고를 받고 원고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출근할 것을 독려하였으나 원고는 이를 거부하였다. J과 원고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은 아래와 같다.

J : 회의때 기분이 상하셔서 내일부터 안 나오신다 들었습니다. 아무리 기분이 상하셨다

없으며 팀장님이 다른 직원 채용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자의적으로 사직하신 걸로

10)

원고는 2019. 10. 11. E과 참가인의 대표이사 J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내용증명우편을 발송하였다.

11)

원고는 2019. 10. 14. ‘이 사건 호텔 사장으로부터 성희롱, 성추행 등을 당하였고, 복직 후 부당한 업무지시와 괴롭힘을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E을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신고하였고, 2019. 10. 15. ‘E이 원고를 성폭행 피해자 또는 딸의 남자친구를 사직하게 만든 사람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명예를 훼손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제주서귀포경찰서에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사건을 접수하였다.

12)

참가인은 2019. 10. 22. 제주특별자치도 일자리과(고용센터)에 원고가 2019. 10. 11. 개인사정으로 사직하여 고용보험 피보험 자격을 상실한 사항을 신고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4, 12, 13, 15호증, 을가 제1, 2, 4호증, 을나 제2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변론 전체의 취지

다.

해고가 존재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계약의 종료사유는 퇴직, 해고, 자동소멸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퇴직은 근로자의 의사로 또는 동의를 받아서 하는 것이고, 해고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여 사용자의 일방적 의사로 하는 것이며, 자동소멸은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근로계약이 자동적으로 소멸하는 것이다(대법원 1993. 10. 26. 선고 92다54210 판결, 대법원 2018. 5. 30. 선고 2014다9632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인정사실과 갑 제10, 11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참가인에게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거나 참가인의 사직처리 제안에 동의한 사실이 없고, 사직의 의사도 없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럼에도 참가인은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일방적으로 원고에 대하여 2019. 10. 11.자로 사직처리를 하였으므로, 이는 해고에 해당한다.

가)

E은 2019. 10. 9. 팀장회의에서 원고에게 부서장직을 내려놓고 사원으로 근무하라는 취지의 말을 하였고, 원고는 그 당일에 G 대리에게 부당한 인사명령에 대해 말하면서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을 것이므로 근무스케줄을 조정할 것을 지시하였다. 원고는 E이 2019. 10. 9. 팀장회의에서 사원으로 근무하라고 한 말을 정식의 인사명령으로 인지하였고 그 부당함을 항의하는 차원에서 그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당시 원고는 참가인뿐 아니라 G 등 다른 직원들에게도 사직의 의사표시를 한 사실이 없다.

나)

J은 2019. 10. 9. 원고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최종 인사명령권자는 본인인데 본인은 보직변경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다음날부터 정상 출근할 것을 독촉하였다. 이에 원고는 ‘오늘 회의 때 원고의 업무를 다른 직원이 하기로 했고 출근해도 사원급으로 근무하게 되는 것이어서 출근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말하였다. 전체적인 카카오톡 메시지의 내용을 보면, 원고는 카카오톡 메시지로 ‘부당한 인사명령에 따라 사원으로 근무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보이고, ‘사직하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사실은 없다. J이 ‘다음날 출근하지 않으면 원고가 자의로 사직한 것으로 처리하겠다.’고 한 말에 대해 원고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네. 감사해요. 대표님. 쉬세요.’라고 말하고 J이 ‘다른 호텔에 가셔서는 부디 좋은 분들과 함께 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고 한 말에도 ‘네. 저도 D호텔의 무궁한 발전을 바랍니다.’라고 답하였으나, 원고의 위 대답은 의례적인 인사말이거나 J이 한 말을 이해하였다는 취지의 대답에 불과하다. 위와 같은 원고의 대답만으로 원고가 사직의 의사표시를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다)

원고는 이틀 후인 2019. 10. 11. E과 J에게 ‘E이 원고에게 2차 가해를 하고 있고, E의 강제추행 사건 이후 피해자 보호조치와 E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관련 사항에 대해 가능한 법적 조치를 다하겠다.’는 취지의 내용증명우편을 보냈다. 원고가 J에게도 위와 같은 내용증명우편을 보낸 것은 회사 차원에서 원고와 E에 대하여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도록 촉구하기 위함으로, 자의로 사직할 의사가 있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라)

원고는 2019. 5. 14. 참가인에 입사한 후 2019. 8. 15. E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하였고 E이 2019. 8. 19.에 부당하게 원고를 해고하였다고 주장하면서 2019. 8. 26. 제주지방노동위원회(F)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고 참가인과 협의를 거쳐 2019. 8. 30. 복직하였다. E은 2019. 8. 19.경 원고를 해고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J은 2019. 8. 20., 같은 달 25. 원고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인사권에 대해서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사업을 했다. 실무진 인사권에 대해서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점, 실제 이 사건 호텔의 업무 지시는 E이 총괄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최종 인사권자는 J이라 하더라도 E이 실질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 J이 대부분 승인하는 방식으로 인사권을 행사하여 온 것으로 보인다. 마) 위 내용증명우편의 내용을 살펴보면, 원고는, E이 강제추행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원고를 부당하게 괴롭혀왔고 2019. 10. 9. 팀장회의에서 원고에게 보직변경을 명령한 것도 그 괴롭힘의 일환이라고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은 이 사건 호텔의 사장의 지위에 있고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호텔의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인사권을 행사하여 온 사람이고, 원고는 이 사건 호텔에 출근하였을 때 E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J이 비록 원고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인사권자는 자신이고 자신은 보직변경 명령을 승인한 적이 없다’고 말하였다고 하더라도, E이나 이 사건 호텔에 공식적으로 E의 보직변경 명령이 승인되지 않았음을 공표하지 않은 이상 원고로서는 J의 말만 듣고 보직변경의 위험이 사라졌다고 믿기는 어렵다.

바)

원고는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이고 2019. 10. 9.경은 E의 강제추행 사건이 있은 때로부터 약 2개월이 경과하기도 전이었다. E의 근무장소를 지하 사무실로 변경하였다고는 하나, 회사 내에서는 E의 강제추행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E이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기 때문에 원고는 복직 후 바로 E으로부터 업무지시를 받아 이행하여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원고가 받아들이기에 2차 가해로 의심할 만한 부당한 업무지시와 원고를 중요 정보 제공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시키는 행위가 지속되던 차에 2019. 10. 9. E의 보직변경 명령이 있었다. 원고가 2019. 10. 11. 내용증명우편을 통하여 J에게 2차 가해로 의심되는 E의 행위를 지적하고 원고에 대한 보호조치 및 E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적극적으로 취해져야 함을 강변하였으나, 참가인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원고는 위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심리적으로 위축되었을 것으로 보이므로, 원고에게 직접 출근하여 자신의 상급자인 E에게 인사명령과 2차 가해로 의심되는 행위의 부당성을 다툴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사)

원고는 2019. 10. 9. G 대리에게 근무스케줄을 조정할 것을 지시하면서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할 때 작성하는 월차계를 작성하지는 않았으나, 원고가 다음날부터 출근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것은 E의 부당한 인사명령에 대한 항의의 표시였기 때문에 월차계를 작성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연차 유급휴가를 사용하지 않고 결근하였다고 하여 곧바로 사직의 의사표시가 있는 것으로 추단되지도 않는다.

라.

원고에 대한 해고가 정당한지 여부

참가인은 2019. 10. 11.자로 원고를 사직처리하면서 원고에게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해고는 근로기준법 제27조 제1항을 위반하여 위법하다.

마.

소결

참가인이 원고의 의사에 반하여 한 사직처리는 해고에 해당하고, 이는 부당해고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홍순욱(재판장) 김재경 김언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