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 4. 7.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내린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2014. 1.경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석사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 기초교육학부 및 전공과정 각 분야에서 실험교과목 운영 및 지원 업무를 수행할 위촉연구원(실험조교)를 모집한다고 공고하였고, 2014. 2.경 위 공고에 따라 지원한 사람들 중 물리, 화학, 생물분야의 실험조교를 각 2명씩 채용하였으나, 물리 분야 실험조교가 4개월만에 그만둠에 따라 2014. 6.경 추가 채용공고를 하였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박사학위 소지자로서 위 추가 채용공고에 따라 지원하여 2014. 7. 1.부터 원고와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한 뒤, 물리 분야 실험조교로 근무하였고, 이후 해마다 계약을 갱신하여 2019. 6.경까지 같은 업무를 계속 수행하였다.
원고는 2019. 5. 22. 참가인에게 전자우편으로 ‘학생조교 활용제도가 정착됨에 따라 한시적으로 실시하였던 실험조교 기간제근로자 운영을 중단하고자 한다. 이에 따라 2019. 6.경 참가인의 계약만료 시 고용관계가 종료됨을 미리 알려드린다.’라는 내용으로 2019. 6. 30.부로 참가인과 체결한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통보’라 한다).
참가인은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2019. 9. 27. 전남지방노동위원회에 D로 구제를 신청하였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1. 20.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참가인은 이에 불복하여 2020. 1. 6. 중앙노동위원회에 C로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4. 7.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고, 원고가 참가인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데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재심판정을 내렸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관련 법령 및 관련 법리
관련 법령은 별지 기재와 같다.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기간이 지나면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근로자는 당연히 퇴직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 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와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다.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참가인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
갑 제1, 2호증, 갑 제6호증부터 갑 제11호증까지의 각 기재, 을가 제1, 2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원고는 2013. 12.경 기초교육학부 및 물리, 화학, 생물, 전기전산 등 전공과정 각 분야에서 실험 교과목 운영 및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할 위촉연구원으로 각 분야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를 선발하여 1년의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하되, 근무평가에 따라 재계약하기로 하는 채용 계획을 수립하였다.
위 채용 계획에 따라 원고는 2014. 1.경, 2014. 8.경 및 2015. 1.경 각각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위촉연구원 실험조교 채용공고’를 게재하였다.
<1>
원고와 참가인이 체결한 고용계약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2>
원고는 2015. 4. 9. 대학원장과 교수들 사이에서 조교 운용 방안을 논의하는 간담회를 개최하였고, 위 간담회에서는 ‘현재 활용하고 있는 실험조교는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연구수행의 마인드를 제고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최선의 대안은 우수한 대학원생이 학부 조교로 참여할 수 있도록 대학원 교수가 적극적으로 협조하면서 대학원생의 학부 조교 활동을 의무화하고 그 수당을 인상하여 현실화하는 것이다.’라는 내용의 토의가 이루어져 원고 대학원생이 조교로 근무하는 경우 지급받는 수당을 인상하기로 하는 결정이 이루어졌다.
원고는 2018. 2.경 학부 및 학과별 교원 간담회를 개최하여 교원 처우에 대 한 의견을 수렴하였는데, 위 간담회에서 참가인과 같은 실험조교의 연봉 및 계약기간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었으나, 원고는 그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사항을 마련하지 아니하였다.
2018. 2.경 개최된 위 간담회 결과를 알게 된 참가인과 화학 분야 실험조교인 E은 2018. 4. 27. 원고 학사지원팀장 F을 찾아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안내받았다.
원고는 2018. 12. 15. ‘기초교육학부 실험조교 고용계약 종료’라는 제목으로 ‘학생조교 활용제도가 정착됨에 따라 향후 학사과정 실험교육은 실험교육 강사와 학생조교 체계로 단일화하고, 기초교육학부 실험교육을 위해 한시적으로 채용하였던 위촉연구원 실험조교 기간제근로자들에 대한 고용관계를 종료하기로 한다.
’라는 내용의 계획을 수립하였다.
참가인은 원고와 처음 체결한 근로계약의 계약기간이 끝날 무렵인 2015. 5. 하순경 이래 매해 5. 하순경 또는 6.경에는 지난 1년간 수행한 업무의 내용을 기록하고 이를 평가하는 ‘자기업적보고서’를 원고에게 제출하였다. 또한 원고는 참가인과 같은 실험조교들이 근무한 기초교육학부의 교수들로부터 그 업무수행에 관한 평가 의견을 제출받기도 하였다.
이 사건 통보 당시 원고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한 ‘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을 작성하여 시행하고 있었다.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고려하면 참가인에게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참가인은 박사학위 소지자이자 그 전문적 지식·기술의 활용이 필요한 실험조교 직무를 수행하며 일한 사람으로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제5호, 같은 법 시행령 제3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2년을 초과하는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일할 수 있는 사람에 해당하고, 계속 일한 기간이 2년을 초과하더라도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 의제되지 아니한다.
또한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서 체결한 고용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에서는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더라도 명시적인 갱신의 의사표시 없이는 근로계약이 자동으로 갱신되지 아니하고 종료된다는 취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즉, 위 고용계약에서 ‘단순히 고용계약이 반복 갱신되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속적 계약갱신에 대한 기대권을 부여하지 아니한다.’라고 정하였고(제2조 제1항 단서), 위 고용계약과 ‘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 모두에서 ‘명시적 의사표시에 근거한 서면에 의한 재계약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자동적으로 근로계약이 연장되지 않는다.'라고 정하였다(고용계약 제2조 제2항, ‘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 제13조 제5항).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여 보면 참가인이 2년을 넘는 오랜 기간 일하였다는 점만으로는 원고 실험조교로서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신뢰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원고가 2014. 1.경 이래 게재한 채용공고에는 ‘근무실적에 따라 재계약 가능’이라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서 체결한 고용계약은 근무성적, 근무태도, 업무역량, 지속 고용의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갱신할 수 있다고 정하였으며(제2조 제1항 단서), 원고가 실시한 ‘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에서도 같은 내용을 정하고 있기는 하다(제13조 제1항).
그러나 앞서 본 대로 위 고용계약과 ‘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에서는 명시적인 갱신의 의사표시가 없다면 근로계약은 기간이 지남에 따라 당연히 종료된다는 취지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결국 위 채용공고, 고용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에서 재계약 또는 근로계약 갱신의 가능성을 인정한 내용은 단순히 원고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참가인과 같은 실험조교를 포함한 기간제근로자들의 근무성적 등을 평가하여 그에 따라 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는 재량을 마련하는 데에 지나지 아니한다.
참가인은 해마다 원고에게 자신이 수행한 업무의 내용과 그 평가를 기재한 ‘자기업적보고서’를 제출하였고, 원고는 참가인이 근무한 기초교육학부의 교수들로부터 그 업무수행에 관한 평가 의견을 제출받은 다음, 참가인과 체결한 근로계약을 갱신하기는 하였다.
그러나 앞서 본 대로 고용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인사관리지침’에서 근로계약 갱신의 기준으로 근무성적, 근무태도 이외에도 계속 고용의 필요성을 고려하도록 정하였을 뿐만 아니라, 근로계약 갱신에 고려할 요소를 열거한 것 이외에 구체적인 평가방법이나 이를 근로계약 갱신 여부를 결정하는 데 반영할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 아니하였다. 따라서 참가인으로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요건을 갖추었을 때 근로계약이 갱신될 것인지 알기 어려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없었다.
참가인은 실험조교의 처우와 관련하여 학사지원팀장 F으로부터 ‘학사지원팀은 실험조교 제도를 없애지 않고, 현재 고용된 실험조교는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실험조교들은 없어지지 않을 것 같다.’라는 말을 듣기는 하였다.
그러나 참가인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한 F이 원고를 대표하여 기간제근로자들의 인사처우를 결정할 권한이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이 나타나지 않는다. 또한 F이 참가인에게 실험조교의 처우에 대하여 확정적인 언급을 하지 못하였는데, 이는 원고 내부적으로 실험조교의 직무를 대학원생 학생조교가 수행하도록 대체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원고가 참가인 등 실험조교와 체결한 근로계약을 갱신하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소결론
참가인에게는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원고와 사이의 근로계약에서 정한 기간이 지남에 따라 고용관계는 당연히 종료되었다. 이와 다른 전제에서 내려진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박중휘 박종원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