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4. 29. 선고 2020구합67605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원고는 1991. 3. 1. 참가인 조합에 입사한 후 2011. 1. 10. 참가인 조합의 숭산지점장으로 근무하던 중, 위 지점장 명의의 자기앞수표(액면금 6,000만 원)를 수표자금의 입금 없이 먼저 발행하여 사용한 행위(이하 ‘이 사건 비위행위’라고 한다) 등으로 2013. 6. 11.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다.

나.

원고는 이 사건 비위행위에 관하여 업무상배임죄로 기소되었고, 1심 법원(창원지방법원 거창지원 2014고단8)은 2014. 2. 19. 원고에 대하여 벌금 400만 원을 선고하였으나, 검사의 항소로 열린 항소심(창원지방법원 2014노488)에서 2014. 6. 26.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고, 이에 원고가 상고하였으나 2014. 9. 4. 상고가 기각(대법원 2014도9110)됨에 따라 같은 날 위 항소심 판결은 확정되었다(이하 위 항소심 판결을 ‘이 사건 확정판결’이라고 한다).

다.

그 사이에 원고는 2013. 9. 11. D주유소 주유원으로 복직하였고, 2014. 2. 7. 경 남 합천군 E에 있는 F조합(이하 ‘F’이라고 한다)으로 인사발령을 받아 경제 신용 업무를 담당하다가, 2017. 8. 3. 다시 참가인 조합으로 인사발령을 받아 근무하였다.

라.

금융감독원은 2019. 8. 19.부터 2019. 9. 6.까지 F에 대하여 부문검사를 실시한 결과, ‘원고가 F 재직 중에 이 사건 확정판결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았으므로 면직이 되었어야 하는데, F의 인사관리 소홀로 인하여 원고가 2019. 8. 19. 현재까지 참가인 조합에서 직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사실’을 적발하였고, G단체에 해당 검사결과에 관한 의견서를 송부하였다.

마.

G단체는 2019. 9. 27. 참가인 조합에 위 의견서의 취지에 따라 원고를 인사조치하고 그 결과를 회신할 것을 통보하였다.

바.

참가인 조합은 원고의 소명서와 G단체의 질의 회신 등을 참고하여 2019. 11. 6. 원고에게 “이 사건 확정판결로 인하여 원고는 참가인 조합의 인사규정 제61조(면직), 제7조 제1항 각 호의 사유가 발생 또는 발견된 경우에 해당하므로, 2019. 12. 6.자로 원고를 면직(해고)한다”는 취지의 해고예고통지(이하 ‘이 사건 통지’라고 한다)를 보냈다.

사.

원고는 이 사건 통지가 부당한 해고라고 주장하며 2019. 12. 10.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하였으나(H),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2. 6. 원고의 구제 신청을 기각하는 취지의 초심판정을 하였고,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2020. 3. 12.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5. 11.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4, 5호증, 을가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3.

원고의 주장

가.

주장 ①

인사규정 제7조 제1항 제4호에 따르면 원고는 이 사건 확정판결에 따른 집행유예 기간의 만료일인 2016. 9. 4.부터 1년 뒤인 2017. 9. 4.까지 임명결격사유가 있었던 것이기는 하나, 임명 외의 이동ㆍ승진 등 다른 인사에 관하여는 결격사유가 없었다.

원고가 참가인 조합에서 근무하다가 2014. 2. 7. F으로 자리를 옮기고 다시 2017. 8. 3. 참가인 조합으로 복귀하였을 때, 매번 종전 조합에서 퇴직하고 다른 조합으로 새로이 입사하는 형식을 취하였지만, 실질적으로 원고는 참가인 조합과 사이의 근로관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F과 인사교류를 하던 것이었다.

따라서 원고가 2017. 8. 3. 참가인 조합으로 복귀한 것도 임명의 형식을 띄고 있었으나 실질은 인사이동에 불과한 것이었으므로, 임명결격사유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참가인 조합은 위와 같은 형식에만 치중한 탓에, 원고가 결격사유의 해소 전인 2017. 8. 3. 참가인 조합의 직원으로 임명된 것이라 잘못 판단하고는, 이를 문제삼아 원고를 면직하는 이 사건 통지를 한 것이므로, 이 사건 통지는 위법하다.

나.

주장 ②

원고가 이 사건 비위행위로 이미 2013. 6. 11.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을 받았음에도, 이 사건 비위행위에 관하여 형사확정판결을 받았다는 이유로 원고를 면직시키는 것은 사실상 이중징계에 해당하여 부당하다.

다.

주장 ③

설령 원고에게 면직사유가 있다고 보더라도, 참가인 조합이 상당 기간 원고를 면직시키지 않고 오히려 정기 인사발령을 내는 등 원고와 사이에 근로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였고, 그동안 원고는 면직사유가 해소되어 더 이상 인사상의 불이익이 없을 것이라는 기대권을 형성하여 왔으므로, 피고가 돌연 이 사건 통지를 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위법하다.

라.

주장 ④

이 사건 통지는 기본적으로 근로기준법(이하 ‘법’이라고만 한다) 제26조에 정한 해고예고통지에 해당하므로, 참가인 조합이 이 사건 통지에서 예고한 대로 원고를 2019. 12. 6.자로 해고하기 위하여서는, 법 제26조에 정한 바와 같이 원고에게 이 사건 통지를 늦어도 위 해고일자의 30일 전인 2019. 11. 5.까지 보냈어야 하나, 이 사건 통지는 2019. 11. 6.이 되어서야 원고에게 송달되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통지가 해고예고통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한 이상, 그 통지서에 해고사유 및 해고시기가 같이 기재되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법 제27조에 따른 적법한 해고사유 등 통지로 볼 수 없으므로, 해고의 효력이 발생할 수 없다.

4.

판 단

가.

주장 ①에 대하여

인사규정 제61조 제1항은 제7조 제1항 각 호의 사유, 즉 ‘임명결격사유가 발생 또는 발견된 때’를 면직사유의 하나로 정하고 있다. 임명결격사유가 발생하였더라도 이를 발견하여야 비로소 면직이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 면직사유는 ‘임명결격사유가 발견된 때’만으로 정하여도 충분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사규정에서 구태여 ‘발견된 때’와 구분하여 ‘발생한 때’를 별개의 면직사유로 규정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임명결격사유가 발견된 때’가 이미 임명결격사유가 존재하는 근로자를 임명한 후에 그 임명결격사유가 뒤늦게 발견된 경우를 의미하는 한편, ‘임명결격사유가 발생한 때’라 함은 근로자의 재직기간 중에 임명결격사유가 생긴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 해석된다.

그렇다면 설령 원고의 주장대로 원고가 2017. 8. 3. 참가인 조합의 직원으로 새로 임명된 것이 아니라 그전부터 참가인 조합과 사이에 근로관계를 일관하여 유지하던 터에 인사이동을 한 것일 뿐이라고 보더라도, 원고는 참가인 조합에서 재직하던 중에 이 사건 확정판결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인사규정 제7조 제1항 제4호의 임명결격사유가 발생한 것이므로, 이로써 원고는 면직사유인 ‘임명결격사유가 발생한 때’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주장 ②에 대하여

원고에 대한 2013. 6. 11.자 정직 3개월의 징계처분이 이 사건 비위행위 자체를 이유로 삼은 것인 반면, 이 사건 통지는 이 사건 확정판결의 성립을 이유로 하는 것이어서 서로 대상사실이 엄연히 구분될 뿐 아니라, 이 사건 확정판결로 인하여 이 사건 비위행위의 존재와 위법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됨에 따라 참가인 조합과 원고 사이의 신뢰관계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위 징계처분과 이 사건 통지는 형식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동일한 사실에 대한 이중징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5. 4. 15. 선고 2003두12639 판결의 취지 참조).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다.

주장 ③에 대하여

신의성실의 원칙은 법률관계의 당사자가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여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하거나 의무를 이행해서는 안 된다는 추상적 규범을 말한다.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권리행사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신의를 제공하였거나 객관적으로 보아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이르러야 하고 이와 같은 상대방의 신의에 반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상대방에게 신의를 창출한 바 없거나 상대방이 신의를 가지는 것이 정당한 상태에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권리행사가 정의의 관념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는 권리행사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18다228868 판결 등 참조).

원고가 이 사건 확정판결의 존재를 참가인 조합이나 F에 정식으로 통보하였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참가인 조합이나 F이 원고를 직원으로 임명하여 근로관계를 유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이들이 원고에게 ‘앞으로 이 사건 확정판결을 이유로 원고를 면직시키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고, 원고의 입장에서도 참가인 조합이나 F이 위와 같은 의사표시를 한 것이라 신뢰할 만한 정당한 근거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리고 참가인 조합과 F의 설립 근거인 I법에 의하면, 이들 J조합은 조합원의 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제13조), 그 사업 수행 시 조합원이나 회원을 위하여 최대한 봉사하여야 하며, 일부 조합원이나 일부 회원의 이익에 편중되는 업무를 하여서는 아니 되고, 설립 취지에 반하여 영리나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를 하여서는 아니 되는바(제5조), 그만큼 고도의 공익성과 공공성을 추구하는 단체라 할 수 있으므로, 위 조합의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에게도 높은 수준의 준법 의식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본인의 이익을 위하여 참가인 조합에 재산상 손해를 가하는 이 사건 비위행위를 범하였고, 이 사건 비위행위는 이 사건 확정판결에서 징역형이 선고될 정도로 위법성이 중대하다는 점도 확인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인 조합이 원고와 근로계약관계를 계속 유지하여야 한다면, 이는 단순히 참가인 조합이 향유하는 계약체결의 자유를 제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가인 조합이 특정인의 이익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하리라 기대하는 조합원과 회원 일반의 신뢰까지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설령 원고가 참가인 조합과 사이에 근로관계가 유지될 것이라 정당하게 신뢰하였다고 보더라도, 참가인 조합이 원고의 신뢰에 반하여 원고를 해고한 것이 정의 관념에 반하는 권리행사에 해당한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통지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 역시 이유 없다.

라.

주장 ④에 대하여

법 제26조의 해고예고통지와 법 제27조의 해고사유 등 통지는 엄연히 목적과 요건 및 효과가 서로 다른 제도이다. 법 제27조 제3항에서 “사용자가 제26조에 따른 해고의 예고를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명시하여 서면으로 한 경우에는 제1항에 따른 통지를 한 것으로 본다”라고 정하기는 하였으나, 그 취지는 법 제26조의 해고예고통지를 서면으로 하는 기회에 법 제27조 제1항의 해고사유와 해고시기까지 일거에 통지할 수 있도록 하여 해고절차의 편의를 도모하려는 데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위 규정에 따라 해고예고통지와 해고사유 등 통지가 단일한 서면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서면 안에서 각 통지의 존재는 구별되는 것이므로, 당해 서면통지가 해고예고통지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통지 일체의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고, 해고사유 등 통지의 독자적 요건을 갖추었다면 그 통지로서의 효력은 별도로 인정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법 제26조에서 해고예고통지를 해고 30일 전에 하도록 정한 것과는 달리, 법 제27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을 뿐, 해고사유 등 통지의 시기에 대하여는 별다른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해고사유 등 통지는 해고처분 전에 이루어지면 족하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참가인 조합이 원고의 해고일자인 2019. 12. 6.이 도래하기 전인 2019. 11. 6. 원고에게 해고사유 등이 기재된 이 사건 통지를 보낸 이상, 참가인 조합은 원고에게 적법하게 해고사유 등을 통지하였다고 봄이 상당하고, 나아가 이 사건 통지의 시점이 해고예고통지의 요건까지 충족하였는지 여부는 위 결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5.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