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모두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은 2012. 3. 20.경부터 부천시 D건물 2층에서 ‘E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이라는 상호로 상시근로자 약 70명을 사용하여 의료업을 영위하는 의사이다. 원고는 2019. 5. 1. 이 사건 병원에 입사하여 정신의학과 의사(직급: 과장)로 근무하였다.
참가인은 2019. 6. 25. 원고에게 다음과 같이 해고사유(이하 아래 글상자 기재 순번에 따라 ’제○징계사유‘라 하고 통틀어 ’이 사건 각 징계사유‘라 한다)를 기재한 해고 통지서를 전달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통지서‘라 하고, 그 기재된 내용을 ’이 사건 해고‘라 한다).
원고는 2019. 9. 20.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5. 8. ‘① 원고는 수습기간 중인 시용근로자이고, ② 제2징계사유는 해고사유로 삼을 수 없으나, 제1, 3징계사유만으로도 참가인이 시용기간 중인 원고를 해고할 사회통념상 합리적인 이유가 인정되며, ③ 해고 절차상 하자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F).
원고는 위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0. 6. 18.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신청을 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9. 4. ‘원고가 시용기간 중이었음에도 업무수행 중 여러 가지 비위행위를 하였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하지 않고, 해고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원고가 참가인과 합의한 근로조건은 ‘수습기간 및 기간의 정함이 없고 원고가 2019. 5. 1.부터 근무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므로, 원고는 시용근로자가 아니다.
참가인은 이 사건 해고통지서에 구체적인 해고사유를 기재하지 않아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정한 해고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하였고, 이 사건 해고에 앞서 원고에게 사전통지를 하지 않았으며, 소명의 기회도 부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에 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
참가인이 들고 있는 원고의 비위행위는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니므로, 이 사건 해고에는 정당한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
관계 법령 및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원고가 2019. 5. 12. 참가인과 사이에 작성한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서’라 한다)에는 다음과 같이 3개월의 수습계약기간을 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 사건 병원의 약국을 관리하는 약사 G은 2019. 5. 23. 원고가 임의로 약국 내에 보관되어 있는 약을 가져가는 문제로 원고와 말다툼을 하였고, 같은 날 이를 참가인에게 보고하였다. G이 2019. 5. 29. 작성한 경위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G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원고는 2019. 5. 7. 본인이 먹겠다고 하면서 통풍약을 가져간 적이 있다. 병원 관리상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처방전이나 병원장 허가 없이 전문의약품을 가져가는 것은 허용할 수 없고, 원고는 사후처방전도 가져오지 않았다. 2019. 5. 7. 및 2019. 5. 23. 두 건의 약품 무단반출을 다 참가인에게 보고했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이하 원고의 위 약품 반출 행위를 ‘제1비위행위’라 한다).
원고는 2019. 5. 25. 야간 당직을 맡았는데, 당직 근무 중인 2019. 5. 26. 07:00경 이 사건 병원 5층 병동에 응급환자가 발생하였다. 담당 간호사가 2019. 5. 26. 07:20경부터 응급환자 발생 보고를 하기 위해 당직실 전화 및 원고의 휴대전화로 계속하여 연락을 하였으나, 원고는 당직실에 있지 않았고 간호사의 연락도 받지 않았다. 원고는 같은 날 08:10경까지 연락을 받지 않았고, 간호과에서 08:35경 심전도 및 동공반사로 위 응급환자가 사망하였음을 확인하였다. 간호사는 09:00경 위 환자의 사망 진단 및 사후 처치를 위해 원무과 직원에게 원고와 연락이 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하고 원고를 찾아달라고 요청하였다. 원고는 09:30경 병동으로 올라왔는데, 손에 베개를 든 채 간호사가 안내한 응급환자의 병실이 아닌 다른 병실로 들어가고, 가운을 혼자 벗지 못하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간호사는 위 상황을 간호부장에게 보고하고, 응급환자의 사망 선고를 위해 다른 의사를 호출하였다. 원고는 병동을 나온 후 베개와 가운을 손에 들고 승강기 앞에서 한동안 머물렀는데, 승강기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한 상태로 몸을 승강기문에 기대거나 벽을 짚는 등의 동작을 반복하였다(이하 위와 같은 원고의 당직 의무 해태 행위를 ‘제2비위행위’라 한다).
위 당직 근무 당시 원고를 호출한 간호사인 H은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야간당직 근무시간은 오후 6시부터 그 다음날 오전 9시까지로 알고 있다. 응급상황에 대처하라고 당직의사를 두는데 당직의사에게 휴게시간이 있다는 말은 들은 바 없다”, “원고는 당시 사망한 응급환자를 확인하지 않았고 그 병실에 들어가지 않았으며, 알아들을 수 없는 엉뚱한 말을 하였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한편 이 사건 병원의 2019. 5. 야간 당직의사 근무표에는 당직 근무시간이 “평일: 19시~익일 09시, 토요일: 18시~ 익일 09시, 일요일 09시~익일 09시”로 기재되어 있고, 이 사건 병원의 수간호사 I는 이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야간당직은 저녁 6시부터 다음날 9시까지이고, 당직의사는 휴게시간 따로 없이 당직실에서 대기한다”는 취지로 증언하였다.
원고는 2019. 5. 28. 08:00경 이 사건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사들에게 “앞으로 환자에게 일어나는 모든 문제를 원고에게 전화하여 알려라. 병원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원고에게 직접 전화하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간병사들의 휴대전화에 원고의 휴대전화번호를 직접 입력하였다(이하 ‘제3비위행위’라 한다). 또한 원고는 2019. 5. 28. 09:30경부터 약 2시간 동안 진료실과 복도 등 이 사건 병원 내부 시설과 직원이 출근하는 모습 등을 촬영하였는데(이하 ‘제4비위행위’라 한다), 위 촬영에 관해 사전에 허락이나 동의를 받은 사실은 없었다.
참가인은 2019. 5. 28. 11:05경 원고에게 “원장으로서 생각하기에 과장님(원고)이 병원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예전처럼 잘 보기 힘들 것 같으니 병원의 모든 duty에서 빼드리겠습니다. 그러나 과장님의 급여는 근무한 것으로 지급하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참가인은 2019. 6. 초경 자신을 ‘J언론 K국장’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으로부터 “간병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데 이것이 사실인지, L 의사를 해고하려 한다는 것이 사실인지, 리도카인(국소마취제) 없이 봉합 수술을 행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 리도카인 없이 봉합 수술을 한 사람은 원고이고, 원고는 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에서 위 ‘J언론 K국장’이 원고의 지인이라고 진술하였다. 한편, 참가인은 원고가 사용하던 컴퓨터에 저장된 ‘M병원’에 관한 문서가 이 사건 병원에 관하여 내부 고발을 하는 내용이라고 보았다(이하 위 K국장의 전화 및 M병원 문서와 관련된 원고의 행위를 ‘제5비위행위’라 한다).
원고는 2019. 6. 12. 참가인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송하였다.
참가인은 시간을 내달라는 원고의 계속된 요청으로 2019. 6. 21. 원고를 면담하였고, 원고는 참가인에게 “다른 의사들에게 해명하고 사과할 테니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참가인은 2019. 6. 24. 15:00 이 사건 병원 원장실에서 원고의 근무태만 등과 관련한 회의를 개최하고, 이 사건 병원의 의사 및 직원 총 11명과 함께 원고를 기다렸는데, 원고는 약속된 시간에 위 회의 장소에 나오지 않았고, 약 30분이 지난 후 직원이 숙소로 가서 원고를 데리고 왔다. 참가인은 원고에게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여 원고가 구체적으로 발언할 것을 기다렸으나, 원고는 ‘죄송하다’는 취지로 웅얼거렸을 뿐,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의자에 앉아 눈을 감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원고의 해고 여부에 관한 투표가 실시되었고, 참석자 12명 중 11명이 해고에 찬성함에 따라 참가인을 해고에 처하기로 의결하였으며, 참가인은 원고에 대한 해고 처분을 발표하였다. 당시 작성된 회의록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참석자 12명이 모두 서명하였다.
원고가 2019. 5. 24.경부터 이 사건 해고 직후인 2019. 6. 27.경까지 참가인에게 발송한 문자메시지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앉아 있는데 멱살 잡고 일으키고, 가슴팍 치고, 핸드폰 빼앗고, 고대로 녹화됐고, 진단
2019. 6. 12. 오후 06:59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5, 16, 22호증, 을가 제1, 2, 4 내지 6호증, 을나 제4, 11, 12, 1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영상, 증인 G, H, I의 각 증언,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시용기간 중인 근로자 해당 여부
처분문서는 그 성립의 진정함이 인정되는 이상 법원은 그 기재 내용을 부인할 만한 분명하고도 수긍할 수 있는 반증이 없는 한 그 처분문서에 기재되어 있는 문언대로의 의사표시의 존재와 내용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이고, 객관적인 의미가 명확한 처분문서의 문언과 배치되는 사실을 인정할 특별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이를 주장하는 측에 있다(대법원 2007. 1. 12. 선고 2006다61574 판결, 대법원 2015. 9. 10. 선고 2015다31308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원고의 서명 및 참가인의 날인이 있고, 원고도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스스로 서명한 사실을 다투지는 않으므로, 그 진정성립이 인정된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최초 입사자의 경우 입사 후 3개월 동안 수습기간을 둔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고, 이에 대해 원고는 “참가인과 사이에서 위 근로계약서를 파기하고 수습기간이 없는 근로계약을 다시 체결하기로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참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갑 제22호증, 을나 제4호증)에는 원고가 참가인에게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새로 작성해 달라”고 요구하는 내용이 확인될 뿐이므로, 이를 근거로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수습기간의 정함을 배제하는 별도의 약정이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원고의 위 주장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오히려 을나 제1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병원의 취업규칙에서 “직원으로서의 업무수행능력 등을 판단하기 위하여 3개월의 시용기간 또는 수습기간을 두어 채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제14조 제1항)”는 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이 인정되고, 위 규정이 의사로 채용된 자에 대해서는 배제된다고 볼 만한 근거는 발견되지 않는다. 따라서 근로계약 체결 당시 작성된 처분문서인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기재 내용에 따라, 원고는 3개월의 수습기간을 정하여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문언대로 원고에 대한 시용기간은 2019. 5.부터 3개월 동안이므로, 이 사건 해고가 있었던 2019. 6. 25. 원고는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에 해당한다.
절차상 하자의 존부
사전통지 및 소명기회 흠결로 인한 하자 여부
⑴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징계절차에서 징계대상자에게 사전에 통고하거나 징계혐의 사실을 통지하여야 한다는 규정, 변명의 기회를 부여할 것을 명하는 규정이 없는 이상, 징계절차에서 그와 같은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징계처분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2. 4. 14. 선고 91다4775 판결, 대법원 1992. 9. 25. 선고 92다18542 판결 등 참조).
⑵ 을나 제1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이 사건 병원의 취업규칙에는 징계위원회의 개최 방식이나 징계대상자에 대한 소명의 기회 부여, 해고 전의 사전통지 등을 정한 절차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사실이 인정되고, 달리 참가인이 징계절차를 내용으로 한 내부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참가인이 이 사건 해고를 하면서 원고에게 사전 통보, 징계혐의 사실 통지 등을 하지 않았거나 소명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로 인해 이 사건 해고가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은 2019. 6. 24. 원고에게 참가인과 이 사건 병원의 의사 및 직원들 앞에서 이 사건 각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소명할 기회를 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서면통지의무 위반 여부
⑴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해고사유 등의 서면통지를 통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함과 아울러 해고의 존부 및 시기와 그 사유를 명확하게 하여 사후에 이를 둘러싼 분쟁이 적정하고 쉽게 해결될 수 있도록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취지이므로, 사용자가 해고사유 등을 서면으로 통지할 때는 근로자의 처지에서 해고사유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어야 하고, 특히 징계해고의 경우에는 해고의 실질적 사유가 되는 구체적 사실 또는 비위내용을 기재하여야 하지만, 해고 대상자가 이미 해고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고 그에 대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하면 해고통지서에 징계사유를 축약해 기재하는 등 징계사유를 상세하게 기재하지 않았더라도 위 조항에 위반한 해고통지라고 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42324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2다81609 판결 등 참조).
⑵ 앞서 든 증거 및 인정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고는 참가인 및 다른 직원들과의 충돌과 2019. 6. 21. 참가인과의 면담, 2019. 6. 24. 인사위원회 등을 통해 이 사건 해고의 사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이 사건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에 근로기준법 제27조를 위반한 절차적 위법사유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가 참가인에게 전송한 문자메시지(갑 제22호증, 을나 제4호증)의 내용을 살펴보면, 원고는 2019. 5. 23. 약품 반출 문제로 G과 실랑이를 한 제1비위행위, 2019. 5. 28. 이 사건 병원 및 직원을 무단 촬영한 제4비위행위로 직원들과 직접적인 충돌을 겪게 되자, 이에 대해 참가인에게 적극적으로 항의하거나 변명한 사실, 2019. 5. 26. 당직 업무를 해태한 제2비위행위가 참가인에게 보고되자 “일요일(2019. 5. 26.)에는 아프고 잠을 자지 못하여 실수했다”는 취지로 변명한 사실이 각 확인된다. 또한 원고가 참가인에게 “온 병원 직원이 똘똘 뭉쳐서 원고 내보내려고 하느냐”, “일반 직원이 불만이 있다고 하지만, 그들한테 불리한 면이 없다”, “병동 갈 때마다 냄새난다고 할까봐 향수를 뿌린다”, “내부고발을 한 것이 아니다”, “리도카인 없이 꿰맨 거 아시죠?”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점, 참가인이 원고에게 의사들뿐만 아니라 직원들에 대해서도 사과 또는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간병사들로 하여금 원고에게 직접 보고할 것을 지시한 제3비위행위 및 원고의 위생상태에 관한 직원들의 불만, 내부고발과 관련된 제5비위행위 등에 관하여도 참가인 또는 직원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원고도 이를 인식하고 그에 대해 해명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참가인은 이 사건 해고에 앞서 2019. 5. 28. 원고에게 문자메시지로 “원고를 병원의 모든 업무에서 제외하겠다”는 취지의 통보를 하였다. 원고는 그때부터 위 각 비위행위와 관련하여 참가인에게 해명하면서 “이를 빌미로 해고하는 것은 부당하다”, “공개 사과문과 시말서를 내걸어 다른 직원들이 다 보게 하겠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는바, 문제로 지적되어 업무배제의 사유가 된 행위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다고 보인다. 여기에 참가인이 2019. 6. 21. 원고를 직접 만나 원고의 근무태도 및 행동 전반에 관한 참가인의 입장, 근로계약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운 사유 등을 밝힌 것으로 보이는 점, 당시 원고가 스스로 참가인에게 문제된 사항을 소명할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요청한 점, 이에 따라 열린 2019. 6. 24.자 인사위원회에서 투표에 앞서 해고사유에 관한 언급이나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원고에게 소명할 기회가 부여되었던 점 등을 더하여 보면, 원고가 자신의 어떤 비위행위로 이 사건 해고가 이루어지는 것인지를 인식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
위 ①, ②의 사정들에 원고가 참가인에게 전송한 각 문자메시지의 구체적인 내용 및 맥락, 원고가 2019. 9. 20. 노동위원회에 제출한 구제신청서에도 내부고발 관련 참가인의 오해, 이 사건 병원 내 무단촬영 행위 등 이 사건 각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사항이 일부 언급된 점 등을 더하여 볼 때, 이 사건 해고통지서에 이 사건 각 징계사유가 취업규칙의 규정 등으로 축약된 문구로 기재되어 각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개개의 행위의 범주에 다소 불분명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원고가 이 사건 해고에 대하여 충분히 대응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고 할 수 없다.
시용기간 중 해고의 정당성 여부
관련 법리
시용기간 중에 있는 근로자를 해고하거나 시용기간 만료 시 본계약의 체결을 거부하는 것은 사용자에게 유보된 해약권의 행사로서, 당해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넓게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여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06. 2. 24. 선고 2002다62432 판결 등 참조).
수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징계사유만으로도 당해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대법원 2002. 9. 24. 선고 2002두6620 판결 등 참조).
징계사유의 존부
⑴ 제1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는 2019. 5. 25. 토요일 야간 당직근무 의사로서 2019. 5. 25. 18:00부터 2019. 5. 26. 09:00까지 근무할 의무가 있었고, 당직의사의 업무 범위에는 위 근무시간 중 발생한 응급환자를 진료하고 응급상황에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기 위해 대기하여야 할 의무가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원고는 2019. 5. 26. 07:20경부터 09:30경 사이 당직의사가 통상 대기하는 장소인 당직실을 벗어나 있었고, 간호사의 계속된 휴대전화 연락도 받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응급환자가 의사의 진단이나 처치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08:30경 사망하였고, 09:30경 병동으로 돌아온 원고가 위 응급환자의 상태를 살피거나 사망선고를 하지도 않은 채 다시 병동을 떠나, 간호사가 사망선고를 위해 다른 의사에게 연락을 해야 했다. 위와 같은 제2비위행위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담당하는 의사의 업무 특성에 비추어 원고의 근무능력이나 자질이 현저히 낮다고 평가할 만한 사유가 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나아가 이 사건 병원 내 CCTV 영상에 나타나는 당시 원고의 모습을 살펴보면, 제2비위행위를 단순한 과실이라거나 쉽게 개선이 가능한 성질의 상태라고 보기 어렵고, 원고가 의사로서 환자의 건강·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관하여 상당한 의심이 든다.
원고는 “07:00부터 09:00까지는 당직의사의 휴게시간”이라거나 “원고는 이 사건 병원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 3층 숙소에 있었으므로, 간호사가 3층으로 원고를 찾으러 왔어야 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위 휴게시간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없고, 다른 의사들이 부재한 시간에 발생하는 응급상황을 대비하려는 당직의사제도의 취지상 당직의사에게 별도의 휴게시간이 주어진다는 주장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설령 휴게시간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위 휴게시간은 응급상황에서의 당직의사의 직무수행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어지는 휴게시간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또한 원고가 스스로 당직실을 이탈하여 계속된 간호사의 유선 및 휴대전화 연락을 전혀 받지 않은 이상, 이는 원고의 의무 해태로 인정될 뿐이고, 그에 대한 책임을 간호사 등에게 전가할 수 없다.
따라서 제2비위행위는 이 사건 병원의 취업규칙 제83조 제1항 제1호에서 정한 “근무성적 또는 능률이 불량한 자로서 취업이 부적당하다고 인정되며, 개선의 가망이 전혀 없을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⑵ 제2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원고가 2019. 5. 7. 및 2019. 5. 23. 이 사건 병원의 약국에서 참가인의 허락이나 처방전 없이 임의로 전문의약품 등을 반출한 제1비위행위, 2019. 5. 28. 간병사들에게 환자에 관한 모든 사항을 직접 원고에게 전화하여 보고하도록 지시한 제3비위행위 및 이 사건 병원 내부와 직원이 출근하는 모습 등을 무단으로 촬영한 제4비위행위를 한 사실이 각 인정된다. 처방전 발행 없이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을 조제·판매하는 등으로 반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약사법 등 관련규정에 위반되는 행위인 점, 이 사건 병원에서는 통상 간호사가 간병사들을 관리하여 왔는데 간병사들로 하여금 갑자기 의사인 원고에게 모든 보고를 하도록 변경할 업무상 권한이 있다고 볼 정황은 발견되지 않고, 간병사들은 제3비위행위에 관해 간호부장에게 이의를 제기한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에게 허가 없이 이 사건 내부 및 다른 직원을 촬영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고 당시 불쾌감을 느낀 다른 직원 등이 원고의 촬영에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제1, 3, 4 비위행위는 이 사건 병원의 취업규칙 제83조 제1항 제6호 후단의 “병원의 질서를 문란케 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⑶ 제3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2019. 6. 초경 참가인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J언론 K국장’ 및 참가인이 이 사건 병원에 관한 원고의 내부고발이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M병원 문서’와 관련된 제5비위행위는 이 사건에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그 구체적인 경위와 내용을 알 수 없고, 위 ‘K국장’이 실제로 언론사 소속 기자로서 원고로부터 이 사건 병원에 관한 제보를 받았는지, 위 ‘M병원 문서’의 작성자가 원고이고 그 내용이 이 사건 병원에 관한 것인지 여부도 전혀 확인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5비위행위의 존재 및 그 행위가 이 사건 병원의 업무상 비밀 누설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제3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⑷ 소결론
이 사건 각 징계사유 중 제3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고, 제1, 2징계사유는 각 정당한 징계사유로 인정된다.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앞서 든 증거 및 인정한 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제3징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제1, 2징계사유만으로도 이 사건 해고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고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는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가 훼손되었다고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해고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인정된다.
이 사건 병원은 진료과목이 정신의학과이기는 하나, 증인 I의 증언에 의하면 입원환자들 중 내과적인 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는 환자들도 있어 갑자기 폐렴 증세가 나타나거나 혈변을 보는 경우도 발생하고,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당직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살펴 진료의뢰서를 작성하여 상급병원으로 응급환자를 이송하고 있다. 이러한 응급환자에 대한 처치나 이송 과정에서 실수가 있을 경우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참가인으로서는 원고가 당직 근무 중 응급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제2비위행위에 대하여 엄격히 제재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이 사건 병원의 CCTV 영상에 나타난 제2비위행위 당시 원고의 모습은 단순히 피로하거나 원고 주장의 질병 등으로 인해 통증을 겪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환자를 진료하거나 의학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로 보이는바, 제2비위행위는 원고의 근무성적 또는 능률이 극히 불량한 것으로 평가할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
설령 원고의 주장과 같이 원고가 질병으로 약을 복용할 필요가 있었다거나 이 사건 병원의 약국에서 의사들에게 약품을 먼저 공급하고 사후에 처방전을 발급받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더라도, 원고는 참가인이나 약사 등의 허락이나 승인을 받지 않고 처방전 발행도 없이 약품을 임의로 가져갔고, 그로 인해 약사 G과 심하게 실랑이를 하였다. 또한 간병사들로 하여금 단순히 원고에게 환자에 대한 보고를 하도록 지시하는 것을 넘어, 간병사들의 휴대전화에 직접 원고의 번호를 입력하여 전화 보고를 강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고, 그로 인해 간병사들이 불편을 느낀 것으로 보이는 점, 원고의 제1, 2비위행위 등이 병원 내에서 문제가 된 가운데 원고가 무단으로 병원 내부와 직원을 촬영한 제4비위행위를 하여 다른 직원과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 점 등에 비추어, 원고가 이 사건 병원의 질서를 문란케 하였다는 제2징계사유의 비위 정도가 결코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
2019. 6. 24. 진행된 인사위원회에는 참가인과 의사, 간호사, 직원 등 12명이 참석하였고 그 중 11명이 원고를 해고하는 것에 찬성하였다. 이는 이 사건 각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원고의 행위들이 단순히 원고 개인의 비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병원과 그 구성원, 환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결과로 보인다. 원고는 2019. 5. 24.경 제1비위행위가 문제되었을 때부터 잘못을 인정하고 개선하기보다는 참가인에게 다른 직원 등을 탓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고, 스스로 사과 및 해명을 하겠다고 하여 마련된 2019. 6. 24. 인사위원회 자리에서도 제대로 된 소명을 하지 못하였으며, 이 사건 해고 이후 참가인에게 “노동위원회, 행정소송 3심까지 간다면 병원이 문 닫을 수 있는 정도의 해고급여가 발생할 것”이라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였다. 이러한 원고의 태도에서 개전의 정을 발견하기 어렵다.
소결론
이 사건 해고는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지 않고 제1, 2징계사유가 각 인정되며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된다. 따라서 이 사건 재심판정은 그 결론에 있어 적법하다.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유환우(재판장) 김재경 신은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