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 8. 11. 선고 2020구합8411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사건의 경위

가.

원고는 1997. 11. 25. 설립된 이래로 전자상거래업, 복합 운송 주선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나.

원고는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E 주식회사 및 F 주식회사(이하 ‘E’라고만 한다)와 사이에 전자상거래 상품 운송 위․수탁계약(이하 ‘위탁계약’이라고만 한다)을 2년 단위로 체결하는 한편, 위탁계약에 정한 상품배송업무를 수행할 배송기사를 모집하여 배송계약을 체결하고 있다(이하 원고와 사이에 배송계약을 체결한 배송기사를 ‘이 사건 배송기사’라고 한다).

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 조합’이라고 한다)은 2017. 10. 16. 전국의 마트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을 구성원으로 하여 G노동조합총연맹 H연맹 산하에 설립된 전국단위 산업별 노동조합으로서 2017. 10. 17.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서부지청으로부터 노동조합 설립신고증을 교부받았고, 현재 이 사건 배송기사 150여 명이 가입되어 있다.

라.

참가인 조합은 2020. 8. 5. 및 2020. 8. 7. 원고에게「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이라고 한다) 시행령」제14조의2 제1항에 따라 단체교섭을 요구하였으나, 원고는 위 교섭에 응하지 않았고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1항에 정한 대로 위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도 않았다.

마.

그러자 참가인 조합은 2020. 8. 10. 노동조합법 시행령 제14조의3 제2항에 따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위 교섭요구 사실의 공고에 관한 시정 요청을 하였고(I),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8. 20. ‘이 사건 배송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배송기사가 소속된 참가인 조합은 원고에 대하여 단체교섭을 요구할 적격이 인정된다. 따라서 원고는 참가인 조합의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가 있다’라고 판단하여 참가인 조합의 공고 시정 요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렸다.

바.

원고는 초심 결정에 불복하여 2020. 9. 10.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D),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9. 18. 초심 결정과 같은 이유를 들어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결정(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가 제1 내지 3호증, 을나 제1,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결정의 적법성

가.

원고의 주장 요지

①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 외에도 다른 업체들과 사이에 배송계약을 체결하여 수익을 얻고 있을 뿐 아니라, ② 배송계약의 내용은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와 합의하여 결정하고, 특히 배송계약의 핵심사항인 배송권역은 이 사건 배송기사의 선택에 달려 있으며, ③ 이 사건 배송기사는 고객으로부터 직접 업무수행의 만족도를 평가받고, 배송물품의 파손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금도 자신의 계산으로 부담하므로, 이로써 원고의 사업을 통하지 않고 배송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고, ④ 이 사건 배송기사는 제3자를 통하여 배송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원고로부터 배송수수료를 받을 수 있으므로,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로부터 얻는 수입은 노무 제공에 따른 대가에 해당하지 않으며, ⑤ 이 사건 배송기사의 근속년수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평균 근속년수(6.5년)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⑥ 원고는 고객으로부터 불만 사항이 접수되는 등의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이 사건 배송기사의 업무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고 있으며, ⑦ 이 사건 배송기사는 배송계약조건의 문제점이 발견될 때마다 원고에게 적극적으로 개선 요청을 하여 이를 해결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단체교섭을 허용할 필요가 크다고 볼 수도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배송기사는 소득 의존성, 계약 내용의 결정권, 시장 접근의 방식, 계약관계의 지속성과 전속성, 지휘․감독의 정도, 수입의 성격, 노동3권의 보장 필요성 등 모든 면에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이 사건 결정은 이 사건 배송기사의 근로자성을 잘못 인정한 것이어서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나.

관련 법리

노동조합법은 근로자가 노동조합의 주체라고 명시하고(제2조 제4호 본문), 근로자에 관하여 직업의 종류를 묻지 않고 임금․급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수입으로 생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제2조 제1호).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는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에 있으면서 노무에 종사하고 대가로 임금 그 밖의 수입을 받아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고, 사용자와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노무제공계약이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이든 상관없다.

구체적으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① 노무제공자의 소득이 주로 특정 사업자에게 의존하고 있는지, ② 노무를 제공받는 특정 사업자가 보수를 비롯하여 노무제공자와 체결하는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지, ③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의 사업 수행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특정 사업자의 사업을 통해서 시장에 접근하는지, ④ 노무제공자와 특정 사업자의 법률관계가 상당한 정도로 지속적․전속적인지, ⑤ 사용자와 노무제공자 사이에 어느 정도 지휘․감독관계가 존재하는지, ⑥ 노무제공자가 특정 사업자로부터 받는 임금․급료 등 수입이 노무 제공의 대가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또한 노동조합법은 헌법에 의한 근로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여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 등을 목적으로 제정된 것으로(제1조), 개별적 근로관계를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근로기준법과는 목적과 규율 내용이다르다. 이러한 노동조합법의 입법 목적과 근로자에 대한 정의 규정 등을 고려하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⑦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에 비추어 노동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지라는 관점에서 판단하여야 하고, 반드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8. 10. 12. 선고 2015두38092 판결, 2019. 6. 13. 선고 2019두33712 판결 등).

다.

판 단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에 갑 제1 내지 3, 7, 8, 13 내지 16, 18, 19, 23 내지 26호증, 을가 제2, 3, 7호증, 을나 제2, 4, 8호증의 각 기재, 증인 J의 일부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배송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요건을 충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1)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 측에서 미리 만들어 둔 정형화된 양식의 ‘E 배송계약서’(을가 제2, 3호증, 이하 ‘계약서’라고만 한다)를 사용하여 배송계약을 체결한다. 이때 이 사건 배송기사는 계약서의 개별 조항을 취사선택하거나 그 내용을 변경할 수 없고, 다만 배송계약의 체결 여부만을 결정할 수 있을 뿐이므로, 원고가 배송계약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의 간섭 없이 배송권역 등 업무와 관련된 일부 사항을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나, 이는 이 사건 배송기사가 배송계약에서 허용한 범위 내의 재량권을 행사함으로써 배송계약의 내용을 그대로 실현한 것에 불과하고, 나아가 배송계약의 내용 자체를 변경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또한 원고는, 배송계약 자체가 위탁계약의 이행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위탁계약상의 계약조건을 벗어날 수 없으므로, 원고로서도 배송계약의 내용을 결정할 여지가크지 않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처럼 배송계약의 전제 또는 목적이 되는 위탁계약도 역시 원고가 체결한 것인 이상, 어디까지나 원고의 주도 하에 배송계약의 내용이 결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2)

위탁계약에 따른 전체 배송물량 중 약 70%를 이 사건 배송기사가 처리하고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면(갑 제18호증의 1, 원고의 2021. 11. 24.자 준비서면 제14쪽),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의 사업에 필수불가결한 노무를 제공하고 있음은 명백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 배송기사의 업무 수행 여하에 따라 원고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좌우될 수 있으므로, 그만큼 원고로서는 이 사건 배송기사의 업무를 지휘하고 감독하려는 유인이 더욱 크다고 볼 수 있다.

3)

실제로 원고는 E가 개설한 실시간 배송업무 안내 어플리케이션인 SDS를 통하여 이 사건 배송기사들의 배송 지연 여부를 확인하거나 그 밖의 업무수행 결과를 보고받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제공한 배송매뉴얼<1>에서 고객 응대 화법, 용모․복장 등을 상세하게 규율하였고(을가 제7호증), 나아가 배송계약에서 ① 월 2회 이상 정규 세차 실시, ② 배송개시 전 차량 내․외부 청소 및 점검, ③ 불친절(태도 및 언행 불량), ④ 용모 및 복장 규정 준수, ⑤ 배송차량 냉장 가동 여부<2> 등업무수행의 과정과 태도에 관하여 세부적인 평가 항목들을 정한 다음, 각 항목을 위반한 배송기사에 대하여 배송업무 교육 실시, 운송료 삭감, 배송계약 해지 등의 불이익을 부과하였으므로(을가 제3호증 제4쪽, 을나 제8호증), 이로써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의 업무에 대하여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4)

오늘날 구축된 대형마트의 유통 구조를 고려할 때, 배송기사가 원고를 비롯한 운송업체를 거치지 않고서 직접 대형마트와 배송계약을 체결하거나 대형마트의 물품 배송을 취급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 보이므로,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와 사이에 배송계약을 체결한 것은 대형마트 물류 시장에 접근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판단된다.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 외에도 다른 동종의 운송업체와 사이에 배송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동일한 형태의 배송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므로, 오로지 원고의 사업을 통해서만 물류 시장에 접근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배송기사가 독자적인 능력으로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자신이 시장에 접근하기 위하여 경유하여야 할 운송업체를 선택할 수 있을 뿐인바, 이러한 제한적인 범위의 선택권이 주어졌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배송기사의 종속성을 부정하기는 어려우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3>.

또한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가 직접 고객과 접촉하여 업무수행에 관한 평가를 받고, 업무수행의 하자로 인하여 고객에게 끼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도 원고가 아니라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최종적으로 귀속된다는 점을 거론하고 있으나, 이는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의 사업을 통하여 배송 시장에 접근한 뒤에 발생하는 사정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의 사업에 종속된 지위에서 시장에 접근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5)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면, 이 사건 배송기사가 원고로부터 얻는 수입은 배송업무에 투입한 시간에 대한 보상의 성격을 겸유하는 것으로서 노무 제공에 따른 대가로 볼 수 있다.

가)

이 사건 배송기사의 일일 배송시간은 오전 10 ~ 11시(1차수), 오후 2 ~ 3시(2차수), 저녁 6 ~ 7시(3차수)로 정해져 있다(갑 제1호증 제19쪽). 따라서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에게 하루 3시간 이상의 노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여야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나)

이 사건 배송기사의 수입 중 가장 주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기본배송비’ 250만 원인데, 위 금액은 이 사건 배송기사가 처리하는 ‘기준 배송 건수’(일 25건)를 토대로 책정된 것이기는 하나(을가 제3호증 제1쪽), 원고가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할당한 배송물량이 위 ‘기준 배송 건수’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도 ‘기본배송비’가 감액 없이 그대로 지급되는 점을 볼 때, ‘기본배송비’는 업무량에 구애받지 않는 고정급 내지 기본급의 성질을 내포하고 있다.

다)

여기에 더하여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지급되는 근속수당은 노무를 제공한 기간(근속기간)을 기준으로 하여 액수가 결정되므로(을가 제3호증 제6쪽), 역시 노무의 제공과 사이에 상당한 관계가 인정된다.

라)

이 사건 배송기사가 ‘기준 배송 건수’를 초과하여 배송업무를 수행하는 경우에는 1건당 2,400원의 ‘인센티브’를 추가로 지급받는바(을가 제3호증 제1쪽), 위 ‘인 센티브’는 배송 1건당 소요된 시간이 얼마인지 묻지 않고 동일한 액수가 지급된다는 점에서 이를 배송업무의 성과에 대한 보상으로 볼 수는 있다.

그러나 ① ‘인센티브’의 액수는 배송 물품의 종류, 중량 및 가액에도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인센티브’가 배송업무의 성과와 엄밀한 비례관계에 있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② 한편으로 이 사건 배송기사가 규정 속도와 신호를 준수하면서 배송업무를 수행하려면 각 배송 건마다 일정한 시간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점, ③ 이 사건 배송기사는 각자 특정 배송권역만을 담당하는데다, SDS의 안내에 따라 여러 배송지를 효율적으로 경유하는 최단(최적) 경로로 운행하게 되므로(을나 제4호증), 각 배송 건별로 소요 시간에 현저한 편차가 발생하기는 어려워 보이는 점 등을 감안하면, 결과적으로 위 ‘인센티브’는 배송업무에 소요된 시간과도 무관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마)

이 사건 배송기사는 본인이 고용한 용차기사를 통하여 배송업무를 수행하더라도 원고로부터 동일한 액수의 배송수수료를 지급받을 수 있기는 하나, 결국 위 배송수수료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용차기사에게 전달하여야 하므로 용차기사를 고용할 유인이 크다고 보기 어렵고, 실제로 이 사건 배송기사는 직접 배송업무를 수행하기 곤란한 사정(질병, 부고 등)이 발생하였을 때에 한하여 용차기사를 고용하는 것으로 보이므로(갑 제7, 8호증), 이러한 예외적인 사례를 들어서 이 사건 배송기사의 수입과 노무 사이의 관련성을 부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된다.

6)

증인 J의 증언에 따르면, 이 사건 배송기사 중에서 E 의정부지점의 배송권역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21명에 이르는데, 그중 약 30%에 해당하는 6명만이 겸업을 하고 있다는 것인바, 다른 지점에서는 겸업 비율이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원고의 배송업무를 본업으로 삼고 있는 배송기사의 비율이 여전히 적지 않아 보인다.

나아가 겸업을 하는 배송기사들의 소득을 살펴보더라도, 이들이 겸업을 통하여 얻는 총 수입은 원고로부터 지급받는 배송수수료의 액수와 큰 차이가 없다고 보이므로(갑 제2, 3, 23 내지 26호증, 을나 제2호증), 이 사건 배송기사는 적어도 소득의 절반가량을 원고에게 의존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배송기사의 소득 의존도가 결코 낮다고 볼 수 없다.

7)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에게 근속기간의 증가에 따라 수당을 차등하여 지급함으로써 배송계약을 장기화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고 있고(을가 제3호증 제6쪽), 원고가 중앙노동위원회의 심문회의에서 한 진술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배송기사의 평균 근속기간은 약 2.5년에 달하며, 최근에 들어 근속기간이 더욱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고 보인다(갑 제1호증 제21쪽). 원칙적으로 기간제근로자의 계약기간이 최장 2년인 점(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제1항 본문)을 감안할 때, 원고와 이 사건 배송기사 사이의 계약관계는 기간제근로계약의 수준을 넘어서는 지속성을 보이고 있다 할 것이다.

또한 ① 이 사건 배송기사는 배송계약에 정한 E 배송업무 외에 다른 영리활동을 위하여 배송차량을 사용할 경우에는 원고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점(을가 제3호증 제5쪽), ② 위와 같은 사전 동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건 배송기사는 배송계약에 따라 E 측에서 지정하는 디자인으로 배송차량을 도색하고, E 관련 광고물도 배송차량에 부착하여야 하므로(을가 제3호증 제2쪽), 해당 배송차량을 E 외의 동종 업체를 위한 운송업무에 사용하려면 다소간의 제약이 따를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배송기사 중에서 실제 겸업을 하는 비율이 높다고는 보기 어려운 점, ④ 배송계약에서 이 사건 배송기사가 겸업을 이유로 들어 원고에게 배송물량의 감축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으므로, 결국 이 사건 배송기사는 겸업을 하더라도 원고로부터 할당받은 배송물량을 모두 처리하여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배송기사는 원고에게 상당 부분 전속된 관계에서 배송업무를 수행한다고 평가할 수 있다.

8)

배송계약의 체결 과정에서 배송수수료의 산정 기준을 비롯한 전반적인 계약조건이 원고 일방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고 있음에도, 원고는 이 사건 배송기사의 집단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배송계약의 해지사유로 명시하였다(을가 제3호증 제4쪽).

이에 따라 이 사건 배송기사는 배송권역, 배송차수, 배송수수료 액수 등 계약조건을 조정하기 위하여 각자 원고와 개별적으로 협의할 수밖에 없게 되었고(갑 제13 내지 16, 19호증), 그러한 협의가 끝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에 이 사건 배송기사로서는 배송계약을 해지하는 것 외에 달리 마땅한 대응 수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사정이 위와 같다면, 이 사건 배송기사로 하여금 노동조합을 통하여 원고와 대등한 위치에서 배송계약의 조건을 교섭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 할 것이므로, 설령 원고에 대한 이 사건 배송기사의 전속성이나 소득 의존성이 강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다거나 이 사건 배송기사가 근로기준법에 규정한 근로자의 요건을 갖추지는 못하였다고 보더라도, 이를 들어 이 사건 배송기사의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성까지 부정할 것은 아니다.

라.

소결론

그러므로 위와 같은 전제에서 내린 이 사건 결정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