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0. 11. 20. 원고에게 한 정관변경거부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의학 분야의 조사 연구와 질병의 조기발견 및 치료사업 수행으로 국민보건의료 및 건강증진에 이바지함으로써 사회공익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 보건복지부 산하의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비영리법인의 설립과 허가를 규정한 민법 제32조에 따라 설립되었다.
피고는 2016. 7. 25.부터 2016. 7. 29.까지 원고에 대하여 비영리법인 정기 감사를 실시한 후 2016. 10. 28. 원고에게 재단법인 운영에 관한 전문성이 없음에도 전임이사장의 배우자를 이사 및 이사장으로 선임한 점 등을 지적하며 이사장의 경우 1회에 한하여 중임을 허용하는 것으로 정관을 변경하도록 요구하였다.
원고는 2016. 10. 12. 이사회를 개최하여 이사장의 임기를 1회에 한하여 ‘연임’할 수 있는 것으로 정관을 개정하는 결의를 하였으나, 피고가 이사장의 임기를 1회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는 것으로 개정하도록 요구하였다. 원고는 이에 따라 2016. 12. 15. 이사장은 1회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도록 정관 제18조를 개정하고 피고로부터 정관변경허가를 받았다.
원고는 2020. 9. 18. 정관 제18조에 규정된 ‘이사장은 1회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는 부분을 삭제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하였고, 2020. 10. 17. 피고에게 아래와 같이 정관을 변경한다는 허가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2020. 11. 20. 원고에게 ‘2016년 법인의 사유화 관련 이사장 연임제한 감사처분과 2018년 전·현직 이사장 등의 수사의뢰(업무상 횡령·배임)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처분(혐의없음, 증거불충분)은 각각 그 처분의 시점 및 내용 등이 다른 별개의 행위로,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2016년 감사지적 사항인 법인의 사유화 문제를 해소하였다고 보기는 어렵고, 2016년 감사처분 이후에도 불기소처분에서 문제된 행위가 발견되어 수사까지 이루어졌다는 점은 재단운영과 관련하여 2016년 감사처분에서 지적된 법인 사유화 등의 위험성이 현실로 발생하였으며, 현 이사장도 전 이사장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자로서 향후에도 그 위험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원고의 정관변경신청을 거부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 8 내지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처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민법 제45조 제3항 및 제42조 제2항에서 규정한 정관변경허가의 심사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법률유보 원칙을 위반하여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재단법인의 정관변경허가의 법적 성질은 강학상 인가에 해당하여 기속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는 정관변경의 내용이 법령이나 정관상 설립목적에 명백히 반하거나 정관변경을 위한 이사회 결의 자체에 중대한 하자가 없는 한 정관변경허가신청을 거부할 수 없다. 그런데 피고가 법인의 사유화 문제 미해소를 사유로 원고의 정관변경허가신청을 거부한 것은 정관변경허가 심사범위를 넘어선 것이다.
재단법인의 임원 선임 및 임기와 관련된 규정은 재단법인 설립·운영의 자유에 있어서 핵심적인 내용이므로, 이를 제한할 수 없다. 원고보다 공익성이 강한 사회복지법인이나 학교법인, 공익법인에 대해서도 이사장 또는 대표이사의 연임제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재단법인의 설립·운영에 관한 본질적인 부분에 대한 중대한 침해를 야기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원고는 2016년 감사처분에 따른 지적사항과 처분요구사항을 모두 충실히 이행하였다. 그럼에도 2016년 감사처분에 지적된 문제점이 현재에도 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판단
정관변경허가 규정(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의 법적 성질
민법 제45조 제1항은 재단법인의 정관은 그 변경방법을 정관에 정한 때에 한하여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민법 제45조 제3항, 제42조 제2항에 따르면, 그 정관변경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지 아니하면 그 효력이 없다.
대법원은 민법 제45조에서 말하는 재단법인의 정관변경 "허가"는 법률상 문언이 허가로 되어 있기는 하나, 그 성질에 있어 법률행위의 효력을 보충해 주는 것이지 일반적 금지를 해제하는 것이 아니므로, 그 법적 성격은 인가라고 보아야 한다(대법원 1996. 5. 16. 선고 95누4810 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면서도, 이 사건 규정이 기속행위인지 여부에 관하여는 언급하고 있지 아니하다.
어느 행정행위가 기속행위인지 재량행위인지 여부는 이를 일률적으로 규정지을 수는 없는 것이고, 당해 처분의 근거가 된 규정의 형식이나 체재 또는 문언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3. 12. 12. 선고 2011두3388 판결 등 참조).
그런데 민법은 재단법인의 정관변경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아니하면 효력이 없다(제45조, 제42조 제2항)고 규정하고 있을 뿐, 주무관청인 피고가 어떠한 경우에 정관변경을 허가할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을 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이 인가를 규정한 것으로 보아 곧바로 기속행위라고 본다면, 피고는 재단법인인 원고의 정관변경신청을 언제나 허가하여야 하는데, 이는 법인의 사무를 주무관청으로 하여금 검사 및 감독하도록 한 민법 제37조 규정의 목적과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는 효과를 가진 이른바 수익적 행정처분으로서 법령에 행정처분의 요건에 관하여 일의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아니한 이상 행정청의 재량행위로 보아야 한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7두6663 판결,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두13315 판결 등 참조).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에서도 설립허가의 경우 ‘법인의 목적과 사업이 실현 가능할 것, 목적하는 사업을 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고, 재정적 기초가 확립되어 있거나 확립될 수 있을 것, 다른 법인과 같은 명칭이 아닐 것’을 허가요건으로 규정하고(제4조 제1항) 있는데 반하여, 정관변경허가의 요건은 규정하지 아니한 채 정관변경 시 제출하려야 할 서류만을 규정하고 있다(제6조). 이는 주무관청으로 하여금 정관변경허가 시 그 요건 판단에 일응의 재량을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민법은 재단법인의 정관변경을 인가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 피고에게 주무관청으로서 공익적 관점에서 그 정관변경 인가요건에 관한 재량판단의 여지를 인정하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민법은 재단법인의 운영과 관련하여, 법인의 사무는 주무관청이 검사 및 감독한다는 규정(제37조)을 둔 것 외에는 별도의 구체적인 감독규정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이 사건 규정의 법적 성격은 인가로서 원칙적으로 법률행위의 효력을 보충해 주는 것이지 일반적 금지를 해제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민법은 재단법인으로 하여금 재단법인의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을 재단의 기관인 이사회에 맡기면서도, 재단의 기관이 재단법인의 설립목적이나 운영방향의 변경, 기본재산의 변경 등 재단법인의 근본적인 내용을 변경함으로써 정관변경이 수반되는 경우에는 주무관청으로 하여금 재단 법인의 유지·존속을 위하여 필요한 한도에서 최소한의 공익적 통제를 하도록 정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규정의 허가를 재단법인의 목적 실현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적 통제 장치로 확대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주무관청이 정책적, 공익적 필요에 따라 재단법인의 운영에 개입하려면, 원칙적으로 민법 제37조에 규정된 검사·감독권한을 발동하여 관련된 문제점을 지적하고 감독하는 방안을 취할 수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전제에서 보면, 주무관청이 정관변경 허가권을 행사함에 있어서는 법규 또는 재단법인의 정관 규정에 비추어 정관변경이 허용되는지 여부, 정관변경에 이사회 결의 등 재단법인 내부의 필요 절차를 거쳤는지 여부, 재단법인의 정관변경이 재단법인의 설립목적에 명백히 반하거나 정관변경을 거부할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인정되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최소한의 공익적 심사만을 거쳐서 정관변경에 대한 허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원고의 정관변경이 공익적 심사 기준에 반하는지 여부
갑 제1, 2, 6, 7호증, 을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아래와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피고가 2016년 정기 감사로 원고에게 처분을 요구한 사항은 아래와 같다(이하 ‘처분 요구사항’이라 하고 아래 순번에 따라 ‘제○처분 요구사항’이라 한다).
원고 전 이사장의 부동산 매입 시 법인자금 사용 – 재단 자금 부당지출금(709,500,000원)에 대해 회수 등 조치를 취하고 보고할 것
B빌딩 2층(C호)에 대한 부적절한 임대 – 전 이사장 개인부동산에 대한 임차 등의 거래를 정리할 것
원고의 부당한 이사장 선임 – 임원(이사회)경고: 동 협회 이사회에서는 임원 선임 시 전문성, 기여도 등을 참고하여 임원을 선임·의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보고할 것(이사장의 경우, 1회에 한하여 중임 허용 규정 필요), 현 이사장 선임을 결의한 제259회 이사회 개최 임원진에 대한 책임조치 및 결과를 보고할 것
B빌딩 2층 임차보증금 산정 부적정 – 전 이사장 개인 부동산에 대한 임차거래 등을 정리할 것
법인세 세무조사 후속조치 부적절 – 전 이사장 개인 부동산 관련 국세청 추징세금에 대한 재단지출금(825,998,606원)을 회수하고 보고할 것, 감사자료 미제출자 조치 후 보고
감사 직무 소홀 – 정관에서 정한 감사의 직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조치할 것
원고 전 이사장 이사직 유지 부적절 – 사법결과에 따라 조치하고 보고할 것, 법인 이사장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아니하도록 할 것
임원 보수 과다 책정 시정, 일반직원 보수 현실화 모색 – 합리적 임원보수 기준 마련할 것, 현실성·타당성이 결여된 이사장 보수 인상에 대해 시정조치하고 보고할 것
이사장 및 임원 선임(연임) 규정 보완 필요 – 이사장의 장기재직으로 인한 사유화 등에 따른 폐단을 차단할 연임제한 등 방안을 마련하여 보고할 것
법인 기본재산 미등재 – 법인 전체 기본재산에 대해 등재하고 보고할 것
의료장비(MRI, CT 등) 유지·보수 – 구매업무(물품, 제작, 수리 및 시설공사) 및 의료장비 유지보수 업체 선정 시 일반경쟁입찰 시행할 것
의료시약(FDG 등) 구매계약 절차 부적정 – 의료시약 구매 시 구매계약 절차 준수 및 증빙서류 갖출 것
주무부처 미승인 수익사업 추진 – 법인 추가 수익사업 추진 시 주무관청 승인받을 것
기록물관리 부적절 – 기록물 보존 교육 실시, 기록물 분실 관계자 책임 조치 후 보고
직원 근태 관리 부적절 – 효율적 근태 관리 방안 마련
직원 근태 관리 확인 시정 – 특정 직원 근태관리 시정 후 보고할 것
원고는 위 처분 요구사항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조치하고 원고에게 이를 보고하였다.
제1처분 요구사항: 조치완료, 해당자금 반환
제2, 4처분 요구사항: B빌딩 2층의 임대료를 3층에 맞춰 환산보증금으로 동일하게 조정
제3처분 요구사항: 제259회 이사회 개최 당시 담당 임원 중 상임고문과 상무이사는 본부에서 강남센터, 여의도 센터로 인사조치하고, 상임감사는 교체함, 임원 선임 시 임원의 전문성, 기여도 고려한 선임 방안마련
제5처분 요구사항: 감사자료 미제출 담당자 경고조치, 해당 지출금 보전
제6처분 요구사항: 상임감사 교체, 감사 직무에 관한 지도조치 실시
제7처분 요구사항: 전임 이사장이 2016. 12. 31. 원고 이사직에서 물러남
제8처분 요구사항: 임원 보수 조정(이사장 보수 하향), 직원 기본급 인상
제9처분 요구사항: 1회에 한하여 이사장 중임할 수 있도록 정관 변경
제10처분 요구사항: 조치완료
제11처분 요구사항: 공정성 확보를 위한 일반경쟁 입찰 구매 관리제도 시행 - 제12처분 요구사항: 의료시약 구매계약 증빙서류 누락분 보완, 구매계약 절차 준수 서약 실시 및 증빙서류 첨부교육 실시
제13처분 요구사항: 외국인환자 유치 의료기관 등록 갱신,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 지정(법무부), 주무부처 승인을 받도록 직원 교육
제14처분 요구사항: 전 직원 대상 기록물 보존 교육 실시, 기록물 분실 담당자 경고조치
제15처분 요구사항: 각 분사무소, 근무여건에 맞출 출퇴근 관리제도 실시(지문인식 시스템, 출퇴근 관리대장을 활용한 근태 관리)
제16처분 요구사항: 총무관리자의 외부 근무 시에는 출장보고서 등 작성 의무화, 내근 시에는 지문관리시스템 활용, 차량관리자는 차량관리일지 기록 및 지문관리시스템 활용
피고는 원고의 전임 이사장이었던 D에 대하여 수사의뢰를 하였으나, D에 대한 일부 폭행,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공동감금), 특수폭행, 강요, 근로기준법위반의 피의사실은 각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일부 폭행 및 협박의 피의사실은 각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처분되었다.
현재 원고의 정관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신청한 정관변경이 공익적 심사 기준에 반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위 신청허가를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따라서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
원고는 정관에서 이사장의 중임 제한 규정을 삭제하기로 의결하고 정관변경의 허가를 구하였을 뿐 피고의 감사에서 문제가 된 전임 이사장이나 현 이사장의 선임에 관한 허가를 구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정관변경으로 기존 이사장이 다시 이사장에 선임될 가능성이 생기지만, 위 정관변경으로 곧바로 이들이 이사장으로 선임되는 것은 아니다.
피고는 전임 이사장이나 현 이사장이 횡령이나 배임 등의 죄를 저질러 원고를 사유화하여 제대로 운영할 수 없음을 처분의 근거로 삼고 있다. 하지만 원고 정관에 의하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된 후 3년을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이사가 될 수 없어, 이러한 죄가 유죄로 확정될 경우 이들은 이사장으로 선임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피고가 감사결과 지적한 문제들에 대하여 원고가 상당 부분 조치를 이행하였으며, 피고가 전임 이사장이나 현 이사장을 수사의뢰하였으나 아직까지 유죄판결을 받은 이가 없어 피고가 지적한 감사결과의 문제들이 여전히 존속하여 원고 운영에 문제를 끼치고 있다고 쉽게 단정할 수 없다. 또한, 피고는 기존 감사결과 후 이사장의 이사직 사퇴를 처분 요구사항으로 하였고 이를 원고가 따랐던 점에 비추어, 향후 문제가 있는 이사장에 대하여도 이와 같은 조치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민법이나 보건복지부 및 질병관리청 소관 비영리법인의 설립 및 감독에 관한 규칙에서는 이사나 이사장의 임기에 관하여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원고가 이사나 이사장의 임기를 현재보다 계속하여 연장할 수 있다면 이사장이 연임하는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데, 민법 등 관계 법령에서 이를 용인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사장의 연임을 금지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분명히 인정되지 않는 이상 원칙적으로 허용되기 어렵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위수현 김송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