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0. 4. 3. 원고에게 한 요양불승인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19. 1. 14. 16:30경 수원시 권선구 B에 있는 C(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사무실에서, 실제 사업주인 D가 원고 명의로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자등록을 한 후 세금을 체납하여 원고가 체납된 세금의 지급의무를 떠안게 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D와 몸싸움을 하였고, D가 실수로 휘발유 통을 차면서 흘러나온 휘발유의 유증기가 사무실 안 난로의 열기에 의해 폭발하면서 화상을 입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게 되었다.
원고는 ‘발목 및 발을 제외한 둔부 및 하지의 3도 화상, 대퇴부, 적어도 한 군데는 3도 화상의 언급이 있는 다발성 신체 부위의 화상(두피, 안면부, 좌측 다리, 우측 다리, 등, 복부, 좌측 손, 우측 손, 좌측 발, 우측 발), 신체표면의 40~49%를 포함한 화상 중 3도 화상이 신체표면의 20~29%인 경우’를 진단받고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으나, 피고는 2020. 4. 3.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 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2020. 7. 23. 기각되었고,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 청구를 하였으나 2021. 2. 26.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피고의 본안전 항변에 관한 판단
피고의 본안전 항변
원고는 2021. 3. 25. 무렵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재결서를 등기우편으로 송달받았음에도 그로부터 90일이 도과한 후인 2021. 7. 12.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는바, 이 사건 소는 제소기간이 도과한 후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
판 단
행정소송법은 제20조 제1항 본문에서 취소소송은 처분 등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같은 항 단서에서 행정심판 청구가 있은 때의 기간은 재결서의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기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우편물이 등기취급의 방법으로 발송된 경우 그것이 도중에 유실되었거나 반송되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에 대한 반증이 없는 한 그 무렵 수취인에게 배달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대법원 1999. 12. 28. 선고 99두9742 판결,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6두60577 판결 등 참조).
이 사건에서 보건대, 이 법원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21. 3. 25. 재결서를 원고의 대리인인 노무사 사무실에 등기우편으로 발송한 사실이 인정되고 그 우편물이 반송되었다고 볼 만한 정황은 나타나지 않았는바 위 재결서가 그 무렵 원고에게 송달되었다고 추정되기는 한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의 2021. 7. 12.자 소장을 2021. 8. 11. 송달받고 2021. 10. 8.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제소기간 도과를 이유로 한 본안전 항변을 하지 않고 본안에 대해서만 다투었던 점, 이후 피고의 2022. 5. 3.자 사실조회신청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가 재결서 송달여부를 조회하고자 하였으나 당시는 발송일인 2021. 3. 25.로부터 1년이 도과되어 인터넷 우체국 등기번호가 조회되지 않게 된 점, 원고는 노무사로부터 이 사건과 관련한 자료들과 의견서를 받으면서 기각 재결을 안 날이 2021. 4. 13.이라고 기재된 것을 보고(갑 제9호증) 제소기간을 지켜 2021. 7. 12. 소장을 접수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 현재로서는 제소기간을 기산하기 위한 정확한 재결서의 송달일을 알기 어렵게 되었는데, 원고가 2021. 4. 13.
재결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실제 송달일이 더 빨랐다고 볼 만한 정황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이 제소기간을 도과하여 제기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피고의 위 본안전 항변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종속적인 지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함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원고의 요양급여청구를 불승인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판 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등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이 사건을 보건대, 위 인정사실과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6, 17, 18, 19호증, 을 제5, 6, 7, 9, 10호증의 각 기재, 증인 D, E의 각 증언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의 지위에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고가 근로자 지위에 있는지 여부와 관련된 D, 원고, E의 진술들은 다음과 같다.
D는 2019. 3. 13. 경찰 진술조서 작성 당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을 제5, 6호증).
D는 2020. 3. 24. 이 사건 요양급여신청 관련 유선 질의에 다음과 같이 답변하였다(을 제9호증).
D는 이 법원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원고는 2019. 4. 12.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당시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을 제7호증).
원고는 2020. 3. 4. 재해자 확인서에 다음과 같이 작성하였다(을 제10호증).
이 사건 사업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한 E은 이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다음과 같이 진술하였다.
앞서 본 D, 원고의 진술에서 ‘D가 원고에게 사업을 함께 할 것을 제안했다’라고 표현하는 등 D와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을 동업으로 운영하는 것처럼 진술된 부분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D가 이 사건 사업장과 같은 설비업체를 단독으로 운영하다가 신용 등의 문제 때문에 원고에게 부탁해서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의 명의상 사업주가 된 사실은 원고, D의 진술이 일관되고 서로 일치하는 점, 직원인 E도 D가 이 사건 사업장의 실질적 사업주이고, 원고는 급여를 받고 일하는 직원으로 알고 있다고 진술한 점, D는 이 사건 사업장의 임대료, 자재비, 공구, 비품 등을 전적으로 자신의 비용으로 지출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원고가 그 비용 중 일부라도 지출하거나 이 사건 사업장에 투자를 하였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점, 원고는 친척들에게 돈을 빌려서 이 사건 사업장의 체납세금의 일부를 납부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의 명의상 사업주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체납세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이를 체납할 경우 강제징수를 당하거나 신용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이고, 원고가 동업자로서 D와의 투자약정에 따라 투자금을 투입한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점, 원고와 D 사이에 이익금의 분배방식에 대하여 약정한 내용이 드러나지 않았고 오히려 원고가 D로부터 일방적으로 유류대금, 식대 등에 사용할 카드를 교부받고, 비정기적으로 일당이나 급여로 보이는 돈을 받아온 점, 이 사건 사고는 D가 공사 잔금 들어온 것을 체납세금 납부가 아니라 다른 곳에 먼저 사용하여 사업주 명의자인 원고의 신용등급이 하락하게 된 것이 발단이 되었는바, 이러한 사건의 경위에서도 실질적으로 D가 원고 명의로 개설한 이 사건 사업장 주거래통장에 접근하여 이 사건 사업장의 수익금을 임의로 집행할 권한이 있었고 원고는 이에 대해 항의를 할 수만 있었다는 것을 추단할 수 있는 점,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로 등록된 2016년경 ‘차상위 장애인’으로 사회보장급여를 수령하고 있었고 자신 명의로 된 재산이 없어 공동으로 투자하여 사업장을 운영할 능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원고나 D가 경찰 조사 당시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의 공동사업주라는 전제에서 한 진술들이 있으나, 위 피의자신문조서는 특수협박 피의사실로 조사를 받던 원고가 협박을 할 목적으로 휘발유와 손도끼 등을 가지고 D를 찾아가게 된 것인지 여부가 쟁점이었고,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의 실질적 대표인지 명의상 대표일 뿐인지는 중요한 부분이 아니었는바 그 진술들이 진실에 가깝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의 명의상 사업주일 뿐이고, 원고와 D가 동업관계에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가 고정된 월급을 정기적으로 지급받지 못한 채 D로부터 카드를 제공받고 수시로 돈을 지급받은 사실이 인정되나, D는 원고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인 G, E에게도 정기적으로 고정된 월급을 지급해 주지 못하고 공사잔금을 받는 등 수익이 생길 때마다 조금씩 지급해 주었는바, 원고가 고정된 월급을 정기적으로 지급받지 못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
원고와 D 사이에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어 있지 않고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의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지 않았으며 원고의 업무방식에 높은 자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이 사건 사업장의 업무가 현장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점, 이 사건 사업장이 공사가 있을 때마다 주로 일용직을 고용하여 그때그때 설비공사를 하는 영세하고 체계가 없는 소규모 업체로서 통상 근로계약서나 취업규칙, 급여명세서와 같은 서류는 작성되지 않고, 사업주와 직원 사이에 업무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특성이 있는 점, 원고는 현장에 나가 일을 하거나 공사가 없을 때에는 주로 계약을 따오는 영업활동을 하였다고 진술한 점, 다른 직원인 E도 본인이 현장에 가거나 영업을 하기도 하므로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지 않는다고 진술한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근로계약서가 작성되지 않고, 원고가 출퇴근, 업무방식 등에 자율성이 높았다는 이유만으로 원고가 근로자가 아니라 D와 동업을 하는 사업주였다고 보기도 어렵다.
피고는, 설령 원고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사고가 원고와 D 사이의 채무문제 등 사적인 관계에 기인하였고, 원고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하여 발생한 것으로서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처분청인 피고가 당초 처분사유와 기본적 사실관계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다른 사유를 취소소송 단계에서 처분사유에 추가 내지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바(대법원 2020. 12. 24. 선고 2019두55675 판결 참조), ‘원고가 근로자의 지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 사건 처분사유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 위 주장을 뒤늦게 추가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원고와 실질적 사업주인 D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는 원고가 이 사건 사업장의 사업주 명의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 포괄적인 것이라고 보이는데, D가 사업장의 수익금으로 체납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공사 자재대금 지불에 사용한 문제를 놓고 다툼이 벌어진 것은 직장 안에서의 인간관계 또는 직무에 내재하거나 통상 수반하는 위험이 현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 또한 이 사건 사고는 사무실 내부의 열기가 흘러나온 휘발유의 유증기와 만나 폭발하여 발생한 것인데 원고와 D가 다투는 과정에서 원고가 사온 휘발유 통(이 사건 사고 이전에 D가 원고에게 공사기계에 사용할 휘발유를 사오라고 지시한 적이 있기도 하였고, 이 사건에서 원고가 D를 협박할 목적으로 휘발유를 사온 것이라는 점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을 D가 실수로 발로 차 폭발사고가 발생하게 되었다고 하여 이를 원고가 직무의 한도를 넘어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도발함으로써 유발한 사고라고 볼 수도 없다. 피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한다.
판사 손혜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