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 18. 선고 2021구단7412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배우자인 C는 D조합 소속의 E(2.73톤, 이하 ‘이 사건 선박’이라 한다)의 소유자 겸 선장으로서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이하 ‘어선원재해보험법’이라 한다) 제16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어선원보험에 임의로 가입한 사람이고, 피고는 어선원재해보험법 제9조에 따라 어선원재해보상보험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 기관이다.

나.

원고는 2001. 3.경부터 C가 어업 활동을 마치고 묵호항으로 귀항하면 이 사건 선박에서 어획물을 하역하여 공판장으로 운반하고, 이 사건 선박에서 사용하는 그물을 항구로 옮겨 정리한 뒤 다시 위 선박에 옮겨 싣는 작업 등을 수행하여 오던 중, 2021. 5. 3. F병원에서 ‘양측 슬관절 퇴행성 관절염, 양측 슬관절 내측 반월상 연골판 양동이 손잡이 모양 파열, 양측 수지의 다발 관절염(지간관절), 제3번 요추-제1번 천추간 척추증’(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고 2021. 7. 2.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다.

이에 대해 피고는 2021. 9. 7. ‘어선원재해보험법은 어선에 승선하여 근로를 제공하는 자들의 직업·작업환경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제정된 법률로서, 어선에 승선하지 않고 항내에서 조업활동을 돕기만 하는 사람은 어선원재해보험법에서 정한 어선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워, 본 건은 보험급여 지급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원고는 어선인 이 사건 선박의 소유자인 C의 배우자로서, 약 20년간 이 사건 선박에서 어획물 하역 및 그물 정비 등의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어선원재해보험법에서 정한 ‘가족어선원’에 해당한다. 나아가 설령 이 사건 선박과 관련하여 원고를 가족어선원으로 볼 수 없더라도, 원고는 1980년경부터 1999년경까지 약 19년 동안 C 소유의 어선인 G에 직접 승선하여 근로를 제공하였으므로 여전히 가족어선원에 해당한다. 따라서 원고가 가족어선원으로서 어업활동에 종사하다가 신체 부담이 누적되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거나 자연경과 이상으로 급속히 악화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존재한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관련 법령 및 법리

어선원재해보험법 제2조 제1항에서는 “‘어선원’이란 임금을 받을 목적으로 어선에서 근로를 제공하기 위하여 고용된 사람을 말한다.”(제2호), “‘가족어선원’이란 어선의 소유자의 배우자(사실혼 관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다) 및 직계 존속·비속으로서 어선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제3호), “‘어선원등의 재해’란 어선원, 가족어선원 및 어선의 소유자(이하 ‘어선원등’이라 한다)가 어업 활동과 관련하여 입은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말한다.”(제6호)고 각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제22조 제1항에서는 “요양급여는 직무상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어선원등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어선원재해보험법은 해운업이나 원양어업에 종사하는 선박소유자 등과 비교하여 재정적 여건이 좋지 않거나 재해발생 위험이 높은 연근해어업 종사 선박 등에 대하여 일정한 요건을 갖춘 어선 소유자는 어선원재해보상보험에 당연가입하도록 하고 피고로 하여금 어선원 등에게 보험급여를 지급하게 함으로써 연근해어업 등에 종사하는 어선원 등이 입은 재해를 신속·공정하게 보상하려는 데 그 입법취지가 있다. 어선원재해보험법은 지급주체를 선박소유자가 아닌 피고로 정한 것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보험급여의 종류와 내용을 선원법의 재해보상과 거의 동일하게 규정하고 있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8두43774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과 거시한 증거들, 갑 제9, 10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또는 영상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 및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어선원재해보험법에서 정한 가족어선원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와 같은 전제에서 피고가 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고, 원고의 주장은 이 사건 상병과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존부에 관하여 나아가 살필 것 없이 이유 없다.

가)

‘가족어선원’의 정의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어선원재해보험법 제2조 제1항 제3호의 ‘어선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어선에 승선하는 것을 전제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1)

근로자의 직무상 재해에 대하여만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과는 달리, 어선원재해보험법 제23조 제1항 및 제2항과 제27조 제2항 본문은 어선원 등의 경우 승무 중 직무 외의 원인으로 인한 재해에 대하여도 요양급여, 유족급여의 보험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어선원 등은 작업환경의 특성상 그 직무상뿐만 아니라 승무 중에도 재해발생의 위험성이 매우 큰 데 비하여, 재해와 직무의 관련성 등을 명백히 규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하여 직무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경우라도 승무 중 직무 외 재해보상을 인정하여 어선원 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앞서 본 대법원 2018두43774 판결 참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어선원재해보험법에서 말하는 ‘어선원 등’의 개념에는 어선에 승무하여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고 봄이 합리적이다.

(2)

선원법은 제94조 이하에서 재해보상에 관한 규정들을 두고 있고, 어선원재해보험법 제31조 제1항에서는 “수급권자가 이 장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았거나 받을 수 있는 경우에 보험가입자는 같은 사유에 대하여 선원법 및 근로기준법에 따른 재해보상책임이 면제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 규정들의 내용과 앞서 본 선원법과 어선원재해보험법의 관계 등에 비추어 보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어선원재해보험법에 규정된 재해보상조항의 해석은 선원법에 규정된 재해보상조항과 그 해석을 같이 하여야 한다.

그런데 ① 선원법 제2조에서 “‘선원’이란 이 법이 적용되는 선박에서 근로를 제공하기 위하여 고용된 사람을 말한다.”(제1호), “‘선원근로계약’이란 선원은 승선하여 선박소유자에게 근로를 제공하고 선박소유자는 근로에 대하여 임금을 지급하는 것을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을 말한다.”(제9호)고 규정하여 ‘선박에 승선할 것’을 전제로 선원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는 점, ② 어선원재해보험법 제2조에서 ‘어선원’ 외에 ‘가족어선원’을 별도로 보험급여의 수급권자로 정하고 있는 이유는, 어선 소유자의 배우자나 직계 존속·비속이 별도의 임금을 받지 않고 어선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을 고려하여 이들에게도 보험급여의 혜택을 부여하기 위함으로 보이는바, 이러한 입법적 배려에서 더 나아가 ‘어선에서 근로를 제공하는’의 범위까지 통상의 어선원의 경우보다 넓게 해석하여야 할 합리적 근거를 찾기 어려운 점, ③ 만약 ‘어선에서 근로를 제공하는’의 범위를 어선에 직접 승선하지 않은 채 부수적인 어업 활동을 수행하는 사람까지 확대하여 해석할 경우, 어선원이나 가족어선원의 범위를 명확하게 특정하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보험급여 수급권자의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되어 보험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줄 우려가 적지 않은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어선원재해보험법상의 ‘가족어선원’ 역시 선원법상의 선원과 마찬가지로 어선에 직접 승선하여 근로를 제공하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

나)

원고 스스로도 배우자인 C가 2001. 3.경 이 사건 선박을 구입한 이후부터는 위 선박에 직접 승선하여 어로 활동을 하지 않고 어획물의 하역 및 운반, 그 물 정비 작업 등을 수행하였다고 주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러한 업무 수행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원고가 위 선박에 올라타는 경우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가리켜 ‘어선에서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원고는 2022. 2. 25.자 준비서면에서 ‘2001. 1.경부터 약 2년 동안 이 사건 선박에 직접 승선하여 어업활동을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후 원고가 다시 ‘2001. 3.경부터는 이 사건 선박에 직접 승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주장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소송에서 원고가 1980년경부터 1999년경까지 약 19년 동안 C 소유의 어선인 G에 직접 승선하여 어업 활동을 하였으므로 어선원재해보험법상 가족어선원에 해당한다는 취지로도 주장한다.

살피건대, 취소소송의 소송물은 그 처분의 위법성인바, 그 처분의 위법성은 피고 행정청으로 하여금 그 처분을 발하게 한 원고의 신청과의 관계에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이므로, 소송에서 처분의 위법성을 다투던 중에 그 처분을 발하게 한 신청의 내용을 변경하여서는 안 된다고 볼 것이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6두859 판결 등 참조). 그런데 ① 원고는 ‘2001. 3.경부터 약 20년간 이 사건 선박이 입항하면 어획물 하역 및 그물 작업 등을 수행하였고, 그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요양급여를 신청하였을 뿐, 2001. 3.경 이전에 다른 어선에 승선하여 어로 활동을 하면서 누적된 신체 부담과 이 사건 상병과의 상당인과관계를 주장한 바 없는 점, ② 그에 따라 피고 역시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원고의 이 사건 선박과 관련한 신체 부담 업무만을 고려하였을 뿐이고, 달리 그 이전의 다른 어선에서의 신체 부담 업무와 이 사건 상병 사이의 연관성 여부는 조사 및 판단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고의 위 주장은 당초 신청의 내용에 포함되지 아니하여 이 사건 처분사유에 포함되지 아니한 부분을 이유로 이 사건 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서 더 나아가 살필 것 없이 받아들일 수 없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임성민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