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 9. 15. 선고 2021구합104 판결

주문

1.

원고들과 피고 사이에서 원고들이 각 E기관 소속 국가공무원의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가.

원고들의 E기관 입사

원고 C(F생)는 1987. 12. 7., 원고 D(G생)은 1988. 7. 6. 각 H기관(H기관법이 1999. 1. 21. 법률 제5681호 E기관법으로 개정되기 전의 명칭, 이하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E기관'이라 한다)에 기능 10급의 국가공무원으로 공개채용되어 '행정보조 직군'의 '입력작업 직렬'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고들의 주된 업무는 E기관 내부 서류들을 문서화하는 것이었다.

나.

직렬 폐지에 의한 의원면직 및 계약직공무원 임용

1)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이 실시됨에 따라 1999. 3. 31. E기관직원법 시행령 [별표 2]가 개정되어 기능직 직렬 중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영선, 원예의 6개 직렬이 폐지되었다(이하 '이 사건 직렬 폐지'라 한다). 이에 따라 원고들은 1999. 4. 30. 의원면직이 되었다가 1999. 5. 1. 계약직(전임계약직) 직원으로 다시 채용되어 정보업무 지원 분야 중 입력작업 분야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하였고, 같은 날부터 개정·시행된 E기관 계약직직원규정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2)

위 규정 제3조는 계약직직원을 복무형태에 따라 전임계약직직원과 비전임계약직직원으로 구분하면서, 전임계약직직원을 상근하면서 직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제20조는 전임계약직직원의 근무상한연령을 '1. 안전 : 만 30세, 2. 상담, 전산사식, 입력작업, 안내 : 만 43세, 3. 의료기사, 간호사, 영양사, 영선, 원예 : 만 57세, 4. 의사 : 만 65세, 5. 기타 분야 : 만 60세'로 정하며(이하 '이 사건 규정'이라 한다), 부칙(1999. 5. 1.) 제2조는 1999. 5. 1.부로 기능직에서 계약직으로 신분이 변경되는 직원 등의 근무상한연령 등에 관한 사항은 E기관장이 정하는 별도의 지침에 따른다고 정하였다.

3)

위 부칙에 따라 E기관장이 1999. 4. 23. 제정한 E기관직원법 시행령 등 개정 관련 후속처리지침은 근무상한연령계약직으로 신규 채용된 직원 중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분야 근무자는 위 규정 제20조 제2호에도 불구하고 만 45세까지 계약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규정 및 후속처리지침에서 입력작업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만 43세로 정하거나 또는 만 45세로 연장할 수 있도록 정한 부분을 통틀어 '이 사건 연령 규정'이라 한다).

다.

원고들의 계약 갱신 및 퇴직

1)

원고들은 주로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며 계속하여 근무하던 중 원고 D은 2010. 11. 10., 원고 C는 2011. 6. 25. 이 사건 규정에서 정한 입력작업의 근무상한연령인 만 43세에 각 도달하였으나, 이 사건 연령 규정이 정한 바에 따라 그로부터 각 2년을 더 연장하여 근무하다가 원고 D은 2012. 12. 31., 원고 C는 2013. 6. 30. 각 퇴직하였다.

2)

원고들은 퇴직 당시 국가공무원으로서 특수경력직공무원 중 계약직공무원[구 E기관직원법 시행령(2014. 3. 18. 대통령령 제2525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같다) 제2조의3에 따른 계약직직원]에 속하였다.

라.

관련 사건의 진행 경과

1)

원고들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E기관의 계약직직원으로 채용되어 '전산사식 직렬' 업무를 수행하다가 2010년경 이 사건 연령 규정에 따라 퇴직한 A, B는 '이 사건 연령 규정은 근무상한연령을 여성들만 종사하는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직렬의 경우에는 만 43세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남성들만 종사하는 영선, 원예 직렬의 경우에는 만 57세로 달리 규정하여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에 따른 차별을 하고 있으므로 무효이다.'라고 주장하며 2012년경 피고를 상대로 자신들이 E기관 소속 국가공무원의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2)

서울행정법원은 2012. 10. 11. A, B의 청구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고, 서울고등법원 또한 2013. 8. 23. A, B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2019. 10. 31. '이 사건 연령 규정은 E기관장이 상위법령의 구체적 위임 없이 정한 것이어서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이다.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어 온 전산사식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어 온 다른 분야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E기관장이 증명하여야 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 사건 연령규정은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이라 한다) 제11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당연무효라고 보아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3두20011 판결).

3)

이에 따라 진행된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2020. 8. 19. '이 사건 연령규정은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행정규칙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여성의 근무상한연령을 남성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함으로써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과 근로기준법 제6조를 위반하여 당연무효이고, A, B의 계약기간 만료일은 이 사건 연령 규정에 의해 정해졌으므로 A, B에 대한 E기관장의 퇴직 조치 또한 무효이다.'라는 취지로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A, B의 청구를 인용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누80, 이하 '관련 판결'이라 한다). 관련 판결은 피고가 재상고하지 않아 2020. 9. 10. 확정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내지 8호증, 을 제3, 5, 8,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이 법원에 현저한 사실, 변론 전체의 취지

2.

피고의 본안전항변에 관한 판단

가.

피고 주장의 요지

1)

확인의 이익 부존재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이 사건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는 원고들이 제기한 것으로서 부적법하므로 각하되어야 한다.

가)

이 사건 연령 규정 및 그에 따라 정해진 채용계약의 종기가 무효여서 원고들이 퇴직일 이후에도 계속 입력작업 직렬 계약직직원으로 근무하였다고 볼 경우, 원고들은 E기관직원법 부칙(2014. 1. 7. 법률 제12223호) 제2조 제2항에 따라 임기제직원으로 임용된 것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E기관직원법 시행령(2014. 3. 18. 대통령령 제25256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2조의3 제3항에 따르면 임기제직원의 근무기간의 상한은 5년이고, 위 근무기간의 기산점은 2014. 3. 18.이므로, 원고들은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인 2019. 3. 17. 이미 근무기간 만료로 퇴직한 것이 된다.

나)

E기관직원법(2014. 1. 7. 법률 제12223호로 개정된 것, 이하 같다) 제3조 제2항, E기관직원법 시행령 제2조의3 제4항의 위임에 따라 2013. 10. 2. 개정된 E기관 계약직직원규정 제20조 제2호와 2014. 3. 1. 제정된 E기관 임기제직원규정 제13조 제1호는 상담, 전산사식, 입력작업(자료처리) 직렬의 근무상한연령을 만 50세로 규정하였다(이하 위 각 규정을 통틀어 '개정 연령 규정'이라 한다). 개정 연령 규정에 의하면 원고 D은 2017. 11. 10. 만 50세에 도달하였으므로 E기관직원법 시행령 제2조의3 제4항 후단에 따라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인 2017. 12. 31. 당연퇴직한 것이 된다.

2)

실효의 원칙 위배

원고들은 E기관에서 퇴직한 뒤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퇴직급여, 퇴직수당을 지급받는 등 퇴직에 대해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피고는 원고들의 퇴직이 유효함을 전제로 새로운 직원을 채용하는 등의 인사조치를 취하였다. 그럼에도 원고들이 퇴직한 때로부터 8~9년이 경과하여 새삼스럽게 피고를 상대로 E기관 소속 국가공무원의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 내지 실효의 원칙에 위배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확인의 이익 유무

가)

관련 법리

행정소송법상의 당사자소송인 확인의 소가 적법하기 위해서는 '법률적 사항 내지 법률관계'에 관한 '확인의 이익'이 있어야 하는바, 이때 확인의 이익은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에 의하여 준용되는 민사소송법에 의한 민사소송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원칙적으로 그 대상인 법률관계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고, 그로 인하여 원고의 법적 지위가 불안·위험할 때에 그 불안·위험을 제거함에 확인판결로 판단하는 것이 유효·적절한 수단인 경우에 인정된다(대법원 2005. 12. 22. 선고 2003다55059 판결 등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3,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여전히 피고를 상대로 자신들이 E기관 소속 국가공무원의 지위에 있음의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원고들이 이 사건 소 제기 이전 이미 근무기간 만료로 퇴직하였다고 볼 수 없다.

(가)

이 사건 연령 규정 및 그에 따라 정해진 채용계약의 종기가 무효일 경우 원고들의 계약기간은 시기만 2012. 1. 1.로 정해져있을 뿐, 종기의 정함이 없는 상태가 된다. 구 E기관직원법 시행령 제2조의3 제4항에 따라 E기관 소속 계약직직원에게 준용되는 계약직공무원규정 제6조 제3항 전문은 '각 기관의 장은 일반직계약공무원으로 채용된 공무원의 근무실적이 우수하거나 계속하여 근무하게 하여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총 채용기간이 5년을 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제5조 제4항에 따른 공고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채용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으나, 위 규정은 2013. 12. 12. 대통령령 제24852호로 폐지되었으므로, 위 2013. 12. 12.부터 뒤에서 살펴볼 E기관직원법 시행령 제2조의3 제3항이 신설·시행되기 이전인 2014. 3. 17.까지는 계약직직원의 채용기간의 상한에 관하여 아무런 법적 규율이 없는 상태였다.

(나)

이러한 상황에서 E기관직원법이 2014. 1. 7. 법률 제12223호로 개정되면서 계약직직원이 임기제직원으로 변경되었다. 개정된 E기관직원법은 제3조 제2항에서 임기제직원의 근무상한연령을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부칙(2014. 1. 7. 법률 제12223호) 제2조 제2항에서 '이 법 시행 당시 재직 중인 계약직직원은 이 법 시행일에 임기제직원으로 임용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임기제직원으로서의 근무기간은 계약직직원으로 채용될 당시에 계약한 기간의 잔여기간으로 하고, 해당 기간 동안의 보수는 채용될 당시의 계약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E기관직원법 시행령도 2014. 3. 18. 대통령령 제25256호로 개정되었다. 개정된 E기관직원법 시행령은 제2조의3에서 '임기제직원의 근무기간은 5년의 범위에서 직무수행에 필요한 기간으로 한다. 다만, 원장은 임기제직원을 계속하여 근무하게 할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근무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제3항), '임기제직원의 임용분야별 근무상한연령은 직무의 특성을 고려하여 45세에서 65세의 범위에서 원장이 정하며, 임기제직원이 그 근무상한연령에 이른 날이 1월에서 6월 사이에 있으면 6월 30일에, 7월에서 12월 사이에 있으면 12월 31일에 각각 당연히 퇴직한다.'(제4항)고 규정하고 있고, 부칙(2014. 3. 18. 제25256호) 제5조에서 '개정 E기관직원법 부칙 제2조 제2항에 따라 임기제직원으로 임용된 직원에 대하여 제2조의3 제3항의 개정 규정에 따른 총 근무기간을 산정하는 경우 계약직직원으로 신규채용된 날을 임기제직원으로 최초로 임용된 날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관련 규정들을 종합해 보면, 원고들은 E기관직원법 부칙 제2조 제2항에 따라 2014. 1. 7. 임기제직원으로 임용된 것으로 간주되고, E기관직원법 시행령 제2조의3 제3항에 따른 5년의 근무기간은 원고들이 이 사건 연령 규정에 따라 퇴사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체결한 채용계약에서 정한 계약직직원으로서의 계약기간의 시기인 2012. 1. 1.부터 진행하게 된다. 그렇다면 원고들은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이자 위 2012. 1. 1.로부터 5년이 경과한 2016. 12. 31. 계약기간의 만료로 퇴직하게 되는 것이 원칙이다.

(다)

그러나 원고들은 채용계약의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므로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인 2016. 12. 31. 근무기간 만료로 퇴직하였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① E기관직원법 시행령 제2조의3 제3항, 제4항은 계약직공무원규정 제6조 제3항과 달리 45세부터 65세까지의 범위에서 E기관장이 정한 정년에 도달하지 않은 이상 총 채용기간의 제한 없이 근무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②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원고들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E기관의 계약직직원으로 채용된 뒤 임기제직원으로 전환된 직원들<1> 중 E기관직원법 시행령 제2조의3 제3항에 따른 5년의 근무기간 만료로 퇴직한 직원은 없으며(피고의 2022. 6. 21.자 준비서면 제2쪽), ③ 원고들은 구 E기관직원법 시행령 제2조의3 제4항, 계약직공무원규정 제6조 제3항에 따른 5년의 총 채용기간의 제한에도 불구하고 1999. 5. 1. 계약직직원으로 임용된 이래 12회에 걸쳐 계약을 갱신하며 약 14년 동안 E기관에서 계속 근무하여 왔고, ④ 달리 원고들의 근무태도가 불량하다거나 직무능력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등 원고들에 대한 채용계약의 갱신을 거절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을 발견할 수 없다.

(2)

아래와 같은 이유에서 개정 연령 규정은 이 사건 연령 규정과 마찬가지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므로, 원고 D이 개정 연령 규정에 따른 근무상한연령인 만 50세에 도달하여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인 2017. 12. 31. 당연퇴직하게 된다고 볼 수도 없다.

(가)

원고들이 근무한 입력작업 직렬은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었고, 영선, 원예 직렬은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었다. ① 관련 사건의 원고들인 A, B는 피고를 상대로 E기관 직원으로서의 미지급 임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는데(서울중앙지방법원 2010가단372729호), E기관장은 위 소송 진행 과정에서 '1999. 3. 31. 이 사건 직렬 폐지에 따라 폐지된 6개 직렬 중 전산사식, 입력작업, 전화교환, 안내 등 4개 직렬의 직원은 모두 여성이었고, 영선, 원예 등 2개 직렬의 직원은 모두 남성이었다.'고 회신하였고, ② E기관은 1999. 4. 28. 전산입력작업원(전산사식 직렬과 입력작업 직렬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을 채용하는 공고를 하면서 '고졸 여성'에게만 응시 자격을 부여하였다.

(나)

이는 개정 연령 규정이 시행된 2014년부터 2018년까지의 기간에도 마찬가지였다.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위 기간 동안 입력작업(자료처리) 직렬에서 근무한 남성의 비율은 2.3%에서 2.5%에 불과하였던 반면, 여성의 비율은 97.5%에서 97.7%에 달하였다는 것인바(피고의 2022. 6. 21.자 준비서면 제4쪽), 입력작업(자료처리) 직렬은 위 기간 동안에도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다)

그럼에도 개정 연령 규정은 별다른 이유 없이 입력작업(자료처리) 직렬의 근무상한연령을 영선, 원예 직렬의 근무상한연령에 비해 10년이나 낮게 정하였다. 남녀고용평등법 제30조에 따라 사실상 여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어 온 입력작업(자료처리) 분야의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남성 전용 직렬로 운영되어 온 영선, 원예 분야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는 피고가 증명하여야 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한 경우에는 개정 연령 규정은 강행규정인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반되어 당연무효라고 볼 수밖에 없다.

(라)

이와 관련하여 피고는 '입력작업(자료처리) 직렬은 전문지식이나 특수경험이 요구되지 않는 단순한 업무를 수행하는 반면, 영선, 원예 직렬은 일정한 자격증을 소지할 것을 자격요건으로 요구할 뿐만 아니라 독자적인 업무를 수행하므로, 입력작업(자료처리) 직렬과 영선, 원예 직렬의 근무상한연령에 차등을 두는 것에는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영선, 원예 분야에서 자격증 소지 여부는 채용단계에서 직원을 선발하는 기준의 하나로 고려된 것에 불과하므로 근무상 한연령에 현저한 차등을 두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유라고 볼 수 없다. E기관장이 이 사건 직렬 폐지 이후인 1999. 9. 8. '계약직 정원관리 방안 하달'을 작성하여 입력작업, 전산사식, 전화교환, 안내, 영선, 원예 6개 분야를 단순기능분야 계약직으로 분류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입력작업(자료처리) 직렬의 직무와 영선, 원예 직렬의 직무 사이에 근무상한연령의 현저한 차등을 두어야 할 정도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피고는 관련 사건에서도 위 주장과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으나, 관련 판결 또한 이러한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마)

달리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개정 연령 규정이 입력작업(자료처리) 직렬의 근무상한연령을 영선, 원예 직렬의 근무상한연령보다 낮게 정한 데에 합리적인 이유가 있음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2)

실효의 원칙 위배 여부

가)

관련 법리

실효의 원칙이라 함은 권리자가 장기간에 걸쳐 그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함에 따라 그 의무자인 상대방이 더이상 권리자가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게 된 경우에 새삼스럽게 권리자가 그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법질서 전체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되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대법원 1995. 2. 10. 선고 94다31624 판결 등 참조).

근로계약기간의 만료로 퇴직한 근로자가 퇴직금 등을 수령하면서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기하지 않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퇴직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할 것이고, 따라서 그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난 후에 그 퇴직의 효력을 다투는 소를 제기하는 것은 신의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으나, 다만 이와 같은 경우라도 퇴직의 효력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거나 그 외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하에서 이를 수령하는 등 반대의 사정이 있음이 엿보이는 때에는, 명시적인 이의를 유보함이 없이 퇴직금을 수령한 경우라고 하여도 일률적으로 퇴직의 효력을 인정하였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대법원 1996. 3. 8. 선고 95다51847 판결,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5다38270 판결의 취지 참조).

나)

구체적 판단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원고 C가 2013. 6. 30., 원고 D이 2012. 12. 31. 각 E기관에서 퇴직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갑 제2호증의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원고들이 E기관에서 퇴직한 이후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퇴직 연금을 지급받아온 사실, 원고들이 E기관에서 퇴직한 때로부터 약 8~9년가량이 경과한 2021. 1. 4. 이 사건 소를 제기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원고들이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 실효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 부분 피고의 주장 또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원고 D이 E기관에서 퇴직할 무렵 관련 사건의 제1심판결이 선고되었고, 원고 C가 E기관에서 퇴직할 무렵 관련 사건의 제2심판결이 선고되었다. 이후 관련 사건에 대한 상고심이 계속되다가 원고들이 퇴직한 때로부터 약 6~7년가량이 경과한 2019. 10. 31.에서야 이 사건 연령 규정이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 및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관한 대법원의 판단이 이루어졌다.

(2)

관련 사건의 파기환송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은 2020. 8. 19. '이 사건 연령 규정이 무효이고, 이 사건 연령 규정에 따라 정해진 채용계약의 종기 또한 무효이므로, A, B는 여전히 E기관 소속 국가공무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취지로 관련 판결을 선고하였다.

(3)

위와 같은 관련 사건의 진행 경과 등에 비추어 보면, 결국 원고들이 E기관에서 퇴직한 때로부터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할 때까지 약 8~9년이라는 상당한 기간이 경과하기는 하였으나, 위 기간 동안 이 사건 연령 규정의 효력에 관한 법적 다툼이 계속되고 있었으므로, 피고가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하지 아니할 것으로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들이 A, B와 함께 피고를 상대로 소를 제기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하지 아니하였다거나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퇴직 연금을 지급받아 왔다는 사정은 위 인정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4)

오히려 뒤에서 살펴볼 바와 같이 A, B와 동일한 과정을 거쳐 E기관의 계약직직원으로 채용되어 전산사식, 입력작업 직렬 업무를 담당하다가 이 사건 연령 규정에 따라 퇴직한 사람들이 원고들을 포함하여 상당수 있었으므로, 피고로서는 이 사건 연령 규정이 무효라는 관련 판결이 확정됨에 따라 그들이 피고를 상대로 A, B와 동일한 방식의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으리라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5)

원고들은 피고가 재상고하지 않음으로써 관련 판결이 2020. 9. 10. 확정됨에 따라 비로소 이 사건 연령 규정이 무효임을 확정적으로 인식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이고, 그로부터 약 4개월가량이 경과한 2021. 1. 4. 신속하게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3)

소결론

결국 피고의 본안전항변은 모두 이유 없다.

3.

본안에 관한 판단

가.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연령 규정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 및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배되어 무효이고, 원고들의 계약기간 만료일은 이 사건 연령 규정에 의해 정해졌으므로 원고들에 대한 E기관장의 퇴직 조치 또한 무효이다. 따라서 원고들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에도 E기관 소속 국가공무원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나.

판단

1)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연령 규정은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 및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배되어 행정내부적인 효력도 인정될 수 없으므로 무효이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3두20011 판결 참조).

2)

나아가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의 퇴직사유는 형식적으로는 계약기간의 만료였으나, 그 계약기간은 이 사건 연령 규정에 의해 정해졌음이 분명하다.

가)

원고 D은 2012. 11. 10., 원고 C는 2013. 6. 25. 이 사건 연령 규정에 따른 입력작업 직렬의 근무상한연령인 만 45세에 각 도달하였고, 원고 D은 2012. 12. 31., 원고 C는 2013. 6. 30. 각 E기관에서 퇴직하였는데, 이는 '직원은 정년이 되는 날이 1월부터 6월 사이에 있는 경우에는 6월 30일에 당연히 퇴직하고, 7월부터 12월 사이에 있는 경우에는 12월 31일에 당연히 퇴직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구 E기관직원법 제22조 제4항에 의한 것이다. 사정이 이와 같다면 E기관은 이 사건 연령 규정에서 정한 근무상한연령을 사실상 구 E기관직원법상의 정년으로 취급하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나)

원고들은 2008. 1. 1. 이전까지는 계약기간을 1년으로 정하여 채용계약을 체결하였으나, 2008. 1. 1. 이후부터는 계약기간을 2년으로 정하여 채용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퇴직하기 전 마지막 채용계약의 계약기간을 원고 C의 경우 1년 6개월(2012. 1. 1. ~ 2013. 6. 30.)로, 원고 D의 경우 1년(2012. 1. 1. ~ 2012. 12. 31.)으로 각 정하였는바, 이는 이 사건 연령 규정 및 위 구 E기관직원법에 따른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다)

원고들 및 A, B와 같이 계약직직원으로 채용되어 계약기간 종료로 퇴직한 전산사식원 및 입력작업원 중 재계약이 거절된 2명(당시 19세, 25세)을 제외한 나머지 17명은 모두 만 45세에 퇴직하였다.

3)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들과 E기관장 사이에 체결된 채용계약의 내용 중 종기에 관한 부분은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행정내부적인 효력도 인정될 수 없는 이 사건 연령 규정에 근거한 것이므로 마찬가지로 효력이 없고, 그 당연한 결과로 E기관장의 원고들에 대한 퇴직조치 또한 무효라고 봄이 타당하다.

4)

그렇다면 원고들의 계약기간은 종기의 정함이 없는 상태가 되고, 앞서 본 바와 같이 E기관직원법 시행령 제2조의3 제3항에 따라 원고들의 근무기간이 5년으로 제한된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원고들은 E기관직원법 시행령 제2조의3 제4항에 따라 E기관장이 정한 정년에 도달하지 않는 한 E기관 소속 국가공무원의 지위를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원고들이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정년에 도달하였는지 여부에 관하여 살피건대, 앞서 본 바와 같이 개정 연령 규정은 이 사건 연령 규정과 마찬가지로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 및 근로기준법 제6조에 위배되어 무효이나, 전산사식, 입력작업 직렬과 영선, 원예 직렬을 모두 '그 밖의 분야'로 분류하여 그 정년을 만 60세로 통일함으로써 남녀고용평등법 제11조 제1항 및 근로기준법 제6조 위반 소지를 해소한 개정 E기관 임기제직원규정 제13조 제2호가 2018. 6. 22.부터 시행되었다. 그렇다면 원고들의 정년은 위 규정에 따라 만 60세가 되는데,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 원고들이 만 60세에 도달하지 않았음은 계산상 명백하다(원고 C는 2028. 6. 25., 원고 D은 2027. 11. 10. 각 만 60세에 도달한다).

5)

결국 원고들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 현재에도 E기관 소속 국가공무원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아야 하므로, 원고들의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모두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정용석(재판장) 최승훈 김규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