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중앙노동위원회가 2020. 12. 2.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C 부당전보 구제 재심신청 사건에 관하여 내린 재심판정을 취소한다.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2005. 1. 6. 설립되어 기능성 점착소재 및 관련 제품 제조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서, 군포시 D에 본사를, 중국 수저우, 광저우,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에 해외법인을 각 두고 있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2017. 4. 1. 원고와 사이에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고 한다)을 체결하고 중국 수저우에 있는 해외법인인 'E 유한공사'(이하 '수저우 법인'이라고 한다)에서 부총경리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20. 3. 19. 참가인에 대하여 2020. 4. 1.자로 원고의 국내 본사에 귀임할 것을 명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이하 '이 사건 인사발령'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참가인은 이 사건 인사발령이 부당전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20. 6. 15. 경 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고(F), 이에 대하여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2019. 10. 15.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참가인의 근무지가 수저우 법인으로 특정되었음에도, 원고는 참가인의 사전 동의를 구하지 않고 이 사건 인사발령을 내림으로써 이 사건 근로계약에 정한 근무지를 일방적으로 변경시킨 것이고, 설령 참가인의 근무지를 변경할 업무상 필요성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이에 비하여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히 크므로, 결국 이 사건 인사발령은 부당전보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참가인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0. 12. 2. '이 사건 인사발령은 원고의 취업규칙에 정한 절차규정을 준수하지 아니하였다는 점에서도 부당하다'는 이유를 덧붙여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 을나 제1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쟁점 및 관련 법리
첫 번째 쟁점
근로계약에서 근로 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전보처분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참조).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는 참가인의 근무 장소가 '수저우 법인'으로, 부서 및 담당 업무가 '수저우 주재원 업무 총괄'로 각 기재되어 있다(갑 제3호증). 그렇다면 위 법리에 비추어 참가인의 근로 내용이나 근무 장소가 특별히 한정된 것인지, 그에 따라 원고가 참가인에게 전보처분을 하려면 참가인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가 우선 문제된다.
두 번째 쟁점
근로자에 대한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할 수 없다.
전보처분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는 당해 전보처분의 ① 업무상의 필요성과 ② 전보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③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보처분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한다.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보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나지 않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므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전보처분을 할 때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보처분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사용자가 전보처분을 할 때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두44162 판결 등 참조).
설령 원고가 전보처분에 앞서 참가인의 동의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고 보더라도, 위 법리에 따르면 별도로 ① 업무상 필요성의 존재, ② 업무상 필요성과 근로자의 생활상 불이익 사이의 균형, ③ 성실한 협의절차 준수 등의 요건을 갖추어야 비로소 정당하게 전보처분을 내릴 수 있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이 위 각 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를 나아가 살펴보아야 한다.
쟁점에 대한 판단
첫 번째 쟁점
갑 제3, 7, 13 내지 15호증, 을나 제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참가인의 근무 내용이나 근무 장소를 특별히 한정하였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원고가 전보처분 전에 참가인의 동의를 얻어야 할 필요는 없다 할 것이다.
원고의 해외법인은 국내 본사에서 파견된 '해외주재원'과 해외법인이 직접 현지에서 채용한 '현지채용인'으로 구성되어 있다(갑 제14호증). 여기서 '해외주재원'은 국내 -해외간 순환근무를 하면서 해외근무기간에는 해외주재원 복리후생규정(을나 제8호증의 2)에 따라 주재수당을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고, 반면 '현지채용인'은 순환근무를 하지 아니하는 대신 주재수당도 받지 아니한다.
이 사건 근로계약서(갑 제3호증)의 기재에 따르면,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① 참가인의 상대방 당사자는 수저우 법인이 아니라 원고 본사인 점, ② 참가인의 담당 업무를 '주재원 업무 총괄'로 지정한 점, ③ 참가인에게 주재수당을 지급하기로 약정한 점 등에 비추어 참가인은 수저우 법인의 '현지채용인'이 아니라 본사의 '해외주재원'으로 분류된다.
또한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기타사항에도 "참가인은 원고의 사규 및 취업규칙을 준수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고, 원고의 취업규칙(갑 제13호증) 제16조 제1항은 "회사는 사원의 능력, 적성, 경력 등을 고려하여 부서의 배치, 전직, 승진 등 인사발령을 하며, 사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이 사건 근로계약은 원고의 취업규칙에 정한 사용자의 전보명령 권한과 이에 대한 근로자의 준수 의무를 전제로 하여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이 어디까지나 '근무기간 동안 참가인은 오로지 중국에 거주한다'는 조건 하에 체결한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모든 문구를 살펴보아도, 위와 같은 조건이 반영되었다고 볼만한 최소한의 표현조차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의 주소 란에 본인의 중국 주소지와 함께 국내주소지로 보이는 '충북 옥천군 G'를 기재하였는바, 이렇듯 국내외 순환근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 내용이 발견될 뿐이다.
이에 대하여 참가인은,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서 근무 장소를 '수저우 법인'으로 명시한 것이야말로 참가인의 근무지가 '수저우 법인'으로 한정되었다는 명백한 증거라는 취지로 반박한다.
그러나 현재 원고의 전보명령에 따라 근무지를 옮긴 다른 근로자가 입사 당시 작성하였던 근로계약서에도 이 사건 근로계약서와 마찬가지로 근무 장소와 담당 업무가 하나씩만 기재되어 있다(갑 제15호증의 1, 2).
그렇다면 이 사건 근로계약서에 '수저우 법인', '수저우 주재원 업무 총괄' 외에 다른 장소나 업무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사정만으로는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원고의 전보명령권을 배제하는 특약을 한 것이라 해석하기 어렵다.
참가인의 주장을 정리하면, 이 사건에서 원고는 참가인으로 하여금 '현지채용인'과 같이 현지에서만 정착하여 근무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한편으로 참가인에게 '해외주재원'과 같이 주재수당도 지급하는 특약을 체결하였다는 것이 된다.
그러나 이처럼 원고가 유독 참가인을 위하여 '해외주재원'과 '현지채용인'의 각 장점만을 취합한 파격적인 근로조건을 제공할 이유가 무엇인지 알기 어렵다. 설령 참가인의 업무능력이 월등하여서 참가인에게 해외업무를 전담시킬 필요가 컸다고 가정하더라도, 원고로서는 참가인의 기본급여를 상향하면 될 뿐이지, 구태여 참가인에게 주재수당을 지급할 이유가 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
더구나 참가인은 2020. 4. 14. 원고에게 "이 사건 인사발령은 내용과 절차에 어떠한 하자나 문제가 없고, 회사의 규정에 들어맞는 유일한 공식 문서이다. 이 사건 인사발령에 따라 원고의 본사에 2020. 6. 1.부터 출근하겠다"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갑 제7호증의 4 제3, 4쪽). 위 이메일에는 참가인의 현재 주장처럼 이 사건 인사발령이 근무지 한정 특약에 위배된다는 항의는 전혀 기재되어 있지 않다.
두 번째 쟁점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인사발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업무상의 필요성
원고는 취업규칙 제16조 제1항에 따라 직원의 능력·적성·경력 등을 고려하여 부서의 배치·전직 등 인사발령을 내릴 권한을 보유하고 있고, 실제로 원고의 직원들은 인사발령에 따라 근무지를 이동하는 순환근무를 실시하고 있다(갑 제15호증의 2 내지 4).
기간의 경과에 따라 직원의 능력 등은 얼마든지 향상되거나 재평가될 수 있고, 한편 부서별 인력의 수요도 시기별로 변동되기 마련이므로, 순환근무는 위와 같은 가변적인 상황에 대응하여 인적 자원을 적재적소에 활용하기 위한 제도로서 의의가 있다.
원고는 2020. 3. 18. '참가인이 ① 개인 일정을 위한 항공권을 원고의 회사비용으로 부당하게 처리한 점, ② 수저우 법인장으로부터 사외재고 처리에 관한 지시를 받았음에도 이를 불이행한 점'을 징계사유로 삼아 참가인에게 정직 2개월의 징계처분을 내렸고, 이에 불복하여 참가인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제기한 구제신청과 재심신청은 모두 기각되었다(갑 제6호증).
위 ①항 징계사유는 해외주재원에 관한 항공권 지원 제도를 악용한 것이고, 위 ②항 징계사유도 사외재고가 중국 특유의 거래 현실로 인하여 발생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해외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렇다면 원고로서는 참가인이 해외업무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이에 대하여 참가인이 자신의 업무능력을 증명하고자 을나 제10 내지 16호증을 증거로 제출한 점, 현재 관련 소송에서 위 징계처분의 위법 여부를 심리하고 있는 중이므로 위 각 징계사유의 존재가 확정되었다고 볼 수는 없는 점 등을 감안하더라도 최소한 참가인이 국내업무보다 해외업무에 더욱 적합한 인재라고 보기는 어렵다.
참가인은 위 징계처분에 관하여 2020. 3. 13. 원고에게 "수저우 법인장이 개인적인 생각으로 참가인에 대한 징계사유를 조작하여 징계를 발의하였고, 그로 인하여 참가인은 지금까지의 인생과 사회생활 전반에 대한 모욕을 당하였으므로, 절대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 참가인은 이번 징계처분을 바보처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고, 참가인 가족이 입은 정신적ㆍ물질적 피해에 대한 최소한의 구제와 보상을 받고자 한다"는 취지의 이메일(갑 제7호증의 3)을 보내서 수저우 법인장에 대한 강한 분노를 드러내기도 하였다.
이로써 참가인과 수저우 법인장 사이의 신뢰관계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무너졌다고 보이는 이상, 이 점에서도 원고는 이들의 직장을 서로 분리시켜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할 것이다.
현재까지 원고의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하였던 직원들 중에서 참가인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순환근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만일 원고가 참가인에 대하여만 순환근무를 면제하여 준다면, 직원들 사이에 심각한 형평성 위반의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고, 이는 향후 원고의 인력 운용에 상당한 장애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원고가 참가인의 근무지를 국내로 변경할 업무상 필요가 있다.
생활상의 불이익
참가인이 이 사건 인사발령으로 인하여 입게 되었다고 주장하는 생활상의 불이익은 대체로 참가인의 자녀들이 반드시 중국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마쳐야 한다는 제약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즉, 참가인이 국내에 들어오더라도 가족들이 뒤따를 수 없게 됨에 따라, ① 참가인 본인은 국내업무를 수행하는 탓에 주재수당을 받을 수 없게 되었음에도, 여전히 해외에 머물고 있는 가족들을 위하여 추가적인 비용을 지출할 수밖에 없고, ② 참가인과 가족들은 서로 떨어져 생활하는 내내 정신적인 고통을 겪어야 하며, ③ 특히 참가인의 자녀들이 '중ㆍ고교 과정 중 3년 이상을 해외에서 수학하여야 하고, 위 기간 동안 부모도 함께 해외에 체류하여야 한다'는 국내 대학의 재외국민 특별전형(이하 '특별전형'이라고 한다) 응시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① 앞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근로계약은 순환근무제를 적용하고 있고, 이와 달리 '참가인의 근무지 한정' 또는 '참가인과 가족들의 동거 보장' 특약이 이루어졌다고 인정할 증거는 없는 점, ② 따라서 이 사건 근로계약은 참가인이 향후 근무지를 변경함으로써 가족들과 분리될 가능성을 예정하고 있으므로, 참가인은 그러한 가능성이 실현됨에 따라 발생하는 물질적ㆍ정신적 불이익을 계약당사자로서 감수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점, ③ 한편 '특별전형 응시 기회 상실'은 전보명령으로 인하여 통상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불이익의 범위를 벗어나는 점, ④ 참가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특별전형 응시요건이 엄격해진 것은 이 사건 근로계약 체결일로부터 무려 3년이 지난 2020년경의 일이므로(을나 제18호증), 원고로서는 참가인이 특별전형과 관련된 불이익을 입을 것이라 예측하기 더욱 어려웠을 것인 점, ⑤ 현재 참가인을 대신하여 아내가 중국에서 취업을 하였고, 이에 따라 자녀들이 여전히 체류자격을 유지하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점, ⑥ 참가인의 자녀들은 아직 만 7세, 만 15세에 불과하고(을나 제4, 5호증), 현재 해외주재원과는 달리 국내 본사 직원의 임기는 규정된 바 없다고 보이므로, 참가인이 앞으로 본사 근무를 마치고 다시 수저우 법인으로 돌아가 특별전형 요건을 구비할 기회가 남아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이 사건 인사발령의 업무상 필요보다 이 사건 인사발령에 따른 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더욱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성실한 협의절차
원고의 취업규칙에 정한 절차
피고는, "원고의 취업규칙에 해당하는 해외주재원 운영규정(이하 '운영규정'이라고 한다) 제4조 제2항 및 제3항에서 '해외주재원의 임기 종료 6개월 전에 본인에게 임기 연장 여부에 대한 의사를 확인한 다음, 대표이사의 승인으로 해외주재원의 임기연장 여부를 결정한다'는 취지로 정하고 있는데, 원고는 참가인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고 곧바로 해외주재원 임기 연장을 불허하는 이 사건 인사발령을 내렸으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은 위 규정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하였다"는 근거를 들어 이 사건 재심판정을 내렸다.
살피건대 운영규정 제4조 제2항 및 제3항은 같은 규정 제4조 제1항에 따라 해외주재원의 임기가 3년으로 정해져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임기를 추후에 연장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원래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는 참가인의 해외주재원 임기를 정하지 않았으므로(갑 제3호증), 참가인은 해외주재원으로 근무하면서 별다른 기간의 제약을 받지 않았던 것인데, 그 후 운영규정이 2017. 8. 8. 제정되면서 제4조 제1항을 통하여 해외주재원의 임기를 원칙적으로 3년으로 고정한 것이다.
그렇다면 해외주재원의 임기에 관하여 이 사건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조건이 운영규정의 기준보다 미달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운영규정 제4조 제1항의 적용에 대한 참가인의 개별적인 동의가 없는 한 이 사건 근로계약이 위 제4조 제1항보다 우선하여 적용된다(근로기준법 제97조, 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00709 판결 참조).
그러나 위와 같은 참가인의 개별적인 동의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는바, 결국 이 사건 근로계약에 따라 참가인은 임기의 정함이 없는 해외주재원으로 남게 되므로, 운영규정 제4조 제2항 및 제3항의 임기 연장 규정은 참가인에 대한 이 사건 인사발령에 적용될 여지가 없다.
신의칙상 필요한 협의절차
참가인은 이 사건 인사발령을 받기 전인 2020. 3. 13. 원고에게 "본사 귀임 및 재도약의 기회를 제안해 주신 점은 최선의 배려라고 생각하며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개인적으로는 주재원 하차는 의미가 없음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냈다(갑 제7호증의 3). 위 이메일에 따르면, 원고는 참가인에게 본사 전보에 관하여 사전에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주었던 것이므로, 이 사건 인사발령에 앞서 신의칙상 필요한 협의절차를 거쳤다고 볼 수 있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참가인은 이 사건 인사발령이 난 후인 2020. 4. 2.경 원고의 대표이사에게, 2020. 4. 7. 원고의 경영기획팀장에게 각 유선으로 본사 출근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밝혔을 뿐 아니라, 2020. 4. 14. 원고에게 '이 사건 인사발령이 모든 면에서 합당하므로 이를 철저히 준수하겠다'는 취지의 이메일까지 보냈는바(갑 제7호증의 4), 이로써 원고가 사후에나마 참가인으로부터 이 사건 인사발령에 관하여 명확한 동의를 얻은 이상, 사전에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사건 인사발령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
소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인사발령은 앞서 참가인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한 전보처분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와 달리 이 사건 인사발령을 부당전보로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장낙원(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