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응용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피고보조참가인은 2019. 11. 1. 원고에 입사하였고, 2019. 11. 13. 다음과 같은 근로계약서(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를 작성하였으며, R&D센터 AI/Homology 팀의 과장으로 근무하였다.
원고는 2020. 10. 8. 피고보조참가인을 2020. 10. 12.자로 ‘부산 R&D센터’에서 ‘서울 사무소’로 발령하며 직무로 ‘네트워크 쉐어링’을 부여하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전보인사’라 한다).
피고보조참가인은 2020. 10. 8.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전보인사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면서 구제신청을 하였다.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12. 29. 이 사건 전보인사에 피고보조참가인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는데, 전보인사의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업무상 필요성에 비하여 생활상 불이익이 사회통념상 감수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하지 않으며,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이 사건 전보인사가 정당하다고 판단하고,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
피고보조참가인은 2021. 1. 25. 재심신청을 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4. 5. 이 사건 전보인사에 피고보조참가인의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으나, 전보인사의 업무상 필요성이 충분히 인정되지 아니하고, 사회통념상 감수할 수 없을 정도의 현저한 생활상 불이익이 있으므로,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거쳤더라도 이 사건 전보인사가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갑 제2호증의 1, 2, 갑 제4호증의 1, 갑 제13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피고보조참가인의 근무지가 부산으로 특정된 바 없다. 원고로서는 근로자 간의 인화, 직장질서의 유지, 업무능률 유지회복, 나머지 다수의 근로자들의 보호 등을 이유로 이 사건 전보인사의 업무상 필요성이 있고, 피고보조참가인에게 주거비 50만 원과 서울-부산 사이의 왕복교통비를 보전해주기로 하였고, 피고보조참가인의 소득수준 등을 감안할 때 생활상 불이익이 현저히 크다고 볼 수 없으며, 원고는 이 사건 전보인사에 앞서 피고보조참가인과 협의절차를 거쳤다. 따라서 이 사건 전보인사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에 해당하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피고보조참가인은 2020. 6. 19. 미국인 동료인 D와 다툼이 있었고, 원고는 2020. 6. 26.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하여 정직 1개월 처분(정직기간 2020. 7. 1. ~ 2020. 7. 31.)을 하였다.
피고보조참가인이 2020. 7. 6.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위 정직 처분에 대하여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2020. 9. 16. 징계사유는 존재하나 징계양정이 과하고, 징계절차가 적법하지 않다는 이유로 위 정직 1개월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정하였다. 원고는 이에 따라 2020. 9. 25. 피고보조참가인에게 견책 처분을 하였다.
한편 원고는 2020. 8. 3. 피고보조참가인에 대하여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판정일까지 대기발령을 하였다. 피고보조참가인은 2020. 9. 25. 부산지방노동위원회에 위 대기발령에 대하여 구제신청을 하였다.
원고의 경영지원팀 부장인 E은 2020. 10. 7. 피고보조참가인을 2020. 10. 12.자로 부산 R&D센터에 원직복직 시키기로 하는 내용의 인사발령문을 공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F R&D센터 담당 부사장, G R&D센터 IT부문/개발 상무는 피고보조참가인을 서울로 전보하여 달라는 진정서 등을 제출하였고, R&D 지원팀 부장 H은 피고보조참가인이 원직복직할 경우 사직하겠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작성하였다.
이 사건 전보인사 이전에 피고보조참가인과 E이 주고 받은 이메일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인정근거] 갑 제5호증의 1, 2, 갑 제7호증의 1, 2, 갑 제8호증의 1, 2, 갑 제9호증, 갑 제10호증의 1, 2, 갑 제11, 1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다만 근로계약에서 근로 내용이나 근무장소를 특별히 한정한 경우에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하여 전보나 전직처분을 하려면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다52041 판결 참조).
근로자에 대한 전직이나 전보처분은 근로자가 제공하여야 할 근로의 종류·내용·장소 등에 변경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처분이 될 수도 있으나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안에서는 상당한 재량을 인정하여야 하는 것으로서, 그것이 앞서 본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하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는 할 수 없고, 전직처분 등이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지의 여부는 당해 전직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직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고, 근로자가 속하는 노동조합(노동조합이 없으면 근로자 본인)과의 협의 등 그 전직처분 등을 하는 과정에서 신의칙상 요구되는 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데(대법원 1991. 7. 12. 선고 91다12752 판결 등 참조), 업무상 필요에 의한 전직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대법원 1996. 4. 12. 선고 95누7130 판결 등 참조),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는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는 할 수 있으나, 그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전직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당연히 무효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7다18165, 18172 판결 등 참조). 그리고 사용자가 전직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업무상의 필요란 인원 배치를 변경할 필요성이 있고 그 변경에 어떠한 근로자를 포함시키는 것이 적절할 것인가 하는 인원선택의 합리성을 의미하는데, 여기에는 업무능률의 증진, 직장질서의 유지나 회복, 근로자 간의 인화 등의 사정도 포함된다(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0두20447 판결).
위 인정사실, 갑 제4호증의 2, 3, 4, 갑 제15, 1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보조참가인을 서울 사무소로 전보하여야 할 업무상 필요성에 비하여 피고보조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크고, 이 사건 전보인사에 앞서 충분한 협의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전보인사는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부당하다. 따라서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전보에 피고보조참가인의 동의가 필요한지 여부에 관하여 살펴본다. 피고보조참가인의 근무장소가 부산으로 특별히 한정되어 있다고 볼만한 근로계약 등의 근거가 없다. 또한 인사관리규정 제8조에 의하면, 전직은 사원의 부서, 직무, 근무장소 등을 변경하는 인사명령을 말하고(제1항), 회사는 업무상 필요한 경우 사원의 배치를 전환하는 전직을 시행할 수 있으며(제2항), 회사는 사원을 전직시키는 경우 원칙적으로 해당 사원의 동의를 얻어야 하나, 회사의 업무상 필요성과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검토하여 회사의 업무상 필요성이 중한 경우에는 사원과 협의하여 전직시킬 수 있다(제3항). 이 사건 근로계약 제4조 제2항에서 근로자와 협의로 근무지를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인사관리규정 제8조 제3항에 따라 업무상 필요성이 중한 경우에 사원과의 협의아래 전직시킬 수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전보인사에 앞서 반드시 피고 보조참가인의 동의를 얻을 필요는 없다고 보인다.
업무상 필요성에 대하여 살펴본다. 이 사건 근로계약 제4조 제2항에 의하면, 사용자는 업무상 필요한 경우 근로자의 협의하여 본조에서 정한 근무지를 변경하여 근무토록 할 수 있으므로,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근무지 변경이 가능하다. 원고는 다른 직원들이 피고보조참가인의 원직복직을 반대하고 있음을 이 사건 전보인사의 업무상 필요성의 주된 근거로 주장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고의 경우 외국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있어 반드시 고정된 사무실에서 근무하지 않고도 근무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다고 보이고, 원고는 이 사건 전보인사에서 피고보조참가인에게 네트워크 쉐어링이라는 직무를 부여하였다가, 2020. 10. 26.에는 기존 업무를 그대로 부여하는 것으로 결정하였는데, 기존 수행하던 업무는 이메일이나 유선통화 등의 방법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이는 점, 피고보조참가인이 외국인 근로자에게 욕설을 하였다는 이유로 받은 정직 처분과 이에 관한 노동위원회의 구제절차 후 상당한 시간이 있어서 원고는 부산 사무소 내 다른 직원과 피고보조참가인 사이의 관계 개선 등을 시도할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보조참가인은 정직 처분 등이 종료된 이후에는 원직복직을 하는 것이 원칙인데, 노동위원회의 정직 처분에 대한 부당해고등 구제신청 절차에서 정직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정이 내려졌음에도 이후 원직복직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오히려 피고보조참가인에게 더 불이익하게 되고, 노동위원회 판정절차의 실효성이 훼손되는 점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전보인사의 업무상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생활상 불이익에 대하여 살펴본다. 피고보조참가인은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하였고 이후 서울에서 생활한 경험이 많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원고가 제안한 일주일의 유급 휴가기간 안에 거주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보인다. 그리고 원고의 서울 사무소는 서울 강남구에 소재하고 있어 주거비용이 비싸고, 외곽지역에서 출퇴근을 한다고 하더라도 통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이 적지 않다. 비록 피고 보조참가인이 6천만 원의 연봉과 월 50만 원의 주거지원금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불이익이 충분히 전보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피고보조참가인은 주된 생활근거지인 부산과 근무지인 서울을 왕래하여야 하는데, 왕복교통비를 지원받는다고 하더라도 교통비 외에 발생하는 부수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고, 그 외 왕복에 소요되는 시간, 삶의 질의 면에서도 불이익이 발생한다. 게다가 피고보조참가인은 장애가 있는 부친(이 사건 노동위원회 판정절차 진행 중 사망하였다)과 노모를 봉양할 필요성이 있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불이익 또한 고려되어야 하고, 위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보조참가인이 감내하여야 할 생활상 불이익은 전보의 필요성보다 훨씬 크다.
신의칙상 요구되는 협의절차를 준수하였는지 여부에 대하여 살펴본다. 인사관리규정 제8조 제3항에 따르면 전보인사에 앞서 근로자와 협의절차를 거쳐야 한다. 설령 피고보조참가인을 서울 사무소로 전보할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바와 같이 피고보조참가인의 생활상 불이익이 큰 점, 정직 처분 등 이전에 있었던 사건과 대기발령, 이에 관한 각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등으로 원고와 피고보조참가인의 신뢰관계가 상당히 훼손된 점 등에 비추어 원고로서는 전보인사에 앞서 피고보조참가인과 적극적으로 협의하여 다른 적절한 대안 등을 강구하였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고는 2020. 10. 7. 원직복직을 공고하였으면서도 다른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다는 이유로 입장을 바꾸어 하루 만에 피고보조참가인에게 전화나 이메일만으로 전보통보를 하였다. 피고보조참가인의 전보에 대한 의사, 생활상 불이익, 다른 대안의 존재를 파악하는데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