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2. 11. 3. 선고 2021구합8771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1993. 12. 6. 설립되어 건설기술용역사업 등을 수행하는 법인이고, 한편 원고는 1994. 6. 3. 주식회사 D에 토목직 직원으로 입사하여 근무하던 중 1999. 3. 31. 참가인과 위 회사의 합병절차에 따라 참가인에 고용승계된 근로자이다.

나.

참가인은 2021. 3. 12. 토목본부에 소속된 원고를 E마을 하수관로 공사현장(이하 위 공사를 ‘이 사건 공사’라 하고, 위 공사현장을 ‘이 사건 공사현장’이라고 한다)에 같은 달 23.부터 26.까지 4일간 파견하는 내용의 인사명령(이하 ‘이 사건 인사명령’이라고 한다)을 하였으나, 원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에 응하지 않았다.

다.

참가인은 토목본부장의 징계요구에 따라 2021. 4. 22. 원고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였고, 해당 인사위원회에서는 ‘원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에 불응한 행위는 참가인의 취업규정 제5조(성실의 의무), 제18조(결근 및 지참)를 각 위반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라고 보아 원고를 2021. 4. 23.자로 해임하기로 의결하였으며, 이에 참가인은 같은 날 원고에게 위 의결 결과를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

라.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2021. 4. 28. 참가인에게 재심청구를 하였으나, 참가인은 2021. 5. 10.자 인사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2021. 5. 12. 원고의 재심청구를 기각하고 이 사건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마.

그러자 원고는 이 사건 처분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2021. 6. 9.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으나(F),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2021. 8. 2.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징계양정도 과도하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단하여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초심판정을 내렸다.

바.

원고는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1. 8. 30.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1. 10. 26. 초심판정과 같은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재심판정(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고 한다)을 내렸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5, 6, 8호증, 을나 제8, 9, 1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규정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에 관하여

1)

원고 주장의 요지

이 사건 인사명령은 참가인이 인사권을 남용하여 원고에게 막대한 생활상 불이익을 가하는 부당전보에 해당하므로, 원고로서는 이 사건 인사명령에 응할 수 없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에 불응하였더라도 징계사유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2)

관련 법리

근로자에 대한 전보나 전직은 원칙적으로 인사권자인 사용자의 권한에 속하므로 업무상 필요한 범위 내에서는 사용자는 상당한 재량을 가지며 그것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거나 권리남용에 해당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

이때 전보처분 등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전보처분 등의 업무상의 필요성과 전보 등에 따른 근로자의 생활상의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결정되어야 하는바, 업무상의 필요에 의한 전보 등에 따른 생활상의 불이익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면, 이는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한편 전보처분 등을 함에 있어서 근로자 본인과 성실한 협의절차를 거쳤는지의 여부도 정당한 인사권의 행사인지의 여부를 판단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할 수 있다(대법원 1997. 7. 22. 선고 97다18165 판결, 2015. 8. 27. 선고 2012두10666 판결 등의 취지 참조).

3)

판 단

갑 제3, 4호증, 을나 제3, 4, 6, 7, 11, 18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보태어 알 수 있는 아래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인사명령은 정당한 인사권의 범위 내에 속하는 인사처분에 해당하는 한편, 이에 따라 원고가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생활상 불이익은 이 사건 인사명령에 응하지 아니할 정당한 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에 불응한 것은 근로자의 성실의무, 출근의무 등을 위반한 비위행위로서 징계사유를 구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업무상 필요성

(1)

참가인은 2021. 2.경 이 사건 공사의 발주처로부터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는 감리담당자(책임건설사업관리기술인)를 교체하여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으므로, 신속하게 대체 인력을 구하여야 할 상황이었다.

(2)

그 무렵 참가인의 직원 중에서 보직을 부여받지 않고 재택근무를 하던 사람은 G, H, 원고 등 3인에 불과하였다.

(3)

그런데 G은 2021. 10. 1.자로 국토안전관리원에 고용승계될 예정이어서(을나 제18호증), 이 사건 공사의 계약기간인 2022. 2. 말까지 업무를 수행할 수 없었으므로(을나 제11호증 제14쪽), 다른 공사현장(I)에 투입할 대상자로 검토되고 있었다(을나 제3호증).

(4)

그리하여 참가인은 2021. 3. 12. 먼저 H을 이 사건 공사현장에 파견하였으나, H마저 2021. 3. 19.경 참가인에게 사직서를 제출하기에 이르자(소장 제6쪽), 결국 유일하게 남은 인원인 원고를 선택하여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한 것으로 보인다.

(5)

이에 대하여 원고는, 이 사건 공사의 감리업무를 수행하려면 하수도 공사 관련 경력이 반드시 필요하였는데, 원고에게는 해당 경력이 전무하였으므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 투입되더라도 원고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공사의 감리업무에 관하여 하수도 공사 경력이 법령상으로나 사실상으로 필수불가결한 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별다른 증거가 없다. 만일 원고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참가인으로서는 공사기간이 1년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업무수행이 불가능한 원고를 이 사건 공사현장에 파견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6)

나아가 원고는, 동종 경력이 없는 원고를 무리하게 이 사건 공사에 투입하는 것보다는, 비록 이 사건 공사 도중에 G의 고용기간이 만료되는 사정이 있더라도, 엄연한 경력자인 G을 일단 이 사건 공사현장에 파견하여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 다음, 그 고용기간 만료 전까지 경력을 갖춘 후임자를 신규로 채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① 당시 G은 2020. 12.부터 약 4개월간 재택근무를 하였으나, 원고는 2018. 8.

부터 무려 2년 넘게 재택근무를 이어오고 있었으므로(을나 제3호증), 장기 재택근무자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하여 원고에 대한 재택근무명령부터 해제할 필요가 높았던 점(재택근무제도 운영규정 제5조 제2항), ② 한편 G의 동종 경력도 1년 미만(2005. 3. 16. ~ 2006. 2. 3.)에 그치고, 그마저도 이 사건으로부터 약 15년 전의 것이므로(을나 제19호증), 경력 면에서 원고에 대하여 뚜렷한 비교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③ 참가인이 G에 이어 신규 후임자를 이 사건 공사현장에 투입하는 방식을 택하면, 감리업무의 연속성을 저해하고, 후임자를 채용하는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게 될 뿐 아니라, 그동안 현장에 출근하지 않고 재택근무를 계속하는 원고에게도 별도로 정상급여의 75%(월 470여만 원)에 달하는 금원을 지급하여야 하는 등(을나 제11호증 제13쪽) 각종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점, ④ 실제로 원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에 불응하자, 참가인은 G을 이 사건 공사현장에 투입하는 대신에 신뢰 훼손을 무릅쓰고 발주처의 양해를 구하여 보조감리원을 배치한 점(을나 제11호증 제29쪽) 등을 감안하면, 원고가 제시하는 방법은 이 사건 인사명령의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참가인이 그러한 방법을 취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 사건 인사명령의 업무상 필요성에 대한 판단을 그르친 것이라 볼 수 없다.

(7)

한편 원고는, 참가인이 처음부터 원고에게 정식으로 이 사건 공사현장에 부임을 명하는 인사명령을 하지 않고, 구태여 현장 여건 확인, 인수인계의 사전 준비 등을 이유로 들며 단기 파견 형식으로 이 사건 인사명령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취지로도 주장하나, 위 주장에 따르더라도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의 감리업무를 맡겨야 할 필요 자체가 부정되는 것이 아니다.

(8)

또한 원고는, 참가인이 최근까지 사내 게시판에 참가인을 비판하는 글을 게재한 원고에 대하여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터에 이 사건 인사명령을 일방적으로 강행하였으므로, 이 사건 인사명령은 업무상 필요가 아니라 참가인의 부당노동의사에 기하여 이루어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한다.

그러나 ① 참가인이 이 사건 인사명령에 앞서 원고에게 다른 4곳의 공사현장을 제시하며 근무의사를 타진하였으나 모두 거절당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고와 사이의 근로계약관계를 그대로 유지하여 온 점(을나 제11호증 제5, 6쪽), ② 원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에 불응하였을 때에도, 참가인은 곧바로 징계절차에 착수하지 않고 먼저 원고에게 거듭 현장근무 지시를 내려서 이 사건 인사명령을 이행할 기회를 부여한 점(을나 제4, 6, 7호증)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인사명령에 관하여 참가인의 부당노동의사를 추단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다른 근거도 없다 할 것이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나)

생활상의 불이익

(1)

원고는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배우자와 함께 단둘이서 서울 광진구에 거주하고 있었는데, 원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에 따라 경남 거제시에 위치한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한다면 배우자를 돌볼 사람이 없게 되므로, 배우자의 병세가 갑작스레 악화되는 경우에 원고와 배우자가 감당하여야 할 위험이 컸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제출한 진료사실확인서(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더라도, 원고의 배우자는 2020. 3.경 유방암이 재발하였으나 2020. 4. 3. 겨드랑이 림프 절제 수술을 받은 후 2020. 12. 3.을 끝으로 통원 치료까지 마쳤다고 보이므로, 그 뒤로 4개월이 지난 이 사건 인사명령 무렵에 이르러서도 원고가 배우자의 곁을 항시 지켜야 할 만큼 배우자의 병세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2)

또한 원고는 참가인의 직원으로 재직하면서 ‘토목기술 및 아파트 공사’ 분야에서만 근무하며 전문 경력을 쌓아왔는데,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원고의 전문 분야와 맞지 않는 하수도 공사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면 원고의 경력에 오점을 남길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이 사건 공사의 감리업무 수행에 실패할 것이라 단정할 근거가 없는데다, 한편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원고를 특정 분야의 업무에만 배치하기로 약정한 사실이 없는 이상, 그동안 원고가 ‘토목기술 및 아파트 공사’ 분야 업무를 주로 맡아 경력을 형성한 것은 참가인의 일관된 인사재량권 행사로 인하여 원고가 받은 반사이익에 불과하므로, 이러한 원고의 이익이 참가인의 인사권에 앞선다고 할 수는 없다.

(3)

원고는 이 사건 인사명령 당시 정년을 불과 1년밖에 남기지 않았는데, 이 사건 인사명령에 따르면 원고는 거제시에서 근무를 하다 정년을 맞이하여야 하므로, 퇴임 후의 인생을 설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원고가 재택근무를 하더라도 그 근무시간은 어디까지나 참가인의 직원으로서 필요한 자기계발에 사용되어야 하므로(재택근무제도 운영규정 제6조 제1항) 그동안 원고가 개인적인 퇴임 준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달리 원고가 재택근무를 하는 경우에 비하여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 근무하는 경우에 퇴임 준비에 어떠한 불이익이 미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주장․증명된 바도 없다.

(4)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참가인으로서는 원고를 이 사건 공사현장에 파견하는 것이 발주처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안이었다는 점을 보태어 보면, 위에서 열거한 생활상 불이익이 일부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이 사건 인사명령의 업무상 필요에 견주어 근로자가 통상 감수하여야 할 정도를 현저하게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

사전협의절차

참가인은 이 사건 인사명령에 앞서 ① 2021. 2. 8. 원고에게 이 사건 공사현장에 대한 근무의사를 타진하였고, ② 2021. 3. 3. 다시 원고에게 “국토안전관리원으로 고용승계 예정인 직원(G)을 제외하면, 대기인력은 원고와 H 두 명밖에 없다. 만일 발주처에서 원고를 선택한다면, 원고에게 인사명령을 낼 수밖에 없다”라고 알렸으며, ③ 여기에 더하여 원고는 2021. 3. 19.경 H이 사직한 사실을 전해들었으므로 본인이 이 사건 공사현장에 파견될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갑 제4호증, 을나 제11호증 제6쪽, 소장 제6쪽).

그렇다면 참가인은 사전협의를 통하여 원고에게 이 사건 인사명령의 업무상 필요를 설명하고, 근무지 변경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도 부여하였다고 할 수 있으므로, 그 후 이 사건 인사명령이 파견일에 약간 임박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이 사건 처분의 징계양정에 관하여

1)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고,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행위의 내용과 성질, 동기와 경위, 이로 인하여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2017. 5. 17. 선고 2014다13457 판결 등의 취지 참조).

2)

판 단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에서 인정한 사실관계에다가 갑 제5호증, 을나 제4, 5, 1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의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 가) 2018. 8.부터 시작된 원고의 재택근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참가인은 2020. 3. ~ 2020. 10. 원고에게 전남 화순군, 부산 기장군, 세종 J 등지의 공사현장에서 근무할 의사가 있는지 물어보았으나, 그때마다 원고는 배우자의 간병 등 개인사정을 이유로 들며 거절하였다(을나 제11호증 제5, 6쪽).

그런데 참가인이 2020. 10.경 원고에게 4번째로 제안한 근무지는 경기 수원시 권선구로서 원고의 자택인 서울 광진구에서 출․퇴근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그 무렵부터 이미 원고에게 참가인을 위한 성실한 근로제공의사가 존재하고 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나)

나아가 원고는 5번째로 이 사건 공사현장 근무를 제안하는 참가인에게 ① 2021. 2. 18. “본인은 하수도 공사 관련 경력이 없고, 이 사건 공사현장이 거주지로부터 너무 멀며, 장기 재택근무에 불만이 없다”, ② 2021. 3. 3. “발주처가 원고를 선택하더라도 이 사건 공사현장에 갈 의사가 없다”, ③ 2021. 3. 22. “파견명령이라는 꼼수에 굴복하여 사직서를 제출할 마음은 없으니, 사직서를 받고자 한다면 정식명령을 내어달라”라는 취지로 말하면서, 앞으로 재택근무만을 계속하거나 중도에 사직하는 사태를 감수하더라도 이 사건 공사현장에서는 근무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하였다(을나 제11호증 제6, 7쪽).

다)

더욱이 원고는 참가인으로부터 이 사건 인사명령에 따른 현장근무 지시 공문 및 공문 확인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거듭 수신하였음에도(갑 제5호증, 을나 제4, 5호증), 이 사건 공사현장에 출근하려는 어떠한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므로, 이로써 참가인은 더 이상 원고에 대하여 근로계약의 정당한 이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할 것이다. 라) 원고가 이 사건 인사명령에 불응한 것은 비단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신뢰관계에 국한된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원고의 경우와 같이 근로자가 본인의 개인적인 불이익을 앞세워 사용자의 전보명령권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그 자체로 기업의 인사질서를 심히 문란하게 하는 행위인데다, 건설기술용역사업의 특성상 인력의 수급이 불규칙적이어서 근로자를 상대로 대기명령(재택근무명령)과 현장근무명령을 자주 반복하여야 하는 참가인의 입장에서는 원고의 비위행위로 인하여 향후의 인력 운용에 중대한 지장을 받을 위험이 높아 보이므로, 그 재발을 방지하여야 할 필요가 더욱 크다고 판단된다.

마)

원고의 비위행위로 말미암아 참가인은 이 사건 공사현장에 투입할 대체 인력을 찾지 못하고, 결국 발주처의 양해를 구하여 보조감리인을 파견하는 데 그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참가인이 발주처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함으로써 발주처의 신뢰를 상당 부분 잃게 되고, 아울러 이 사건 공사에 관한 계약내용이 변경됨에 따라 약 1억 4,000만 원에 달하는 매출 손실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을나 제11호증 제14쪽).

바)

원고는 직장 내 성희롱 행위를 범하여 해임 바로 아래 단계의 중징계인 정직처분을 받은 사실도 있는바(을나 제11호증 제30쪽), 이러한 원고의 징계전력 역시 징계양정의 가중요소로 참작될 수 있다.

사)

이상의 정상들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의 비위행위는 복무규율 및 질서문란 행위로서 비위의 도가 중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참가인의 징계양정요구기준(감사직무규정 제29조 제1항 [별표2])에 규정된 해임요구대상에 해당한다.

다.

소결론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그 징계양정도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거나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재심판정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4.

결 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수빈 정우철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