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고 B(C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의 어머니이다. 망인은 2006. 12. 20. 근로복지공단 D병원(이하 ‘이 사건 병원’이라 한다)에 간호사로 입사하여 2020. 7. 6. 사망할 때까지 근무하였다.
망인은 2020. 7. 6. 9:32경 자택에서 스스로 목을 매어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원고는 2022. 8. 25. 망인이 이 사건 병원의 감사, 징계, 하향전보 등으로 인해 사망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례비 지급을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1. 10. 15. 업무적인 요인보다는 망인의 귀책사유로 인해 발생한 스트레스 등 개인적인 소인이 더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례비를 지급하지 않는다는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8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경우 각 가지번호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처분의 위법 여부
원고의 주장
망인은 업무상으로 성추행 피해를 입었고, 부당한 징계, 2차례 하향전보 등을 받으면서 자살충동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술과 졸피뎀을 동시에 복용하여 정상적인 인지능력이 뚜렷이 저하된 상태에서 사망에 이르렀다. 따라서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망인의 근무이력
2006. 12.경~2012. 3.경: 이 사건 병원 - 병동 근무
2012. 3.경~2015. 7.경: 이 사건 병원 - 중환자실 근무
2015. 7.경~2018. 12.경: 이 사건 병원 - 외래(내과) 근무
2019. 1.경~2020. 1.경: 노동조합 전임(E노조 총무실장)
2020. 1.경~2020. 7.경: 이 사건 병원 - 내시경실 근무
망인에 대한 징계 및 전보 등
2019. 8. 20.자 성추행 사건
망인은 2019. 10. 16. 울산중부경찰서에 ‘노동조합의 F지부장인 G이 2019. 8. 20. 주점에서 노동조합 회식을 마치고 나와 인사를 하던 중 뒤에서 양손으로 자신을 껴안고 가슴 부위를 손으로 누르는 방법으로 추행하였다’고 고소함
울산중부경찰서는 2020. 1. 16. 울산지방검찰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였으나, 울산지방검찰청 검사는 2020. 4. 7. 혐의없음(증거불충분) 처분을 하였음
2019. 9. 26.자 성희롱 사건
망인은 2019. 9. 26. 노동조합 회식자리에서 여성동료에게 ‘(G과) 잤어요?’라고 물었음
망인은 이로 인해 2020. 6. 17. 근로복지공단 징계위원회에서 견책의 징계를 받았음
망인의 2020. 1. 20.자 이 사건 병원 복귀
망인은 2020. 1. 20. 노동조합에서의 직위상실로 인해 원소속인 이 사건 병원으로 복귀하였음
망인에 대한 2020. 7. 3.자 전보 통보
망인은 2020 7. 3. 근로복지공단 인사팀 직원으로부터 ‘2019. 9. 26.자 성희롱 사건으로 인해 망인이 태백이나 정선으로 전보될 것이다’라는 소식을 들었음
이에 망인은 같은 날 인사팀 차장에게 2019. 8. 20.자 성추행 사건의 당사자인 G이 근무하는 강원도로는 전보하지 말아달라는 메시지를 보냈음
사망 무렵의 경과
망인은 사망할 무렵 병원 동료, 지인들과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9 내지 33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피고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이 법원의 M 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촉탁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에서 말하는 ‘업무상의 재해’라 함은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근로자의 부상·질병·신체장애 또는 사망을 뜻하는 것이므로 업무와 재해발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그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하는바, 그 인과관계 유무는 반드시 의학적·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상당인과관계의 유무로써 판단되어야 한다. 따라서 근로자가 자살행위로 인하여 사상에 이르게 된 경우, 근로자가 업무로 인하여 질병이 발생하거나 업무상 과로나 스트레스가 그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에 겹쳐서 질병이 유발 또는 악화되고, 그러한 질병으로 인하여 심신상실 내지 정신착란의 상태 또는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추단할 수 있는 때에는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와 같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위하여는 자살자의 질병 내지 후유증상의 정도, 그 질병의 일반적 증상, 요양기간, 회복가능성 유무, 연령, 신체적·심리적 상황, 자살자를 에워싸고 있는 주위상황, 자살에 이르게 된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1두14692 판결 등 참조). 비록 그 과정에서 망인의 내성적인 성격 등 개인적인 취약성이 자살을 결의하게 된 데에 영향을 미쳤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6두58840 판결 등 참조).
이러한 법리를 토대로, 위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망인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망인에 대한 견책 징계는 망인의 2019. 9. 26.자 성희롱 행위를 이유로 한 것이고, 위 징계가 형평성을 현저히 잃었다거나 징계권 등을 일탈‧남용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을 찾아보기 어렵다.
원고는 망인의 2020. 1. 20.자 이 사건 병원 복귀를 두고 하향전보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망인이 노동조합에서의 직위상실로 인해 원소속인 이 사건 병원으로 복귀한 것이므로, 이를 하향전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피고의 인사규정시행세칙 제19조 제1항 제2호는 ‘임용권자는 금품, 향응수수, 공금횡령‧ 유용, 성희롱(성폭행), 힘희롱, 인사청탁 및 채용비리 등 인사관련 비위행위로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의 경우에는 하향전보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피고는 망인의 2019. 9. 26.자 성희롱 행위를 이유로 망인에 대한 견책 징계를 한 후 인사규정시행세칙 제19조 제1항 제2호에 따라 망인에 대한 2020. 7. 3.자 전보 통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근무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고, 망인도 인사팀에 근무지에 관한 의견을 전달하였음에도 정식으로 인사발령이 나기 전에 자살을 하였다).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위 전보 통보가 근로기준법, 피고의 단체협약, 인사규정시행세칙 등을 위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망인이 망인에 대한 징계, 2020. 7. 3.자 전보 통보 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이 현저히 저하된 정신장애 상태에 빠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위 ① 내지 ③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의 자살은 망인 개인의 기질적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일 뿐 위 스트레스가 망인의 업무로 인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망인의 경우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기록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보이고, 망인의 진료기록을 감정한 M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감정의는 망인의 정신건강의학과 의무기록이 대부분 제출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의무기록에 기반을 두지 않은 의학적 소견을 말씀드리기 어렵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이정희(재판장) 김형준 송연정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