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에어컨 설치기사로서 2021. 3. 28. 09:38경 빌라주택 5층에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작업을 하던 중 발을 디디고 있던 난간이 떨어지면서 중심을 잃고 함께 추락하는 사고를 당하였다(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사고로 인하여 '좌측 천골의 골절, 양측 골반 상하지 골절, 좌측 절구 폐쇄성 골절, 좌측 상완골 몸통 골절, 좌측 견갑골 폐쇄성 골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고, 2021. 6. 9. 자신이 주식회사 B(이하 'B'이라 한다) 소속 근로자로서 위와 같이 업무상 재해를 당하였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이 사건 상병에 관한 요양급여를 신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2021. 6. 30. 아래와 같이 원고를 근로기준법 상의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요양불승인 결정을 하고 이를 원고에게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2021. 10. 27. 심사청구가 기각되었고, 이에 다시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하였으나 2022. 6. 9. 재심사청구도 기각되었다.
원고는 위와 같이 재심사청구가 기각되기 전인 2022. 4. 4.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8,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에 대한 판단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근무내용 및 장소에 대한 사업주(B)의 직·간접 지휘를 받은 점, 비록 형식적인 서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는 않았으나 실질적으로 종속적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한 점, 원고가 제3자를 고용하거나 재도급을 하여 업무를 대행케 할 수 없었던 점, 원고가 지급받은 보수는 설치노무제공에 대한 대가로 지급되는 임금임이 명백한 점, B의 업무수행이 아닌 제3의 사업장 설치물량을 도급받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독립적 사업자 혹은 중소기업사업자의 지휘에 있지 않았던 점, 설치 건당 일당으로 책정된 도급비용을 받을 뿐 추가 사업이윤의 창출 및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던 점 등 제반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원고는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종속적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에 해당한다.
원고는 안전사고의 위험이 매우 높고 혼자서 수행하기 불가능한 위험사업장에서 회사의 2인 1조 설치권고에 따라 보조원의 도움을 간헐적으로 받았지만, 이는 이 사건 사고와 같은 사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라 할 것인바, 원고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125조에 따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인정사실
아래 사실은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3 내지 5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이를 인정할 수 있다.
재해조사서의 주요 내용
원고가 심사위원회 심의 회의에서 한 진술 요지
B의 보험가입자 의견서
원고의 에어컨설치 보조기사로 일한 적 있는 E의 사실확인서
판단
원고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관련 법리
산재보험법은 이 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제125조가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 등을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제5조 제2호 본문). 따라서 보험급여 대상자인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대법원 2019. 11. 28. 선고 2019두50168 판결 등 참조).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이 근로자가 사용자에 대한 종속적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이 적용되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 시간·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되는지,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 도구를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해 스스로 이윤을 창출하거나 손실 등 위험을 부담하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 인정되는지 등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5두51460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위 인정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모두 종합하여 보면, 제출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실질적으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B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를 비롯한 에어컨 설치기사들은 B과 사이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바 없다.
B은 에어컨 설치기사들에게 에어컨 설치작업 물량 배정을 하기는 하나, 일단 물량 배정이 이루어지고 난 후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에어컨 설치작업은 에어컨 설치기사들이 자율적으로 수행하며, B이 개별 에어컨 설치작업에 대하여 에어컨 설치기사들을 지휘·감독하지 않았다.
에어컨 설치기사들은 에어컨 설치작업에 대한 교육을 에어컨 제조사로부터 직접 받았고, B은 단지 에어컨 설치기사들에게 교육일정을 통보해 주었을 뿐이다.
에어컨 설치기사들은 B으로부터 고정급을 받지 않았고, 그와 같은 고정급약정을 한 바도 없으며, 퇴직금을 지급받지도 않았다. 에어컨 설치기사들은 기본적으로 설치비를 고객으로부터 직접 받았고, 영수증 발행 등 필요에 의해 고객이 B에 설치비를 입금할 경우에만 사후적으로 B으로부터 설치비를 정산 받았다. B이 그와 같이 에어컨 설치기사에게 사후적으로 설치비를 정산해 줄 때 사업소득세(3.3%)를 원천공제 하였고, 이를 회계상 '외주비'로 처리하였다.
원고는 본인 개인 차량을 이용하여 설치현장으로 이동하였고, 설치도구도 원고가 자체적으로 구비하였다.
에어컨 설치기사들은 설치현장에서 에어컨 설치업무가 일찍 끝나면 B 측의 지휘·감독 없이 자유롭게 퇴근하였다.
에어컨 설치기사들은 경우에 따라 자율적으로 설치보조기사를 이용하여 설치작업을 수행하였고, B의 관여 없이 설치보조기사와 수익을 배분하였다.
원고가 산재보험법 제125조에 규정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산재보험법 제125조는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라는 표제 하에 제1항에서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함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아니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는 사람으로서 다음 각 호의 모두에 해당하는 사람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은 제6조에도 불구하고 이 법의 적용을 받는 사업으로 본다.'고 규정하는 한편, 그 각 호에서 '주로 하나의 사업에 그 운영에 필요한 노무를 상시적으로 제공하고 보수를 받아 생활할 것'(제1호), '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제2호)을 규정하고 있다. 그 위임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125조 제12호는 위 산재보험법 제125조 제1항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 중 하나로 '한국표준직업분류표의 세분류에 따른 가전제품 설치 및 수리원으로서 가전제품을 배송, 설치 및 시운전하여 작동상태를 확인하는 사람'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산재보험법 제125조 제2항 본문은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제5조 제2호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적용할 때에는 그 사업의 근로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원고는 에어컨 설치작업을 수행함에 있어 B의 관여 없이 자율적으로 설치보조기사를 사용하고 설치보조기사와 수익을 배분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산재보험법 제125조 제1항 제2호의 요건(노무를 제공할 때 타인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원고는 산재보험법 제125조에 규정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소결
이 사건 처분에 원고의 주장과 같은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정웅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