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1982. 7. 26. 최초 임용되어 2020. 3. 16.부터 행정안전부 공직유관단체인 C으로 파견되어 운영관리국장 겸 사무처장 직무대리로 근무하였고, 2021. 3. 1.부터 행정안전부에서 근무하다가 2021. 12. 31. 정년퇴직한 사람이다.
원고는 2020. 5.말경 여직원 D의 업무보고를 받던 중 아래와 같이 부적절한 신체접촉 행위 및 언행을 하였다는 이유로 2021. 7. 26. 중앙징계위원회에 징계요구되었다.
중앙징계위원회는 2021. 10. 22. 정직 1월의 징계를 의결하였고, 피고는 2021. 11. 9. 원고에게 정직 1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이에 원고가 소청심사위원회에 불복신청을 하였고, 소청심사위원회는 2022. 2. 7.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징계양정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위 징계처분을 감봉 1월로 변경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변경된 감봉의 징계처분을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고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원고의 주장
이 사건에서 문제된 원고의 신체접촉 및 언행은 모두 허위이거나 과장된 진술에 기초한 것이다. 원고는 목걸이 형태의 훈장 수여 시연 중 피해자가 양손바닥을 펴서 앞으로 내밀자, 이를 교정하기 위해 원고의 엄지와 검지로 피해자의 손을 집어 목걸이 줄을 잡고 있는 모양으로 바꾸었을 뿐이고, 징계사유 기재와 같은 언행은 한 사실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처분은 처분사유가 존재하지 않아 위법하고, 달리 보더라도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과다하므로 역시 취소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이와 다른 판단을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판단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 다만 민사소송이나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의 심리를 할 때에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5조 제1항 참조). 그리하여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인 문화와 인식, 구조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가 성희롱 사실을 알리고 문제를 삼는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적 반응이나 여론, 불이익한 처우 또는 그로 인한 정신적 피해 등에 노출되는 이른바 '2차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여야 한다. 피해자는 이러한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이나 두려움으로 인하여 피해를 당한 후에도 가해자와 종전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지 못하다가 다른 피해자 등 제3자가 문제를 제기하거나 신고를 권유한 것을 계기로 비로소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피해사실을 신고한 후에도 수사기관이나 법원에서 그에 관한 진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와 같은 성희롱 피해자가 처하여 있는 특별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피해자 진술의 증명력을 가볍게 배척하는 것은 정의와 형평의 이념에 입각하여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따른 증거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 및 을 제1 내지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아래와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진술은 그 신빙성이 인정되고, 피해자의 진술과 나머지 증거를 종합하면, 원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 기재와 같은 언행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
피해자는 원고에 대한 외부 조사기관의 조사과정에서 '원고의 집무실에 들어갔을 때, 원고가 F 대통령 시절 훈장 수여 업무를 하였다고 하면서 피해자에게 "훈장수여를 어떻게 하는지 아냐"고 물었고, 피해자가 모른다고 하자 원고가 "훈장은 목걸이를 걸어주는 건데, 훈장 받는 사람이면 여자 대통령이 안아주는 것처럼 되니까 훈장을 F 대통령이 어깨 부분 정도까지 걸어주면 본인(원고)가 이를 받아서 걸어주는 역할을 하였다.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겠다"라며 양손을 내밀어 보라고 하였다. 피해자가 양손을 내밀자 원고는 "목걸이처럼 채우는 것인데 이렇게 하는 것이다"고 하며 피해자의 손을 잡았고, 그리고 나서 "내가 이렇게 또 D의 손을 잡아보네, 그 때 F 대통령 손도 너처럼 이렇게 부드러웠는데.."라고 말하였다. 잡고 한 2초 정도 있었던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 이처럼 피해자는 직접 경험한 사실이 아니라면 진술하기 힘든 당시의 상황, 구체적인 행위 태양, 반응과 행동 등에 대하여 매우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피해자는 본인의 피해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E와 G에게 피해사실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하였고, E 또한 조사 당시 2020년 하반기 무렵 피해자로부터 '원고가 훈장 수여를 했던 적이 있는데 그 시범을 보여주겠다고 하며 손을 잡아 기분이 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당시 E, G, 피해자 세 사람만 야근중이라 그때 회의 테이블에서 이야기를 하였다고 하여, 주요 부분이 피해자의 진술과 일치한다.
이 사건은 피해자가 아닌 다른 직원 A의 신고로부터 비롯되었고, 피해자는 외부기관의 조사가 시작되자 비로소 피해사실을 공식적으로 진술하였다. A가 이 사건 외에 다수의 성 관련 비위로 원고를 신고하였고 본건 외에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정은 인정되나, 피해자가 A와 가까운 관계로서 원고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의도로 허위·과장된 진술을 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을 뿐더러, 피해자는 A의 피해사실 녹취 종용을 거부하며 공식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진술하겠다고 하는 등 A를 불편해 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모순됨이 없으며, 다른 참고인의 진술과도 부합되는 등 신빙성이 인정되는 반면, 원고는 이 사건 외부조사 및 행정안전부 감찰조사 당시에는 피해자의 손을 잡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였다가(을 제3호증 제3, 4면, 을 제4호증 제3면 참조), 이 사건 소송에 이르러서는 피해자의 손을 잡은 사실은 있으나 훈장 시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이루어졌다고 하는 등 진술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이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징계사유가 되는 행위를 한 사실이 인정되고, 위 행위의 내용 및 태양, 업무상 관계 외에 깊은 사적 교류를 주고받을 만큼 친밀한 사이로 보이지 않았던 원고와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이는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일으킬 수 있는 언어적·신체적 성희롱에 해당하는 비위행위로서 징계사유가 된다. 따라서 처분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징계양정에 관한 판단
공무원인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징계권자가 재량권의 행사로서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가 아닌 한 그 처분을 위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었는지 여부는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원인이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고 하는 행정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 그 징계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수 있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1두13767 판결,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2두18219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사유가 된 비위행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고, 원고가 39년 이상 근무하며 5회의 표창을 수여받았다거나, 이 사건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다른 직원 A와 원고와의 갈등에서 비롯되었다는 등의 원고가 주장하는 사정들은 소청단계에서 이미 반영되어 징계처분을 정직 1월에서 감봉 1월로 변경하는 결정이 이루어졌으므로, 이미 감액된 이 사건 징계처분의 징계양정이 과다하다고 할 수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강우찬(재판장) 이은경 김민아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