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1. 9. 선고 2022구합4646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기초사실 등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2005. 4. 13. 설립되어 상시 약 30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공동주택 관리업 등을 영위하는 법인이다.

2)

원고는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D아파트(이하 ‘이 사건 아파트’라고 한다) 관리사무소에서 경리업무를 담당하였던 자이다.

나.

원고와 참가인 사이의 근로계약의 체결 및 기간만료 통보

1)

원고는 2022. 2. 8. 참가인과 사이에 구두로 근로계약(이하 ‘이 사건 근로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경리업무를 시작하였다.

2)

원고는 2022. 4. 12. 참가인과 사이에, 근로계약기간이 2022. 2. 8.부터 2022. 3. 31.까지로 기재되어 있는 근로계약서(을가 제4호증의 1)와 2022. 4. 1.부터 2022. 4. 30.까지로 기재되어 있는 근로계약서(을가 제4호증의 2)를 각 작성하였다.

3)

원고는 2022. 4. 14. 참가인과 사이에, 근로계약기간(2022. 2. 8.부터 2022. 5. 18.까지) 외에는 2022. 4. 12. 각 작성한 근로계약서와 동일한 내용의 근로계약서(을가 제4호증의 3, 이하 위 근로계약서를 ‘이 사건 계약서’라고 한다)를 추가로 작성하였는데, 그 중 이 사건과 관련이 있는 부분은 다음과 같다.

4)

참가인은 2022. 4. 16. 원고에게 ‘이 사건 근로계약이 2022. 5. 18. 계약 만료됨에 따라 근로관계가 자동으로 종료되고, 재계약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통보(이하 ‘이 사건 통보’라고 한다)를 팩스로 송부하였다(원고 소장 제251, 252쪽 참조).

다.

원고의 구제신청 절차

1)

원고는 2022. 5. 25.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이 사건 통보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구제신청을 하였는데, 이에 대하여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원고가 기간제 근로자에 해당하고, 갱신기대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2022. 7. 21.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E, 이하 ‘이 사건 초심판정’이라 한다).

2)

원고는 이 사건 초심판정에 불복하여 2022. 8. 30.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는데,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10. 24. ‘원고가 기간제 근로자에 해당하고, 갱신기대권도 인정되나,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인정된다’는 취지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호증, 을가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나 제4, 5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재심판정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원고는 2022. 2. 8. 참가인과 사이에 구두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다만 원고가 계약기간이 2022. 2. 8.부터 2022. 5. 18.까지로 기재되어 있는 이 사건 계약서에 서명·날인을 한 사실은 인정하나, 이는 서무 주임이 별다른 설명 없이 서명·날인을 재촉하여 원고가 그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서명·날인을 한 것이어서, 위 계약서는 원고의 진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위 계약서를 근거로 원고가 기간제 근로자였다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이 사건 통보는 계약갱신거절이 아니라 실질에 있어 해고라 할 것인데, 팩스를 이용하여 해고통보를 한 것은 근로기준법 제27조에 반하는 것으로 위법하다.

2)

설령 원고와 참가인이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합리적 이유 없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원고의 정당한 갱신기대권을 침해한 것이어서 위법하다.

나.

관련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다.

원고가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인지 여부

1)

관련 법리

근로자와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경우라 하더라도, 그 계약서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기간을 정한 목적과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 동종의 근로계약 체결방식에 관한 관행 그리고 근로자보호법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그 기간의 정함이 단지 형식에 불과하다는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계약서의 문언에도 불구하고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볼 것이나, 위와 같은 사정이 인정되지 않는 경우에는 처분문서인 근로계약서의 문언에 따라 근로자와 사용자 사이에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이 맺어진 것이라고 봄이 원칙이다(대법원 2007. 7. 12. 선고 2005두2247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들에 을나 제1 내지 3, 6, 7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는 이 사건 계약서의 문언과 같이 참가인과 사이에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원고가 자필 서명·날인을 한 이 사건 계약서에는 이 사건 근로계약 기간이 2022. 2. 8.부터 2022. 5. 18.까지라고 명시되어 있으며(을가 제4호증의 3 참조), 2022. 4. 12. 작성한 각 계약서에도 계약기간이 명시되어 있고(을가 제4호증의 1, 2 참조), 원고에 대한 채용과정에서 이루어진 채용공고 역시 고용형태가 ‘계약직’임이 명시되어 공고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을나 제5호증 참조, 단순히 ‘계약직’이라고만 하면 통상 기간제라고 인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편 원고는 구로구청 구인광고문(을나 제4호증)에는 ‘계약직’ 표기가 되어 않았다고 주장하나, 이는 구로구청 구인광고에는 고용형태를 기재할 수 있는 곳이 없어 그러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달리 참가인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를 채용한다는 취지의 채용공고를 한 사실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나)

원고는 참가인의 직원이 원고로 하여금 계약서 기재의 검토 없이 서명·날인할 것만을 요구하여 이 사건 계약서를 포함한 각 계약서에 기재되어 있는 계약기간을 확인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계약서의 성명, 생년월일, 주소, 연락처, 직책, 구체적 임금 액수 및 근로계약기간 등에 관한 기재는 부동문자가 아니라 원고의 자필에 의한 것으로 보이고, 설령 근로계약기간 부분에 관하여는 원고가 아니라 참가인의 직원이 이를 사전 기재한 것이라 보더라도, 단시간 내에 유사한 내용의 계약서를 반복하여 작성하는 것은 이례적이라 할 것이므로 원고로서는 2022. 4. 12. 계약서를 작성한 이후 불과 이틀 후에 작성하는 이 사건 계약서의 문구를 더 주의 깊게 살폈을 것으로 보이는 점, 계약서의 전체 분량이 A4용지 2장에 불과하고 그 내용이 원고와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근로자들이 통상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 점, 원고가 계약서의 상당 부분을 자필로 기재하였으므로, 그 과정에서 계약서의 문구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하여보면, 원고가 이 사건 계약서 작성 과정에서 계약기간 기재를 보지 못하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다)

나아가 원고 외 나머지 참가인 근로자들 역시 모두 계약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여 왔던 것으로 보이는바(을나 제1, 2호증 참조), 원고의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을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

라.

원고의 갱신기대권의 인정 여부

1)

관련 법리

기간을 정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의 경우 그 기간이 만료됨으로써 근로자로서의 신분관계는 당연히 종료되고 근로계약을 갱신하지 못하면 갱신거절의 의사표시가 없어도 그 근로자는 당연 퇴직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당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의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루어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의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의 내용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그에 따라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사용자가 이에 위반하여 부당하게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하는 것은 부당해고와 마찬가지로 아무런 효력이 없고, 이 경우 기간만료 후의 근로관계는 종전의 근로계약이 갱신된 것과 동일하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2011. 4. 14. 선고 2007두1729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와 참가인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으므로, 원고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이 사건 아파트 관련 위·수탁 관리 계약기간인 2021. 4. 1.부터 2023. 3. 31.까지 사이에 이 사건 아파트 근무 참가인의 근로자들 25명은, 모두 3개월 내외의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하였으나, 원고와 자발적 퇴사자를 제외한 나머지 근로자들은 모두 참가인과 근로계약을 갱신한 것으로 보인다.

나)

공동주택 관리업에 있어 원고가 수행하였던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경리 업무는 일시적으로 필요하거나 한시적으로 대체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고, 상시·지속적인 근무가 필요한 자리에 해당한다.

다)

이 사건 아파트 관리소장이 원고와 면접을 볼 당시 원고에게 재계약이 가능함을 고지하였고, 참가인 스스로도 이 사건 재심판정 과정에서, ‘근로자들이 무리 없이 일하면 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계약서에 ‘갱신기대권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기재에도 불구하고, 원고에게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상당한 신뢰가 형성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마.

참가인의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이와 같이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기간제 근로계약의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기간제근로자에 대한 불합리한 차별을 시정하고 기간제근로자의 근로조건 보호를 강화하려는 데에 있다. 그러므로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 및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그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여부 등 당해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그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들에, 갑 제2 내지 27호증, 을가 제5 내지 13호증, 을나 제8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이 원고의 업무능력 부족을 이유로 원고와의 계약 갱신을 거절한데에는 합리적 이유를 인정할 수 있다.

가)

2,126세대로 구성된 대규모 공동주택인 이 사건 아파트의 경리담당자로서, 원고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는 이 사건 아파트의 관리비 부과 업무이다. 그런데 원고는 경리담당자로서의 지식과 경험 부족 등으로 인하여 근무 기간 동안 회계업무 처리에 있어 반복적인 오류(정상적으로 관리비를 납부한 세대에 대해서 관리비를 미납한 것으로 처리한 후 관리비를 재부과하는 오류, 생활보호대상자의 TV 수신료 면제 오류, 주차료 부과 오류 등)를 범하였고, 특히 처음 업무를 담당하였던 1월분의 경우에는 그 오류의 정도가 심각하여(회계발생액: 난방비 234,878,968원, 급탕비 38,404,020원, 전기료 84,624,880원, 실부과액: 난방비 181,862,900원, 급탕비 54,165,000원, 전기료 84,607,159원 부과), 이 사건 아파트 입주민들로부터 상당한 민원이 야기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

2022년 2월분 관리비 내역서의 경우에는 다수의 오류가 발생하여, 부과 내역서 없이 고지서만 입주민들에게 배포되기도 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2022년 3월분 관리비 내역서의 경우에도 그 산정 오류로 인하여, 수정 후 다시 인쇄를 거쳐서야 배포가 가능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또한 원고는 과입금된 2022년 2월분 관리비 400,000원을 환급하는 과정에서, 중복으로 환급을 하는 오류를 범하였고, 특정 세대에 대하여는 2022년 2 내지 4월분 관리비를 수납 처리하면서 실입금 금액과 다른 금액으로 수납 처리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은 원고의 관리비 부과 관련 업무 처리 오류는 원고가 이 사건 아파트에서 근무를 시작한 시점부터 이 사건 통보 시점까지, 그 오류의 규모는 다소 감소하였다고는 하더라도 반복적으로 발생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다)

회계처리 과정에서 이익잉여금의 경우에는 예비비 적립금, 장기수선충당금, 관리비차감 적립금 등으로 나누어 처분을 하여야 하였음에도 그러하지 아니하였고, 연말정산업무와 관련하여서도, 원고는 이를 2월 말까지 처리하여야 하였음에도 2022. 3.경까지 해태하여,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하였으며 참가인의 직원들은 연말정산과 관련하여 공제 혜택을 받지 못한 채 추후 개별적으로 신고해야 하는 불편을 겪기도 하였다.

라)

참가인은 이 사건 통보 이후인 2022. 7. 13. 이 사건 아파트의 2021. 10.부터 2022. 5.까지 회계 오류 수정을 위하여, 별도의 비용을 지출하여 외부 전문가를 통해 30일간 수정 작업을 진행하여야 했고, 그 회계수정 보고서(을가 제13호증, 을나 제19호증)에 의하더라도, 원고가 근무하였던 기간 동안 재무제표 등의 오류가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마)

공동주택 위탁관리라는 참가인 사업의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경리 주임인 원고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이 사건 계약서 제8조에서도 ‘업무를 태만히 하거나 업무수행능력이 부족한 때’를 근로계약 해지 사유로 정하고 있는 점 등 여러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부주의 또는 업무 미숙으로 인하여 민원을 야기하는 등 이 사건 아파트 관리업무의 원활한 수행에 차질을 발생시킨 사정은 근로계약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로 인정될 수 있다.

바.

소결론

기간제 근로자인 원고에게는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나, 참가인이 갱신거절을 할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보이므로, 참가인과 원고의 근로관계는 기간만료로 정당하게 종료되었다. 따라서 이와 같이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적법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