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4. 28. 선고 2022구합60622 판결

주문

1.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당사자들의 지위

1)

망 I(J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K광업소에서 약 16년간 착암공으로 근무하였던 자이다.

2)

원고 A, B, C, D, E 및 망 L는 망인의 자녀이다.

3)

망 F는 망 L의 배우자이고, 원고 G, H은 망 F와 망 L의 자녀이다.

나.

망인의 진폐증 등으로 인한 장해보상일시금

1)

망인은 1985. 12. 9. “진폐증, 폐기종, 속발성기관지확장증(이하 ‘이 사건 종전 장해’라고 한다)” 진단을 받았다.

2)

피고는 1990. 5. 24. 이 사건 종전 장해로 인한 망인의 장해등급을 제1급 제9호로 결정하고, 망인에게 장해보상일시금으로 17,671,040원을 지급하였다.

다.

망인의 양쪽 소음성 난청으로 인한 장해보상일시금

1)

망인은 2015. 8. 18. “양측 소음성 난청(이하 ‘이 사건 신규 장해’라고 한다)” 진단을 받았다.

2)

망인은 2020. 2. 12. 사망하였는데, 망인의 상속인인 원고 A, B, C, D 및 망 L는 2020. 2. 13. 피고에게 이 사건 신규 장해에 관한 미지급보험급여(장해급여)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3)

피고는 2020. 10. 16. 이 사건 신규 장해로 인한 망인의 장해등급을 제6급 제3호로 결정하고, 원고 A, B, C, D, E 및 망 L에게 장해보상일시금으로 각 22,292,830원(이하 ‘이 사건 신규 장해보상일시금’이라 한다)을 지급하였다.

라.

피고의 2020. 12. 28.자 부당이득 징수 결정

1)

피고는 2020. 10. 21. 원고 A, B, C, D, E 및 망 L에게 ‘종전 장해급여를 확인한 결과 망인이 이 사건 종전 장해로 장해등급 제1급에 해당하는 보험급여를 지급받은 사실이 있어 이 사건 신규 장해보상일시금이 착오 지급되었다’는 이유로 이 사건 신규 장해보상일시금을 부당이득으로 징수 결정할 예정이라고 통지하였다.

2)

피고는 2020. 12. 28. 원고 A, B, C, D, E 및 망 L에게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신규 장해보상일시금에 관한 부당이득 징수 결정(이하 원고 A, B, C, D, E에 대한 부당이득 징수 결정을 ‘이 사건 제1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마.

피고의 심사결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의 재결

원고 A, B, C, D, E 및 망 L<1>는 피고의 2020. 12. 28.자 부당이득 징수 결정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1. 5. 12. 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1. 6. 30.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는 2022. 1. 12. 재심사청구를 기각하였다.

바.

피고의 2022. 6. 27.자 부당이득 징수 결정

1)

망 L는 피고의 2020. 12. 28.자 부당이득 징수 결정 전인 2020. 12. 9. 사망하였다.

2)

피고는 2022. 6. 27. 망 L의 상속인인 망 F, 원고 G, H에게 ‘망 L는 피고의 2020. 12. 28.자 부당이득 징수 결정 전 이미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어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28조의3(상속으로 인한 납부의무의 승계)에 따라 망 L의 법률상 상속인에게 부당이득 징수 결정을 한다’는 이유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신규 장해보상일시금에 관한 부당이득 징수 결정을 하였다.

사.

피고의 2022. 11. 15.자 부당이득 징수 결정

1)

망 F는 피고의 2022. 6. 27.자 부당이득 징수 결정 전인 2022. 5. 16. 사망하였다.

2)

피고는 2022. 11. 15. 망 F의 상속인인 원고 G, H에게 ‘망 L의 법률상 상속인 중 망 F가 피고의 2022. 6. 27.자 부당이득 징수 결정 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어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제28조의3 제2항에 따라 망 F를 제외한 원고 G, H에게 부당이득 징수 결정을 한다’는 이유로 아래와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신규 장해보상일시금에 관한 부당이득 징수 결정(이하 ‘이 사건 제2 처분’이라 하고, 이 사건 제1 처분과 이 사건 제2 처분을 통틀어 ‘이 사건 각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아.

피고의 일부 처분 취소 통지

피고는 2022. 11. 18. 원고 G, H에게 ‘망 L와 망 L의 법률상 상속인 중 망 F에 대한 장해급여 부당이득 징수 결정을 각각 2022. 6. 22., 2022. 11. 4. 자로 취소하였음을 알린다’는 내용의 통지를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5, 10 내지 13호증, 을 제3,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각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은 ‘동일한 재해’로 인하여 두 개 이상의 장해가 발생하였다가 치유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종전 장해와 이 사건 신규 장해는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망인의 경우는 장해등급 조정의 대상이 아니고, 피고는 망인에게 이 사건 신규 장해로 인하여 새로 발생한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보상일시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망인에게 장해등급의 조정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

2)

피고의 장해등급 조정에 관한 시행지침(2018. 12. 27. 개정되어 2019. 1. 1. 시행된 것, 이하 ‘이 사건 개정 지침’이라 한다)은 ‘이미 장해가 있던 사람이 새로 업무상 재해로 계열이 다른 새로운 장해가 발생한 경우 장해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새로 발생한 장해등급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시행일(2019. 1. 1.) 이후 장해급여 청구사유가 발생한 경우부터 적용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 사건 개정 지침에 따라 피고는 이 사건 신규 장해의 발생일(2015. 8. 18.)이 이 사건 개정 지침의 시행일(2019. 1. 1.) 전이라는 이유로 이 사건 각 처분을 하였다. 그런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의 개정이 없음에도 피고가 장해등급 조정에 관한 시행지침을 개정한 것은 장해등급 조정 제도의 확대 적용으로 인하여 장해급여의 보장 범위가 과도하게 제한되어 있다는 반성적 고려에 따른 것이므로, 이 사건 개정 지침은 이 사건 개정 지침의 시행일 전에 청구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도 적용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피고는 이 사건 개정 지침을 적용하지 않고 이 사건 각 처분을 하였으므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

3)

장해급여의 지급은 장해등급결정처분과 장해급여지급처분이 순차로 발령된 다음 장해급여지급결정에 터 잡아 이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이미 지급된 장해급여가 부당이득이라고 하기 위해서는 장해급여지급처분이 무효이거나 직권 취소되어야 한다. 그런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은 각 호에 규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피고가 보험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여야 한다고 하여 피고의 의무를 규정하고만 있을 뿐, 피고가 언제 보험급여지급처분을 직권 취소할 수 있는지에 관하여는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 제3호에서 규정한 “그 밖에 잘못 지급된 보험급여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더라도, 이 경우 보험급여지급처분을 직권 취소할 수 있는지 여부는 행정법의 기본 법리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피고는 장해등급 조정의 적용 범위와 관련하여 명확한 해석이 정립되어 있지 않던 상황에서 나름의 합리적 해석을 통하여 이 사건 개정 지침을 만들었고, 이 사건 개정 지침을 적용하여 원고들에게 이 사건 신규 장해보상일시금 지급처분을 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원고들이 잘못한 것은 전혀 없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피고는 이 사건 신규 장해보상일시금 지급처분을 직권 취소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신규 장해보상일시금 지급처분이 직권 취소되었음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각 처분은 위법하다.

4)

위 3)항과 같은 사정 등을 고려하여 볼 때 이 사건 각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장해등급의 조정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

가)

망인에게 장해등급의 조정이 적용되는지 여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7조 제2항은 “장해급여는 장해등급에 따라 별표 2에 따른 장해보상연금 또는 장해보상일시금으로 하되, 그 장해등급의 기준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은 장해등급 조정의 요건과 관련하여 “별표 6에 따른 장해등급의 기준에 해당하는 장해가 둘 이상 있는 경우에는 그중 심한 장해에 해당하는 장해등급을 그 근로자의 장해등급으로 하되, 제13급 이상의 장해가 둘 이상 있는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조정된 장해등급을 그 근로자의 장해등급으로 한다. 다만, 조정의 결과 산술적으로 제1급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제1급을 그 근로자의 장해등급으로 하고, 그 장해의 정도가 조정된 등급에 규정된 다른 장해의 정도에 비하여 명백히 낮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조정된 등급보다 1개 등급 낮은 등급을 그 근로자의 장해등급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제46조 제4항 본문은 “영 제53조 제2항에 따른 장해등급의 조정은 장해계열이 다른 장해가 둘 이상 있는 경우에 실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망인에게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6]에 따른 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는 둘 이상의 장해, 즉, 이 사건 종전 장해(제1급 제9호)와 이 사건 신규 장해(제6급 제3호)가 존재하고, 이는 제13급 이상의 장해가 둘 이상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그리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3]에 의하면 이 사건 종전 장해는 흉복부장기 장해로서 15번의 장해계열이고, 이 사건 신규 장해는 속귀 등(양쪽)의 청력장해로서 6번의 장해계열이므로, 이 사건 종전 장해와 이 사건 신규 장해는 장해계열이 다르다. 다만, 이 사건 종전 장해와 이 사건 신규 장해는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바, 이러한 경우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 조정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앞서 본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들 및 갑 제6, 8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각 사실과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은 둘 이상의 장해가 ‘동일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 사건 종전 장해와 이 사건 신규 장해가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경우 역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 조정의 대상이 되므로, 망인에게는 장해등급의 조정이 적용된다.

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7조 제2항의 위임에 따라 장해등급의 조정과 관련한 내용을 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은 ‘별표 6에 따른 장해등급의 기준에 해당하는 장해가 둘 이상 있는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을 뿐, 그러한 둘 이상의 장해가 ‘동일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하여야 하는지 아니면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하여야 하는지에 관하여는 전혀 규정하고 있지 않다.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은 둘 이상의 장해가 ‘동일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뿐만 아니라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그 문언에 부합한다.

②

근로자에게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또 다른 장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한다면, 피고는 장해등급 제1급인 근로자에게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또 다른 장해가 발생한 경우 신규 장해에 관하여 추가로 장해급여를 지급하여야 하고, 이 경우 장해급여의 합산액이 장해등급 제1급의 장해급여액을 넘어서게 된다.

그런데 ㉠ 장해등급 제1급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에서 정한 가장 높은 등급의 장해등급으로서 장해등급이 제1급인 근로자는 평균임금의 약 90%(= 329일/365일 × 100%, 소수점 첫째 자리 이하 버림) 수준에 해당하는 금액을 장해보상연금으로 지급받는 점(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7조 제2항 [별표 2] 참조),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1항 [별표 6]에 따라 같은 장해등급으로 구분되는 장해 상호 간에도 노동능력 상실 정도에 약간의 차이가 존재하는 점, ㉢ 둘 이상의 장해가 있어 장해등급이 제1급으로 상향 조정된 경우를 포함하여 장해등급 제1급인 근로자 사이에도 노동능력상실률에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7조 제2항은 오로지 장해등급에 따라 장해급여를 지급하도록 하고 있을 뿐 같은 장해등급 안에서 노동능력상 실률에 따라 장해급여 금액에 차이를 두고 있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여 보면,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둘 이상의 장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근로자가 수급할 수 있는 장해급여는 제1급에 해당하는 장해급여를 초과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근로자에게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또 다른 장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이 적용된다고 해석하여야, 장해등급 제1급인 근로자에게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또 다른 장해가 발생한 경우 근로자가 지급받는 장해급여가 제1급에 해당하는 장해급여를 초과하지 않게 된다(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3조 제2항 단서는 조정의 결과 산술적으로 제1급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제1급을 그 근로자의 장해등급으로 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장해등급 제1급인 근로자는 장해등급의 조정을 거치더라도 여전히 장해등급이 제1급인 상태가 된다).

③

장해등급 제1급인 근로자에게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또 다른 장해가 발생한 경우에 피고가 신규 장해에 관하여 추가로 장해보상일시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본다면, ‘동일한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장해계열이 다른 둘 이상의 장해가 남아 장해등급 제1급으로 된 경우’와 ‘이전의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장해가 남아 장해등급 제1급으로 된 다음 새로운 업무상 재해로 인하여 장해계열이 다른 추가 장해를 입은 경우’를 비교할 때, 양자의 최종적인 장해상태가 같다고 하더라도, 후자는 기존에 받은 장해보상연금 내지 장해보상일시금에 더하여 추가로 장해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되는바, 이는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공정하게 보상하고자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입법 목적(제1조)에 반한다.

④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2008. 9.)은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제80조의2를 신설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으나, 해당 법률안이 최종적으로 입법되지는 않았다.

한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2008. 9.)은 제80조의2를 신설하는 이유에 대하여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위 신설 이유 중 (1)항은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으로는 2회 이상의 업무상의 재해로 보상하는 경우 총액의 한도가 규정되어 있지 않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기는 하다.<2> 그러나 ㉠ 위 신설 이유에 따르면 제80조의2는 2회 이상의 업무상의 재해로 과다 보상을 받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도입되는 조항인 점, ㉡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이 둘 이상의 장해가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이라고 해석할 경우에는 위와 같은 과다보상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점, ㉢ 법령의 해석ㆍ적용에 관한 권한은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전속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위 신설 이유의 내용만을 근거로 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이 둘 이상의 장해가 ‘동일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⑤

고용노동부의 장해등급 조정에 관한 내부 지침 내용은 아래와 같이 변천하여 왔다.

이처럼 고용노동부는 2011. 6. 30.부터 2018. 12. 31.까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이 “새로운 업무상의 재해로 다른 계열의 장해등급 제13급 이상에 해당하는 장해가 생긴 경우(둘 이상의 장해가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 경우)”에도 적용되는 것으로 내부 지침을 정하여 왔다.

한편 2019. 1. 1.부터 시행된 이 사건 개정 지침은 ’업무상 재해로 치유된 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별표 6]에 따른 장해등급 기준에 해당하는 제13급 이상의 장해가 둘 이상 있는 경우 같은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 의거 조정하여 장해등급을 결정‘하도록 규정하면서, ’이미 장해가 있던 사람이 새로 업무상 재해로 계열이 다른 새로운 장해가 발생한 경우 장해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새로 발생한 장해등급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산업재해보상보험법령을 살펴보더라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을 직접 제한하는 규정이나 행정청에게 제한의 요건이나 범위를 정하도록 위임한 규정은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개정 지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지 않은 ‘동일한 재해로 발생한 둘 이상의 장해’라는 요건을 추가로 부가함으로써 상위 법령의 명시적이고 구체적인 위임 없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을 제한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는바, 이 사건 개정 지침 중 ’ 이미 장해가 있던 사람이 새로 업무상 재해로 계열이 다른 새로운 장해가 발생한 경우 장해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새로 발생한 장해등급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한 부분은 구속력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⑥

장해보상연금과 장해보상일시금은 그 지급방법에 차이가 있을 뿐 전체로서의 가치는 같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장해보상연금의 경우에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에서 규정한 장해등급의 조정이 적용되고, 장해보상일시금의 경우에는 장해등급의 조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나)

장해등급의 조정이 적용될 경우 망인이 이 사건 신규 장해에 관하여 장해보상일시금을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

망인에게는 ‘상이한 재해’로 인하여 발생한 이 사건 종전 장해(제1급 제9호)와 이 사건 신규 장해(제6급 제3호)가 존재하는바, 이 경우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 제3호에 따라 1개 등급을 상향 조정하여야 하나, 이 사건 종전 장해의 장해등급이 제1급이어서 조정의 결과 산술적으로 제1급을 초과하게 되므로, 같은 항 단서에 따라 제1급이 망인의 장해등급이 된다. 따라서 망인은 장해등급의 조정을 거치더라도 여전히 장해등급이 제1급인 상태가 되므로, 이 사건 신규 장해에 관하여 장해보상일시금을 청구할 수 없다.

한편 원고들은, 장해급여는 결국 노동능력상실에 대한 보상인데, 장해등급 제1급이라는 것이 맥브라이드 장해평가표 또는 M학회 장애평가기준에 따른 노동능력완전상실, 즉 노동능력상실률 100%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장해등급 제1급인 사람에게 업무로 인한 새로운 장해가 발생한 경우 그 새로운 장해에 대한 보상을 일률적으로 불허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장해등급 부여는, 피해자의 성별, 연령, 직업, 기타 사회적ㆍ경제적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여 정하는 ‘맥브라이드 장해평가표에 따른 노동능력상실률’, 위 맥브라이드 장해평가표, N협회(N) 산하 신체장해등급위원회가 발간한 신체장애의 평가에 관한 지침 등을 참고해서 노동능력상실률 정도를 정하는 ‘M학회 장애평가기준’과는 다른 부분이 많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53조 제2항 단서에서 ‘조정의 결과 산술적으로 제1급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에는 제1급을 그 근로자의 장해등급으로 한다’고 보상의 상한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소결

따라서 피고가 망인에게 장해등급의 조정이 적용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각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

2)

이 사건 개정 지침을 적용하지 않은 것이 위법한지 여부

이 사건 개정 지침 중 ’이미 장해가 있던 사람이 새로 업무상 재해로 계열이 다른 새로운 장해가 발생한 경우 장해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새로 발생한 장해등급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한 부분이 구속력이 없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으므로, 이 사건 개정 지침 중 해당 부분이 망인에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3)

이 사건 신규 장해보상일시금 지급처분이 직권 취소되었음을 전제로 한 것이 위법한지 여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은 “공단은 보험급여를 받은 사람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제1호의 경우에는 그 급여액의 2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여야 한다. 이 경우 공단이 제90조 제2항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등에 청구하여 받은 금액은 징수할 금액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면서, 제1호에서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를, 제2호에서 “수급권자 또는 수급권이 있었던 사람이 제114조 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부당하게 보험급여를 지급받은 경우”를, 제3호에서 “그 밖에 잘못 지급된 보험급여가 있는 경우”를 각 규정하고 있다.

살피건대, ①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피고는 각 호에 규정한 사유가 있을 때에는 기속적으로 징수 결정을 하여야만 하고, ②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보험급여를 받은 경우(제1호)” 및 “수급권자 또는 수급권이 있었던 사람이 제114조 제2항부터 제4항까지의 규정에 따른 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부당하게 보험급여를 지급받은 경우(제2호)”는 부당하게 보험급여액이 지급된 사안으로서, 그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기 위하여 보험급여지급처분의 직권취소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③ 제1호 및 제2호와 병렬적으로 규정된 “그 밖에 잘못 지급된 보험급여가 있는 경우(제3호)” 역시 마찬가지라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고, ④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에 따른 징수 결정의 상대방이 징수 결정을 다투고자 할 경우에는 징수 결정 자체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에 따라 징수 결정을 할 경우에 보험급여지급처분의 직권 취소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와 달리 보험급여지급처분의 직권 취소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제에 선 원고들의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

4)

이 사건 각 처분의 재량권 일탈ㆍ남용 여부

행정행위가 재량성의 유무 및 범위와 관련하여 이른바 기속행위 내지 기속재량행위와 재량행위 내지 자유재량행위로 구분된다고 할 때, 그 구분은 당해 행위의 근거가 된 법규의 체재ㆍ형식과 문언, 당해 행위가 속하는 행정 분야의 주된 목적과 특성, 당해 행위 자체의 개별적 성질과 유형 등을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이렇게 구분되는 양자에 대한 사법심사는, 전자의 경우 그 법규에 대한 원칙적인 기속성으로 인하여 법원이 사실인정과 관련 법규의 해석ㆍ적용을 통하여 일정한 결론을 도출한 후 그 결론에 비추어 행정청이 한 판단의 적법 여부를 독자의 입장에서 판정하는 방식에 의하게 된다. 후자의 경우 행정청의 재량에 기한 공익판단의 여지를 감안하여 법원은 독자의 결론을 도출함이 없이 당해 행위에 재량권의 일탈ㆍ남용이 있는지 여부만을 심사하게 되고, 이러한 재량권의 일탈ㆍ남용 여부에 대한 심사는 사실오인, 비례ㆍ평등의 원칙 위배, 당해 행위의 목적 위반이나 동기의 부정 유무 등을 판단 대상으로 한다(대법원 2018. 10. 4. 선고 2014두37702 판결 등 참조).

살피건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그 급여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징수하여야 한다‘고 규정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의 문언 및 체계 등에 비추어 볼 때,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의 징수 결정은 각 호의 사유가 인정되는 경우 피고로서는 반드시 징수 결정을 하여야 하는 기속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된다. 망인은 장해등급의 조정을 거치더라도 여전히 장해등급이 제1급인 상태가 되어 이 사건 신규 장해에 관하여 장해보상일시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그럼에도 원고들은 이 사건 신규 장해보상일시금을 지급받았는바, 이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 제3호의 “그 밖에 잘못 지급된 보험급여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84조 제1항 제3호에 따라 이루어진 이 사건 각 처분은 적법하므로,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5)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각 처분은 적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최수진(재판장) 신은진 신일성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