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2. 21. 선고 2022구합64693 판결

주문

1.

대통령이 2021. 7. 9. 원고에 대하여 한 정직 3월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의 지위

원고는 1998. 1.경 외무사무관으로 임용되어, 2019. 6.경 고위외무공무원으로 승격되었고, 2019. 6. 21.부터 2021. 5. 9.까지 외교부 주 블라디보스톡 대한민국 총영사로 근무하였다.

나.

징계의결 요구

1)

피고는 2020. 12. 1.자 외교부 성희롱 · 성폭력 고충심의위원회(이하 '고충심의위원회'라 한다)의 의결을 거쳐 2021. 3. 10. 중앙징계위원회에 원고가 아래와 같은 비위행위를 저질러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무) 및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3(직무권한 등을 행사한 부당행위의 금지)을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경징계 의결을 요구하였다.

2)

또한 피고는 2021. 4. 19. 중앙징계위원회에 원고가 아래와 같은 비위행위를 저질러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재외공무원 복무규정 제5조(품위유지), 재외공관장 근무지침 Ⅱ. 5항(품위유지), 재외공관 성희롱 · 성폭력 예방 및 처리 지침 제4조(재외공관장의 책무), 제7조(피해자 보호원칙)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중징계 의결을 요구하였다.

다.

해임처분

1)

중앙징계위원회는 2021. 6. 18. '제1 내지 4 징계사유(이하 '이 사건 각 징계사유'라 한다)가 모두 인정된다'는 이유로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을 해임으로 의결하였다.

2)

위 의결에 따라, 원고의 임용권자인 대통령은 2021. 7. 9. 원고를 해임하는 처분을 하였다.<1>

라.

정직 3월의 변경처분

1)

원고는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하였다.

2)

소청심사위원회는 2022. 1. 28. '이 사건 각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지만, 원고의 비위가 배제 징계에 이를 정도로 중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해임처분을 정직 3월 처분으로 변경하는 결정을 하였다(이하 위와 같이 변경된 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1)

절차상 위법

제1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는 고충심의위원회 의결 결과와 이유를 통보받지 못하였는데, 이로 인해 원고는 징계의결 요구권자인 피고에게 의결 결과의 문제점을 개진할 최소한의 기회를 보장받지 못함으로써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중대한 지장을 겪었다.

2)

처분사유 부존재

가)

제1-1 징계사유 : 원고가 G 관장 앞에서 남성인 B 부총영사를 가리키며 '혼자 지내고 있는데도 건강이 양호하고 몸이 좋다'는 취지로 '쫄티는 50대에는 로망'이라는 말을 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원고가 A 영사 앞에서 또는 A 영사를 향해 "차석이쫄티를 입었는데 어떻게 생각해?"라고 말하였다거나 "여자들이 남자한테 관심이 없고, 남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라는 말을 한 사실은 없다.

나)

제1-2 징계사유 : 원고가 A 영사에게 "A 영사는 남편도 자식도 없다."라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 원고가 가족이라는 존재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서 "완전체이기 때문에 행복하다."라는 발언을 한 사실은 있으나, 미혼이 불완전하다거나 여성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취지의 발언은 아니었다. '언페어(unfair)'라는 발언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A 영사의 진술대로라면 '원고가 부당하다 또는 불공평하다'는 것이어서 앞선 '행복하다'는 발언과 모순되고, 발언의 맥락을 따져보더라도 기혼자가져야 할 부담에 관한 것일 뿐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등을 암시하는 성적 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다)

제2 징계사유 : 2020. 7. 22. 노래방은 법적 영업 중단 상태에 있지 않았다. 따라서 원고가 위 시기에 노래방을 방문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징계책임을 구성할 정도의 잘못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다.

라)

제3 징계사유 : 제3 징계사유에 적시된 행위는 관리 · 감독자로서 업무상 필요에 따라 적정한 범위에서 이루어진 것이고, 그 정도에 비추어 볼 때 불법적인 폭언이나 모욕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구체적으로, ① (제3-1 징계사유) A 영사와 H영사는 종전 여러 차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미미하여 공개적인 회의석상에서 업무를 평가하고 적극적인 업무 수행을 독려하게 된 것이다. ② (제3-2 징계사유) E 영사는 특정 사업을 추진하면서 관련 예산이 확보되었다는 허위보고를 하다가 아무런 조치 없이 귀국하였고, 이에 위 업무를 인계받은 A 영사에게 위 사업의 대책을 의논하면서 'E 영사가 불성실하게 업무를 처리했다'고 평가하였을 뿐이다. ③ (제3-3 징계사유) 원고가 휴가 등으로 부재중일 때 직원들로부터 근무시간 중에 보고를 받은 사실은 있지만 이를 두고 과도한 업무지시라고 볼 수는 없다. 외교부 본부가 '가급적 불요불급한 부재중 보고를 지양한다'는 취지의 혁신 과제를 추진하기는 하였지만, 위 '부재중 보고'는 특정한 양식을 갖춘 문서에 기한 보고를 의미할 뿐이다. ④(제3-4 징계사유) 인사를 하지 않은 행정직원에게 특별한 해명을 요구하거나 원고의 의견을 고집하는 등 압박이나 비인격적 대우를 하려 한 사실이 없고, 원고와 해당 직원은 원만하게 웃으며 오해를 해소하였다. ⑤ (제3-5 징계사유) 외교직원과 행정직원은 자가격리를 하게 된 경위와 내용, 구체적인 자가격리 지시의 존부 등에 차이가 있으므로 둘을 다르게 취급한 것이 불합리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고, 자가격리 지침을 위반한 행정직원도 경위서를 작성하는 선에서 문제가 마무리되었다. ⑥ (제3-6 징계사유) 원고가 담당자에게 정당한 범위에서 업무지시를 하면서 경어체를 쓰지 않았다

는 것만으로는 욕설 · 폭언 · 폭행 등 모욕적 언행을 하였다고 볼 수 없다. 단지 "해."라고 1회 반말을 하였다는 것만으로 이를 갑질로 평가할 수 없다. ⑦ (제3-7 징계사유) 외국 주재 외교공관과 공공기관들의 업무상 협조는 필수 불가결하다. 그런데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지사가 당시 단독으로 코로나 전담 병원에 한국식품을 전달하는 행사를 기획하고 있었고, 평소 주재국 정부의 담당자는 위와 같은 행사에 대하여 자국을 후진국으로 대한다며 불쾌감을 표시하는 일이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고의 행위는 지사장이 외교공관과 협업을 거부하는 이유를 알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차원에서 비롯되었을 뿐, 지사장을 부당하게 압박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마)

제4 징계사유 : 원고는 배우자의 돌발행위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한다. 그러나 원고 배우자는 예상치 못한 순간에 독단적으로 위와 같은 행동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원고가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잘못은 없으므로, 원고 배우자의 행위를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로 삼을 수는 없다.

3)

재량권 일탈 · 남용

①

제1 징계사유 기재 행위를 모두 성희롱으로 본다고 하더라도, 위 행위는 고의적 · 계속적인 것으로 볼 수 없어 그 정도가 경미하다고 평가하여야 하는 점, ② 제2 징계사유 기재 행위는 부총영사가 주도하였고 원고는 이에 소극적으로 응한 것이며, 부총영사는 이와 관련하여 서면경고를 받는 데 그친 점, ③ 제3 징계사유는 원고가 성실하고 능동적으로 업무처리를 하는 과정에서 과실로 발생한 사안이고 그 정도가 중하지 않은 점, ④ 제4 징계사유에 관해서는 원고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없는 점, ⑤ 그 반면에 원고는 외교부 공무원으로 재직한 이래 장관급표창 등 수차례 포상을 받은 공적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처분은 징계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때에 해당하므로 위법하다.

나.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다.

판단

1)

절차상 위법 주장에 관하여

외교부 성희롱 · 성폭력 예방지침(2021. 1. 1. 외교부훈령 제153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이 사건 지침'이라 한다)은 양성평등기본법 제31조의 규정에 따라 외교부의 성희롱 및 성폭력 근절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지침은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고충전담창구를 설치하도록 하고(제5조), 위 창구에서 성희롱 · 성폭력 고충을 상담하며(제8조), 장관에게 피해를 주장하는 자에 대한 불이익조치 금지, 신변 보호의무, 치료지원의무, 가해자에 대한 인사조치, 비밀누설금지 의무 등을 부여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제9조). 한편, 이 사건 지침은 고충사건의 처리와 관련하여 장관이 부치는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고충심의위원회를 두고(제11조), 위 위원회는 성희롱 여부의 판단, 재발방지 및 2차 피해방지를 위한 조치 등에 관한 사항을 심의 · 의결할 수 있으며(제12조), 장관은 성희롱고충사건이 법령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행위자에 대한 무관용의 원칙에 따라 관련 법령에 의한 징계 등 제재절차가 이루어지도록 하여야 하고(제14조), 재발방지대책을 수립 · 시행하거나 행위자에 대한 재발방지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제15조).

이러한 관계 규정의 내용에 비추어 보건대, 이 사건 지침은 성희롱 ·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자를 보호하고, 재발방지 및 2차 피해를 방지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고충심의위원회는 성희롱 · 성폭력 고충사건의 예방 및 처리와 관련하여 장관이 임의적으로 부치는 사항을 심의 · 의결하는 외교부 내부기구로서, 원칙적으로 성희롱 · 성폭력 행위자에 대한 징계를 확정하는 기구가 아니고, 고충심의위원회의 심의 · 의결은 징계를 위하여 필요적으로 거쳐야 하는 절차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이 사건 지침 제14조는 장관인 피고로 하여금 스스로 성희롱 고충사건이 징계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피고나 징계위원회가 고충심의위원회의 의결 결과에 구속되는 것도 아니다. 한편, 이 사건 지침은 성희롱 · 성폭력 고충사건의 처리 후 그 결과(장관의 제재절차, 재발방지대책의 수립 · 시행, 행위자에 대한 재발방지 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당사자에게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나(제15조 제3항), 고충심의위원회의 의결 결과와 이유를 행위자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를 종합하면, 원고에 대한 징계절차와 고충심의위원회의 심의 · 의결절차는 원칙적으로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별개의 절차임을 알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지침이 원고에게 고충심의위원회의 의결 결과와 이유를 통보하도록 정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징계대상자의 절차상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아가 원고는 공무원 징계령 제7조 제7항에 따라 징계의결요구서의 사본을 송부받아 징계요구 사안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었고(갑 제5, 6호증), 제10조, 제11조 등에 따라 의견서 제출과 징계위원회 출석을 통하여 자신의 혐의를 소명할 수 있는 충분한 진술 기회를 부여받았다(갑 제3호증). 그러므로 원고가 이 사건 처분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데 특별한 지장을 겪었다고 볼 수도 없다. 결국 이 사건 처분이 절차상 하자를 가지고 있다거나 적법절차의 원리에 위배된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2)

처분사유 부존재 주장에 관하여

가)

제1 징계사유

(1)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 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참조).

그리고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2)

제1-1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갑 제13, 14, 52, 68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A 영사 및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직원들의 진술은 그 내용이나 형식에 비추어 충분히 신빙성이 있으므로, 원고는 제1-1 징계사유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당시 남성인 B 부총영사가 입은 옷이 신체의 윤곽을 어느 정도 나타내는 복장이라고 하더라도(B 부총영사는 '당시 쫄티가 아니라 타이트한 스웨터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진술하였다), 그 옷이 환송회와 같은 자리에서도 착용할 수 있는 일반적인 복식의 형태로 받아들여지는 옷에 해당하는 이상, 원고가 단지 제3자의 복장을 언급하거나 평가하였다는 것만으로는 사회통념상 발언상대방에게 성적인 함의를 드러냄으로써 수치심을 느끼게 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원고가 이성인 A 영사 등 여러 사람이 있는 자리에서 B 부총영사가 입은 옷에 대한 의견을 묻고, 나아가 '여자들은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취지의 말까지 덧붙였다고 하더라도, 위 발언이 남녀간의 육체적 관계를 암시하거나 사람의 신체적 특징을 노골적으로 묘사하여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등의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 비록 위 발언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하기에 부적절한 말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으나, 그 내용이나 정도, 해당 발언이 일회적으로 그친 점 및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이나 관행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위 발언이 부적절할 수 있다는 것을 넘어 객관적으로 A 영사와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만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3)

제1-2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갑 제13호증, 을 제2, 3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A영사 및 그 자리에 있던 다른 직원들의 진술은 그 내용과 형식에 비추어 충분히 신빙성이 있으므로, 원고는 제1-2 징계사유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그러나 위와 같은 발언은 그 자체로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성적 언동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당시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직원은 원고의 발언을 독신 직원들이 혼자서 외국에서 생활하는 게 안타깝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였다. 비록 위 발언이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기혼과 미혼(또는 비혼)을 구별하고, 결혼과 가족생활에 대한 상대방의 의견과 가치관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로 해석될 여지는 있으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를 두고 객관적으로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만한 발언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4)

소결론

결국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제1 징계사유와 같은 각 발언을 한 것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즉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따라서 제1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를 지적하는 원고의 주장은 이유 있다.

나)

제2 징계사유

을 제4 내지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면, ① 외교부장관은 2020. 3.경 모든 재외공관장을 상대로 '불요불급한 사적모임 등은 가급적 연기 또는 취소하고, 공직자로서의 품위를 손상시킬 수 있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린 사실, ② 주 블라디보스톡 총영사관은 2020. 7. 15. 그 홈페이지에 '테라스 등 열린 공간을 제외한 식당 내부공간에서의 서비스 제공 등은 기존과 같이 제한이 유지된다'는 연해주정부의 조치를 게시하였고, 그 다음날에도 '위생 및 방역관련 점검 후 허가를 받은 식당들에 한해 실내 영업을 허가한다'는 연해주정부의 발표 내용을 게시한 사실, ③ 원고 등이 방문한 해당 노래방의 운영자는 감사담당관과의 통화에서 '당시 연해주정부지침에 따라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는데, 총영사관 측에서 문의 후 방문을 하였고, 맥주 몇 잔을 먹고 갔다. 노래방에 관한 위생 및 방역 점검이나 영업재개 신고 등은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위 노래방은 당시 연해주정부의 방침 등에 따라 영업을 중단한 상태였음을 알 수 있고, 원고는 총영사로서 코로나가 확산되는 국면에서 주재국 정부의 조치와 대한민국 정부의 불요불급한 사적모임의 자제 등 방침을 준수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어기고 노래방을 방문하여 직원 회식을 이어나갔다. 이로 인해 원고는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하여 정부 방침을 성실히 이행하는 국민 또는 교민들의 신뢰를 실추시킬 우려를 야기하였으므로, 국가공무원법 제63조에서 정한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다)

제3 징계사유

(1)

관련 규정

근로기준법 제76조의2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고, 공무원행동강령 제13조의3은 '공무원은 자신의 직무권한을 행사하거나 지위 · 직책 등에서 유래되는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여 직무관련자, 직무관련공무원 또는 공공기관 등 단체의 권리 · 권한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의무가 없는 일을 부당하게 요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외교부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 및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발간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갑질'이란 사회 · 경제적 관계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사람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우월적 지위에서 비롯되는 사실상의 영향력을 행사하여 상대방에게 행하는 부당한 요구나 처우를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갑질'에는 외모와 신체를 비하하는 발언, 욕설 · 폭언 · 폭행 등 비인격적인 언행을 한 경우, 발주기관 부담비용을 시공사에게 부담시키는 등 부당하게 기관의 이익을 추구한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불필요한 휴일근무 · 근무시간 외 업무지시, 부당한 업무배제 등을 한 경우, 부당한 차별행위를 한 경우 등이 포함된다(갑 제20호증, 을 제8호증 참조).

(2)

구체적 판단

아래와 같은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제3-1, 3-2, 3-4, 3-6, 3-7 각 징계사유 기재 행위를 함으로써 소속 직원 등의 근무환경을 악화시켰다고 봄이 타당하고(다만, 제3-3, 3-5 각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위와 같은 행위로써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 제63조(품위유지의무),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직장 내 괴롭힘 금지), 공무원 행동강령 제13조의3(직무권한 등을 행사한 부당 행위의 금지)을 위반하였다고 할 것이다.

라)

제4 징계사유

재외공무원 복무규정 제5조 제2항은 '재외공무원은 그 동반가족에 대하여도 외교관 가족으로서의 품위와 위신을 유지하도록 세심한 주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규정에 비추어 보건대, 원고의 배우자가 여러 직원들을 대상으로 제4 징계사유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 위 배우자가 외출할 당시 원고는 휴가를 사용하여 관저에 함께 머물고 있었던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고, 제4 징계사유에 의하면 배우자는 원고에 대한 징계혐의사실 및 신고자, 제보자의 신원을 상세하게 알고 있는 상태에서, 신고 및 제보에 대한 인사상 불이익을 예고하거나 다양한 경로로 징계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언동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하면, 원고는 자신의 징계와 관련된 사항을 배우자와 상세히 공유한 것으로 보이므로, 배우자가 위와 관련하여 신고자 및 제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 잘못된 행위를 하지 않도록 평소에도 충분히 대화하고 교육할 의무가 있었다. 그러므로 설령 원고가 당일 배우자의 돌발적인 행동을 미처 인식하지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배우자가 위와 같은 행동에 이른 데에는, 원고가 배우자에 대하여 외교관 가족으로서의 품위와 위신을 유지하도록 평소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잘못이 있기 때문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3)

재량권 일탈 · 남용 주장에 관하여

여러 개의 징계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다른 일부 징계사유만으로 해당 징계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한 경우에는 그 징계처분을 유지하여도 위법하지 아니하다(대법원 2014. 11. 27. 선고 2011다41420 판결 참조).

위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본 사실관계와 각 증거,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이 사건 각 징계사유 중 '성희롱' 및 일부 '직장 내 괴롭힘' 부분은 원고에 대한 정직처분의 근거가 될 수 없으므로, 이 사건 처분은 여러 사실관계를 오인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다고 보아야 하는 점, ② 제2 징계사유의 노래방 방문은 B 부총영사의 주도 하에서 이루어졌고 원고는 기관장으로 이에 소극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데(갑 제68호증의1 참조), 피고는 B 부총영사에 대하여 서면경고를 하는 데 그친 것으로 보이는 점, ③ 제3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가 소속 직원들에게 심한 욕설 · 폭언 등을 한 것으로 볼 수는 없고, 그 정도가 지속적 · 계속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는 점, ④ 제4 징계사유와 관련하여, 원고 배우자의 행위는 정당한 항의의 범위를 현저히 넘어선 것으로서 그에 대한 비난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지만, 원고가 위 행위를 적극적으로 교사하였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는 이상, 원고의 책임은 이를 방지하지 못한 과실이 있다는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공직사회에 대한 사회적 신뢰의 제고, 기강의 확립이라는 공익상 필요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처분은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결국 앞에서 인정된 일부 징계사유만으로는 이 사건 처분의 타당성을 인정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보아야 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순열(재판장) 김웅수 손지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