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4. 18. 선고 2022구합7226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결정의 경위

가.

원고는 2013. 3. 25. 참가인이 운영하는 D대학교의 E학부 조교수로 임용되어 근무하던 사람이다.

나.

D대학교 교원징계위원회는 2021. 7. 1. 원고에 대해 파면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고, 이에 따라 참가인은 2021. 7. 19. 원고에 대한 파면 처분을 하였다.

다.

원고는 2021. 7. 30. 위 파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하였고, 피고는 2021. 11. 10.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되나 파면의 징계양정은 다소 과중하다는 이유로 위 파면 처분을 취소하는 결정을 하였다(F).

라.

교원징계위원회는 2022. 1. 19. 원고에 대해 다음과 같은 징계사유(이하 각 항목별로 ‘제1 징계사유’, ‘제2 징계사유’라 한다)로 해임의 징계처분을 의결하였고, 참가인은 2022. 2. 16. 원고에 대한 해임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라 한다).

마.

원고는 이 사건 징계의 취소를 구하는 소청심사를 청구하였으나, 피고는 2022. 5. 25. 이 사건 징계의 절차상 하자가 없고, 제1 징계사유 및 제2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며, 징계양정도 적정하다는 이유로 이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결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18, 20, 25 내지 27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나 제4, 5, 10, 11, 15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결정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징계를 그대로 유지한 이 사건 결정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1)

이 사건 징계의 중대한 절차상 하자

참가인의 정관 등에서는 교원징계위원회를 5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교원징계위원회는 5인의 징계위원 중 일부에 관한 원고의 기피신청에 대하여 G에 관한 부분만을 받아들여 해당 위원을 배제한 뒤, 미리 선임해둔 예비위원 중 1명을 징계위원으로 참여하도록 조치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남은 4명의 징계위원만으로 원고에 대한 징계를 심의, 의결하였는데, 이는 5인의 위원으로 교원징계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한 참가인의 정관 등의 규정에 위반된 것이므로 이 사건 징계에는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

2)

징계사유 부존재

가)

제1 징계사유

원고가 학생들이 포함된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제1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내용의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인정하나, 이는 학생들이 원고가 성폭행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잘못된 사실에 근거하여 담당교수 교체를 요구한 것에 대해 진실을 알리며 반박하거나 잘못된 행위를 중단할 것을 경고하는 내용일 뿐이었다. 이와 같은 발언에 일부 부적절한 면이 있었을지라도 교수로서의 품위유지의무 또는 성실의무를 위반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제1 징계사유는 인정되지 않는다.

나)

제2 징계사유

원고가 이전에 학회장으로 근무했던 학생 H(이하 ‘피해자’라 한다)에게 제2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발언 중 ‘나는 너가 좋다’는 말을 한 사실은 없고, 해당 발언을 제외한 나머지 발언을 한 사실 자체는 있으나 이는 술자리에서 만취하여 과도한 스킨쉽을 하던 피해자에게 경고를 하여 과도한 언행을 바로잡게 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일 뿐, 피해자에 대한 호감을 표시하는 등으로 피해자에게 성적수치심과 불쾌감을 느끼게 한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 학내 성희롱 민원제기에 따라 열린 D대학교 성희롱ㆍ성폭력대책위원회에서도 원고의 언행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사건을 종결하였다. 따라서 제2 징계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

3)

징계양정 과다

설령 일부 징계사유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원고에 대한 해임 처분은 그 징계양정이 지나치게 과다하다.

나.

절차상 하자의 유무

1)

인정사실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20 내지 25, 28, 29호증, 을나 제1, 4 내지 10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

사립학교법 제62조 제2항은 사립학교의 교원징계위원회는 5명 이상 11명 이하의 위원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참가인 정관 제56조 제1항 및 D대학교 교원 징계처분에 관한 규정(이하 ‘D대학교 징계 규정’이라 한다) 제4조 제1항은 모두 ‘교원징계위원회는 5인의 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고에 대한 징계 당시 교원징계위원회에는 I, J, K, L, G 등 5인의 징계위원이 등록되어 있었고, 예비위원으로 4인이 등록되어 있었다.

나)

원고는 2022. 1. 7. 교원징계위원회로부터 출석통지를 받은 후 명단에 있던 징계위원 중 K, L, G 3인에 대한 기피신청을 하였다. 교원징계위원회는 2022. 1. 12. 6차 회의에서 K, L에 대한 기피신청은 기각하고, G에 대한 기피신청은 받아들이는 의결을 하였다.

다)

교원징계위원회는 2022. 1. 13. 다시 원고에게 출석통지를 하였고, 2022. 1. 19. 열린 7차 회의에서 출석한 원고의 소명을 들은 후 G 위원을 배제한 나머지 4인의 징계위원이 만장일치로 원고에 대한 해임의 징계를 의결하였다.

2)

판단

사립학교법 제66조 제3항은 ‘징계의결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참가인 정관 제61조 제1항 및 D대학교 징계 규정 제14조 제1항도 같은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은 교원징계위원회 5인의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인 4인의 징계위원이 출석한 상태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인 4인의 찬성으로 이루어진 것이므로, 이는 위 관계 규정에 근거한 것으로서 아무런 절차적 하자가 없다.

원고는 G 위원에 대한 기피신청이 인용된 이상 징계위원회가 4인의 징계위원으로 구성된 것이어서 참가인 정관이 정한 재적위원의 수에 미달하므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기피신청이 인용된 징계위원은 징계위원회의 재적위원 자체에서 배제되는 것이 아니라 원고에 대한 해당 징계절차에서만 징계의결에 참여하지 못하는 것일 뿐이므로(D대학교 징계 규정 제13조 제3항도 ‘기피결정을 받은 자는 의결에 참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다), 원고의 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참가인 정관 제59조의2 제3항 역시 기피로 인해 교원징계위원회의 ‘출석위원’이 재적위원의 3분의 2에 미달하는 경우 위원의 수가 재적위원의 3분의 2 이상이 될 수 있도록 임시위원의 임명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서도 기피신청이 재적위원의 수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재확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석위원(4인)이 재적위원(5인)의 3분의 2에 미달하는 경우가 아닌 이상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임시위원이 원고에 대한 징계의결에 참여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원고가 이 부분 주장의 근거로 들고 있는 판결례(서울행정법원 2018구합63532호)는 징계위원이 사임하여 징계위원회의 재적위원 자체에서 배제된 사안에 관한 것이므로 사안을 달리하는 이 사건에 관하여 원용하기에 적절하지도 않다.

따라서 이 사건 징계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원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다.

제1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원고가 2020. 8. 24. 및 2020. 8. 26.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 카카오톡 대화방에 ‘법적으로 책임을 물을 것이다’, ‘허위사실유포, 불법명의도용, 사문서위조, 사기, 그리고 심각한 명예훼손’, ‘반대표로서의 자격이 없다’는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은 원고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 물론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위와 같은 발언은 학생들이 원고가 성 관련 문제에 연루되어 있다는 등의 이유로 교수 교체를 요청한 데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나,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4호증, 을나 제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위와 같은 발언은 그 내용이나 방식의 측면에서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었다고 봄이 타당하고, 이는 D대학교 학칙 등 내부 규정에 따라 학생 교육 및 지도에 있어 성실, 상호 존중 등의 의무를 다하여야 할 교원으로서 그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못한 것이거나 교원으로서의 품위가 손상되는 행위를 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제1 징계사유는 인정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원고는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해당 부분에 대한 의견만을 정리하여 전달하거나 사실관계를 밝힐 수 있는 소명자료를 제시하는 등으로 입장을 표명할 수 있었는데도 이와 달리 의혹을 제기한 학생에게 책임을 묻는다거나 해당 학생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취지의 말까지 공개적으로 하였는바, 이는 해명이나 반박을 넘어 다분히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발언에 해당한다.

②

특히 원고는 반 대표에게 교수 교체에 동의하였다는 20명의 학생들로부터 확인을 받아달라는 요구를 하거나 해당 학생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돌려 사실을 확인하는 조치까지 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처럼 자신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색출하려는 듯한 시도를 한 것이 단순한 해명 또는 반박의 측면에서 허용되는 행위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③

교수와 학생 사이의 상대적인 지위의 격차를 고려하면 원고가 공개적인 대화방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하는 것에 대하여 학생들이 자유롭게 반박하거나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한 상황에서 원고가 의혹을 제기한 사람을 색출하거나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함에 따라, 원고가 반 대표자격이 없다고 직접 거론한 학생은 물론이고 직접 언급되지 않은 다른 학생들 역시도 상당한 위협 또는 공포감을 느꼈을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상당수의 학생들이 위와 같은 원고의 행동으로 인해 공포감을 느꼈다거나 원고의 행동이 부적절하여 이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제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라.

제2 징계사유의 존재 여부

1)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ㆍ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ㆍ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나 남성 또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의미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 및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 및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여부 등의 구체적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가 있고, 그로 인하여 행위의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음이 인정되어야 한다.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있다. 다만 행정소송에서 사실의 증명은 추호의 의혹도 없어야 한다는 자연과학적 증명이 아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경험칙에 비추어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볼 때 어떤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시인할 수 있는 고도의 개연성을 증명하는 것이면 충분하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등 참조).

2)

판단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6 내지 17, 30 내지 42호증, 을가 제1호증, 을나 제12 내지 19호증의 각 기재, 증인 H의 서면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원고가 피해자에게 제2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발언들을 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원고와 피해자의 지위 및 해당 발언의 제반 상황 등에 비추어 이는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제2 징계사유도 인정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①

원고는 술자리를 마치고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나는 너가 좋다’는 말을 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피해자는 2021. 5. 26. “술자리 이후 귀가하였는데 원고로부터 전화가 와서 ‘본인을 어떻게 생각하냐’, ‘남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그래서 아무 말도 못 하니 원고가 못 알아들었냐고 ‘나는 너가 좋다’라고 하였다. 이에 대해서도 답을 하지 못하자 원고가 내일 오후 3시까지 연구실로 오라고 했다.”는 내용의 성희롱 고충 신청을 하였고, 서면증언에서도 원고가 실제로 그런 내용의 말을 하였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진술하였다. 비록 피해자의 진술이 사건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피해자는 원고도 그 존재를 인정하고 있는 다른 발언들을 비롯하여 원고로부터 전화가 걸려온 경위, 당시 느꼈던 감정 및 통화 이후 있었던 제반 사정 등에 관하여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을 정도의 구체적인 진술을 일관되게 하고 있는바, 위와 같은 피해자의 진술에는 충분한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이에 따라 원고가 제2 징계사유에 해당하는 발언을 한 사실 자체를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②

위와 같은 원고의 발언은 술자리를 마치고 피해자가 집으로 돌아간 이후 원고가 먼저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통화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발언 당시의 시각, 피해자가 상당한 정도로 술에 취하여 이미 집으로 돌아갔던 상황 및 교수와 학생이라는 원고와 피해자의 지위 차이 등에 비추어 보면, 교수가 자신의 지도를 받는 학생에게 사전에 별다른 교감이 없이 이성적 호감을 확인받는 말을 반복하는 것은 그 자체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행위로 볼 수 있고, 실제로 피해자도 원고의 발언으로 인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③

원고는 피해자가 술자리에서 스킨쉽을 반복하는 등 적절하지 못한 행동을 하여 오해의 소지가 생길까 염려되어 이를 강하게 지도하려는 의도에서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그러나 교수의 입장에서 학생이 그러한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다고 판단이 된다면 이를 직접 지적하거나 간접적으로 주의를 줄 수도 있는데, 그런 방법을 택하지 않고 이미 술에 취해 귀가한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있냐’는 말을 함으로써 지도를 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납득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내용은 물론 시기나 방법에 있어서도 대단히 부적절하여 통상적인 지도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나아가 설령 원고에게 그와 같은 의도가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를 알지 못한 피해자로서는 대뜸 이성적인 호감을 언급하는 원고로 인해 충분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으므로, 원고의 의도만을 들어 성희롱이 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없다.

④

특히 원고는 위와 같은 발언으로 인해 피해자의 아버지와 분쟁에 휘말린 뒤 ‘피해자를 힘들게 한 부분에 대해 사죄드린다’는 내용의 사과문까지 작성하였다. 원고가 스스로 자신의 행동이 적절한 지도행위에 해당한다고 생각하였다면 이러한 내용의 사과문을 작성할 이유도 없다고 보인다.

⑤

물론 피해자는 최초 원고에 대한 익명 제보가 접수되어 실시된 조사 과정에서 ‘성희롱이라고 느껴보지 않았다.’, ‘사건을 종결하는 것을 원한다’는 취지의 상담을 하였기는 하다. 그러나 피해자는 2021. 5. 26. 직접 성희롱 고충을 신고한 뒤 이어진 상담 과정에서 ‘사건이 있었을 때는 무섭기도 하고 빨리 묻고 싶은 마음에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지금은 처벌을 원한다. 당시 조사할 때마다 끝나면 원고가 전화로 조사에 대한 내용을 물어봤던 것이 불편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하였는바, 이에 의하더라도 피해자가 당초에 위와 같이 진술한 것은 정말로 원고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해당 사건이 계속 문제되는 것을 꺼렸기 때문이라고 보이고, 실제로 ‘원고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게 해주면 좋겠다. 원고의 지속적인 연락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취지의 서면증언까지 하였다. 원고가 제출한 피해자와의 통화 내용 및 SNS 대화 내용 등에 의하더라도 피해자는 교수 지위에 있는 원고의 발언에 맞추어 원고가 원하는 방향의 말을 하고 있다고 보일 뿐이지,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피해자 스스로 성희롱을 당하였다고 생각하지 않음에도 학교가 원하는 대로 원고에게 불리한 취지의 진술을 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⑥

D대학교 성희롱ㆍ성폭력 대책위원회가 원고와 관련된 사건을 종결한 것은 당시까지의 피해자 진술만으로는 성희롱 해당 여부를 명확히 판단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지 원고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명시적인 판단을 하였던 것이 아니고, 원고가 주장하는 것처럼 교원징계위원회가 위 결정의 내용에 기속된다고 볼 근거도 없다.

마.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1)

사립학교 교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는 것이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권자가 재량권을 행사하여 한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고, 그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의 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0. 10. 13. 선고 98두8858 판결, 대법원 2008. 2. 1. 선고 2007두20997 판결 참조).

2)

앞서 든 증거들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정들을 위 법리에 따라 살펴보면, 해임에 해당하는 이 사건 징계의 양정이 지나치게 과다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거나 사회통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가)

원고에게 인정되는 징계사유는, 원고가 다수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는 공개된 단체 대화방에 특정 학생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거나 해당 학생이 범죄행위를 한 것처럼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발언을 하였고, 자신의 지도를 받는 학생이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자 전화하여 갑자기 이성적인 호감을 표현하며 대답을 요구하는 성희롱을 함으로써, 교원으로서의 성실의무 또는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는 것이다. 이러한 원고의 언행은 자신의 지도를 받는 학생들에게 위해를 가한 것으로서 잘못의 정도가 다른 일반적인 비위행위보다 무겁고, 원고의 위압적인 발언으로 위협 또는 공포심을 느낀 학생의 수가 상당하며 피해자 역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원고의 발언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점을 아울러 고려하면, 원고의 비위의 정도가 약한 편에 속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나)

특히 원고는 단체 대화방에 학생들을 위협하는 발언을 한 데 그치지 않고 교수 교체를 요구하는 데 동의한 학생들을 색출하려고 하였고, 피해자에 대한 부적절한 성적 언행이 있었는지에 관한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계속 연락하여 피해자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 등을 물으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진술을 하였는지 확인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학생을 지도하여야 할 책무가 있는 대학 교원에게는 비교적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데도 원고는 이를 저버린 채 별다른 경각심 없이 자신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하여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반복하였다는 점에서, 원고에게 엄중한 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다)

D대학교 징계 규정 제8조 및 별지 제6호 ‘징계양정 기준’은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인 경우 또는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에 관하여, 제1호 하목에서 ‘그 밖의 성실의무 위반’의 징계사유에 대해 ‘강등-정직’을, 제7호 가목에서 ‘성희롱’의 징계사유에 대해 ‘파면-해임’을, 제7호 아목에서 ‘그 밖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의 징계사유에 대해 ‘강등-정직’을 각 예정하고 있고, 위 징계양정 기준은 사립학교 교원에 대하여 준용되는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이 정한 바와 동일하다. 원고에게는 성희롱의 징계사유가 인정되고, 앞서 본 사정들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비위의 정도가 심하다고 볼 여지가 충분할 뿐만 아니라, 설령 여러 제반 사정들을 참작하여 비위의 정도가 약하다고 보더라도 적어도 원고의 행위는 고의에 의한 행위였음이 분명하므로, 원고에 대한 해임의 징계양정은 위와 같은 징계기준을 그대로 준수하고 있고, 달리 위 징계양정 기준이 그 자체로 헌법과 법률에 합치되지 않는다거나 합리성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라)

교원징계위원회는 원고에게 유리한 제반 사정들을 충분히 참작하여 해임 처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D대학교 징계 규정 제8조의1 제2항 제4호는 성희롱의 징계사유가 있는 경우 징계를 감경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립학교 교원 징계규칙에 의하여 준용되는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제5조 제1항은 서로 관련 없는 둘 이상의 비위가 경합될 경우 무거운 비위에 해당하는 징계보다 가중하여 징계의결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상호 무관한 여러 징계사유가 인정되는 원고에게는 오히려 징계양정의 가중 사유가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따라서 교원징계위원회가 D대학교 징계 규정이 정한 징계양정 기준을 감경하지 않고 그대로 따른 것에 잘못이 있다고 볼 수도 없다.

마)

물론 이 사건 징계는 원고의 교수 지위를 박탈하는 징계에 해당하여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적지 않기는 하지만, 원고의 행위로 인하여 학생들이 입은 피해의 정도가 상당히 중할 뿐만 아니라, 이 사건 징계를 통해 달성할 수 있는 교원기강의 확립 및 교수에 대한 사회적 신뢰 제고와 같은 공익이 이 사건 징계로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보다 현저히 크다고 보인다.

바.

소결론

결국 이 사건 징계를 그대로 유지한 이 사건 결정이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이유로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심용아 오민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