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피고가 2021. 10. 8. 원고에게 한 견책처분을 취소한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1993. 1. 15. 최초 임용되어, 2020. 1. 17.부터 2021. 5. 2.까지 서울시청 도시기반시설본부 시설국 B과에서 지방시설주사로 근무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2020. 8. 12. 같은 과 서무주임으로 근무하였던 ◯◯◯(이하 ‘피해자’라 한다)에게 ‘투시카메라 쓰면 사람이 보인다’, ’GPS 장비를 구매했으면 좋겠다. 피해자도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위치추적이 되니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도 감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성희롱을 함으로써 품위유지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2021. 10. 8. 원고에게 감봉 1월의 징계 처분을 하였다.
원고는 이에 불복하여 소청심사를 하였는데, 소청심사위원회는 2022. 5. 26.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가 인정되지만 징계 양정에 있어서 정상 참작 사유가 있으므로 당초 감봉 1월의 처분을 견책처분으로 변경한다는 내용의 결정을 하였다(이하 견책처분으로 변경된 2021. 10. 8.자 징계 처분을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5 내지 7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요지
원고는 피해자에게 ‘투시카메라 쓰면 사람이 보인다’, ‘GPS 장비를 구매했으면 좋겠다, 피해자도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아저씨 위치도 파악돼요.’라고 하였을 뿐 ‘남편’, ‘바람’이라는 말을 언급하지 않았고, 원고에게 성적 의도가 없었으므로, 위 발언은 성희롱 내지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원고는 오랜 기간 공무원으로 성실히 근무하였고 다수의 표창을 받았다. 그런데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승진 기회 상실, 명예의 실추 등의 큰 불이익을 입었는바, 이 사건 처분에는 재량권 일탈․남용의 위법이 있다.
판단
관련 법리
성희롱이란 업무, 고용, 그 밖의 관계에서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 각급 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단체의 종사자, 직장의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①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성적 언동 또는 성적 요구 등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 ②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그에 따르는 것을 조건으로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양성평등기본법 제3조 제2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 (라)목 등 참조]. 여기에서 ‘성적 언동’이란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 또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적 특징과 관련된 육체적, 언어적, 시각적 행위로서, 사회공동체의 건전한 상식과 관행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으로 상대방과 같은 처지에 있는 일반적이고도 평균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행위를 뜻한다.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의 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의 내용, 행위의 내용과 정도, 행위가 일회적 또는 단기간의 것인지 아니면 계속적인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정을 참작하여 볼 때 성적 언동 등으로 상대방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고 인정되어야 한다(대법원 2021. 9. 16. 선고 2021다219529 판결 참조).
성희롱을 사유로 한 징계처분의 당부를 다투는 행정소송에서 징계사유에 대한 증명책임은 그 처분의 적법성을 주장하는 피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다(대법원 2018. 4. 12. 선고 2017두74702 판결 참조).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갑 제8 내지 10호증, 을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아래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와 같은 발언을 한 것이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하여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라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
원고는 2020. 8. 12. 같은 과 직원들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2020년 하반기 안전점검진단 장비 구입에 관한 논의를 하다가 ‘투시카메라를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 투시카메라를 사용하면 사람이 보인다.’라는 발언을 하였다. 원고가 언급한 투시카메라는 건설현장을 방문․점검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 등을 확인하는 등 건설자재의 품질을 확인하는 데 필요한 장비로서 사람의 옷을 투시하여 맨몸을 보는 것과는 무관한 용도와 기능을 가지고 있었고, 피해자의 소속, 업무에 비추어 볼 때 피해자 역시 이러한 투시카메라의 용도와 기능을 잘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발언내용은 ‘사람의 옷 속이 보인다’거나 ‘피해자의 맨몸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아니었고, 위와 같은 발언이 피해자에 대하여 수회 반복되었다거나 그 발언에 성적인 의미가 담긴 것으로 추단할 수 있는 별도의 행위가 결합되었다고 볼 만한 정황도 없다. 당시 식사 자리에 있었던 B과장 C, 주무관 D는 ‘투시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은 나지만 특별히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결국 원고의 의도는 ‘투시카메라가 본래 건설자재의 품질 확인을 위한 장비지만, 건설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작업자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으니 구매하는 것이 좋겠다.’는 취지로 보이고, 위 발언이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B과 소속 직원으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위 발언에 이어 ’GPS 장비를 구매했으면 좋겠다. 피해자도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위치추적이 되니 남편이 바람피우는 것도 감시할 수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원고의 위 발언은 피해자의 남편이 불륜을 저지를 수 있다는 추측이 전제되어 있어 다소 부적절한 것으로 보이나, 그 내용이 구체적인 남녀 간의 육체적 관계를 묘사한 것이라거나 피해자의 신체적 특징을 비하하거나 묘사한 것이라고 보이지는 않으므로, 이를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
원고는 위 발언을 하고 나서 피해자가 불편한 표정을 짓자 피해자에게 롤케이크와 커피를 주었고, 다음날인 2020. 8. 13.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위와 같은 발언을 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의 확인서에 무인을 하였다. 그러나 이는 다소 부적절한 발언을 하여 피해자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에 대하여 사과를 하는 차원에서 이 사건 처분사유에 해당하는 사실관계를 인정한 것일 뿐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을 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보이지는 않는다.
소결
따라서 원고가 이 사건 처분의 징계사유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은 성희롱에 해당되어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처분사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아니하므로, 처분사유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재량권의 일탈․남용 주장에 관하여는 따로 판단하지 아니한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순열(재판장) 김웅수 손지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