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3. 14. 선고 2022구합72687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B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는 1998. 2.경 설립되어 분체이송시스템 산업기계제작 설치업을 영위하는 회사이다.

나.

망 C(D생, 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이 사건 회사 설립 당시부터 분체이송시스템 자동제어장치의 설계, 제작, 설치, 시운전 및 보수 등을 담당하는 PLC<1> 엔지니어로 근무하여 온 자이다.

다.

망인은 이 사건 회사 화성공장에서 숙소 생활을 하던 중, 2021. 1. 29. 12:45경 망인이 출근을 하지 않고 연락이 되지 않자 찾아온 이 사건 회사 직원에 의하여 숙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라.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1. 7. 6. 피고에게 망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피고는 2021. 12. 24. '망인 사망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되나, 망인은 사망당시 등기임원으로 그 실질에 있어 종속적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다기 보다는 사업운영주체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었다고 사료되므로 근로기준법 및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고 한다)에 의한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 비 부지급 처분을 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마.

원고는 위 처분에 불복하여 피고에게 심사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2. 4. 22.'망인은 이 사건 회사 설립 당시 50% 지분을 보유한 법인 대표이사였다가 2008. 6. 25.부터 재해 당시까지 이사, 감사 등 등기임원으로 35% 지분을 보유하며 2021년 배당소득을 수령한 사실이 있고, 사망 이후에는 원고에게 해당 지분이 그대로 상속된 점, 업무내용이 지위변동과 관계없이 설립당시부터 동일하며, 근무시간 및 장소, 업무수행에 상당한 재량이 부여되어 사업주의 지휘감독 하에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녹취록 및 문자메시지 내용으로 보아 사업주의 업무지시나 통제를 받는 종속적 관계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볼 때,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라기보다 사업운영주체로서 동업을 유지하는 관계로 종사하였다고 판단된다.'는 산업재해보상보험심사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토대로 원고의 심사청구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이 명목상 이 사건 회사의 이사 또는 감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하더라도, 실제 업무 감독 및 회사운영 의결권을 행사한 적 없으며, 망인과 이 사건 회사 대표이사와의 통화내용 등에 의하면 망인이 이 사건 회사 대표이사로부터 근무 장소를 확인받고, 구체적 지시를 받아 업무를 처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망인은 종속적 관계에서 기술 관련 노무만을 수행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이와 전제를 달리 하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인정 사실

1)

이 사건 회사가 1998. 2.경 설립될 당시 망인은 이 사건 회사 지분의 50%를 보유하고 있었다. 1998. 2. 25. 망인이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E이 이사로 각 등기되었다.

2)

2008. 6. 25. E이 이 사건 회사 대표이사로 변경되었고(망인은 사내이사 직 유지), 2011. 2. 28. 망인이 이 사건 회사 감사로 각 등기되었으며, 그 무렵부터 매월 E에게 980만 원, 망인과 전무 F에게 715만 원이 각 보수로 지급되어 왔다.

3)

이 사건 회사는 2012. 5. 1. 망인에게 배당이익금으로 3,300만 원을 지급하였다.

4)

망인의 사망 당시 이 사건 회사의 지분 비율은 E 50%, 망인(원고 상속) 35%, G9%, H 6%이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4, 5호증,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다.

구체적 판단

1)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 · 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 · 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여러 경제적 · 사회적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등 참조).

2)

위 법리에 비추어 살피건대,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 앞서 든 증거들, 갑 제14 내지 16호증, 을 제3, 5호증의 각 기재,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사실조회회신결과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망인은 이 사건 회사 대표이사인 E과 동업관계에 있었을 뿐,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 사건 회사에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할 수 없다.

가)

망인은 2008. 2.경 망인은 기술업무를, E은 영업·지원업무를 담당하는 방식으로 E과 동업하기로 하고 이 사건 회사를 설립하였다. 망인은 당시 이 사건 회사 지분의 50%를 보유하였고,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사로 근무하면서 이 사건 회사를 운영하였다. 또한 망인이 2008. 2. 25. 대표이사직을 사임하였으나, 이는 이 사건 회사가 수행하는 공사 관련 보증 및 가지급금 정산 등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을 뿐(을 제3호증의2 제5쪽, 이 사건 회사에 대한 사실조회회신결과 제2쪽 참조), 망인이 담당하던 업무 내용이나 권한에 변동이 발생하였기 때문은 아니다. 그 무렵부터 사망시점까지 망인은 이 사건 회사의 이사직을 유지하였으며, 망인의 구체적 업무 수행 방식이나 E과의 업무분장에 있어 변화가 있지도 아니하였다.

나)

망인은 스스로의 판단 하에 자체적으로 PLC 엔지니어링 업무를 수행하였고 그 과정에서 E으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이 이루어지지도 아니하였다. 원고는 망인과 E 사이의 녹취록 및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E이 망인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였다고 주장하나, 원고가 제출한 녹취록 및 문자메시지를 참조하여 보더라도 E은 동업자이자 연장자인 망인을 존중하는 자세로 망인과 이 사건 회사의 운영과 관련한 상의 내지 정보 공유를 하였을 뿐으로 보이고, 그와 같은 대화내용을 E이 망인에 대하여 우월적 지위에서 업무상 지시를 한 것이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다)

망인에 대하여는 근무시간, 장소가 지정되지 아니하는 등 근태관리 또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도 적용되지 아니하였다. 원고는 망인이 2020. 2. 5.경 뇌경색 진단을 받고도 약 15일간의 짧은 재활치료만을 마치고 회사에 복귀하였던 것은 이 사건 회사의 복귀명령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나, 그 주장을 뒷받침할 별다른 자료가 없고, 망인 스스로의 결정에 의한 것이었을 가능성 또한 충분하다. 이 사건 회사의 다른 근로자들과 달리 망인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아니하였고, 전용 법인차량과 법인카드를 필요에 따라 사용하였으며, 다만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하여 E이 그 용처를 물어보기는 하였으나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 E에 의한 통제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

라)

망인은 이 사건 회사 35% 지분을 보유한 주주이었으며, 2012. 5. 1. 주주의 지위에서 3,300만 원의 배당을 받기도 하였다. 다만 그 이후로 망인이 추가로 배당을 받지는 못하였으며 고정급만을 수령하였으나, 이는 단지 이 사건 회사가 배당을 실시할 만큼의 영업이익을 발생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망인뿐 아니라 대표이사이자 최대주주인 E 또한 동일하게 배당을 받지 못한 채 고정급만을 수령하였고, 망인과 E의 고정급 차이도 비교적 크지 아니하다. 망인은 이 사건 회사 사업에 필수적인 PLC 엔지니어링 업무를 전담하였고, 그로 인하여 창출된 이윤이 배당을 통하여 망인에게 귀속될 수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망인의 노무 수행으로 인한 이윤창출과 손실이 망인에게 귀속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마)

망인은 고문 직함을 사용하였으며, 거래처에서도 망인을 '사장님' 또는 '고문님'으로 호칭하였다. 원고는 망인의 연령을 고려한 예우차원에서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단순한 지인들이 아닌 이 사건 회사의 거래처에서도, 별도로 이 사건 회사 대표이사가 존재함에도 단지 망인의 연령만을 고려하여 '고문'도 아닌 '사장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였다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고, 최소한 거래처에서 보기에 망인이 이 사건 회사 경영과 관련하여 대표이사에 준할 정도의 실질적 권한을 갖고 있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망인은 이 사건 회사에서 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였으나, 이는 망인이 E과 함께 이 사건 회사를 경영하는 지위에 있었기 때문이다.

라.

소결론

망인이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 사건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전제를 같이 하는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지 아니하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