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3. 11. 23. 선고 2022구합7569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 B(이하 ‘망인’이라 한다)은 2019. 1. 18. C 주식회사(이하 ‘C’라 한다)와 화물자동차 운송사업 위수탁계약(이하 ‘이 사건 위수탁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고 (차량번호 1 생략) 마이티하이내장탑차(이하 ‘이 사건 차량’이라 한다)를 운행하여 주식회사 D(이하 ‘D’이라)이 주식회사 E(이하 ‘E’이라 한다)으로부터 도급받아 C에 하도급한 운송업무를 수행하던 사람이다.

나.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0. 11. 1. 05:00경 망인이 자택 화장실에 쓰러져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였고, 망인은 119로 후송되어 지주막하출혈, 중증 뇌부종, 뇌연수마비(이하 통칭하여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로 진단받았고, 치료를 받던 중 2020. 11. 18. 사망하였다.

다.

망인의 배우자인 원고는 2021. 3. 20.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1. 8. 27. ‘망인의 만성과로를 인정할 수 있고 운전 작업이라는 정신적 긴장업무와 물류 제품의 상·하차 등 육체적인 부담요인 등을 고려할 때 업무와 이 사건 상병 간 상당인과관계는 인정되나, 망인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라.

원고는 2021. 10. 14. 이 사건 처분에 불복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청구를 하였으나, 위 재심사청구는 2022. 5. 18. 기각되었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 내지 10호증, 을 제1, 2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망인은 E 전주배송지점(이하 ‘이 사건 지점’이라 한다) 소속 지입차주로 근무하였는데, ① E은 이 사건 차량에 GPS를 부착하여 이를 기초로 운행일지를 작성하거나 PDA 및 배송관제시스템을 통하여 사실상 구속력 있는 업무지시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망인을 포함한 지입차주들(이하 ‘지입차주들’이라고만 한다)을 관리·감독한 점, ② E은 배송지역, 배송장소, 배송시간, 배송물품, 배송물량 등을 일방적으로 결정(배송오더)하여 지입차주들에게 카카오톡 단체채팅방으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업무지시를 한 점, ③ 망인은 1주일에 6일 동안 비슷한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매일 유사한 시간에 배송업무를 수행하였으며 배송 업무내용이나 배송완료 후의 보고(인수증 겸용 거래명세표의 전달 포함)도 매일 같은 방법으로 실시한 점, ④ 망인은 배송순서, 배송지역, 배송시간을 임의로 변경할 수 없었던 점, ⑤ 망인이 현장퇴근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였고 이 사건 지점에 복귀한 뒤 운행일지를 작성하거나 반품된 물품, 잘못 실은 물품 등을 다시 갖다 놓고 난 다음에 이 사건 차량을 위 지점에 두고 퇴근할 수 있었던 점, ⑥ 망인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으로 이 사건 지점에 배송완료 보고, 오류배송 보고를 한 점, ⑦ 망인은 원래는 E 직원들이 수행하여야 하는 상·하차 작업도 수행한 점, ⑧ 망인이 지급받은 운송료는 매월 거의 동일하였고, 그 액수가 E이 직접 고용하고 있던 근로자(F)와 별다른 차이가 없는 점, ⑨ 운송량의 변화에 따른 손익의 위험은 망인뿐만 아니라 E에게도 귀속되는 점, ⑩ E은 지입차주들에 대한 안전교육을 실시한 점, ⑪ E이 비용을 부담하여 도색하는 등 이 사건 차량이 E 소속임을 알 수 있게 대외적으로 표시한 점, ⑫ 상·하차 보조요원의 인건비를 E이 부담한 점, ⑬ 배송 중에 발생하는 이 사건 차량의 통행료, 범칙금 등은 E이 부담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E의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라고 보아야 한다.

나.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 보호대상으로 삼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위에서 말하는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제공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두9471 판결,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20다207864 판결 등 참조).

다.

인정사실

1)

망인은 2019. 1. 18. C와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이 사건 위수탁관리계약을 체결하였고, 같은 날 ‘C’라는 상호로 업태 운수업, 종목 화물인 사업자등록을 하였다.

<1>

2)

D은 E으로부터 E 상품의 운송 용역을 도급받아 수행하기로 하는 다음과 같은 내용의 운송계약(이하 ‘이 사건 운송계약’이라 한다)을 E과 체결하였다. D은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른 운송 용역을 C에 하도급하였다.

3)

망인은 이 사건 위수탁관리계약에 의한 지입차주로서 이 사건 차량을 운행하면서 C가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라 D으로부터 재하도급받은 E의 물류배송 업무를 수행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34, 38, 43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11, 22 내지 25, 27, 29 내지 33, 35 내지 37, 39 내지 42, 44 내지 55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대한 주식회사 E의 회신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망인이 E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망인과 E 사이에는 아무런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존재하지 않았다. 망인은 E의 취업규칙, 복무규정, 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지 아니하였다.

2)

망인은 그 명의로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이 사건 차량을 C에 지입하였다. 이 사건 위수탁계약의 내용상 망인이 제3자로 하여금 자신의 운송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데 특별한 장애는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오히려 이 사건 위수탁계약 제10조는 망인이 다른 운전자를 고용하여 운송을 할 수 있음을 전제하고 있다. 망인이 E으로부터 배정받은 물량 이외에 다른 회사의 물류를 수송하는 것도 금지되지 아니한 것으로 보인다.

3)

망인은 고정급을 지급받지 않았고, 배송등급, 단가, 배송처수, 배송박스(운송물량)에 따라 산정된 운송료를 지급받았다. 망인은 이 사건 차량의 운영에 필요한 일체의 비용을 부담하였고, 이 사건 위수탁계약상 사고 발생 시에도 C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되어 있었다(제8조 제3항). C는 운송료에서 관리비, 제세공과금 등을 공제한 돈을 망인에게 지급하였다. 이처럼 망인은 운송업무의 수행으로 인한 이윤창출과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였다.

4)

원고는 망인이 배송처, 운송물량 등에 상관없이 거의 매월 동일한 금액을 보수로 지급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망인의 기본적인 업무 내용은 E과 D 사이의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 보이고, 어느 정도 고정된 운송일정과 운송경로에 따라 매월 유사한 수준의 금원을 운송료로 지급받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운송계약의 내용과 특성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망인이 지급받은 운송료의 수준이 E의 근로자인 F이 지급받은 급여와 비교하여 액수에 큰 차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달리 보기는 어렵다).

5)

이 사건 운송계약에 의하면 운송물품, 운송경로 및 운송장소 등 망인의 업무내용은 주로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라 운송 용역을 직접 제공받는 E의 배송지시에 의하여 정하여질 수밖에 없다. E이 지입차주들에게 배송시간, 배송물품, 배송물량 등에 관한 배송오더를 내리거나 배송완료 및 오류배송 보고를 받는 것은 물품의 품목, 수량, 배송시간 등을 확인하여 이 사건 운송계약에 따른 물품 운송이 정확하고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한편 물품에 발생하는 사항이나 배송지연 등에 대한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제2조, 제5조, 제9조 참조), 이 사건 운송계약의 도급인과 수급인(내지 하수급인) 간의 대등한 계약관계에서 그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 교환으로 보인다.

6)

원고는 E이 GPS, PDA 등으로 지입차주들의 출발시간, 도착시간, 차량의 위치, 차량별 운행실적 등을 확인하였고, 운행일지를 작성하게 하는 등 지입차주들을 관리·감독하였다고 주장한다. E이 디지털 운행기록 등을 통해 차량의 운행내역, 물류의 실시간 현황을 파악한 점, 위 자료를 기초로 운행일지를 작성한 점 등은 다툼이 없다. 그러나 이는 운송 대상제품이 식품이어서 식품위생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하기 위한 조치이거나, 운행기록을 확인하여 운송료 등을 정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7)

원고는 E이 지입차주들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실시하였다는 점이나 망인이 운송을 마치고 이 사건 지점에 복귀하여 반품된 물품, 잘못 실은 물품 등을 갖다 놓은 뒤 이 사건 차량을 두고 퇴근하였다는 점 등도 근거로 들고 있으나, 이는 공통된 사업목적 달성을 위한 협조 등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일 뿐이다.

8)

원고가 제출한 다른 차량의 사진(갑 제40호증)처럼 이 사건 차량에도 ‘E’이라는 문구가 부착되어 있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사건 운송계약 제15조 제1, 2항에 의하면 이는 화주인 E의 대외적인 이미지 제고와 동일성 식별을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인다.

9)

원고는 망인이 운송 업무 외에도 E의 지시에 따라 상·하차 작업 등을 수행하였다고 주장하나, 설령 망인이 해당 업무를 일부 수행했다고 하더라도 앞서 본 다른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그 업무 부분에 관하여 E과 근로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마.

소결론

그렇다면 망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4.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