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3. 15. 선고 2022구합88835 판결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재심판정의 경위

가.

한국산업기술시험원(이하 '이 사건 시험원'이라 한다)은 2006. 11. 28. 설립되어 주소지에 본사를 두고 약 1,050명의 근로자를 사용하여 학술연구용역 및 기술연구용역 등을 주된 사업으로 수행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원고는 2013. 12. 31. 이 사건 시험원에 입사하여 2016. 1. 1.부터 2020. 11. 10.까지 C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D 업무수행 시 필요한 시험연구재료비 등의 집행을 총괄한 사람이다.

나.

감사원은 2020. 7. 8.부터 같은 해 10. 23.까지 이 사건 시험원을 포함한 공공기관 인증제도 운영 실태를 감사하였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원고가 이 사건 시험원에 소모품인 토너 등을 구매한 것처럼 허위 지출결의서를 제출하고 실제로는 노트북 13대, 자개 명함집, 프린터 3대, PC 1대, 모니터 2대, 노트북(시험용) 2대를 납품받아 총 35,623,410원의 재료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사실을 적발하여, 2021. 8. 11. 이 사건 시험원에 원고에 대한 해임 처분을 요구하였다.

다.

이 사건 시험원은 2021. 9. 14.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아래와 같이 원고를 해임하기로 의결하였고, 이 사건 시험원은 2021. 10. 7. 원고에게 이를 통보하였다.

라.

원고는 2021. 10. 20. 이 사건 시험원에 재심을 청구하였고, 이 사건 시험원은 2021. 11. 8. 인사위원 6명의 참석 하에 재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재차 원고를 해임하기로 의결하였으며, 이 사건 시험원은 2021. 11. 30. 원고에게 2021. 12. 31.자로 해고한다고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고'라 한다).

마.

원고는 2022. 3. 25. '이 사건 해고는 부당해고'라고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였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2. 6. 29. '원고가 허위의 지출결의서를 통해 이 사건 시험원의 재료비를 본래 용도와는 다르게 유용한 사실이 확인되므로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이 사건 시험원의 성격, 원고의 지위·책임 및 비위행위가 원고의 직장 및 회계 질서에 미친 영향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해고는 양정이 과도하지 않다. 또한 이 사건 징계를 무효로 할 만한 절차상 하자가 확인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구제신청을 기각하였다(H).

바.

원고는 2022. 8. 3. 위 초심 판정에 불복하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하였다.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 11. 3. '원고의 징계사유가 존재하고 징계양정이 과도하지 않으며 징계를 무효로 할 만한 절차상 하자가 확인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해고는 정당하다'는 이유로 원고의 재심신청을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B,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16, 83호증, 을 제1 내지 6, 8 내지 12호증(가지번호가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등

별지 기재와 같다.

3.

원고의 주장 요지

아래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므로 취소되어야 한다.

가.

원고가 이 사건 시험원에 허위 지출결의서를 제출하여 노트북 등을 구매하였으나, 위 노트북 등은 이 사건 시험원 업무를 위하여 사용되었으므로, 이 사건 시험원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원고의 행위는 '회계질서 문란'에 해당할 뿐, '공금 횡령, 유용' 항목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나.

원고의 비위행위가 '공금 횡령, 유용'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원고에게 징계 감경규정이 적용될 수 있었으나 이 사건 시험원 인사위원회에서 그러한 사정이 고려되지 못하였고, 원고의 지위, 책임,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이 사건 시험원의 종전 징계 현황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해고 양정은 재량권을 일탈,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

다.

이 사건 시험원 징계세칙 제16조에는, 인사위원회 의견이 나뉘어 과반수에 이르지 못한 경우 징계혐의자에게 가장 불리한 의견에 순차로 유리한 의견을 더하여 가장유리한 의견으로 의결하도록 정하였음에도, 이 사건 시험원의 재심 인사위원회는 원고에 대한 해임 찬반 의견이 가부 동수로 과반수에 이르지 못하였음에도, 그 다음 경한 징계처분인 정직으로 의결하지 아니하고, 재투표를 하여 해임 의결을 하였는바, 위 징계세칙 제16조를 위반한 징계절차상 하자가 존재한다.

4.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가.

징계사유에 관한 판단

1)

이 사건 시험원 징계세칙(이하 '징계세칙'이라 한다) 별표 1 징계양정 기준은 '성실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비위 유형의 하나로 '공금 횡령·유용, 업무상 배임'을 규정하고 있다. 원고는 이 사건 비위행위가 공금 유용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유용'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것이나 다른 곳에 쓰기로 되어 있는 것을 다른 데로 돌려씀'이다. 원고는 이 사건 시험원에 소모품인 토너 등을 구매한 것처럼 허위 지출결의서를 제출하여 노트북 등 다른 품목을 구입하여 공금이 지출되도록 하였으므로, 공공기관 예산을 지정된 용도와 달리 사용한 경우로 징계세칙 별표 1에서 정한 '공금 유용'에 해당한다.

2)

원고는 적법하게 노트북을 구매할 수 있는 절차가 있음에도 사용 목적이 제한되어 있는 예산을 노트북 등 다른 항목으로 유용한 것이고, 그와 같이 매수한 노트북 등 물품을 자산 등록도 마치지 않은 채 임의로 직원들에게 나누어 주는 등 처분하였다. 원고는 위 노트북 등을 업체로부터 시장가보다 높은 금액에 매수하였고, 직원들에게 구매절차 등을 제대로 고지하지도 않았다. 직원들이 위 노트북 등을 실제 업무에 사용하였던 사정만으로 이 사건 시험원에 재산상 손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나.

징계양정에 관한 판단

1)

관련 법리

피징계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서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다만 징계권자의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하여 그 처분이 위법하다고 할 수 있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처분이라고 할 수 있으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징계의 원인인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징계로 달성하려는 목적, 징계양정의 기준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여 판단할 때에 징계 내용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 한편 해고처분은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성이 인정되고, 사회통념상 근로자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인지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의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직무의 내용, 비위행위의 동기와 경위, 근로자의 행위로 기업의 위계질서가 문란하게 될 위험성 등 기업질서에 미칠 영향, 과거의 근무태도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7. 3. 15. 선고 2013두26750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앞서 든 증거들, 을 제7,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하면, 이 사건 해고가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①

징계세칙 별표 1 징계양정 기준은 '공금 횡령·유용, 업무상 배임'에 대하여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 있는 경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이 있는 경우에도 '해임'만을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 해고는 징계세칙 별표 1 징계양정 기준에 따른 처분이고, 징계세칙 제14조 제1항 단서에 따라 원고의 비위행위 항목에 대하여는 원고의 표창 등을 고려하더라도 징계 수위를 감경할 수 없다.

②

원고는 2016. 7. 7.부터 2020. 3. 26.까지 약 4년 동안 39회에 걸쳐 노트북, 컴퓨터, 프린터 등을 구매하면서 소모품인 토너 등을 구매한 것처럼 허위 지출결의서를 작성한 것으로, 장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재료비를 예산과 달리 집행하였다. 원고가 위와 같이 예산을 전용하여 매수한 재료비의 액수도 35,623,410원으로 금액도 상당히 크므로, 비위의 정도가 매우 중하다.

③

원고는 공공기관인 이 사건 시험원에서 책임연구원이자 예산·회계 업무를 총괄하는 구매책임자 지위에 있었는바,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 지위에 있었다. 원고는 시장가격보다 10~15% 비싼 가격으로 노트북을 구입하면서 판매업체로부터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받는 등 판매업체와 사전에 모의한 사정도 고려하여야 한다(을 제5호증의 1 참조). 원고가 이 사건 시험원의 공금을 유용하여 매수한 물품들은 원고의 비위행위가 밝혀지지 않았다면, 이 사건 시험원의 자산으로 등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④

원고의 비위행위는 이 사건 시험원의 신용과 명예를 실추시키고, 회계 질서를 현저히 문란케 한 행위로 비위행위 동기와 경위 면에서도 중하고, 이 사건 시험원에 끼치는 손해가 크다. 따라서 이 사건 시험원으로서는 원고에게 엄중한 징계를 할 필요가 있을 것이고, 원고와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신뢰관계가 훼손되었다고 보인다.

⑤

이 사건 시험원의 종전 징계 현황, 연도별 감사내용 정리 등은 감사 결과 내지 비위행위의 내용과 태양이 모두 달라, 원고의 비위행위와 일률적으로 비교할 수 없고, 원고가 주장하는 종전 징계 현황을 보더라도, 원고와 같이 고발 조치가 이루어진 사안들(2016. 10. 14.자 징계처분 및 2021. 1. 18.자 징계처분)은 '해임' 처분이 이루어졌던 점을 참작할 때, 이 사건 해고가 앞선 징계 사례에 비하여 형평에 어긋난다고 볼 수도 없다.

다.

징계절차에 관한 판단

1)

갑 제79호증, 을 제9, 10호증의 각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시험원은 2021. 11. 8. 인사위원 6명이 참석한 가운데 재심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초심 인사위원회 결정인 해임에 대한 찬반 표결을 하였으나 '찬성 3명, 반대 3명'으로 과반수가 나오지 않았고, 위원장은 재표결을 진행하여 해임에 대한 '찬성 4명, 반대 2명'의 표결이 나와 과반수 찬성으로 원고에 대한 해임을 의결한 사실이 인정된다.

2)

인사위원회 찬반 표결 결과 '해임에 찬성하는 의견'과 '해임에 반대하는 의견'이가부 동수인 경우, '해임에 반대하는 의견'이 어느 징계처분을 어느 수위로 하자는 견해인지 확정할 수 없으므로, 징계세칙 제16조에 따라 출석위원 과반수가 될 때까지 징계혐의자에게 가장 불리한 의견에 차례로 유리한 의견을 더하는 방식으로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그러한 취지에서 이 사건 시험원 재심 인사위원회 위원장도 사전에 1차 투표에 과반수가 넘는 인원이 해임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다시 다음 단계의 징계를 할 것인지 여부나 그 개월수를 정하는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고 설명하였는바(갑 제79호증 36면), 원고의 주장과 같이 '정직' 처분으로 의견이 결정된다고 볼 수 없다.

3)

따라서 이 사건 시험원 재심 징계위원회가 초심 판정에 대한 찬반 표결을 한 후 결론이 도출되지 않자 재표결 절차를 진행한 것이 징계세칙 제16조 위반한 징계절차상 위법이라고 보기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

5.

결론

따라서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김준영(재판장) 김민아 김성기

[별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