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처분의 경위
원고는 2002년경부터 2017년 10월까지 약 9년 9개월가량 시내버스 등 운전기사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사람으로, 2018. 4. 2.부터는 B 주식회사(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서 C번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근무하였다.
국토교통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8조 제1항에 따라 대중교통서비스 개선 등을 위해 이 사건 회사와 같은 대중교통운영자들을 평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배차정시성<각주1>, CNG 연비 개선도, 사고보고 지연, 교통질서 준수 등 홍보, 재무건전성, 회사경영평가, 운수종사자 채용 표준절차 준수 등의 항목별로 관할 구역 내 대중교통운영자들을 평가해 왔는데, 2021. 7경 평가의 변별력 강화를 위해 평가항목 중 배차의 정시성에 관한 평가 등급기준을 상향하고, 평가 결과를 토대로 상위 40개 회사에 성과 이윤을 그 순위별로 차등 지급하거나 전기버스 도입 운수회사 선정 시 우선 배정하기로 계획하였다.
한편 이 사건 회사는 위와 같은 관계행정청의 평가를 대비하여 2021. 2.경부터 무작위로 소속 운전기사들의 배차정시성 준수 여부를 평가하여 사내에 공개해 왔다. 그리고 평가 결과 배차정시성 준수 비율이 70% 미만인 운전기사들에 대해서는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3회 이상 이에 해당하는 경우 해당 기사들로부터 시말서를 징구하였다.
원고는 2022. 4. 4. 배차정시성 평가 결과에 따라 시말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회사의 노무차장인 D(여, 나이 미상)과 언쟁을 하였다. 이에 원고는 2022. 4. 18.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에 위 D에 대하여 직장 내 괴롭힘을 이유로 한 진정을 제기하였으나,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진정 종결 처리되었다.
한편 원고는 위 D과의 언쟁 이후인 2022. 4. 6.경부터 E 의원에서 비기질성 불면증으로 치료를 받기 시작하여, 같은 달. 13. F병원에서 적응장애(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 진단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2022. 7. 7. "위 D이 배차정시성을 준수하지 못하였음을 이유로 다른 직원들이 있는 가운데 원고를 질타하면서 인격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여, 그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는 취지로 주장하면서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22. 10. 5. "배차정시성 기준 미달로 인한 시말서 작성 과정에서 동료 직원과 갈등 상황이 있었음이 확인되고 이로 인한 일부 스트레스가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과도한 업무적 스트레스 요인은 확인되지 않는다. 또한 위 D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되었으므로, 업무적 요인보다는 개인적인 요인이 이 사건 상병 발병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며 원고의 요양급여 신청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하였다.
그 후 원고는 2022. 12. 9. 위 2022. 7. 7.자 요양급여 신청 사유에 더하여 '강도 높은 배차정시성 준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추가하면서 재차 피고에게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2023. 3. 2. "배차정시성 준수 평가는 시내버스 운전기사에게 업무상 요구되는 것이고, 그 평가 과정에서 이 사건 회사 측으로부터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부당한 지시나 처우가 있었다고 볼 만한 객관적 자료가 없다."는 이유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재차 부정하며, 요양급여 신청에 대해 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7, 9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이를 포함, 이하 같다), 을 제1, 2, 5, 10, 14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원고의 주장
서울시의 배차정시성 평가 강화에 따라 이 사건 회사는 무작위로 원고를 비롯한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의 배차정시성 준수 여부를 평가하고, 이에 미달한 운전기사를 공개적으로 불러 질책하면서 교육을 받게 하거나 시말서를 제출하라고 함으로써 배차정시성 준수를 강도 높게 압박하여 왔다. 원고는 배차정시성을 준수하려다가 불가피하게 과속, 신호위반, 끼어들기 등 난폭운전을 하는 경우가 생겼고 몇 차례 교통사고의 위험까지 겪었다. 게다가 원고는 배차정시성 미준수를 이유로 시말서를 작성하면서 이 사건 회사 노무차장 D으로부터 '자격이 없다. 형편없는 사람이다.'는 등의 모욕적인 발언까지 듣게 되었다. 이에 반해 원고는 과거 이 사건 상병과 유사한 질병으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없었으므로, 결국 이 사건 상병은 원고의 업무로 인해 발병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판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참조).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만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두5695 판결 참조).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10, 11, 12, 14, 17, 19, 25호증, 을 제7, 11, 12, 13, 14호증의 각 기재 또는 녹음, 이 법원의 G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 감정 촉탁 결과, 이 법원의 감정의 H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및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과 이를 토대로 알 수 있는 사정들을 종합하면,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따라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먼저, 배차정시성 준수로 인해 원고에게 업무상 스트레스가 있었는지에 관하여 본다.
배차정시성은 원고가 제출한 자료(갑 제11호증)에 따르더라도 2017년부터 대중교통운영자를 평가하는 주요 요소였다. 비록 2021년경 평가의 변별력을 위해 평가기준이 전체적으로 상향되어 최하위 등급이 준수율 60% 미만에서 70% 미만으로 변경되긴 하였으나 평가항목으로서의 비중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처분의 경위에서 살핀 바와 같이 이 사건 회사에서 무작위로 소속 기사의 배차정시성을 평가하였던 것은 이 사건 상병 진단일로부터 1년 이상 전인 2021. 2.경부터였다. 나아가 원고가 이 사건 회사에서의 경력을 포함하여 동종 근로 경력이 10년 이상임을 고려할 때, 원고가 갑자기 배차정시성 평가 문제로 인해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배차정시성은 대중교통운영자로서 국민에게 교통편의 등을 제공해야 하는 이 사건 회사로서 반드시 준수하여야 할 사항이므로, 이 사건 회사가 소속 기사들에게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배차정시성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기사들에 대하여 교육을 실시하는 등 필요 조치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대중교통 운전기사들도 해당직업의 본질상 배차정시성을 준수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게다가 이 사건 회사는 배차정시성 준수율이 70%미만인 기사, 즉 변경된 위 서울시 기준에 따르면 최하위 E등급에 해당하는 기사를 상대로 하여 교육 등을 실시하였고, 그마저도 교통상황 또는 선행차량으로 인한 영향이 없음에도 선행차량과의 배차간격을 줄이는 이른바 '몰림운전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 사건 회사가 배차정시성을 강조하며 행한 각종 조치들은 기본적으로 그 목적이나 수단이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사건 회사는 인적사항 등을 식별할 수 없게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배차정시성 평가 결과를 공개적으로 게시하였는바, 이는 다소 부적절한 것으로 보이긴 한다. 그러나 배차정시성 평가 결과에 따라 교육 내지 시말서 징구의 대상이 되었다고 하여 해당 기사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볼 만한 자료는 제출된 바 없다.
요컨대 배차정시성 준수를 위한 이 사건 회사의 일련의 조치들은 그 목적이 정당하였고, 평가 결과에 따른 각종 조치들의 존재만으로 원고 개인에게 어떠한 불이익이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므로, 이 사건 회사의 배차정시성 준수 지시로 인해 원고에게 통상의 수준을 넘어선 과도한 스트레스가 유발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원고는 배차정시성 강조로 인해 사고의 위험을 겪었고, 난폭운전을 해야 하는 상황이 주는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하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사건 회사는 특별한 사정없이 선행차량과의 배차간격을 줄이는 '몰림운전'을 기준으로 배차정시성준수율을 평가한 것이다. 따라서 원고가 선행차량과의 배차간격을 무리하게 준수하려다 사고의 위험을 겪었다거나 난폭운전을 하게 되었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고, 설령 배차간격을 줄이려다 그러한 위험을 겪은 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상황이 이 사건 회사의 지시로 인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상병은 중요한 생활 변화나 스트레스 발생 시기에 일어나는 증상으로, 스트레스 유발 사건이나 생활변화가 일어난 때로부터 1개월 내에 발병하는 것이 보통이고, 증상의 지속시간은 장기지속성 우울반응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6개월을 넘지 않는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통용되는 견해이다. 그런데 앞서 본 바와 같이 배차정시성은 과거부터 대중교통운영자들을 평가하는 기준이었고, 원고는 상당 기간 동안 버스 운전 등 관련 업무에 종사하여 왔으며, 나아가 이 사건 회사가 무작위 평가를 실시한 것도 2021. 2.경부터였다. 따라서 배차정시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보기에는 이 사건 상병의 통상적인 발병 시기나 기전에 다소 부합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결국 정리하면, 원고가 배차정시성 준수로 인해 대중교통 운전기사로서의 업무상 당연히 수반되는 정도를 넘어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겪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원고와 D 사이에 있었던 언쟁으로 인해 원고가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는지에 관하여 본다.
원고는 배차정시성 준수 문제로 시말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회사 노무차장인 D과 언쟁을 벌인 적이 있고, 그 과정에서 D이 원고에게 '버스 기사 자격이 없다.
형편없는 사람이다. 꼴도 보기 싫다. 인간 같지도 않다.'는 등 발언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 위와 같은 D의 발언들은 해당 발언들을 독립적으로 보았을 때 다소 모욕적인 것으로 보이긴 하나, 이 사건 회사 내에서의 원고와 D의 지위, 발언 경위, 원고의 당시 태도나 성량(원고는 배차정시성을 준수하라는 이 사건 회사의 지시 자체에 불만을 품고 고성으로 항의하면서, 상급자인 노무차장인 D에게 시말서를 쓸 테니 내용을 당신이 불러달라는 등 불필요한 요구를 반복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원고와 상호 언쟁하면서 일시적인 분노의 감정을 표출한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위 D의 행위가 근로기준법 제76조의2에서 규정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즉 '직장에서의 지위 등을 이용하여 근로자에게 정신적 고통을 주는 행위'라고 볼 수 없다.
또한 원고가 제출한 언쟁 당시의 음성 파일을 들어보면, 원고는 위 D을 상대로 자신의 분노를 지속적으로 표출하는 것이 확인되고, 이로써 오히려 위 D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었을 것으로 보일 뿐 원고가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원고가 과거 정신질환 등으로 치료를 받은 이력이 없기는 하나, 원고에 대한 한국심리상담센터의 심리학적 평가보고서에는, '원고는 외부 자극을 임의적이고 주관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매우 두드러지고, 이를 매우 부정적이고 염세적인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기저에는 부정적이고 왜곡된 자기개념이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자극들을 실제보다 위협적이고 파국적인 방식으로 지각, 해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나타나 있다. 그리고 이 법원 감정의 H은 '이 사건 상병은 개인적인 소인이나 취약성이 그 증상 발현의 위험성과 표현 양상을 결정하는데 훨씬 큰 역할을 한다.'고 밝히면서 '심리검사 소견상 원고는 내향적이고 소극적이며 동시에 피해사고가 형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엿보이고 성격 구조가 경계선수준에서 정신증 수준까지 조직화되었을 가능성이 있어, 외부 스트레스에 의하여 성격구조의 안정성에 균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이러한 측면에서 개인적 취약성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견을 제시하였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은 업무의 영향 없이 개인적인 요인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여 발병하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한다.
판사 윤상일
각주1) 배차정시성은 인가배차간격과 실제배차간격의 일치 정도를 BMS 자료를 토대로 다음과 같은 산출식, 즉 정시성 = 정시 인정범위 내 정차한 정류소수/경유한 전체 정류소수 × 100으로 평가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