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6. 2. 11. 선고 2023구단66682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B생, 여성)는 C 주식회사에 소속 근로자로서 D(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에 파견되어 자동차 내장 부품 조립업무를 수행한 사람이다.

나.

원고는 2022. 3. 22. 20:00경 퇴근 후 20:30경 주거지에서 샤워를 하던 중 두통과 다리에 힘이 없고 말이 어눌해지는 증상으로 E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이후 지주막하출혈(이하 '이 사건 상병'이라 한다)을 진단받았다.

다.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의 과중한 업무 등으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하며 피고에 요양급여 신청을 하였다. 피고는 조사를 통해 원고의 업무시간을 아래와 같이 산정하였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업무시간을 전제로, '업무와 관련한 돌발적이고 예측 곤란한 상황이나 급격한 업무환경의 변화로 인한 스트레스가 객관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업무상단기적 과로 및 만성적 과로가 확인되지 않아 업무상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2022. 10. 25. 원고에게 요양불승인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호증, 을 제1, 3,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계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의 주장

이 사건 상병 발병 전의 근로시간, 교대제 근무, 업무의 육체적 강도 등을 고려하면, 이 사건 상병은 원고가 수행한 업무로 인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나.

판단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 제5조 제1호의 '업무상의 재해'란 근로자의 업무수행 중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재해를 말하므로 업무와 재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고, 이 경우 근로자의 업무와 재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이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하여야 한다. 상당인과관계가 반드시 직접증거에 의하여 의학적 · 자연과학적으로 명백히 증명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해 근로자의 건강과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하여 취업 당시의 건강상태, 기존 질병의 유무, 종사한 업무의 성질 및 근무환경 등 간접사실에 의하여 업무와 재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추단될 정도로는 증명되어야 한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4두12185 판결 등 참조).

이러한 정도에 이르지 못한 채 막연히 과로나 스트레스가 일반적으로 질병의 발생 · 악화에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하여 현대의학상 그 발병 및 악화의 원인 등이 반드시 업무에 관련된 것뿐 아니라 사적인 생활에 속하는 요인이 관여하고 있어 그 업무에 내재하는 위험이 현실화된 것으로 볼 수 없는 경우까지 곧바로 그 인과관계가 있다고 추단하기는 어렵다(대법원 2014. 10. 30. 선고 2014두2546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 판단

위 법리에 기초하여 보건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 5호증(가지번호 포함), 을 제2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국립경찰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 결과, 이 법원의 C 주식회사에 대한 사실조회 결과, 이 법원의 F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결과 및 사실조회 결과의 각 일부,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하거나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고려하면, 원고가 제출한 증거나 주장하는 사정들만으로는 원고가 수행한 업무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 또는 악화되었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지 않다.

가)

원고와 이 사건 사업장 사업주의 진술, 원고의 출퇴근시간 기록지 등을 토대로 작성된 재해조사서에 따르면, 원고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1일 8시간 주 5일 근무를 2교대의 방식(주간 06:20~15:40, 야간 05:20~익일 00:30)으로 근무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이 사건 사업장의 업무량 감소로 인하여 이 사건 상병 발병 3~4개월 전부터 계약된 업무시간과 달리 근무시간이 다소 감소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원고의 발병 전 12주 동안 1주 평균 업무시간은 29시간 20분으로,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3항 [별표3] 제1호 다.목의 위임에 따라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한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 및 근골격계 질병의 업무상 질병 인정 여부 결정에 필요한 사항'(고용노동부 고시 제2020-155호)(이하 '이 사건 고시'라 한다)에서 정한 과중한 업무의 기준(60시간 또는 52시간)에 현저히 미달한다.

나)

이 사건 고시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1항 [별표3] 제1호 가.목 2)에서 이 사건 상병의 원인으로 규정하고 있는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증가한 경우'와 관련하여,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의 양이나 시간이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보다 30퍼센트 이상 증가되거나 업무 강도·책임 및 업무 환경 등이 적응하기 어려운 정도로 바뀐 경우'로 정하고 있다.

원고는, 피고가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시간을 산정함에 있어 이 사건 상병 발병 당일을 계산하지 않은 잘못이 있고, 발병 당일을 포함할 경우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이 급격히 증가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상병과 원고의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주장한다.

먼저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시간에 관하여 보면, 원고는 발병 당일인 2022. 3. 22.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퇴근 후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여 후송된 것이므로, 원고가 이 사건 상병 발병 전에 수행한 실제 업무의 양과 정도를 더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하여 2022. 3. 22.를 포함하여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시간을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이 사건 고시상 발병 당일을 제외하여야 한다고 해석할 근거가 없다.그렇다면 원고의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시간은 54시간 55분으로 산정되고, 이는 발병 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27시간 25분)보다 100퍼센트 증가된 경우에 해당하기는 한다. 그러나 한편, 이 사건 고시는 해당 근로자의 업무가 '단기간 동안 업무상 부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업무의 양·시간·강도·책임, 휴일·휴가 등 휴무시간, 근무형태·업무환경의 변화 및 적응기간, 그 밖에 그 근로자의 연령, 성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와 같은 업무시간 증가 외의 사정도 함께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 원고의 경우 이 사건 사업장에서 짧지 않은 기간 자동차 내장 부품 조립업무(오버헤드램프 패드 부착 작업)를 수행하였고 달리 업무 환경 등의 변화가 있었다고 볼 수 없는 점, 동료 근로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인하여 원고의 발병 전 1주일 이내의 업무시간이 상당히 증가하기는 하였으나 그와 같은 결과는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사업장의 업무량 감소로 인하여 계약된 업무시간보다 근무시간이 감소하면서 이전 12주(발병 전 1주일 제외)간에 1주 평균 업무시간이 적게 산정되었기 때문이기도 한 점 등을 고려하면, 단기간 동안 업무의 부담이 증가하여 이 사건 상병이 발병하였다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또한 원고가 교대제로 근무하였으나 변동성이 크지 않았고, 다소 육체적 부담이 따르는 업무를 수행하였지만 작업 방식, 내용 등에 비추어 이 사건 상병과의 관련성을 증가시킬 수준의 업무부담의 가중요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보이지 않는다.

다)

무엇보다 산재보험법 시행령 제34조 제1항 [별표3] 제1호 단서는 '자연발생적으로 악화되어 발병한 경우에는 업무상 질병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이 법원의 국립경찰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에 따라 진료기록감정을 시행한 감정의[신경외과(뇌혈관)]는 '① 자발성(비외상성) 지주막하출혈의 주된 원인은 뇌동맥류 파열이고, 원고는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로 진단되었다. 뇌동맥류는 선천적으로 발생할 수 있고 후천적으로 발생하여도 최소 수년 또는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자라는 병변으로,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한 경우 최소 수년 전부터 뇌동맥류가 존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지주막하출혈은 원고와 유사한 중장년층 여성에게 흔히 발생하고, 평소 건강하게 지내던 사람도 일상 생활 중 평온한 상태에서도 발생할 수 있어 뇌동맥류의 자발적 파열 위험 정도가 뇌출혈 발생의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이다. ② 제출된 의무기록 및 영상자료에서 관찰되는 뇌동맥류의 크기(7mm), 위치(중대뇌동맥의 원위부), 모양(불규칙한 모양)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고에게 관찰되는 뇌동맥류는 자발적으로 파열되어 뇌지주막하출혈이 발생할 가능성이 비교적 높아(중등도 위험~고위험) 외부요인과 관계없이 저절로 이 사건 상병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③ 원고의 주장과 같이 발병 1주일 이내의 업무시간을 산정할 경우 발병 1주 전 과도하게 증가된 업무(단기 과로)가 원고의 뇌혈관의 정상적인 기능에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원고의 뇌동맥류는 자발적 파열 위험성이 중등도 위험~고위험으로 높아 원고의 단기 과로가 이 사건 상병에 기여한 정도가 원고의 뇌동맥류 자발적 파열 위험성보다 크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학적 소견을 제시하였다.

한편, 이 법원의 F병원장에 대한 진료기록감정 촉탁에 따라 진료기록감정을 실시한 감정의(직업환경의학과)는 '원고의 경우 발병 전 1주일 내의 평균 업무시간이 이전 12주 동안의 1주 평균 업무시간에 비해 2배 증가되었고 이러한 단기과로나 만성적인 스트레스는 뇌혈관의 동맥경화 및 협착을 유발할 수 있어 뇌혈관질환의 취약성을 증가시키고 뇌혈관질환의 촉발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고가 작업환경에서 간접적으로 노출된 톨루엔 등의 만성적인 노출도 뇌출혈의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자료상 원고에게 지주막하출혈의 주요 유발원인인 뇌동맥류, 고혈압 등이 확인되지 않고, 원고의 업무 외에 상병의 발병,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확인되지 않는다'는 다소 상반된 견해를 밝히기는 하였다. 그러나 위 직업환경의학과 감정의는 이론적인 차원의 원인과 가능성을 서술하는 것에 그치고 있고, 위 감정 당시에는 원고의 뇌 영상자료가 제출되지 않았으며, 사실조회회신에서 뇌동맥류에 관한 부분은 신경외과 전문의의 의견을 필요로 한다면서 판단을 유보하였다. 반면 신경외과 감정의는 영상자료 등을 근거로 원고의 뇌동맥류의 상태와 소견의 근거를 구체적이고 명확히 제시하고 있는바, 신경외과 감정의의 소견이 더욱 높은 신뢰성을 가진다고 판단된다.

라)

결국 이 사건 상병의 발병 원인은 원고에게 최소 수년전부터 존재하였던 뇌동맥류의 자발적으로 파열로 봄이 타당하고, 설령 원고가 수행한 업무나 근무환경이 이 사건 상병의 발생 또는 악화에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하더라도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정도로 그 기여도가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은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