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5. 2. 19. 선고 2023구단77033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3. 11. 3. 원고에 대하여 한 육아휴직급여 일부 부지급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는 2017. 8. 6. 대한적십자사 B(이하 ‘이 사건 회사’라 한다)에 입사하여 근무하다가 2023. 7. 1.부터 2024. 6. 30.까지 육아휴직(이하 ‘이 사건 육아휴직’이라 한다)을 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육아휴직급여를 신청하였고, 피고는 원고에게 다음 표의 기재와 같이 임금 중 기본급, 업무수당 및 직급보조비만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전제로 산정한 육아휴직급여를 지급하였다.

나.

원고는 피고에게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이를 기초로 산정한 육아휴직급여와의 차액을 추가로 지급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고, 피고는 2023. 11. 3. ‘통상임금 산정 변동 없음’이라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 근거] 갑 제1, 4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당사자들의 주장

원고는, 이 사건 회사가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정기적·고정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회사는 월 근무일수 15일 이상이면서 재직 중인 자에게만 정기상여금을 지급하고 있으므로, 위 정기상여금은 고정성을 결여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나.

판단

가)

통상임금 개념 및 판단 기준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은 통상임금을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규정한다. 법령의 정의와 취지에 충실하게 통상임금 개념을 해석하면,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기로 정한 임금을 말한다.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이 규정한 여러 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므로, 그 본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기준임금이라는 데에 있다. 정기성과 일률성은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임을 뒷받침하는 개념적 징표이다.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면 그 대가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하도록 정해진 임금은 그에 부가된 조건의 존부나 성취 가능성과 관계없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임금에 부가된 조건은 해당 임금의 객관적 성질을 실질적으로 판단하는 과정에서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정기성, 일률성을 부정하는 요소 중 하나로 고려될 수는 있지만, 단지 조건의 성취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사정만으로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

고정성이란 잣대 없이도,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라는 ‘소정근로 대가성’, 임금의 지급 시기와 지급 대상이 미리 일정하게 정해졌을 것을 요구하는 ‘정기성’과 ‘일률성’의 개념을 통하여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통상임금을 이루는 개념에는 ‘임금 지급에 관한 일정한 사전적 규율’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소정근로의 제공과 관계없이 일시적이거나 변동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은 여전히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에서 제외하더라도 성질상 통상임금을 기초로 산정되는 주휴수당(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74144 판결 등 참조) 등과 같은 법정수당은 개념적으로 통상임금이 될 수 없으므로, 통상임금에 속하지 않는다.

나)

재직조건부 임금

통상임금은 실근로와 구별되는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는 도구개념이므로, 계속적인 소정근로의 제공이 전제된 근로관계를 기초로 산정하여야 한다. 근로자가 재직하는 것은 근로계약에 따라 소정근로를 제공하기 위한 당연한 전제이다. ‘퇴직’은 정년의 도래, 사망, 해고 등과 함께 근로관계를 종료시켜 실근로의 제공을 방해하는 장애사유일 뿐, 근로자와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대가와는 개념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 따라서 어떠한 임금을 지급받기 위하여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다)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소정근로를 온전하게 제공하는 근로자라면 충족할 근무일수 조건, 즉 소정근로일수 이내로 정해진 근무일수 조건의 경우, 그러한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그 임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설령 근로자의 실제 근무일수가 소정근로일수에 미치지 못하여 근로자가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더라도, 그 임금이 소정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을 갖추고 있는 한 이를 통상임금에 산입하여 연장근로 등에 대한 법정수당을 산정하여야 한다. 통상임금은 실제 근무일수나 실제 수령한 임금에 관계없이 소정근로의 가치를 반영하여 정한 기준임금이기 때문이다. 반면 소정근로일수를 초과하는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은 소정근로를 제공하였다고 하여 지급되는 것이 아니고 소정근로를 넘는 추가 근로의 대가이므로 통상임금이 아니다.

2)

구체적 판단

갑 제3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이 사건 회사 직원보수운영내규는 다음과 같은 정기상여금 지급 및 소정근로시간과 관련한 규정을 두고 있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회사에서의 소정근로일수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주 40시간으로, 정기상여금 지급에 있어서는 재직 중이라는 조건과 월 15일 이상의 근무일수를 충족해야 한다는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보면, ’재직 중‘이라는 조건이 부가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정기상여금의 소정근로 대가성이나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고, 월 15일 이상의 근무일수는 이 사건 회사의 소정근로일수 이내로 역시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여기에 이 사건 회사가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이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어 왔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는 점을 더하여 살펴보면, 원고가 주장하는 정기상여금은 육아휴직급여 산정시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어야 한다.

따라서 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적 징표로 삼았던 과거 대법원의 종전 판결들을 변경하기로 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 효력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 선고 시점에 이 법원에 계속 중이던 이 사건에도 소급효가 미친다고 보아야 하므로<1>,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피고의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3.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손인희

각주1) 대법원이 새로운 법리를 선언하는 것은 그 사건의 재판규범으로 삼기 위함이므로 기본적으로 당해사건은 새로운 법리가 소급하여 적용된다. 그런데 소급효의 범위 설정은 결국 형량의 문제이므로, 해당 사건의 고유한 특성을 바탕으로 신뢰보호의 필요성과 평등원칙의 요청 등을 고려한 세밀한 형량을 통해 이를 정할 수 있다. 통상임금에 관한 종전 판례와 이번 판례변경이 갖는 앞서 본 여러 특수성과 함께 재직조건부 임금 및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등의 통상임금성이 쟁점인 다수의 사건들이 현재 대법원 및 하급심법원에 계속 중인 점을 고려하여 보면, 이번 판례변경에서는 이 판결 선고 시점에 대법원 및 하급심법원에 계속 중인 병행사건까지 소급효가 미치는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타당하다. 동일한 쟁점을 두고 현재 소송 계속 중인 다수의 사건들 중에 우연히 판례변경 대상 사건이 된 당해사건의 당사자들만 권리구제를 받고 나머지 병행사건의 당사자들은 권리구제를 받지 못하는 결론은 수긍하기 어렵다. 병행사건 당사자들도 스스로의 비용과 노력으로 소를 제기하여 통상임금의 범위를 다투며 권리구제를 적극적으로 도모함으로써 판례변경에 함께 기여한 주체이므로, 그 보호가치가 당해사건 당사자들과 동등하고 소를 제기하지 않은 집단과는 다르다. 그동안 다수의 병행사건에서 제기되어 온 문제의식에 부합하게 판례를 변경하면서 병행사건 당사자들이 소를 제기하여 적극적으로 다툰 법률관계를 종전 판례 법리에 따라 규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