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0. 10. 선고 2023구합57029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3. 1. 12. 원고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주문과 같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C은 2022. 6. 9. 08:00경 춘천시 D에서 묘지 조성공사(이하 ’이 사건 공사‘라 한다)를 하면서 잔디, 물 등을 ‘딸딸이(경운기 모터 및 콤바인 바퀴를 부착하여 개조한 운반기계)’에 싣고 올라가던 중 딸딸이가 전복되는 사고(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를 당하여 사망하였다.

나.

C(이하 ‘고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인 원고는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3. 1. 12. ‘고인은 E 사업주인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의 소개 하에 의뢰인(발주자)과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직접 구두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공사를 시공하는 등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닌 사업주라고 확인된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 처분(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6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고인은 참가인과의 관계에서 전속성을 가지고 일용직 근로를 제공해왔고, 사망 당일에도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을 제공받기로 약정하고 근로하다가(설령 근로계약이 성립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노무도급에는 해당한다) 이 사건 사고를 당하여 사망하였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나.

고인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1)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8. 8. 30. 선고 2018두433380 판결 참조). 건축공사의 일부분을 하도급받은 자가 구체적인 지휘ㆍ감독권을 유보한 채, 재료와 설비는 자신이 공급하면서 시공 부분만을 시공기술자에게 재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 그 노무도급의 도급인과 수급인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다(대법원 1997. 4. 25. 선고 96다53086 판결 등 참조).

2)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3 내지 5, 7 내지 12호증, 을가 제1 내지 4호증, 을나 제1 내지 10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고인은 참가인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사람이었음이 인정되므로, 산재보험법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가)

E는 비석 작업뿐만 아니라 묘지 조성사업 전반을 영위하는 사업체였다(갑 제7, 10호증). 고인은 과거에 ‘F’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는 개인사업자이기는 하였으나 2017. 12. 31. 폐업하였고, 이 사건 사고 전까지 약 17년간 E 사무실로 오전 10시경 출근하여(1달 약 20일) 묘지 조성공사 의뢰 상담을 하고 견적을 내어주는 등의 근로를 제공하였다. 참가인은 2022. 7.경 작성한 사업주 진술서(갑 제3호증)에서 고인과의 관계가 ‘사업주’임을 인정하였고, 이 사건 공사 현장에서 고인과 근무한 동료 인부들도 ‘참가인을 사업주(사장)로 알고 있고, 고인은 사업주가 아니라 동료일 뿐이다’, ‘E로 일이 들어오면 고인과 같이 일을 한다’는 취지의 진술서를 작성하였다. 그 밖에 고인이 독립된 사업자로서 단순히 참가인과 협력하여 영업을 하여 왔다고 인정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고, 오히려 고인은 고용보험 내역상 여러 차례 일당을 지급받고 일용 근로를 하여 온 사실(갑 제8호증)이 인정될 뿐이다.

나)

이 사건 공사 계약의 체결 및 대금 지급의 경위를 살펴보면, G는 모친이 사망하자 E의 사업주인 참가인에게 먼저 묘지 공사를 문의하였고, 참가인이 ‘현장작업팀인 고인에게 문의하라’고 하자 고인과 협의하여 공사대금을 210만 원(인부들 일당 각 20만 원, 고인의 경우 일당과 딸딸이 임대료를 합한 58만 원)으로 정하였으며, 참가인에게 금액을 확인한 이후 참가인의 허락에 따라 대금을 공사 현장에 있는 인부 H에게 지급하였다[참가인도 진술서(갑 제3호증)에 ‘G가 현장에 있는 인부에게 대금을 전달해도 되는지 물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고 기재하였다]. 한편 G는 2018년에 부친이 사망하였을 때에도 묘지 공사를 E에 맡겼는데, 당시에는 참가인이 직접 G와 견적을 협의하였고, 이 사건 공사와 마찬가지로 대금은 참가인에게 지급되었으며 고인이 현장답사 이후 공사를 진행하였다. 이처럼 묘지 조성공사의 수급 여부, 공사대금의 액수 및 지급방법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한 주체는 사업주인 참가인이었고, 달리 고인이 참가인을 통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시장에서 고객과 접촉하여 영업을 함으로써 이윤 창출이나 손실 등 위험을 스스로 부담하였다고 볼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

다)

이 사건 공사 당시 고인을 제외한 인부들은 일당 각 20만 원, 고인은 일당 20만 원에 딸딸이 임대료 등을 합한 58만 원을 지급받기로 한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은데,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아니라 작업일수 및 작업량에 의하여 정산한 보수 역시 노동의 양과 질을 평가하는 것이라 할 수 있어 근로의 대가로서 임금이라는 성격이 부정되지 않는다.

라)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고인이 수행한 구체적인 업무 내용은 견적을 내고 현장에서 동료 인부들을 지휘한 것인데, 참가인이 반드시 공사의 구체적인 작업의 내용과 방법까지도 세부적으로 지시를 한 경우라야 비로소 근로자의 종속적인 관계를 인정하기 위한 ‘사용자의 상당한 지휘ㆍ감독’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앞서 관련 법리에서 본 바와 같이 공사를 도급받은 자가 구체적인 지휘ㆍ감독권을 유보한 채 일부분만을 하도급하는 경우와 같은 노무도급의 경우에도 그 노무도급의 도급인과 수급인은 실질적으로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에 있다고 인정되는데, 묘지 조성공사는 석축기술을 가지고 비석 작업만을 주로 해온 참가인이 갖추지 못한, 비교적 전문적인 경험과 지식을 요하므로, 숙련된 기술자인 고인은 노무도급의 수급인과 유사한 지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참가인이 공사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고인의 근로자성을 쉽게 부인할 수 없다.

다.

소결론

고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