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원고는 2021. 5. 14. 참가인에 입사하여 관리실 기관기사로 근무하던 사람이다.
참가인은 2022. 11. 17. 원고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여 정직 1개월의 징계를 의결하고 이를 2022. 11. 21. 원고에게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징계처분’이라 한다). 이 사건 징계처분의 구체적인 징계사유는 다음과 같다(이하 각 항별로 ‘제1 징계사유’와 같은 방식으로 특정하고, 통틀어 ‘이 사건 각 징계사유’라 한다).
원고는 이 사건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며 구제를 신청하였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2. 27. 이를 기각하였고(F), 원고가 이에 불복하여 재심을 신청하였으나 중앙노동위원회도 2023. 5. 26. 이를 기각하는 판정을 하였다(C, 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4호증, 을가 제1, 3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영선업무 및 세대 누수 민원의 처리와 관련된 업무는 기관기사인 원고가 수행할 업무가 아니므로, 해당 업무 수행을 거부한 부분과 관련된 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되지 않고, 2022. 7. 20. 근무시간이 아닌 휴게시간에 세대 누수 업무를 처리하고 금품을 받은 것 역시 업무와 관련된 금품수수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지 않고 징계양정 역시 지나치게 과중한데도, 원고의 구제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이 사건 각 징계사유의 인정 여부
영선업무 및 세대 민원 업무의 수행 거부와 관련된 부분(제1 내지 4 징계사유)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2호증, 을가 제6 내지 14호증, 을나 제1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의 사실 및 사정들을 종합하면, 영선업무 및 세대 누수 민원의 처리와 관련된 업무는 모두 원고가 수행하여야 할 업무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원고가 해당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거나 이를 수행하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은 행위는 모두 참가인 취업규칙이 직원의 금지사항으로 정한 ‘정당한 사유 없이 상사의 업무상 지시를 거부하는 행위’(제15조 제7호)로서 ‘정당한 이유 없이 상사의 명령에 불복한 경우’(제97조 제9호) 또는 ‘복무 규율 기타 규정을 위반한 경우’(제97조 제14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하므로, 제1 내지 4 징계사유는 모두 인정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원고가 참가인과 체결한 근로계약서에는 원고의 직종이 ‘기관기사’로 명시되어 있기는 하나, 그 바로 하단에 ‘업무상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시는 당소(참가인)의 지시에 의해 타 부서 일을 지원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또한, 원고는 최초 근로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2022년 5월 무렵 계약 갱신을 앞두고 참가인에게 직접 작성한 각서를 제출하였는데, 위 각서에는 “상기 본인은 기관실 기관기사로서 평소 업무가 수도 및 온수검침, 냉ㆍ온수, 난방수, 하수 등 누수 사고 등 민원 업무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민원 업무 처리 과정에서 입주민과 의견 차이로 말다툼을 하는 경우가 있어 지적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 원고는 위 각서가 참가인의 강박에 의하여 작성되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를 뒷받침할 만한 별다른 자료가 없다. 위와 같은 근로계약서 및 각서의 내용에 비추어, 원고는 자신의 업무 범위에 영선업무 및 세대 누수 민원 관련 업무가 포함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이를 갱신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원고는 상당한 기간 동안 영선업무 및 세대 누수 민원 관련 업무를 처리하여 왔고, 관리실 소속 다른 기관기사들 역시 원고와 마찬가지로 같은 업무를 수행하여 왔던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관기사들은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기사 업무 중 대부분은 주민 세대의 민원건 중에 수도, 온수, 난방 고장 및 배수 불량 등의 해결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관리실에서는 세대를 방문하여 전용부분의 고장인지 공용부분의 고장인지를 파악하여 직원이 수리가 가능한 부분은 직접 수리하거나 불가능한 것은 외부업체에 의뢰하여 수리하고 있다. 오히려 원고가 동료 직원들에게 세대민원을 처리하러 가지 말라고 업무를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사실확인서를 작성하기까지 하였다.
특히 참가인의 원고에 대한 업무 지시는 세대 내에서 누수 등이 발생하였을 때 그 정도를 불문하고 이를 직접 수리하라는 취지가 아니라, 누수의 원인이 공용부분 및 전용부분 중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매우 경미한 수준일 때에 한하여 가능하다면 이를 수리하는 정도의 업무를 수행하라는 취지라고 보인다. 원고는 관리주체의 업무가 공용부분의 유지ㆍ보수 및 안전관리 등에 한정된다는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 제1항 제1호의 규정 등을 근거로 참가인이 지시한 업무가 자신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 제1항 제6호는 관리주체의 업무 중 하나로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한 사항의 집행’을 규정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은 법 제64조 제2항은 원고의 상급자에 해당하는 관리사무소장의 업무 범위에 관하여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의결하는 공동주택의 운영ㆍ관리ㆍ유지ㆍ보수행위(제1호 가목), 하자의 발견 및 하자보수의 청구(제2호) 등을 규정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에 해당하는 참가인의 위와 같은 지시가 관리사무소 소속 직원의 업무에 전혀 해당하지 않는 사항을 부당하게 강요한 것이라고 보이지도 않는다.
세대 누수 업무를 처리하고 금품을 받은 행위와 관련된 부분(제5 징계사유)
앞서 든 증거들과 갑 제3, 5, 6호증의 각 기재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및 사정들, 즉 ① 원고는 세대 누수 관련 업무가 원고의 업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휴게시간에 세대 누수 부분을 수리하고 돈을 받은 것이 업무와 무관한 일이라는 취지로 주장하나,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세대 누수 민원의 처리와 관련된 업무(매우 경미한 수준의 수리 포함)는 원고의 업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하는 점, ② 위와 같은 원고의 업무 범위에 비추어 볼 때 만일 누수의 원인이 되는 하자의 정도가 심하여 관리사무소 직원이 수리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외부 업체를 통해 이를 수리하도록 조치하여야 하지, 원고가 참가인의 사전 허락 없이 임의로 이를 수리하고 사적인 대가로 금품을 받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는 점, ③ 원고가 2022. 7. 20. 세대 누수 부분을 수리해주고 돈을 받은 시각이 18시 이전인 점에 비추어 원고가 휴게시간에 해당 행위를 하였는지조차 의문인 점, ④ 원고는 위 수리행위를 하기 직전인 2022. 7. 15. 이미 ‘2022. 5. 31. 세대 싱크대 하수관을 수리해주고 금품을 받은 행위’를 징계사유의 하나로 하여 감봉 3개월의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으므로(비록 위 징계처분은 이후 원고의 구제신청이 인용되어 취소되었으나, 노동위원회에서도 위 행위 자체가 징계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것 자체는 인정하였다), 임의로 세대 내의 하자를 수리하고 금품을 받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데도 재차 비슷한 유형의 행위를 반복한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가 참가인의 사전 허락 없이 세대 전용 부분의 누수가 발생한 부분을 사적으로 수리하여 주고 금품을 받은 행위는 참가인 취업규칙이 직원의 금지사항으로 정한 ‘사익을 위하여 부당한 행위를 하거나 사전 허락 없이 다른 업무에 종사하는 행위’(제15조 제8호)로서 ‘당소의 허락 없이 타인으로부터 금품수수 등 금지행위를 한 경우’(제97조 제6호)의 징계사유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제5 징계사유도 인정된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징계양정의 적정 여부
근로자에게 징계사유가 있어 징계처분을 하는 경우에 어떠한 처분을 할 것인지는 원칙적으로 징계권자의 재량에 맡겨져 있으므로, 그 징계처분이 위법하다고 하기 위하여서는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은 처분이라고 하려면, 구체적인 사례에 따라 직무의 특성, 징계사유가 된 비위사실의 내용과 성질 및 징계에 의하여 달성하려는 목적과 그에 수반되는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라야 한다(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6다33999 판결, 대법원 2012. 9. 27. 선고 2010다99279 판결 등 참조).
앞서 인정한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과 변론 전체의 취지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앞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각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되고, 이는 상급자의 업무에 관한 정당한 지시를 불이행하여 세대 내 민원의 처리를 어렵게 하거나 사전 허락 없이 임의로 세대 누수 부분을 수리하고 사적인 대가를 받는 행위로서 그 비위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보이는 점, ② 특히 원고는 종전까지 별다른 이의 제기 없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였음에도 불구하고 2022. 7. 15. 사적인 금품을 받은 행위에 대해 징계를 받을 무렵부터 업무 수행을 거부하였는바, 원고의 비위행위는 참가인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그 자체가 직장질서를 훼손하는 행위라고 보이는 점, ③ 원고는 위와 같은 징계처분을 통해 세대의 민원을 처리하여 주고 사적인 금품을 받는 행위가 참가인에 의해 금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이는데도 아무런 경각심 없이 불과 며칠 만에 동일한 잘못을 반복한 점, ④ 원고는 스스로 세대 민원 관련 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취지의 각서를 제출함으로써 근로계약을 갱신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위 각서의 내용을 준수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위 각서가 강박에 의해 작성되었다는 주장까지 하면서 여전히 비위행위의 존재를 부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정직 1개월의 이 사건 징계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원고의 이 부분 주장도 받아들일 수 없다.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송각엽(재판장) 심용아 오민관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