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소송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재심판정의 경위
국회사무처는 국회 및 국회의원의 입법활동과 국회의 행정업무 등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국회사무처법에 따라 설치․운영되는 입법행정기관으로, 내부 조직으로 국회방송국(이하 ‘이 사건 방송국’이라 한다)을 운영한다.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 한다) A은 2009. 3., 참가인 B는 2009. 10.부터 이 사건 방송국 D의 E로 근무하였다. 참가인들이 이 사건 방송국에서 담당해 온 프로그램과 기간은 다음과 같다.
이 사건 방송국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8년경 이 사건 방송국을 비롯한 10개 공공방송 채널을 대상으로 방송작가 등에 대해 표준계약서 도입을 권고하자, 그간 구두로 계약을 유지해 오던 참가인들과 2018. 12. 6.부터 방송작가 집필표준계약서(이하 ‘집필계약서’라 한다)에 따른 위탁계약을 체결하였는데, 참가인들과 이 사건 방송국이 마지막으로 체결한 집필계약서의 체결일은 모두 2021. 10. 22.이고, 계약기간은 체결일로부터 2022. 9. 30.까지다. 집필계약서에 따르면 참가인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은 “K”(이하 ‘K’이라 한다)으로, 방송 일시․횟수는 매주 월~금 오후 6시, 제작 형식은 스튜디오, 제작 길이는 60분, 원고 인도 기일은 생방송 1시간 전까지다.
K의 개편을 앞두고 이 사건 방송국 소속 피디인 L, M, N 등은 회의를 거친 끝에 코너 제작진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참가인들과 O(참가인 B의 보조작가), P(참가인 A의 보조작가)에 대하여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하였고, 이 사건 방송국은 2022. 8. 31.부터 2022. 9. 1.까지 참가인들, O, P에게 2022. 9. 30.자로 집필계약이 만료됨을 구두로 통보하였다(이하 ‘이 사건 해지’라 한다).
참가인들, O, P은 국회사무처로부터 부당하게 해고당하였다고 주장하며 구제를 신청하였는데[Q, R, S, T(병합)],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3. 1. 12. ’① O, P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P은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한 자로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인데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O는 기간제근로자로서 갱신기대권이 있는데 합리적인 갱신거절의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마찬가지로 부당해고에 해당하는 반면, ② 참가인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O, P의 구제신청은 인용하고, 참가인들의 구제신청은 기각하였다.
이에 참가인들만이 재심을 신청하였는데(C), 중앙노동위원회는 2023. 5. 12. ’참가인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2년을 초과하여 근무한 자로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인데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았으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위 초심판정 중 참가인들에 대한 부분을 취소하고 참가인들의 구제신청을 인용하였다(이하 ‘이 사건 재심판정’이라 한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3, 5 내지 9호증, 을가 제1 내지 4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이 사건 재심판정의 위법 여부
원고 주장의 요지
참가인들은 그 업무 내용 및 업무 방식 등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방송국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므로, 이와 달리 판단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다.
참가인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
관련 법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보다 실질적으로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당하는지, 노무 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 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지 등의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의 근로자 지위 인정 여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대법원 2019. 5. 30. 선고 2017두62235 판결 등 참조).
구체적인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10 내지 64호증, 을가 제5 내지 16호증, 을나 제2 내지 74호증의 각 기재, 증인 L, M, P, O의 각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참가인들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 사건 방송국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업무 수행에 대한 지휘ㆍ감독
시사․교양 프로그램 소속 방송작가들은 원고 집필에 있어 전문성과 창작성이 요구되므로 재량이 많고, 방송사 정규 직원들과의 유기적 결합도도 낮다고 볼 수 있으며, PD와도 수평적인 관계에 있다. 반면 보도․D 소속 방송작가들은 자료수집 등 보조적인 업무를 수행하고, 정규 직원인 피디나 기자에게 집필 대상 선정 및 내용 수정에 관한 최종 결정권이 있어 재량의 범위가 좁다고 볼 수 있으며, 방송사의 정규 직원들과 유기적 결합도가 높고 피디 등으로부터 상당한 정도의 지휘․감독을 받는다.
참가인들은 이 사건 해지 무렵 K 내 2부에 해당하는 “U” 코너(이하 ‘이 사건 코너’라 한다)를 담당하는 E였다. 그런데 이 사건 코너는 D인 K에 포함되는 일부로서, 그 중 1부에 해당하는 보도 부분과 분리되는 별도의 프로그램이라고 볼 수 없다. 이 사건 방송국이 K을 제작하는 과정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들이 수행한 업무는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이 사건 방송국 소속 공무원들과 함께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수행한 것으로서 그 중 일부에 해당하는 원고 작성만을 따로 떼어내어 이를 독립된 사업자에게 위탁할 만한 성격으로 보이지 않는다.
즉, 참가인들이 제작에 관여한 이 사건 코너는 그 내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큰 D의 일부로서 단순히 몇 차례의 작업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단계의 제작․협업 과정을 거쳐야 되는 것이고, 단계마다 이 사건 방송국의 기획 의도에 맞도록 수정․보완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그 과정에서의 이 사건 방송국의 개입․관여 정도는 업무 위탁의 결과물에 대한 사전적 요구 및 사후적 평가나 건의의 수준을 넘어 일상적이고 지속적인 개입으로서 곧바로 참가인들의 업무를 구속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 사건 코너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이 포함될 수 있는 시사 프로그램의 특성상 방송작가가 뉴스 아이템 선정을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없었고, 최종 결정권은 담당 피디에게 있었다. 특히 이 사건 방송국은 그 존재 의의나 지위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국회에 종속된 지위에서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방송사들에 비하여 정치적 중립성을 엄격하게 준수할 것이 요구된다. 따라서 참가인들은 뉴스 아이템을 선정함에 있어 이 사건 방송국의 정치적 중립성, 방향성, 시사성을 따라야 하므로, 구체적인 지시ㆍ관여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뉴스 아이템을 선정하거나 원고를 집필하는 업무는 참가인들이 E로서 자율성과 창의성을 어느 정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기는 하다. 그러나 제품 조립 등 기계적ㆍ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닌 이상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하여 업무에 관해 어떠한 재량도 가질 수 없는 것은 아니다(예컨대 회사의 사원도 자신이 담당하는 업무분장과 관련하여 어떤 아이템을 선정하고, 어떠한 내용으로 보고서를 작성할지 등에 관하여 어느 정도 재량을 가진다). 따라서 이 사건 방송국이 참가인들의 방송작가로서 경력과 업무능력 등을 고려하여 재량을 어느 정도 존중하였다고 하더라도 이는 참가인들이 제공하는 근로의 특성이 전문성을 띄고 있기 때문일 뿐이므로, 근로자성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L은 2018. 6. 27. 참가인 A에게 ‘과장님이 엎을 수도 있어서 물어보고요’라고 말했고, 참가인 A은 2018. 9. 21. L에게 ‘과장님이 청문회는 안하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네’라고 말했다. L은 이 사건 해지 직후인 2022. 9. 2. O와 면담하면서 ‘위에서부터 떨어진거고 작가와 피디가 협의해서 되는게 아니고 하나하나 다 컨펌을 받고 찍어내리고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 사건 방송국은 뉴스 아이템을 선정하거나 변경하는 과정에 관여하였다.
이 사건 방송국은 참가인들이 확정된 뉴스 아이템에 대한 원고 최종본을 작성하는 등의 과정에도 구체적으로 관여하였다. 이 사건 방송국의 조직은 ‘방송국장 – 방송제작과장 – 방송제작보도담당(계장) - 담당 피디’로 구성되어 있는데, 방송국장부터 담당 피디까지 참가인들에게 출연자 섭외, 원고 내용, 보도자료 작성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지휘․감독을 한 사례가 이메일,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으로 확인된다. V 과장은 참가인 A에게 2014. 9. 23. ‘클로징 멘트 안바꼈네?, 체크를 제대로 안하나봐, 대본 고치면 프롬프터도 고치는거지’라고 말했고, 2016. 1. 11. 참가인 A이 보낸 질의서에 관하여 ‘질문을 좀 수정해서 보내놓았다’고 말했다. L은 2020. 12. 29. 참가인 B에게 ‘W 교수, X 평론가 순서로 섭외해주세요~’라고 말했고(따라서 원고 주장과 달리 섭외 업무를 보조작가들만이 전담하였다고 볼 수 없다), 2021. 8. 17. 참가인 A에게 ‘아침 ○○○ 최고 발언은 질문 빼지 말고 그냥 하세요, 다빼면 할 질문이 없겠어요ㅜㅜ’라며 당초 일부 질문의 삭제를 요청하였다가 이를 번복하였으며, 국회사무처 사무총장이 출연할 때 원고에 포함되었으면 하는 구체적인 질문 내용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L은 이 사건 코너 녹화 직전인 오후 4:28경 참가인 B의 보조작가인 O에게 ‘이 사건 코너 바꿔야 한다. Y 까는 내용만 썼다’고 말한 사실이 있는데, 이는 단순히 아이템만 확인한 것을 넘어서 원고 내용까지 이미 검토하였음을 전제하는 발언이다. 특히 이 사건 방송국 사무실 내 참가인들의 자리는 계장, 과장의 자리와 가까웠기에, 각종 수정 지시는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등보다는 주로 구두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바(증인 P의 증언 녹취서 9쪽, 증인 O의 증언 녹취서 7쪽), 이 사건 방송국이 원고 내용에 관여한 경우가 밝혀진 것보다 많을 것이라고 능히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방송국은 담당 피디 등을 통하여 충분한 여유를 가지면서 원고 초안을 읽고 수정을 지시하였다고 보아야 하므로, 참가인들이 방송이 2시간도 채 남지 않은 다소 촉박한 시간에 원고 초안을 인도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이유만으로 이 사건 방송국의 지휘ㆍ감독을 받지 않은 채 원고에 대한 최종적인 출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집필계약서에 의하더라도 이 사건 방송국이 참가인들의 업무 수행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휘․감독권을 가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집필계약서 제14조에 의하면, 이 사건 방송국은 인도된 원고가 계약상의 제작 의도 및 내용에 맞지 않는 경우 참가인들에게 원고의 수정을 요구할 수 있고, 원고가 수정되었더라도 인도된 원고가 프로그램 제작에 객관적으로 부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원고의 인수를 거부할 수 있는 등, 참가인들이 작성한 원고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은 이 사건 방송국에게 부여되어 있다. 집필계약서 제7조 제4항은 참가인들은 이 사건 방송국이 정하고 있는 심의규정 및 제작 가이드라인 등 관련 규정을 숙지한 후 작업에 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제20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참가인들이 정당한 사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거나 계약의 중요한 내용을 위반한 경우 이 사건 방송국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으므로, 참가인들로서는 업무 수행에 관한 이 사건 방송국의 지시를 끝까지 거부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방송국은 2009년부터 2010년까지 9차례에 걸쳐 참가인들에게 이메일로 회의 참석 요청을 하였고, 위 이메일은 참가인들을 ‘방송제작팀’으로 분류하고 있고, ‘필참’ 등 참석 의무를 부여하는 표현이 있다. Z은 2017. 1. 6. 참가인 A에게 회의 참석을 요청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 사건 방송국은 2022. 2. 9. 및 2022. 2. 18. 참가인 B에게 대선 특집방송 관련 회의에 참석할 것을 요청하였다. 이처럼 이 사건 방송국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내용으로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기 위해 참가인들에게 회의 참석을 요구하였다.
참가인들이 N에게 뉴스 아이템 관련 영상을 찾아달라고 부탁한 사실은 있으나, 앞서 본 바와 같이 근로자 간에 제작․협업하는 과정이 필수적인 D의 특성상 작가가 연출 담당자에게 특정 아이템에 부합하는 자료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는 일이 특별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없다.
참가인들의 업무 내용을 이 사건 방송국이 결정
집필계약서 제3조에는 생방송 1시간 전까지 원고를 인도함으로서 업무가 종료되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으나, 실제로 참가인들은 원고를 인도하고 나서도 생방송프로그램을 현장에서 시청하며 뉴스 내용이 변경되거나 속보가 발생하는 경우 원고를 수정하여야 했다(위 제3조에는 K의 방송 일시/회수가 ‘매주 월~금 오후 6시’라고 기재되어 있기는 하나, 이는 말 그대로 K의 방송 시간을 설명한 내용일 뿐 참가인들의 근무시간을 명시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참가인들은 집필계약서에 명시된 원고 집필 업무 외에도 이 사건 방송국의 지시에 의하여 방송 개편안 및 기획안 작성, 보도자료 작성 및 홍보 부탁, 출연자섭외, 자막 인아웃 콜사인<각주1> 등의 업무를 수행하였는데, 이는 주로 이 사건 방송국이 사전에 참가인들과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었다(특히 방송 개편안 및 기획안 작성, 보도자료 작성 및 홍보 부탁 업무는 프로그램의 제작ㆍ운영과 관련되는 것인바, 이는 앞서 본 바와 같이 참가인들이 프로그램 제작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하여 다른 근로자들과 함께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업무를 수행하였다는 점을 뒷받침한다). 이처럼 이 사건 방송국은 참가인들의 의사에 관계없이 그 필요에 따라 일방적으로 담당 업무를 수차례 변경하였다고 할 것이고, 이 사건 방송국이 참가인들에게 자막 인아웃 콜사인 업무 등을 수행함에 따른 보수를 추가로 지급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위 인정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 사건 방송국과 참가인들은 이처럼 담당 업무가 수차례 바뀌는 과정에서 별도로 업무위탁계약서를 작성하지도 않았다.
뿐만 아니라 참가인 A은 집필계약서에 따른 업무의 범위에 포섭될 여지가 전혀 없는 업무(출연자 목록 정리, 대학생 인턴 멘토링 등)까지 수행하였으면서도, 이에 대해 이 사건 방송국으로부터 아무런 보수를 지급받지 못하였다. 결국 이 사건 방송국은 집필계약서에 따른 업무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의 수행을 지시함으로써 업무 내용을 일방적으로 정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근무 시간, 근무 장소의 지정
참가인들은 이 사건 방송국이 정한 프로그램의 방송 일정에 맞춰 D을 담당하는 요일[참가인 A 화ㆍ목ㆍ금(격주), 참가인 B 월ㆍ수ㆍ금(격주)]에는 피디들과 아이템을 협의하기 위해 오전 10~11시경 사이에 출근하였다가,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인 오후 7시경 퇴근하였다.
이 사건 방송국이 참가인들의 출ㆍ퇴근 시간을 분 단위로 일일이 관리ㆍ감독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 사건 방송국이 참가인들의 근무 시간을 지정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사건 코너의 성격상 오전 중에 아이템을 결정하여야 원고를 쓸 수 있기에 E인 참가인들 역시 오전 출근이 필수적이었던 것으로 보이고(그에 따라 이 사건 방송국은 참가인들에게 점심식사 식권을 지급하기도 하였다), 원고 집필업무의 특성상 이 사건 방송국 소속 다른 근로자들과 협업하여 방송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에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정할 수 없었으며, 참가인들로서는 이 사건 방송국이 정한 방송 일정에 맞춰 출근하였다가 업무를 마쳐야만 퇴근할 수 있었다.
이 사건 방송국은 참가인들로 하여금 방송 일정에 맞춰 사무실에 마련한 고정 좌석으로 출근하여 근무할 수밖에 없도록 하였다. 참가인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시기 등에 재택근무를 일부 하였으나, 대체로 이 사건 방송국의 사전승인을 받은 것으로 보이고, 재택근무를 하는 날에도 보조작가는 출근하였다.
이 사건 방송국의 Z 계장은 2012. 9. 6. 참가인 A에게 ‘방송국장 및 제작과장 지시사항이다. 방송국 직원들의 복무 기강 확립을 위해 힘써 주기를 다음과 같이 당부하셨다. 출․퇴근 및 중식 시간을 엄수하고 근무시간 중에 불필요한 이석 및 외출을 자제하라’는 취지로 이메일을 보내기도 하였다. 달리 참가인들이 이 사건 방송국과 무관하게 자신들의 근무 개시 시간이나 근무 장소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었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할 수 없다.
근로 제공의 계속성ㆍ전속성
참가인들은 이 사건 방송국에 입사한 이후부터 퇴사할 때까지 약 13년 동안 계속하여 계약을 갱신하면서 이 사건 방송국에서 작가로 근무하였다. 국정감사나 프로그램 개편 등으로 인하여 업무가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하였으나, 그 기간은 몇 주에서 길어야 한 달 남짓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참가인들은 해당 기간에도 방송 개편안 및 기획안 작성 업무 등을 일부 수행하였으므로, 참가인들은 실질적으로 계속하여 이 사건 방송국에서 근무해 왔다고 볼 수 있다.
참가인들에게는 국회청사 상시 출입이 가능한 출입증이 부여되었으며, ‘국회방송 방송제작과/방송작가’라고 표시된 명함도 제공되었다. 참가인들은 이 사건 방송국 사무실에 출근하여 업무를 수행하는 시간 동안에는 급박하게 진행되는 생방송 프로그램의 특성상 다른 업무를 병행하여 수행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따라서 참가인들은 상당한 정도의 계속성과 전속성을 가지고 이 사건 방송국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참가인들은 이 사건 방송국에 재직한 기간 동안 타 방송사의 업무를 일부 수행하고 보수를 지급받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데 집필계약서 제7조 제2항은 전속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한하여 다른 방송사 등과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이 사건 방송국과 참가인들 간의 계약은 전속계약이 아니다. 나아가 참가인들이 타 방송사의 업무를 수행함으로 인하여 이 사건 방송국의 출ㆍ퇴근시간을 조정하거나 업무량을 줄인 사정은 발견되지 않고, 달리 참가인들의 겸직으로 인해 작가 업무 수행에 현저한 지장이 초래되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L은 참가인들의 겸직 사실을 지방노동위원회 심문 단계에서야 알게 되었다고 증언하였다(증인 L의 증언 녹취서 7, 32, 33쪽)]. 따라서 참가인들의 겸직 그 자체만을 이유로 근로 제공의 계속성ㆍ전속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참가인들이 이 사건 방송국으로부터 지급받은 보수의 근로대상적 성격
참가인들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으나, 매 월 프로그램 제작 횟수에 ‘국회방송국 방송제작비 지급 지침’에 의한 경력에 따른 회당 일정 금액을 곱한 금액을 보수로서 일률적으로 지급받았다(따라서 참가인들이 다소 많은 급여를 지급받았다는 사정만으로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참가인들이 담당한 코너가 방송되는 횟수는 매월 거의 동일하였으므로(통상 월 10회 정도), 참가인들은 이 사건 방송국으로부터 매 월 고정된 보수를 지급받았다고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참가인들이 이 사건 방송국으로부터 받은 급여는 참가인들이 제작에 참여한 프로그램에 대한 건별 대가로서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
참가인들은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지 않음
참가인들은 뉴스 아이템 선정, 원고 작성, 프로그램 모니터링 등 이 사건 코너 제작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이 사건 방송국에 근로를 제공하는 것 이외에 별도로 자본을 투하하거나 장비를 갖출 필요가 없었다. 참가인들은 이 사건 방송국으로부터 컴퓨터와 고정된 좌석 및 비품 등을 제공받았다. 참가인들은 이처럼 스스로 별도의 장비를 갖출 필요 없이 이 사건 방송국으로부터 제공받은 설비만 있으면 위와 같은 업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집필계약서 제8조 제1항은 ‘참가인들은 본인의 집필활동을 이 사건 방송국의 사전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위임, 대리하거나 대행하게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참가인들은 이 사건 방송국의 사전 승인이 없는 한 타인으로 하여금 자신의 업무를 대행케 할 수도 없었다(다만 참가인들은 이 사건 방송국의 적어도 묵시적인 승인 하에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서로에게 업무를 잠시 대행하게 한 적이 있을 뿐이다). 뿐만 아니라 참가인들의 업무의 성격 및 이 사건 방송국이 참가인들에게 원고 집필업무를 맡긴 경위 등에 비추어 보면, 참가인들이 업무를 직접 수행하지 않고 제3자를 고용하여 대행하게 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어렵다.
달리 참가인들이 이 사건 코너의 제작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특별히 이윤을 꾀하였거나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은 발견할 수 없으므로, 참가인들을 독립된 사업자로 볼 여지는 없다.
기타 사정
참가인들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져 있지 않았고, 취업규칙의 적용을 받지 않았으며,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고, 근로소득세를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들은 이 사건 방송국이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마음대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참가인들의 근로자성을 부정할 사유가 되지 못한다.
2018. 12. 6. 처음으로 위탁계약 형식의 집필계약서를 작성하기 전후에 참가인들이 수행한 업무의 내용이나 이 사건 방송국의 지휘․감독권 행사 내용에 뚜렷한 변화가 발생된 것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참가인들이 이 사건 방송국에 계속하여 근무하던 도중에 위와 같이 집필계약서가 갑작스레 작성되게 된 이유는 앞서 본 바와 같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표준계약서 도입을 권고하였기 때문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집필계약서의 일부 내용만을 들어 참가인들의 근로자 지위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원고는 참가인들이 프리랜서 계약을 유지하면서 공무직 근로자보다 높은 보수를 받고 겸직을 하는 등 특혜를 누렸음에도, 이제 와서 근로자성을 주장하는 것은 신의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참가인들이 이 사건 방송국에 입사한 이후 약 13년 동안 계속하여 계약을 갱신하면서 작가로 근무해 온 사실은 앞서 본 바와 같고, 계약의 형식과 관계없이 참가인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되는 이상 이 사건 방송국이 우월적 지위에서 종속적 근로자인 참가인들과 형식적으로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경우에 불과하다 할 것이다. 그 밖에 참가인들이 원고에 대하여 근로자임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확정적으로 표명하였다거나, 원고에게 참가인들이 근로자임을 주장하지 않으리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가 형성되었다는 등 참가인들의 근로자성 주장이 신의칙에 위반된다는 사정을 찾기 어렵다.
더군다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지위는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에 따라 정해지는 것으로서 근로자 스스로가 근로자라고 인식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참가인들 스스로 자신을 근로자로 인식하였는지 여부는 참가인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할 때 크게 영향을 주는 사항이라 할 수 없다.
소결론
결국 참가인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고, 이 사건 방송국이 해고로서의 성격을 갖는 이 사건 해지를 하면서 서면으로 하지 않았음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바, 이는 근로기준법 제27조의 서면통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절차상 하자가 존재하므로, 이 사건 해지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이와 결론을 같이 한 이 사건 재심판정은 위법하지 아니하다.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각주1) 방송 제작 과정에서 자막을 넣고 빼는 신호를 주는 작업을 말한다.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