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0. 10. 선고 2023구합70053 판결

주문

1.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B은 2022. 7. 26. 09:40경 강릉시 C에 있는 D 운영의 ‘E(이하 ’이 사건 사업장‘이라 한다)’ 뒤편 공터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인근에 있는 D의 집 마당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던 중, 컨테이너 박스에 올라가 실링벨트를 크레인 후크에 걸다가 크레인 기사의 과실로 추락하여(이하 ‘이 사건 사고’라 한다) 사망하였다.

나.

B(이하 ‘고인’이라 한다)의 배우자인 원고는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3. 4. 12. ‘고인은 이 사건 사업장의 집수리 공사(이하 ’이 사건 집수리 공사‘라 한다) 및 컨테이너 운반(이하 ’이 사건 컨테이너 운반 작업‘이라 하고, 이 사건 집수리 공사와 통칭하여 ’이 사건 각 공사‘라 한다)을 도급받아 작업한 것으로 판단되므로, 근로자 지위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 5, 6호증, 을 제1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관련 법령

별지 기재와 같다.

3.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 주장의 요지

고인은 D과 일용직 근로계약을 체결한 점, D은 고인에게 이 사건 각 공사의 구체적인 내용 및 방법에 관하여 지휘ㆍ감독을 한 점, 고인의 근무장소와 근무시간이 일정하였던 점, 고인은 본인의 업무를 제3자에게 대행하게 할 수 없었던 점, 고인은 비품 및 작업도구 일체를 D으로부터 제공받은 점, 고인은 2022. 7. 8.부터 2022. 7. 26.까지 D이 지시하는 작업만을 계속하였고 고정 일당 30만 원을 지급받기로 약정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고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

나.

관련 법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이 법에 따라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근로자에 대하여 제125조가 정한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특례 등을 제외하고는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를 말한다고 정하고 있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며,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대법원 2018. 4. 26. 선고 2016두49372 판결 등 참조).

다.

판단

앞서 인정한 사실관계와 앞서 든 증거에 갑 제4, 6 내지 12호증, 을 제2 내지 8호증의 각 기재, 이 법원의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강릉지청에 대한 문서송부촉탁 결과, 증인 F의 증언 및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실 내지 사정들을 종합하면, 고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D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봄이 타당하다. 원고의 주장은 이유 없다.

1)

D은 2022. 7. 3.경 육촌 매형인 F에게 이 사건 집수리 공사를 의뢰하였고, F는 과거 여러 공사를 함께 수행한 적이 있는 고인에게 일을 함께 하자고 제안하였다. D은 F, 고인에게 5,000만 원(각종 비용 포함)에 이 사건 집수리 공사를 구두로 도급하였고, 고인은 주택 데크만 교체할 것인지 아니면 전체적인 수리를 할 것인지, 어떤 공사 자재나 색상을 사용할 것인지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견적을 직접 결정하여 D으로부터 확인을 받았다. D은 F, 고인에게 추가로 이 사건 사업장 뒤편 공터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를 D의 주택 마당으로 옮기는 이 사건 컨테이너 운반 작업을 약 150만 원(크레인 비용 포함)에 의뢰하였다.

2)

D은 한과점 운영자로 공사 분야에 별다른 지식이나 경험이 없었던 반면, 고인은 자재, 비품 구매를 포함한 건축공사 분야에 상당한 경력을 보유한 자로 상당한 재량을 가지고 이 사건 각 공사를 수행하였다. D이 이 사건 각 공사의 현장 주변에 머무르면서 이따금씩 진행 상황을 확인하였으나, 이는 D이 현장(집)에서 거주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인접해 있는 이 사건 사업장에서 한과 제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일 뿐이고, 이를 넘어서 고인이 이 사건 각 공사의 진행 과정에서 D으로부터 구체적인 지휘ㆍ감독을 받았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사정은 발견되지 않는다. D이 컨테이너를 갖다놓을 구체적인 위치를 지정하기는 하였으나, 이는 도급계약의 도급인과 수급인 간의 대등한 계약관계에서 그 계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 교환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이를 근거로 D이 고인에 대하여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3)

원고 주장과 달리 고인이 08:00에 출근하여 17:00에 퇴근하는 등 D이 지정한 근무시간에 구속되었다고 볼 근거가 부족하고, 오히려 고인과 F는 공사기간 동안 각자의 차량을 이용하여 자유롭게 출퇴근한 것으로 보이며, F는 처남인 D의 집(이 사건 집수리 공사 현장)에 머무를 때도 있었다.

4)

고인과 F는 이 사건 집수리 공사대금 5,000만 원 중 자재비, 식비, 각종 경비 등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를 절반씩 나누어 가지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D은 계약 당일에 자재비 및 계약금 등 명목으로 고인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였고, 이후 중도금 조로 F에게 1,500만 원을 지급하였다. 원고는 고인이 일당 30만 원을 받기로 하였다고 주장하나 유족인 원고나 G(고인의 아들) 등의 진술 외에는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없고, 오히려 고인, F가 D과 약정한 공사대금은 위 일당에 의하여 산정된 공사기간 전체의 임금 총액보다 훨씬 높은 수준인 사실이 인정될 뿐이다. 따라서 고인은 근로 자체에 대한 대상적 성격으로 임금을 지급받았다기보다는 일의 완성을 조건으로 하여 그 보수를 수령하였던 것이라고 봄이 타당하다.

5)

고인은 이 사건 각 공사의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카고크레인, 스카이크레인, 포크레인 등의 장비를 직접 대여하여 그 비용을 고인의 명의로 송금해 주었고, 자재도 직접 구매하였다. 고인과 F는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 있었고, 실제로 이 사건 컨테이너 운반 작업을 위해 크레인 기사가 고용되기도 하였다.<1> 이처럼 고인은 이 사건 각 공사와 관련하여 독립적으로 사업을 운영하면서 이윤창출과 손실의 위험을 부담하였다.

6)

고인과 F는 과거에도 이 사건 집수리 공사와 유사하게 각종 비용을 정산한 뒤 이윤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2건의 건축공사(H, I)를 함께 수급하여 진행한 적이 있었고, 당시 고인이 주도적으로 공사에 필요한 자재를 구입한 내역이 존재한다. 고인이 간헐적으로 일용근로를 한 내역(2019년 2일, 2021년 1일, 2021년 19일, 2022년 6일 등)은 있으나, 그 횟수와 임금 액수에 비추어 볼 때 생계를 유지할 만한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따라서 고인은 일당을 받는 근로자라기보다 주로 건설 사업자로서 특정 공사 현장에 참여하는 형식 내지 개별적 주문에 따른 소규모 공사를 해주는 형식을 이용하여 소득을 얻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라.

소결론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린 이 사건 처분에 어떠한 위법이 없다.

4.

결론

원고의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