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판결

서울행정법원 2024. 10. 17. 선고 2023구합77177 판결

주문

1.

피고가 2023. 6. 9. 원고들에 대하여 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한다.

2.

소송비용 중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은 피고보조참가인이, 그 나머지는 피고가 각 부담한다.

이유

1.

처분의 경위

가.

원고들의 자녀인 D(E생)은 2021. 5. 1.부터 2022. 5. 21.까지 식음료 사업을 영위하는 주식회사 F(이하 ‘이 사건 회사’라고 한다)의 총주방장 업무를 수행하던 자이고, 피고보조참가인(이하 ‘참가인’이라고 한다)은 이 사건 회사의 대표이다.

나.

D은 2022. 5. 21. 14:00경 이 사건 회사 사무실에서 급성심근경색을 사인으로 하여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이하 D을 ‘고인’이라고 한다).

다.

원고들은 고인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에게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청구를 하였으나, 피고는 2023. 6. 9. ‘급성심근경색은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나, 고인이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기보다 요리 레시피와 노하우를 전수하는 프리랜서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부지급 결정(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을 하였다.

[인정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2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각 가지번호 포함, 이하 같다)의 각 기재

2.

이 사건 처분의 위법 여부

가.

원고들 주장의 요지

고인이 근무 과정에서 이 사건 회사로부터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받은 점, 이 사건 회사에 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한 점,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부담하지 않았던 점, 보수 자체가 노무 제공의 대가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고인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이하 ‘산재보험법’이라 한다)이 적용되는 근로자라고 보아야 한다.

나.

구체적 판단

1)

산재보험법에서 말하는 근로자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를 의미한다(제5조 제2호 본문).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 도급계약 또는 위임계약인지 여부보다 근로제공 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한다.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①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는지, ②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③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④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⑤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⑥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그리고 ⑦ 근로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⑧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ㆍ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과 같은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4다29736 판결 , 대법원 2017. 9. 7. 선고 2017두46899 판결 등 참조).

2)

앞서 인정한 사실, 앞서 든 증거들, 갑 제3 내지 22호증, 을 제1, 13 내지 17호증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더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고인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이 사건 회사에 근로를 제공하였다고 인정할 수 있다.

가)

고인은 이 사건 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식당들(G, H 등)의 총주방장으로 근무하면서, 각 식당 메뉴 선정, 조리, 식자재 및 비품 발주, 인력 채용 및 운용 등 식당 운영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였고, 2022. 4.경에는 해외사업과 관련하여 참가인과 함께 캄보디아 출장을 다녀오기도 하였으며, 사망 무렵에는 새로운 음식점 오픈과 관련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고인이 이 사건 회사가 운영하거나 운영을 준비 중인 음식점들의 컨셉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고 그에 관한 운영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그 업무 내용을 이 사건 회사가 정하였다고 할 수 있고, 비록 이 사건 회사가 고인의 업무수행과 관련하여 상시 구체적 지휘ㆍ감독을 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이는 총주방장으로서 고인의 전문성을 반영한 차원인 때문에 불과하다. 고인은 이 사건 회사 대표인 참가인과 부대표로부터 수시로 카카오톡 메시지, 전화통화 등을 통하여 업무 관련 보고를 하고 지시를 받기도 하였으며(갑 제11, 12호증 참조), 고인이 총주방장 자격에서 이 사건 회사의 근로자들에 대하여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하기도 하였다. 또한 고인은 이 사건 회사가 운영하는 각 음식점들의 운영 상황과 직원들의 업무 내용을 점검하는 주간 업무회의에 정기적으로 참석하기도 하였는바(갑 제3호증의6 참조) 이 사건 회사가 고인에 대하여 상당한 지휘ㆍ감독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나)

고인은 원칙적으로 고정적으로 이 사건 회사에 출근 의무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참가인측이 작성한 확인서에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에 대하여는 ‘결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였고(을 제2호증 참조), 이 사건 회사 부대표인 I 역시 ‘고인이 회사를 징검다리로 빠졌다’는 발언을 하였는데(갑 제13호증 제9쪽 참조) 이는 참가인에게 출근의무가 존재함을 전제로 한다], 참가인에 대하여 다른 직원들과 달리 근태관리가 엄격히 이루어지지 아니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총주방장으로서의 지위와 업무 특성을 반영한 때문이고, 그 수준이 근로자성을 부정할 정도에 이르렀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사망 무렵 고인이 잦은 결근을 하였으나, 고인이 부모를 간병하기 위하여 결근을 하였던 것으로 인지하였기 때문에 고인에 대하여 출근을 요구하지 않고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보일 뿐이며(참가인이 고인을 총주방장으로 직접 섭외하는 등으로 참가인과 고인 사이에 상당한 친분이 존재하기도 하였다), 고인에게 출근 의무가 없었기 때문이라거나 고인이 정하여진 레시피만을 제공하면 되는 위임관계에 있었기 때문은 아니다.

다)

피고는 고인이 이 사건 회사에서 근로를 제공한 시간을 주당 평균 약 12시간 가량으로 산정하여(사망 전 1주간 12시간, 4주간 51시간, 12주간 151시간, 을 제13호증 제6쪽 참조) 이 사건 처분을 하였는데, 이와 같은 근로시간은 참가인이 산정한 내역(을 제2호증 제1 내지 11쪽 참조)을 피고가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위와 같은 산정 내역은 출퇴근 카드 등 근무시간 관련 객관적 자료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참가인이 임의로 근무시간을 추정한 것인 점, 고인의 카카오톡 대화내역(갑 제11호증)에 의하더라도 고인은 재해가 발생한 주에도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2022. 5. 16. ~ 2022. 5. 20.) 매일 근무한 것으로 보이는 점, 고인이 심야까지 업무를 수행한 날도 많은 것으로 보이는 점, 고인이 수행하여 왔던 업무가 단지 주당 12시간만으로 수행 가능하였던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고인의 근무시간이 주당 12시간 정도에 불과하여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는 피고의 판단은 그대로 수긍하기 어렵다. 이 사건 회사가 운영하던 음식점의 직원이었던 J, K, L은 고인이 간헐적으로 위 음식점을 방문하였다고 진술하였는데(을 제5, 7, 11호증), 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총주방장으로서 수행하여 왔던 업무를 감안하면 고인이 특정 음식점에 상주하며 요리를 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근로자성 인정에 어떠한 장애가 되는 것이 아니다. 한편 고인이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이 사건 회사 관계자들의 각 진술서는 이 사건 회사의 이해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여 그대로 믿기 어렵다.

라)

이 사건 회사는 고인에게 사번, 회사 이메일 주소, 직급(쉐프)을 부여하였고, 회사 상호가 기재되어 있는 작업복(갑 제14호증)이나 총주방장 직함의 명함(갑 제15호증)을 고인에게 지급하기도 하였으며, 고인이 이 사건 회사 근로자라는 전제 하에 재직증명서(갑 제3호증의1), 경력증명서(갑 제3호증의2)를 각 발행하기도 하였다. 또한 이 사건 회사는 고인의 경력(고인이 이 사건 회사에서 근무하기 이전 주방팀장으로 근무하던 식당이 미슐랭 가이드에서 1스타를 획득하기도 하는 등 고인은 요식업계에서 어느 정도의 인지도와 경력을 갖춘 요리사였다)을 반복적으로 이 사건 회사의 강점으로 소개하였으며(갑 제5호증의6 제2쪽, 갑 제5호증의9 제16쪽 등 참조), 이 사건 회사 부대표인 I 역시 고인의 사망 당일 경찰 조사 과정에서 ‘고인이 이 사건 회사 소속 요리사이고, 고인과는 직장동료관계이다’라는 취지로 진술하였던바(갑 제16호증 제3쪽 참조), 고인이 단순한 레시피 제공만을 하는 프리랜서였다면 위와 같은 일련의 참가인 측언행들의 경위가 설명되지 아니한다.

마)

고인은 이 사건 회사의 비품ㆍ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사용하여 이 사건 회사에 계속적, 전속적으로 노무를 제공하였고(한편 고인이 이 사건 회사의 양해 아래 밀키트사업 등 개인 사업을 별도로 영위하였다고 하더라도, 레시피 제작, 식당 운영 등 요리사로서의 노무는 이 사건 회사에만 제공하였다), 그 대가로 월 200만 원의 고정급만을 수령하였을 뿐이고 고인이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하게 할 수도 없었다. 레시피 개발이나 음식점 운영으로 인한 이익과 손실은 이 사건 회사에 귀속되었던바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고인이 스스로 안고 있던 것도 아니다. 따라서 월 200만 원의 보수는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으로 수령한 것이다. 또한 고인이 4대 보험에 가입되지 아니하였고, 사업소득세를 신고하기도 하였으나, 이는 사회보험료와 세금을 줄이기 위한 필요에 따라 그와 같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일 뿐이어서(갑 제13호증 제3쪽 참조), 실질적인 노무제공 실태와 부합하지 않으므로 위와 같은 사정만으로 고인의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다.

바)

한편 피고와 참가인은 위 200만 원이 미슐랭 경력이 있는 요리사의 근로에 대한 보수라고 보기엔 상당히 소액이며 이는 자문료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고인은 위 200만 원 외에도 이 사건 회사의 경영 상황에 따라 인센티브를 추가로 받기로 예정하였으나(갑 제13호증 제31쪽 참조), 추후 참가인 측이 고인에게 비교적 거액을 연 1%라는 낮은 이율로 대여하여 주게 되면서(갑 제13호증 제3쪽 참조) 고인이 이 사건 회사에 급여 인상이나 인센티브 지급을 요구하지 못하였던 점, 고인의 근무시간이 원고 주장과 같이 주당 평균 12시간 가량은 아니더라도 이 사건 회사의 다른 요리사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길지 아니하였던 것으로 보이기도 하는 점, 이에 더하여 고인과 같은 경력이 있는 요리사라고 하더라도 통상의 인식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지 아니한 경우가 드물지 아니한 점 등을 고려하면 고인이 수령하였던 급여 액수가 200만 원이라는 사정만으로 위 돈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이 아닌 자문료에 불과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

다.

소결론

고인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이와 다른 전제에 선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되어야 한다.

3.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이를 인용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판사 박정대(재판장) 신철민 김찬영

출처: 대법원 종합법률정보 · 수집일 2026.10.25.